[단독] 인천시립교향악단 이병욱 예술감독 “단원들과 적극 소통해 시민에 더 가까워지는 시향 만들 것”
[단독] 인천시립교향악단 이병욱 예술감독 “단원들과 적극 소통해 시민에 더 가까워지는 시향 만들 것”
  • 김윤혜
  • 승인 2018.11.21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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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우리 일상에 가장 가까운 예술이다. 영화나 그림처럼 감상을 위해 특정한 장소를 찾아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없다. 길거리에서, 카페에서 쉽게 접할 수 있고 스마트폰의 음원 재생 앱에서는 세상의 거의 모든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다. 이렇게 일상과 밀접한 예술인 음악 중에서 유독 클래식 음악은 왜 많은 사람이 어렵다고 느낄까. 젊은 인천시향의 젊은 리더로 시민들과 클래식 음악의 가교가 되어줄 이병욱 예술감독을 직접 만나봤다. 

인천시립교향악단 이병욱 예술감독
인천시립교향악단 이병욱 예술감독

 

젊은 인천시향을 이끌 젊은 리더
많은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을 음악 그 자체로 즐기는 것보다 태교를 위해, 공부에 집중이 잘 돼서, 숙면을 도와준다는 등의 수식어를 붙인 실용적 목적을 가진 음악으로 더 쉽게 접할 수 있다. 시립 교향악단은 문화예술의 대중화와 수준 높은 클래식 보급을 통해 시민 정서 함양과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해 존재한다. 
인천시립교향악단을 이끌 제8대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이병욱 지휘자는 인천 시민들과 클래식 음악을 한층 더 가깝게 만들어줄 적임자다.
이병욱 예술감독은 인천시향 역대 예술감독 중 최연소 지휘자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감독은 “정확하게는 두 번째 최연소라고 알고 있다. 젊은 인천시향을 강조하시다 보니 최연소라고 부각시킨 것 같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감독은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점은 단원들이 직접 뽑아준 예술감독이라는 것이다. 9개월가량 공석인 자리였다. 낙하산 인사가 아닌 민주적인 방법으로 뽑혔기 때문에 자랑스러운 동시에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의 선임과 맞물려 아트센터 인천도 개관했다. 클래식 전용 공연장으로 객석 규모, 음향 설비 면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송도의 바다를 품은 인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기대를 모은다. 한국에도 세계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교향악단들이 있지만 인천에 들어선 아트센터니 만큼 인천시향이 개관 공연을 맡은 것은 당연한 일. 이 감독은 “제가 예술감독으로 선임한 뒤 유의미한 시작을 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답했다. 
이 감독은 아버지, 어머니가 모두 클래식 전공자라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음악과 친했다. 아버지는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시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홍은택 감독과 함께 만들어 초대 총무를 맡았다. 어머니는 국립합창단원이었다. 이 감독은 지휘자의 꿈을 안고 오스트리아 유학을 떠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 지휘과 석사과정을 수석 졸업한 후, 전문 연주자 과정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부모님도 모두 클래식 음악 전공자에 외국 유학까지 마쳤으니 탄탄대로 일 것만 같지만 이 감독은 귀국 후 2년 동안 맡은 공연이 4개였다고. 하지만 그는 “지휘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이 일이 너무 좋아 초반에 일이 많이 없어도 지속할 수 있었다. 꾸준히 하니 이 사람은 성실하다, 연주를 맡기면 잘 해낸다는 믿음을 준 것 같다”라고 얘기했다. 

