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재 가천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 기술 발전 이루는 ‘시간의 힘’, 꾸준한 연구만이 경쟁력을 만든다
조성재 가천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 기술 발전 이루는 ‘시간의 힘’, 꾸준한 연구만이 경쟁력을 만든다
  • 박성래
  • 승인 2018.06.0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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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학교 전자공학과 조성재 교수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이라는 두 분야는 선진국의 세계사적 지표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두 분야가 결실 맺기 위해서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죠.” 반도체 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조성재 교수가 본지를 빌어 전했던 말이다.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간의 축적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꾸준히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물질 관한 연구 토대로 한 확장 연구 수행

조성재 교수가 지난 2014년부터 ‘GeSn을 소스 접합 물질로 하는 터널링 전계효과 트랜지스터: 전자 및 광학 소자 응용’을 주제로 3년 간 진행했던 연구는 지난해 4월로 마무리되었다. 해당 연구에 관한 내용은 본지를 통해 두 차례 소개된 바 있으며, 조 교수는 해당 연구의 성과를 논문 및 학회를 통해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전자소자 및 광학소자 등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물질’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연구 과제는 종료되었지만 고속·저전력 구동이 가능한 전자소자 및 광학소자에 관한 폭넓은 연구는 진행하고 있습니다.”

조 교수는 나노스케일의 CMOS 반도체소자 및 차세대 메모리 소자에 관한 연구, 실리콘 공정 호환성을 갖는 광학소자 및 집적회로에 관한 연구, 메모리 컨트롤러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에 관해 조 교수는 새로운 반도체 소자들과 공정은 집적회로나 시스템 레벨에서 검증되어야 실질적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현재 그는 SoC 요소 기술, 회로 및 3차원 집적 시스템 구현을 위한 공정 기술 등 상위 레벨 기술과 연결될 수 있는 분야의 연구들을 확장해 수행하고 있다.

 

미래 내다보는 연구개발 지원 필요한 때

과거 인터뷰에서 조성재 교수는 반도체 기술 영역에 대한 지원의 미흡함을 지적한 바가 있다. 근래 대학 및 연구소에서의 반도체 연구에 대한 지원이 상당히 축소되었고 반도체 기술 개발의 장이 산업체로 협소화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높은 수준의 시스템 반도체 기술과의 격차는 커지고 후발 주자인 중국과의 격차는 줄어들어가는 현재의 상황으로 인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심화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반도체 분야 지원은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은 상태라는 견해이다.

“연구 과제 지원을 위한 심사의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사업화 가능성입니다. 물론 산업에 즉각적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들을 도출해야 하는 관련 부처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기준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전반적으로 그러한 분위기가 확장되어 감을 체감합니다. 이로 인해 반도체 영역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 전반의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조 교수는 국내에서 반도체 관련 기술을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업은 소수의 대기업뿐인데, 세계 기술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는 못한 상태임을 아쉬워했다. 즉, 우수한 반도체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는 세계 유수의 반도체 회사들의 기술 로드맵을 따라가는 형태이기에 국내 연구자들에 의해 좋은 논문이나 특허들이 발표될지라도 산업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결국 연구 개발 결과의 사업화 가능성 판단이라는 것은 매우 피상적일 수 있게 되고 반도체 분야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위축시키는 한 가지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부에서 많은 분들이 목소리를 내시고 관련 부처에서도 그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는 분위기이나 국내에서 장기적인 연구 개발을 할 수 있는 풍토는 아직 미약한 실정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인식 탓에 연구개발 예산 배정에서 후순위고 밀려나고 있는 측면이 엄연히 존재하며, 현재의 산업 경쟁령을 위한 시급한 기술뿐만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연구 개발에의 강한 의지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조 교수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모든 일에는 절대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술의 축적을 위해서도 시간의 축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구조에서는 축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반도체 영역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적인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대한 공감대는 많이 확장되었지만 보다 구체적인 지원책 마련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기술 개발에 대한 협소한 인식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 일례로 광학 반도체 시스템 기술 개발을 위해 일본에서는 과거 80여 개의 연구 주체가 하나의 목표를 갖고 오랜 기간 연구 수행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유사 연구 과제가 있다면 더 이상 지원하지 않는 분위기가 다소 강하다. 소수가 해당 기술을 해결하도록 집중시키는 구조는 연구자에게도 지나친 부담이 되고 결국 국가 기술 개발의 연속성 측면에서도 위험하다. 필요성이 있는 기술이라면 다양한 연구 주체들에 의한 다양한 레벨의 결과들이 축적되고 상호보완적 작용을 통해 기술 진보가 이루어지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해갈 4차 산업혁명

융합을 핵심적인 속성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4차 산업혁명은 비단 특정한 기술·학문 분야에 국한된 개념은 아니겠지만 특히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이다. 사물 인터넷, 자율 주행 자동차, 인공지능 등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시스템들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 기술은 고속 처리와 저전력 동작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발전을 해가고 있다. 조성재 교수는 빅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으로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시스템이 소모하는 에너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가 매우 중요하며 반도체 기술의 지향점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 두뇌와 더욱 비슷한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요고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즉, 초저전력 동작이 가능한 하드웨어 기반의 인공지능 기술이 개발되어야 합니다. 주로 소프트웨어 영역에서의 개발이 이루어진 인공지능 기술 역사에 비해서는 짧고 아직 개발의 여지가 많은 상태이긴 하지만 국내외 여러 연구자분들이 이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저 역시 이러한 기술 개발에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최근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의 등장과 함께 사라질 직업 리스트가 등장하는 등 기술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관해 조 교수는 보다 긍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현재까지의 산업 혁명은 인간의 삶을 더 낫게 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근본적으로는 도구의 혁명인데, 인간의 힘으로 기술이 개발되는 만큼 인간과 동등한 가치를 갖는 도구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정말 인간 같은 인공지능을 만들기에는 인간은 아직 인간 자신의 두뇌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는 점, 과학기술의 윤리를 지키고 인간성을 보호하기 위한 인간의 집단적 이성이 분명 존재하리라는 점을 고려할 때 걱정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현실적으로는 아주 간단한 이해 관계에 의해서도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가령, 한 분야에서 우수한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와 전자 시스템 전문가가 함께 만나야 합니다. 어떤 일을 사람 대신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일은 다수의 전문가들 사이의 동의가 이루어져야 가능합니다. 동의의 근거는 일차적으로 당연히 인간에게 도움과 이익이 되어야 하는 것인데, 유익의 판단은 개인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가 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를 위한 관련 정책의 마련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전의 기술혁명과는 다른 4차 산업혁명만의 본질과 이에 대한 기대도 함께 나타냈다.

“산업혁명이 도구의 혁명이기는 하나 사실은 인간이 도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즉 생산 활동에 더욱 종속되는 결과를 나은 혁명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영화, 소설, 사설 등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계에의 종속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미 상당한 수준의 도구 종속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인간이 좀 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고 자연에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할 수 있는 인간 혁명이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변화하는 시대 속 조 교수는 그간 연구해 온 반도체 소자 기술 위에 시스템 기술을 더하며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다짐을 내놓았다. 4차 산업혁명의 조류 속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해 가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연구자가 되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현대 산업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와 시스템에 관한 그의 연구들은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박성래 기자 psr@monthlype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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