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장의 에너지 자립화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환경 이슈 가운데 하나로 떠오르면서 국내에서도 하수처리장 내 에너지 생산시설은 선택 아닌 필수사항이 되고 있다. 하지만 도시 팽창으로 대부분의 하수처리장이 도심에 위치하게 되면서 지자체들이 신규 시설 부지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부강테크는 고농도 유기성 폐수처리 20년의 노하우가 담긴 기술력과 균형 잡힌 단위기술의 조합으로 부지절감과 에너지 자립 통합 솔루션을 제시하고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본지 인터뷰를 통해 선진국 시장에서 더 주목받고 있는 부강테크의 수처리 기술력과 그 비전을 심층 조명하고자 한다.
서울에서 시작된 꿈…
국내 최초 하수처리장인 중랑에서
고난을 이기고 세계 시장으로 향하다.
지난해 3월에 준공된 서울시 ‘중랑물재생센터’는 대한민국의 차세대 하수처리시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부강테크는 이 곳에 독자 기술인 BBF(Bio-Filtration)를 기반으로 전통적인 1차 침전지를 대체한 프로테우스(Proteus) 공법을 적용해 하루 25만 톤의 하수를 3시간 이내에 처리하여 하수처리에 필요한 부지를 60%까지 절감했으며 하루 처리용량 25만 톤의 대규모 시설에서 실제로 부지 절감을 입증한 기술은 BBF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이와 관련해 최문진 대표는 “사업 수주에서 준공까지 10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였어요. 큰 도전이었죠. 세계 최초로 적용되는 기술이었던 만큼 회사비용으로 100억 원을 추가로 들여 여재를 전량 교체하는 시행착오도 겪었습니다. 하지만 약속한 성능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분투한 결과 발주처를 포함해 대내외적으로 신뢰를 얻는 귀한 경험을 얻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앞으로도 한 번 맡으면 끝까지 책임진다는 부강테크 특유의 정신을 유지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도시 내 하수처리장은 에너지 자립도 향상, 간이 공공처리, 강화된 수질기준에 대응할 때 가장 큰 걸림돌로 부지부족 문제를 꼽는다. 도시 팽창으로 하수처리장의 용량을 늘려야 할 필요성이 증가하는데 기존 하수처리장이 위치해 있던 외곽지역이 도심지역으로 편입되면서 부지 자체를 늘리는 데 어려움이 발생하고, 좀 더 외곽으로 옮기는 방안 또한 하수관 매설에 막대한 추가 예산이 소요되므로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로 부지가 부족한 한국이나 유럽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미국에서도 새로운 부지 확보는 중요한 이슈다. 따라서 노후화된 하수처리장을 지하화 하거나 처리효율을 높이는 등의 노력이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부강테크 프로테우스 공법은 미생물에 의한 생물학적 처리와 물리적 여과기능을 결합한 BBF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전 세계 모든 하수처리장이 하수가 유입되면 중력에 의해 고형물을 2~3시간 동안 침전시켜 분리하는 전통적인 1차 처리 방법을 쓰지만, BBF는 15분 만에 하수 내 고형물을 고속 여과방식으로 분리해내어 기존 방식보다 부지를 85%나 절감할 수 있다. 이에 최 대표는 “절감된 부지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기술 명칭에 모습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테우스신의 이름을 사용했습니다.”라고 전했다.
프로테우스 공법은 중력식 침전지보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고형물을 분리해 내는 장점도 갖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가정에서 직접 하수로 흘러 보내는 미국에서 혁신으로 인정받는 이 기술은 효과적인 고형물 분리로 더 많은 에너지원 확보가 가능해지고 고형물이 대부분 제거된 하수가 생물학적 처리 공정으로 넘어가게 되면 필요한 공기의 공급량은 대폭 줄이게 한다. 또한 중력식 침전지 대비 30% 이상의 고형물 분리로 확보된 에너지원은 열가수분해 전처리와 혐기성 소화를 통해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통상적으로 이 과정에서 발생되는 고농도의 폐수처리를 위해 막대한 에너지 소비가 필요하지만 부강테크의 AMX 기술을 적용하면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절감하여 하수처리장의 에너지 자립화 실현 또한 가능해지는 것이다.