교향곡, 오페라, 현대음악까지 섭렵
이병욱 감독은 서울시립교향악단, KBS교향악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산시립교향악단 등 국내 유수 교향악단의 객원지휘자로 활약하고 TIMF 앙상블 수석 지휘자와 인제대학교 음악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또한 통영 국제 음악제, 베니스 비엔날레, 벨기에 클라라 페스티벌, 홍콩 무지카마라 페스티벌 등의 다양한 음악 축제를 통해 신뢰받는 지휘자로 자리매김했다. 
이 감독은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게 항상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국립오페라단에서 오페라 ‘살로메’를 지휘할 기회가 왔는데 3개월 동안 악보만 보면서 열심히 준비했다. 그때가 저에게는 전환점이었다. 큰 기회가 왔을 때 잡아서 제대로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교향곡 지휘는 물론 다양한 제작 공연 작품의 음악감독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2007년 예술의전당 가족오페라 ‘마술피리’의 음악감독으로 대중에게 오페라 음악을 선보이고 ‘살로메’, ‘카르멘’, ‘라 트라비아타’ 등의 대한민국 대표 오페라 작품은 물론 한국 초연 작품인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어린 왕자’ 등의 작품에도 지휘자이자 음악감독의 역할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다양한 시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 감독은 “시장이 워낙 좁고 한정돼 있다 보니 관객들에게 선택지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통 교향악도 많이 했지만 오페라, 현대적인 오페라 작품, 발레까지 맡았다. 2~3년 전부터는 유아,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라며 “어릴 때부터 음악과 공연을 접하는 게 정서적으로 매우 좋다. 음악에 맞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융합시킨 키즈 콘서트를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게임 음악, 디즈니 콘서트도 진행했다는 이 감독은 “예전의 나는 정통 클래식 지휘자라는 정체성이 강해서 이런 공연은 거절했을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관객들을 위해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고 있다. 저도 다양한 장르를 접해봐야 하고 관객들의 반응도 좋다. 이렇게 사람들이 음악을 자주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한국에서 가장 뿌듯했던 경험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KBS교향악단에서 지휘를 했던 경험이다. 당시에는 KBS교향악단이 한국 최고의 교향악단이라 긴장을 많이 했다. 리허설이 10시인데 늦지 않기 위해 8시 30분에 도착했다고. 주차장에서 악보를 보면서 기다리다 10시에 맞춰서 갔는데 건물이 워낙 미로 같아 관현악단 연습실로 가는 실수를 한 이 감독. “처음 오는 어린 지휘자가 지각까지 하니 인식이 좋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사과를 하니 웃으시며 괜찮다고 말씀해주셨다. 나이가 어리다고 주눅 들거나 너무 긴장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참 고마웠다.”
다른 하나는 TIMF 앙상블과의 경험이다. “한국에서 현대음악을 다시 연주하고 지휘하게 될 거라고 생각 못 했다. 제가 유럽에서 현대음악 관련한 활동을 보시고 초청해주셔서 지금까지도 TIMF 앙상블, 통영국제음악제와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이 감독은 현대 음악 작품도 지속적인 연구와 연주를 이어가고 있다. 2000년 현대음악 페스티벌인 ASPEKT와 체코의 Bohuslay Martinu Orchester와의 연주를 통해 현대음악에 대한 음악적 해석에 대해 호평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고 이후 2002년 ASPEKT에서 현대음악 전문 앙상블인 OENM(?sterreichisches Ensemble f?r Neue Musik)와의 연주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인천시립교향악단 단원들과 이병욱 예술감독
인천시립교향악단 단원들과 이병욱 예술감독

 

