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정 중앙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 즐거움과 성과 공유로 결실 맺는 ‘기초과학’
강효정 중앙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 즐거움과 성과 공유로 결실 맺는 ‘기초과학’
  • 안수정
  • 승인 2017.10.1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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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정 중앙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기초연구란 ‘과학적 지식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기초적, 이론적, 실험적 연구’로 당장의 문제를 해결보다는 이해에 초점을 맞춘 연구다. 그렇기에 문제에 관련한 모든 변인들을 확인하고, 그 변인들의 관계에 대한 가설 설정을 가능케 하는 모형과 이론의 정립에 그 의의가 있다. 즉 기초과학은 인류의 지적인 호기심과 문화적인 활동의 기반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응용의 목적으로 연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응용과학의 씨앗이 되는 분야다. 이에 중앙대학교 생명과학과 강효정 교수는 우울증 메커니즘 연구와 함께 인간의 뇌 발달과 관련된 전사체를 분석하면서 한국 과학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의미 있는 씨앗을 심고 있다.

 

GATA1 유전자 연구로 우울증 유전자 치료법 물꼬 터

정신과 질환 중 가장 흔한 질병인 우울증은 그 원인과 증상이 다양하며, 매우 복잡한 메커니즘을 나타낸다. 현재까지 우울증은 유전적, 생물학적, 정신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울증 환자의 75%가 스트레스를 주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우울증의 발병 기전과 치료법을 알아내기 위한 학문적, 사회적 노력이 이어져왔지만 치료제 개발 등 원천 기술면에서는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내 우울증 환자 및 자살률이 매년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우울증의 기전 연구와 치료법 개발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인체 중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기관인 뇌는 각각의 영역이 모두 다른 기능을 수행하며, 각 영역 간 특별한 회로를 통해 기능이 완성됩니다. 현재까지의 우울증 연구들은 대부분 뇌의 한 영역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띄죠.”

강효정 교수는 한 개의 유전자가 나타내는 기능과의 연관성이나 특정 뇌 영역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살피는 것만으로는 질병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그가 진행하고 있는 ‘우울증 및 스트레스 장애와 관련된 GATA1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통합적 유전체 분석’연구는 여러 뇌 영역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발현 변화를 통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현재까지 진행된 우울증 연구들은 대부분 동물실험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동물과 인간의 정신세계가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이러한 방식으로는 효율적 연구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 미국의 연구실에서 브레인뱅크에 기부된 인간의 뇌를 토대로 한 연구 기회를 얻은 강 교수 연구팀은 GATA1이라는 유전자를 찾는데 성공했다. GATA1은 초기 발생과정에서 혈구세포를 생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로 성장이 끝난 뇌세포에서는 발현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강 교수는 관련 연구 결과 우울증 환자들의 뇌에서는 다시 발현되며, 동물실험으로는 스트레스에 의해 재발현이 유도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동물실험으로 GATA1이 뇌에서 과발현되었을 때 우울증과 비슷한 행동장애가 나타남을 규명했다.

현재 강 교수는 GATA1이 과발현되었을 경우, 뇌 유전체에서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살피기 위해 후성유전체 분석 방법을 활용한 유전체 변화 분석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체 뇌 신경세포에서 어떤 유전체들이 변화하는지 광범위한 방법으로 살펴보는 것이 강 교수 연구의 핵심이다. 해당 연구는 향후 우울증 치료를 위한 유전자 치료법 개발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 뇌의 구조와 기능 담은 지도를 그리다

양쪽 귀 사이에 있는 1.4kg짜리 신비. 바로 신경계의 중추로 신체 각 부분을 통솔하고, 생각과 기억, 상상 등 인간의 고차원적인 정신 활동을 지배하는 ‘뇌’를 지칭하는 말이다. 현재까지 인류의 뇌과학에 대한 도전은 시작 단계이니, 세계 전문가들은 미지의 영역인 뇌 연구를 21세기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도전이자 최후의 과제로 지목한다. 이에 강효정 교수는 우울증 메커니즘 연구와 함께 인간의 뇌 발달과 관련된 전사체 분석 연구를 수행 중이다. 강 교수는 인간 뇌의 복잡한 구조와 기능은 뇌 발달상의 시‧공간에 적합한 유전자 발현에 의해 결정된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연구라며, 인간의 뇌 구조와 각 구조에 따른 기능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을 알아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태아의 뇌와 성인의 뇌는 상당한 구조적 차이를 나타냅니다. 뇌의 기능 역시 상이하죠. 이러한 뇌의 구조와 기능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각 영역별 기능이 어떤 식으로 형성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연구를 통해 완성될 인간 뇌의 시‧공간적 전사체 지도는 인간과 다른 종들의 뇌를 비교분석하기 위한 기준이 될 수 있다. 강 교수는 인간의 뇌를 특화시키는 유전자의 비밀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정상적인 뇌 발달상의 지도가 완성되면 발달 장애를 나타내는 뇌에 어떤 유전자가 결여되어 문제가 발생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뇌발달 장애의 원인과 치료법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부터 휴먼증강기술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발견의 기쁨과 나누는 재미 누릴 수 있는 ‘과학’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강효정 교수의 원동력은 ‘연구의 즐거움’에 닿아 있었다. 연구를 수행할 때마다 최초의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구체화시켜 사실화하는 과정은 과학자로서 느끼는 큰 매력 중 하나다. 특히 강 교수에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뇌’라는 세계는 그 자체로 무궁무진한 탐험의 대상이다. 그는 뇌와 우주를 비교하는 과학자가 있을 정도로 흥미로운 대상을 연구하기에 늘 즐겁게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연구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쓰임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미국에서 연구할 당시, 출판했던 논문이 수많은 연구자들의 연구에 인용되고 기초자료로 사용되는 것을 경험했어요. 제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 결과들이 후학들에게 인용되며 과학의 발전을 견인하는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한편 강 교수는 지난해부터 한국연구재단 국책본부에서 R&D Planner로 활동하고 있다. 국책본부는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 과제를 기획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는 추가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존재하지만, 국가 과제를 기획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뇌 관련 데이터 산업 분야의 벤처 기업에 과학자문을 제공하는 등 전문가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다.

“얼마 전 TV에서 한 초등학생이 녹조를 없애는 방법을 직접 연구해서 발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페트병에 손수 녹조 물을 담아와 집에서 실험을 거듭하면서 순수하면서도 진지하게 과학을 대하는 아이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죠. 과학을 다루는 즐거움은 이 영특한 아이를 보는 느낌과 흡사합니다. 가설을 토대로 실험을 진행하는데 있어 때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기쁨은 연구를 지속하게 하는 힘이죠.”

두 눈 가득 흥미진진한 미소가 어린다. 강 교수는 자신이 던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먼저 그 사실을 발견했다는 의미라며, 후학들이 이러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발견의 기쁨과 나누는 재미라는 순수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인터뷰를 통해 이 말의 주인공을 찾은 듯하다. ‘즐기는 연구자’ 강 교수가 밝혀낼 뇌의 비밀은 후배 과학자들과 공유되며 더 많은 가능성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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