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 “암으로부터 국민 보호할 것”, 암을 예방하는 첫 번째 관문은 금연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 “암으로부터 국민 보호할 것”, 암을 예방하는 첫 번째 관문은 금연
  • 김영록 기자
  • 승인 2021.05.06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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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미래를 선도하는 건강한 대한민국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김영록 기자

통계청 2019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암 사망자 수는 81,203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27.5%를 차지했다. 암 발생 원인은 크게 흡연, 음식, 만성감염, 술에 기인한다. 그간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암 발생 원인의 30%를 차지하는 담배에 주목해왔다. 그는 담배를 끊는 것이 어렵다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이 이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남아 있다면, 당신의 죽음을 슬퍼할 사람이 한 명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이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담배를 끊으십시오.”

 

국민들께 국립암센터의 역할 및 주요 사업에 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국립암센터는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 질병인 암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는 국가적 관리의 책임을 맡은 국가중앙기관입니다. 국민들은 국립암센터라고 하면 암을 치료하는 병원만 떠올리게 되지만, 국립암센터는 암을 연구하는 연구소와 암 예방과 검진, 호스피스까지 국가암관리를 전담하는 국가암관리사업본부, 암에 대해서 전문가를 양성하는 국제암대학원대학교가 한 기관 안에 있는 세계 유일의 조직이기도 합니다. 국립암센터는 이러한 조직들의 유기적인 역할을 통해 우리나라 암의 예방부터 치료까지 모두 진행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암 발생이 증가하고 있고, 많은 국민이 암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립암센터가 할 일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24만 명이 암에 걸립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7.4%였으며, 남자(80세)는 5명 중 2명(39.8%), 여자(86세)는 3명 중 1명(34.2%)에서 암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때문에 국민이 암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센터 차원에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암 원인의 30%를 차지하는 흡연이고, 두 번째는 역시 30%를 차지하는 음식입니다. 세 번째는 약 15~20%를 차지하는 감염입니다.

일단 금연운동을 열심히 해야 하고, 금연정책을 펴나가야 하겠습니다. 또한, 암에 걸리지 않는 음식을 먹는 운동을 벌여야 하고요. 감염으로 인한 암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간염에 대해서 예방접종을 해야 하고, 위암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 제균을 해야 하고, 여성들은 자궁암을 막기 위해 인유두종 바이러스 예방접종을 해야 합니다.

 

원장 취임 전, 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을 맡으며 음식점 완전 금연구역 지정뿐만 아니라 담뱃갑 경고 그림 도입을 끌어내셨는데요. 경고 그림 도입을 이끌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담배가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9백만 명이 흡연자가 있고, 여전히 심각한 보건의료 문제입니다. 가장 시급하고 효과적인 금연정책은 담배가격을 올리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담배가격은 OECD 34개국 중 31위를 기록하고 있어 여전히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OECD 평균 담배가격인 8천 원 선이라도 달성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6만 2천 명이 담배로 인해 사망합니다. 담배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고객 6만 2천 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담배회사들은 담배 소매점에 광고를 하고, 새로운 고객인 청소년을 유혹하는 데 여전히 성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국가의 절반에 가까운 88개 국가는 이러한 사슬을 끊기 위해 담배소매점 담배광고를 없앴습니다. 담배의 진열을 금지하는 국가도 66개국에 이릅니다. 우리나라도 담배소매점 담배광고를 하루빨리 금지해야 합니다. 2016년도부터 담뱃갑에 경고 그림이 도입되어 있는데,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담배회사의 로고와 디자인을 모두 없앤 표준화 담뱃갑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사진=국립암센터]

 

금연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 알지만, 또 많은 이들이 담배를 끊지 못합니다. 혹시 금연에 성공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저도 한때 11년간 담배를 피워온 사람이기에 흡연자의 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저는 1988년 담배 관련 발표 준비로 해로움에 대한 글을 쓰다가 흡연의 해로움을 깨닫고 피우던 담배를 끊었습니다. 흡연자로선 ‘금연’이라는 말이 불편할 수 있지만, 담배의 해로움을 안 이상 금연운동을 멈출 수 없음을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금연 성공 노하우를 말씀드리자면, 모두가 아는 이야기지만 우선 결심이 중요합니다. 흡연한다는 것은 자기 몸에 발암물질을 넣는 자해행위이고, 서서히 하는 자살입니다. 내가 먹는 음식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면 그것을 먹을 사람이 있을까요? 단 한 명도 없을 것입니다. 담배에는 69종의 발암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금연을 결심하지 못했다면, 금연 결심을 해야 하고, 금연을 결심했어도 금연이 어려운 분은 혼자 끊지 말고 니코틴 대체재나 먹는 금연치료제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병원에서 금연 치료제를 무료로 공급해주는 금연지원 세계 최고의 국가입니다. 그러한 도움을 충분히 받으시기 바랍니다.

또한, 전국에 17개의 금연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4박 5일 입원형 금연캠프에 참여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폐 CT 촬영을 비롯한 건강검진도 해주고, 체계적인 금연상담과 교육을 해주기 때문에 6개월 금연 성공률이 70%로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또한, 백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지만, 국가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전액 무료이기 때문에 금연을 목표로 하는 분들은 꼭 참고해주셨으면 합니다.