단원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지휘자
이병욱 감독은 인천시향을 이끄는 활동 철학으로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보통 지휘자라고 하면 엄하고 때에 따라 독재적인 이미지를 풍기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따르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는 반드시 권위적인 모습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적으로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 감독은 “단원들과 지휘자 간에 대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소통해야 악단이 잘 굴러갈 수 있다. 유명한 지휘자 토스카니니나 카라옌은 굉장히 엄하고 권위적이었다고 하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한가지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같다. 작곡가가 쓴 곡을 최대한 잘 해석해서 좋은 연주를 하자는 것이다. 세대가 달라져 방법이 달라졌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이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멘토로 섬기는 Walter Hagen-Groll 교수님 영향이 크다. 오스트리아 유학 시절 당시 합창지휘 교수였다. 당대 최고의 지휘자였던 카라옌, 번스타인과 20년 가까이 협업했다. “칠팔십 년대의 웬만한 오페라는 교수님이 맡으셨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통과 인성을 교수님께 배웠다. 굉장히 유명하고 높은 지위에 있는 분인데 한 번도 거만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고 옆집 할아버지같이 친근한 분이셨다. 저를 지휘자로 키워주신 분으로 교수님을 멘토로 생각하며 교수님처럼 되는 게 목표다.”
그가 생각하는 음악의 매력은 ‘상상력’이다. 클래식, 대중가요, 힙합 등 어떤 종류의 음악이든 음반으로만 듣는 것과 실제로 공연장을 가서 감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요즘은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인 베를린 필하모닉이나 빈필하모닉의 연주를 CD로 얼마든지 들을 수 있지만 “우리 동네에서, 우리 도시 교향악단의 실황을 직접 가서 듣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라고 힘주어 말한 이 감독.
“도시마다 교향악단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얼마나 문화를 많이 경험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숙도가 좌우된다고 믿습니다. 실황을 들을 때만 느낄 수 있는 에너지와 교감이 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즐기는 클래식
이병욱 감독은 클래식은 전혀 어려운 음악이 아니라고 누차 강조했다. 클래식은 이해하고 듣는 게 아니라 즐기면 되는 음악이라며 “분석은 저희 같은 음악가들이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래식 공연장을 가보면 굉장히 쾌적하고 도시의 교향악단 공연은 가격도 상당히 저렴하다. 이런 가격에 이 정도 수준의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큰 혜택이다. 
이 감독은 “예술을 얼마나 접하느냐에 따라 인성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힘을 가질 수 있다. 많은 대중이 클래식을 어려워하는데 대중이 없으면 예술단, 오케스트라, 합창단 같은 단체의 존재가치가 없어진다”라며 “꼭 정장을 입어야 하는 딱딱한 공연장 문화는 유럽의 유서 깊은 공연이나 페스티벌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영화관 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오셔서 즐기면 되고 그게 예술을 대하는 자세”라고 설명했다. 
비주얼적인 요소가 중요해지고 자극적인 매체가 넘쳐나는 시대지만 순수예술이 사회에서 한자리를 담당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순수예술은 이 사회를 같이 이끌어나가는 하나의 중요한 부품입니다. 공기처럼 편하게 접하면 자연스럽게 삶의 질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인천시향은 공익사업을 꾸준히 자주 진행하고 있다. 인천에는 섬만 해도 수십 개다. 교통이 불편해 공연장을 찾는 게 어려운 시민들을 위해 섬에 찾아가 공연을 하기도 하고, 소외계층을 위한 공연도 많이 펼치고 있다. 
수십 명의 단원들을 리드해 하나의 음악을 완성하는 지휘자는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할까. 지휘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감독은 “아주 많은 음악을 들어야 한다.”라며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어떤 형식으로 소리가 나고, 어느 음역대를 가지고 있고, 여러 종류의 악기가 섞였을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 정도는 충분히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케스트라는 단원들이 협업해 우리만의 악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지휘는 매력 있는 일이지만 길고 지루한 싸움이기도 합니다. 많은 음악을 들으면서 실력을 갈고닦아, 지휘자로서 능력을 펼칠 기회가 왔을 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끝으로 이 감독은 “전국적으로, 또 세계적으로 인천시향이 이름을 떨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저와 인천시향의 단원들이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특별한 사운드를 찾아야 합니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개발해서 인천시민들이 친근하게 음악공연을 즐길 수 있는 젊은 인천시향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더 길게는 후세에 지휘 하나만큼은 정말 열심히 했던, 인간적인 지휘자였다는 평가를 듣는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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