프로테우스 공법은 미국, 유럽 등 세계 시장에서 먼저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노후화된 하수처리장의 시설 현대화와 강화된 수질 기준을 충족시킬 대안으로 특히 유럽 시장에서 큰 환영을 받고 있으며 부강테크 또한 현재 미국 시장 진입을 위해 여러 현장에서 프로테우스 공법을 검증하고 있는 단계이다. 이러한 과정이 세계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미국 지역을 넘어 유럽에서까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아시다시피 유럽은 환경 선진국들입니다. 시장 선도 기술도 유럽이 보유하고 있지요. 그런 유럽시장이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부강테크의 현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프로테우스 기술은 최근 미국 물환경연구재단인 WERF에서 운영하는 기술지도자 혁신포럼(LIFT)에서 ‘이달의 기술’로 선정되고 또 미국, 유럽 등지의 하수처리장에 혁신기술을 소개하는 TAG 설명회에도 초대를 받는 쾌거를 달성했다.
부강테크는 프로테우스를 이용한 초기우수의 고형물 제거뿐만 아니라 용존되어 있는 유기물질의 바이러스 저감까지도 검증하기 위해 현재 중랑물재생센터에서 별도의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탄천하수처리장 내에서도 파일럿 시설을 설치하고 국내 최대 초기우수사업을 준비 중이다. 최 대표는 “앞으로 국내에서도 다양한 사업 기회가 예정돼 있는 만큼 프로테우스 공법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 시장 진출 관련해서도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니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수변 공간과 에너지 자립화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물’로
차별화된 스마트 시티를…
부강테크는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물’을 주제로 미래형 하수처리장 모델인 ‘Smart Water City(SWC)’를 제시하고 있다. SWC는 서울 중랑물재생센터 사례와 같이 프로테우스 기술의 적용으로 획기적인 부지절감을 통해 확보된 여유 부지에 에너지 생산 및 절감시설과 물 재이용시설을 설치하여 에너지 자립과 물 순환을 완성하는 모델이다. 부강테크는 하수처리 과정에서 확보된 고품질의 방류수가 낭비되지 않고 도시 곳곳의 공원 용수, 청소 용수, 조경 용수 등으로 재이용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물의 가치를 창조하고 있으며 현재 서남 마곡 재이용 시설(도로 청소, 화장실 용수), 인천시 송도 하수 재이용 시설(공원 조경용수), 당진 하수재이용 시설(하천유지 용수) 등에 이 모델이 적용돼 있다. 이와 관련, 최 대표는 “지역별로 다양한 조건의 SWC가 구현되어 하수처리장이 도시의 가치를 높이는 중심시설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해나갈 예정입니다.”라고 덧붙혔다.
SWC가 선진국형 모델이라면, 개도국형 하수처리모델도 준비되어 있다. 바로 Tomorrow Water Project(TWP)이다. UNSDGs보고서(2018)와 Lancet(2015)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71%만이 안전하게 정화된 식수를 이용하고 있고, 해마다 200만 명 이상이 수인성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개발도상국가의 수질오염이 이렇게 심각한 것은 높은 처리 비용 때문이다. 이에 최 대표는 TWP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에너지 소비 위주의 하수처리장을 에너지 생산과 절감을 통해 돈을 버는 하수처리장으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꿈으로써 재정적으로 취약한 개도국들이 맑은 물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위해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부강테크는 베트남 하노이시에 설립된 현지 법인을 통해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에 최우선적으로 TWP 모델을 적용할 계획으로 TWP는 2016년 UN SDGs(지속가능개발목표)의 Initiative로 등록되었으며, UN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장관급 회담에서 최고 수준의 사업모델로 공식 채택되었다.
가축분뇨로 만든 전기,
비료 축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다.
