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르네상스] EHT, 이번엔 M87 블랙홀을 여러 파장으로 동시 관측
[R&D르네상스] EHT, 이번엔 M87 블랙홀을 여러 파장으로 동시 관측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1.04.15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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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홀 주변 강착원반과 강력한 에너지를 분출하는 제트까지 포착
- 전 세계에 데이터 공개…블랙홀 비밀 풀 집단지성 기대
- 천문연, KVN 다파장 동시관측 시스템 통해 밀리미터 관측 핵심역할

박소연 기자 psy@monthlypeople.com
박소연 기자 psy@monthlypeople.com

블랙홀이라 하면 검은 구멍을 떠올린다. 블랙홀을 직접 본 사람은 없고 블랙홀을 직접 볼 수도 없다. 블랙홀은 빛조차 흡수해 버려 직접 관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상이나 논문에서 봤던 블랙홀의 이미지는 모두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상상에 불과하다.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HT)’은 번역하면 사건지평선망원경으로, ‘사건지평선이란 블랙홀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넓은 경계지대를 뜻한다. 어떤 물질이 사건지평선을 지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 그 일부는 에너지로 방출되기에 높은 해상도의 관측 장비를 동원한다면 사건지평선의 가장자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건지평선 부근은 강한 중력 효과에 의한 현상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블랙홀의 그림자(Black Shadow)이다. 블랙홀 주변의 원반에서 사건지평선 가까이에 다가간 물질은 빛의 속도에 가까운 매우 빠른 속도로 블랙홀 주변을 공전하며 블랙홀로 끌려 들어간다. 관측자에게는 이 회전하는 원반 중 관측자를 향하여 움직이는 모서리가 관측자에게서 멀어지는 모서리 보다 밝게 보이게 된다. 이렇게 블랙홀 주변의 극단적인 환경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대한 관측은 일반 상대성 이론과 초대질량 블랙홀의 이해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된다. 해당 관측을 위해선 거대 관측 장비가 필요하다. 이에 지구촌 전파천문학자들은 전파망원경 8개를 하나로 연동해 지구 크기의 거대 망원경처럼 활용했다.

 

이에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는 EHT(Event Horizon Telescope) 국제 공동 연구팀은 전 세계 32개 나라의 19개 천문대의 망원경을 활용한 초대형 동시 관측망을 통해 초대질량블랙홀이 강력한 제트를 분출하고 있는 M87 은하 중심부의 다파장 관측 결과를 공개했다. 2019년 사상 최초로 관측한 블랙홀과 이를 편광 관측한 지난 3월 영상 이후, 기존의 전파 영상뿐 아니라 광학, 적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 전체 전자기파 다파장 동시 관측을 통해 M87 은하 크기보다 더 큰 제트를 분출하고 있는 초대질량블랙홀 모습을 포착한 것이다.

 

M87 은하 중심의 블랙홀부터 은하, 그리고 은하를 넘어 제트 분출까지다양한 해상도의 다파장 동시 관측 결과 영상 Ⓒ한국천문연구원
M87 은하 중심의 블랙홀부터 은하, 그리고 은하를 넘어 제트 분출까지다양한 해상도의 다파장 동시 관측 결과 영상 Ⓒ한국천문연구원

이번 영상은 20173월부터 약 한 달간 전 세계 200여 개 연구기관에 있는 약 760명의 연구자가 동시에 관측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이다. 관측에 활용된 망원경들의 총 가동시간을 합하면 약 300년이 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이다. EHT 연구팀은 이번 관측 데이터를 온라인(https://doi.org/10.25739/mhh2-cw46)을 통해 공개해 전 세계에 누구나 자유롭게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논문의 공저자인 캐나다 맥길대학교(McGill University) 다릴 하가드 (Daryl Haggard) 교수는 전 세계 수많은 블랙홀 연구그룹들이 이번에 공개된 M87 다파장 동시 관측 데이터를 활용해 각자의 이론 모델을 검증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천문학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연구그룹에서 이 데이터를 통해 블랙홀과 제트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HT 연구팀은 2019년에 공개한 기존의 전파 영상뿐 아니라 다양한 파장 대역에 대한 동시 관측을 통해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진 M87 은하 중심부에 있는 태양질량 65억 배의 초거대블랙홀의 형태와 고에너지 물질의 유입과 분출 이루어지는 강착원반과 제트까지 포착했다. 일본 국립천문대(National Astronomical Observatory)의 카즈히로 하다(Kazuhiro Hada) 박사는 “EHT로 관측한 최초의 블랙홀 영상은 매우 놀라운 결과지만 이 결과를 과학적으로 최대한 분석하기 위해서는 전체 전자기 파장 영역의 동시 관측을 통해 당시 블랙홀의 물리적 활동을 분석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한 암스테르담대학교(the University of Amsterdam)의 세라 마르코프(Sera Markoff) 교수는 이번에 추가된 다파장 관측을 통해 보여준 M87의 환상적인 영상은 블랙홀의 그림자와 제트를 함께 설명할 수 있는 최적의 모델을 밝힐 수 있는 결정적 열쇠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블랙홀 주변의 강착원반과 제트 방출 물질로 인해 일반상대성 이론의 실험장이라 할 수 있는 블랙홀 관측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관측 결과 2017년 관측 당시 M87 초대질량 블랙홀이 활동성이 매우 낮은 상태, 즉 제트 분출량이 적거나 블랙홀 주변부로부터 사건의 지평선 이내로 끌려 들어가는 물질의 유입이 적은 상태인 것을 밝혀냈다. 이를 통해 이번 다파장 동시 관측 데이터가 블랙홀 근처에서부터 수천 광년에 달하는 제트의 규모가 매우 뚜렷하게 구분될 수 있을 만큼 최적의 상태를 제공하며, 전 세계에 공개되는 만큼 활발한 후속 연구를 통해 일반 상대성이론의 정밀한 검증에 대한 새로운 결과들이 쏟아져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M87 다파장 동시 관측에는 천문연의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Korean VLBI Network)이 밀리미터 전파 대역에서 4개의 채널로 동시 관측한 데이터가 포함됐다. 또한 천문연이 운영하는 동아시아 VLBI 상관센터는 한국의 KVN과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 지역 여러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동아시아 VLBI 관측망(East Asian VLBI Network)의 관측자료 처리 부분 핵심역할을 수행했다. 그 결과 이번 M87 블랙홀 관측 당시의 제트의 세기 측정 및 영상화에 기여했다.

 

천문연 김재영 박사는 세계 최초 개발된 다파장 동시관측 시스템을 갖춘 KVN 성능 덕분에 짧은 기간 동안 방대한 주파수 대역의 M87 관측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이번 연구에 핵심적 기여를 할 수 있었다. 더불어 올해 강원도 평창에 구축되는 KVN 네 번째 전파망원경으로 KVN의 간섭계 성능이 더욱 향상될 것을 기대하며 이를 통해 향후 블랙홀 후속 연구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본 연구 결과는 천체물리학 저널 회보(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414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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