 

그 외에도 암 예방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금연전도사에 이어 금주 전도사라고 들었습니다.

담배에 이어 암 예방에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술입니다. 알코올과 이의 대사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는 인체에서 암을 일으키는 1군 발암물질입니다. 음주는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식도암, 대장암, 유방암, 간암을 일으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섭취하는 1군 발암물질은 바로 2천 7백만 명이 섭취하는 술입니다. 그러나 이들 중 술이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그동안 금연운동가로서 담배의 위해성을 알리는 데 주력해왔다면, 앞으로는 술의 발암성을 알리는 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술을 즐기는 사람들은 포도주나 막걸리, 또는 특정한 술에 건강에 좋은 성분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술의 종류와 상관없이 알코올 양에 비례해 질병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에게 충격을 주는 것은 하루 1잔의 가벼운 음주(알코올 섭취량 12g 이하)로도 알 발생 위험이 구강인두암 17%, 식도암 30%, 유방암 5%, 간암 8%, 대장암 7%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근거로 2014년 유럽 음주 가이드라인은 하루 한 잔 이내의 소량 음주에도 암이 증가하므로 암 발생에 있어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술 종류에 상관없이 음주량을 줄일 것을 권하고, 암 예방을 위해서는 소량의 음주도 피하고 아예 마시지 않는 것이 암 예방에 더 좋다고 가이드라인을 개정했습니다. 게다가 술은 암만 일으키는 것이 아닙니다. 음주는 당뇨병, 고혈압, 뇌졸중 등 37개에 달하는 각종 만성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입니다.

보험정책연구원(2015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13년 기준 9조 4천 524억 원으로 흡연(7조 1천 258억 원), 비만(6조 7천 695억 원)보다 많으며, 매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제 약간의 술은 건강에 좋다는 오래된 고정관념을 고쳐 나가야 합니다. 혹시 그것이 부분적으로 사실일지라도 ‘약간의 술’이 너무나 양이 작아서 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국민 여러분이 술을 서로 나누어 마시는 건배습관은 자제하고, 건강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 Ⓒ김영록 기자

원장님께선 의사 시인으로도 알려지셨는데요. 작품 활동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직후인 1985년 신경림 시인의 추천으로 창작과비평사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이후 ‘어여쁜 꽃씨 하나’, ‘지금은 깊은 밤인가’ ‘어머니 알통’ 등의 시집을 간행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제 시 중 두 편이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리는 뜻밖의 기쁨도 있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10년 만에야 ‘우산이 없어도 좋았다’라는 제목의 네 번째 시집을 창비에서 간행하였습니다. 이번 시집에는 ‘의사의 업적’ 연작을 비롯해서 의사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저에게 시를 쓰는 것은 언제나 어렵지만, 기교도 모르고, 깊은 사상도 없이, 그냥 일기 쓰는 기분으로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립암센터의 향후 행보가 궁금합니다. 암센터의 최근 관심 분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십시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국립암센터가 다른 의료기관처럼 암 치료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립의료기관들이 하지 못하는 일이지만, 국민건강에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우리 국립암센터가 해야 할 일입니다.

그게 바로 암 예방을 위한 활동입니다. 이윤 창출이 중요한 사립의료기관들은 암 예방에 힘써야 할 의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국립암센터마저 그렇게 되어서는 안되겠지요. 또한, 암의 치료에 있어서도 신약과 신치료 기술이 등장하면 사립의료기관들은 그 효과를 강조하는 경향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국립암센터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암 치료의 표준을 제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로봇 수술이 등장하면 그 좋은 점만 강조하는 경향이 생깁니다만, 국립암센터는 그 한계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현재 국립암센터가 국가암정보센터를 운영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암 치료성적이 좋아지면서, 암 생존자가 2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암 생존자들은 치료로 인한 합병증이나 부작용으로 여전히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한, 재발이나 전이에 대한 불안에서 오는 스트레스, 직장이나 사회로의 복귀의 어려움 등 많은 문제점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국립암센터는 암 생존자들이 신체적, 정신적인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물론, 일상복귀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려고 합니다.

또 최첨단 암 연구로 암 환자와 국민들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국립암센터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암 연구를 확대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11개 기관의 암 임상데이터를 표준화한 암 라이브러리 플랫폼을 구축하고,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과 같은 국가 단위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빅데이터 핵심역량을 키워왔습니다. 앞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암 연구·치료·신약개발 등 미래의료를 선도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평화의료사업을 통해 남북교류협력의 기반을 만들고자 합니다. 국립암센터가 접경지역에 있다보니 평화의료에 기여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건강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지자체와 보건의료협력사업을 추진하는 등 보건의료를 기반으로 하는 평화협력의 교두보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는 암입니다. 2위 심장질환, 3위 폐렴, 4위 뇌혈관질환의 사망자를 다 합해도 1위와 비슷할 정도로 압도적인 1위입니다. 한마디로 암을 해결하지 않으면 국민건강을 지키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국립암센터는 국민을 암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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