남북경협 사업의 선도적 모델
과거 국내 축산환경은 소규모 자급자족 시스템으로 가축의 먹이는 자연에서 얻은 부산물이 대부분이었고, 가축이 배출한 분뇨 역시 시간이 지나면 썩어서 대부분 비료로 만들어져 자원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었다. 하지만 지금은 구조가 아예 달라졌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많은 축산 농가들이 기업화 되었고, 소비구조 역시 농가의 자급자족보다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료 역시 화학적 첨가물을 가미하거나 유전자를 조작한 곡물로 바뀌었어요. 이러면 가축분뇨가 자연의 풍화작용으로는 잘 썩지 않고, 썩어도 비료가 되기 어려운 고농도 점액질의 폐수가 될 뿐입니다.” 결국 가축분뇨를 땅에 뿌려 액체 비료로 활용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해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부강테크는 이러한 국내외 축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인 자원순환 시스템을 준비중에 있다. 바로 지속가능한 축산업 모델인 ‘Go Together Project(GTP)’이다. “가축분뇨는 고농도의 유기물을 포함하고 있어서 혐기소화를 통해 메탄가스와 같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으며 유기물을 제거한 질소와 인으로는 부숙된 퇴액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 정화처리된 방류수는 재이용이 가능하고 도축 시 발생하는 털이나 발톱 등과 같은 부산물을 이용해서 케라틴이나 아미노산과 같은 유효물질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현재 부강테크는 이러한 비전을 가지고 미국 등지에서 펀딩을 받아 가축분뇨와 도축 부산물을 재활용하고 순환할 수 있는 기술들을 확보하고 고도화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 대표는 식량과 에너지, 비료가 모두 필요한 북한에 친환경 축산단지와 순환형의 환경시설을 접목해 유기농 제품을 생산하고 에너지와 비료를 생산하는 에코 순환형 축산단지를 조성할 수 있다면서, 최근 남북간 경제협력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구체적인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강테크는 GTP 모델을 북한에 우선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현재 국내외 축산전문기업과의 협력을 추진하는 한편, 개도국에도 확대 적용하여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표준’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환경업계 보기 드문 여성 CEO
토목전공 엔지니어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
최 대표는 21년 전 가축분뇨 엔지니어로 입사해 최근 환경업계 최초의 여성 CEO가 됐다. 5명의 직원으로 시작해 현재는 100명이 넘는 직원을 보유하고 있는 부강테크의 발전사만큼이나 그녀의 성장사도 이채롭다. 최 대표는 부강테크와 함께한 엔지니어로서의 21년은 혁신적이고 재미있는 도전의 여정이었고 성장의 과정이었다면서, 부강테크의 슬로건인 ‘Innovation Beyond Waste’를 실현할 핵심가치로 ‘차별화’, ‘효율성’, ‘책임정신’을 제시하며 부강테크가 지금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게 된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부강테크는 처음부터 기술력이 최대 무기라는 믿음으로 모든 가용자산을 R&D에 집중했어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바로 실증화에 도전했고,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고 조직이 감싸 안아 함께 극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부강테크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회사다. 최 대표는 “창업자인 김동우 선배(현 부강테크 미국법인 대표)는 직원들이 행복해야 회사도 행복하다고 믿는 분”이라며, 부강테크 경영진이 창업 초기부터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이 ‘Happy BKT’ 만들기라고 덧붙였다. 부강테크에는 출퇴근 시간이 없으며 일하는 정년도 없다. 조직에는 팀장과 리더만 있을뿐이다. 누구나 능력만 있으면 팀장이 되어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화 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고 초봉은 4천 만원부터 시작한다. 5년 차가 되면 가족과 함께 국내여행, 10년 차가 되면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 물론 일체의 경비는 회사가 부담한다. 게다가 20년 차가 되면 1년의 유급 안식년이 주어져 올해는 이미 안식년 1호 사용자가 나왔다. 다만 중소기업으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복지혜택을 보장해도 지방에 위치해 있다 보니 인재 확보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최 대표는 “최근 좋은 인재 확보를 위해 수시채용과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있고 다양한 추가 인센티브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부강테크는 지난해 6월, 창립 20주년을 맞아 조직을 새롭게 개편했다. SWC, GTP, TWP, WAI 등 새로운 전략사업을 좀 더 빠르고 유연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다. “올 초까지는 새로운 전략사업에 대해서 좀 더 체계를 잡고 구체화하는 데 시간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SWC 경우에는 당면한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특히 해외 진출과 관련해서는 프로테우스 공법 적용에 있어서 실질적인 성과물을 낼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아울러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환경기술 관련 수출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혹시 일 중독자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두 아이를 두고 있는 엄마로서 워라벨에도 관심이 많다는 최 대표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엄마가 하는 일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엄마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관심을 갖고 응원해 줍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옳은 일을 올바로 하겠다’는 가치관을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믿음이 가장 큰 보람을 느끼게 합니다.”라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는 청년 부강테크의 힘찬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