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디지털화폐 도입 촉진한 가상화폐, 新 화폐 전쟁 시작되나
[MonthlyNow] 디지털화폐 도입 촉진한 가상화폐, 新 화폐 전쟁 시작되나
  • 김민이 기자
  • 승인 2021.05.25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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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이미지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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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의 향방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미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디지털 달러(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의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가 개최한 행사에 연사로 참석한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가 “Fed가 달러화의 디지털화를 위한 공공부문의 개입과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밝힌 것이다. 이는 Fed가 디지털 달러 도입을 사실상 결정하고 중국 등과의 경쟁에 대비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운 것이라 풀이된다.

 

디지털 화폐둘러싼 패권경쟁

암호화폐와 관련한 이슈가 연일 이어진다. 지난 2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비트코인이 종종 불법에 사용된다라며, “거래 수단으로 쓰기에는 매우 비효율적이며 투기적이고 변동성도 매우 높다라고 지적한 가운데 최근 랜섬웨어 공격으로 시스템 가동이 중단된 콜로니얼파이프라인이 해커들에게 440만 달러를 비트코인으로 지급한 사건과 중국의 암호화폐 규제 소식이 전해지며 비트코인은 하루 새 30% 가까이 폭락했다. 미 재무부는 1만 달러 이상 거래 신고 의무화라는 조처하며 암호화폐에 대한 본격적 규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일련의 사건들은 FedCBDC 관련 논의에 불을 붙인 듯하다. CBDC는 별도 발권 시스템을 통해 기존 화폐의 제조, 발행, 환수, 거래 등을 대체하는 디지털 전자화폐다. 암호화폐와 기능이 유사하지만, 민간이 아닌 중앙은행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올여름에 디지털 화폐 관련 토론서를 발행할 것이라 밝히며 CBDC 공론화 의지를 시사했다. 한쪽에서는 암호화폐를 옥죄고 다른 쪽에서는 디지털 달러를 도입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간 CBDC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Fed의 변화에 차세대 거래 수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e-CNY) 조성 움직임 또한 Fed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중국은 2014년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한 이래 지난해 10월에는 베이징, 선전, 쑤저우, 청두 등 도시에서 디지털위안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전에 사용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CBDC가 미중 양국의 새로운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화폐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우샤오촨 전 인민은행 총재는 한 포럼에서 중국 당국이 디지털 위안화로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도전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발행에 속도를 내는 데에 사회통제와 더불어 달러 지배력 약화라는 속내가 담겨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 또한 디지털 위안화에 힘을 싣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세계 각국은 저마다 디지털 화폐 도입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스웨덴 등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가 CBDC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웨덴은 지난해 2월 유럽 최초로 디지털화폐 이크로나(e-Krona)를 모의구현했다. 유럽중앙은행은 2019년 말 CBDC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디지털유로 발행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다.

 

 

새롭게 구축되는 금융 세계, 패권은 누구의 손에

각국 정부가 CBDC 선점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모의실험을 시작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8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에 착수할 것이라 밝혔다. 한은의 CBDC 모의실험은 가상환경에서 CBDC를 제조, 발행, 유통, 환수, 폐기하는 등 생애주기별 처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분산원장 기반의 원장관리 기술,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위변조 방지를 위한 보안기술, 전자지갑 기반 기술 등을 CBDC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을지 점검한다. 한은은 앞으로 진행할 모의실험 자체가 발행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CBDC가 현금 없는 사회, 금융비용 감소, 통화·재정정책 효율화 등 장점이 많지만, 개인정보 침해나 민간은행의 뱅크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등 단점이 공존하기에 상용화를 위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CBDC를 어떤 목적, 어떤 형태, 어떤 구조로 발행하냐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어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라면서도 그런데도 CBDC가 발행되면 가상자산 시장에는 영향을 줄 것이라 말했다.

CBDC와 관련한 세계 각국의 움직임에 관해 일각에서는 몸집이 커진 민간 가상화폐 시장과 중앙은행이 화폐 발행권을 둘러싼 금융 권력 경쟁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화를 지향하는 가상화폐가 역설적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CBDC 도입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돈이 몰리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경고를 잇달아 내놓으며 위험성을 부각하고 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이사는 민간 가상화폐가 결제 시스템을 부서뜨릴 수 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더불어 전 세계 디지털 화폐의 표준을 만드는 데 Fed의 역할이 필요하다라며 세계 CBDC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을 공고히 다졌다.

세계 각국이 참전한 CBDC 경쟁은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을 앞당기고 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국경을 허물고 전 세계를 연결하며 새로운 경제를 창출할 것이다. 새로운 금융 세계의 패권을 누가 거머쥘 것인지 귀추를 주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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