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동물, 식물이 도시에서도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사람, 동물, 식물이 도시에서도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1.06.01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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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학교 생명공학대학 환경원예·조경학부 녹지조경학과 김남춘 교수
단국대학교 생명공학대학 환경원예·조경학부 녹지조경학과 김남춘 교수 ⓒ박소연 기자
단국대학교 생명공학대학 환경원예·조경학부 녹지조경학과 김남춘 교수 ⓒ박소연 기자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2~30년 안에 지구 생물의 25%를 사라지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반드시 선제되어야 할 정책으로 생태복원과 조경이 손꼽힌다. 미세먼지, 폭염, 열대야, 황사 발생 등의 해법으로 공공부문의 녹지, 도시공원, 도시 숲, 가로수 등의 보호와 확산은 꾸준히 진행되어 왔지만, 녹지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전문 관리 인력 부족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 김남춘 교수는 이제부터라도 자연친화적인 조경 관리를 통해 도시에 녹지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시 내 녹지를 확보해야만 인간과 동물, 식물이 함께 살 수 있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집에서 나오는 순간 펼쳐지는 빽빽한 나무숲 안에서 사람들이 휴식하고, 동식물이 안전하게 서식하고 이동하는 도시의 장면을 선물하기 위해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기술을 연구한다.

 

환경복원은 생명을 존중하고 인류를 살리는 일

단국대학교 녹지조경학과는 21세기 환경의 시대를 맞이해 자연환경을 보존해 아름답고 쾌적한 도시환경을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도시와 농촌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 김남춘 교수는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한 후, 1986년부터 현재까지 환경조경학과를 비롯해 녹지조경학과, 관상원예학과에서 환경과 조경, 수목학, 식재 설계, 생태복원 계획 및 설계, 생태복원공학 등의 분야를 가르치고 있으며, 환경복원업은 그의 주요한 연구 분야이다. 1999년에 특수대학원인 산업대학원 환경조경학과에 우리나라 최초로 환경복원 전문 석사학위 과정을 도입하였고, 현재까지 녹지조경학과 일반대학원과 부동산건설대학원 환경복원·조경학과를 통해 200여 명의 석·박사 학위의 생태복원 전문인력을 배출하였다.

202012, 자연환경보전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개발사업 시 생태적 가치가 낮은 지역으로 개발을 유도하고,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과하는 생태계 보전협력금의 명칭을 변경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이번 개정안은 발의 당시 반대도 있었지만, 생물다양성이 매우 중요한 국가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는 현재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일부가 통과되었다. 이 과정에서 김 교수는 분야의 오랜 전문가로서 한국환경복원학회를 창립하고 국제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환경복원업 신설 타당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자연환경관리 전문인력 활용과 자연환경복원업 설치 근거가 이번 개정안에 명시되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또한, 이와 함께 자연환경복원업을 규정하는 법적 근거가 조속히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자연환경보전사업이 자연환경을 체계적으로 보전·복원하고, 생물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훼손 생태계를 복원해 생물 서식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인 만큼 자연생태계 및 관련 제도에 관한 전문지식과 생태공학기술을 갖추고 현황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한 예측·진단·분석·종합평가·보전 및 복원대책 수립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자연생태복원기사, 자연환경관리기술사와 같은 전문 인력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해왔다. , 업무의 영역 또한 1) 훼손 생태계 복원 2) 대체서식지 조성 3) ()생태계, 대체자연 조성 4) 자연환경보전·이용시설 설치 등의 4개로 구분하고, 이에 따른 업무 범위를 설정해 전문적인 업무의 세분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202012월에 통과된 자연환경보전법상 자연환경보전의 기본원칙에서는 자연환경 복원 시 축적된 과학적 지식과 정보의 활용, 관계기관·전문가 등의 참여와 협력이 명시되어 있다. 환경부에서는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서식지 복원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주관의 녹색기술에서 생태복원기술은 환경보호 및 보전항목으로 분류되고 모니터링, 생태계, 재료, 생물종 복원 등으로 구분되어 기술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이 밖에도 김 교수는 도시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하고, 친환경건축물을 유도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도시생태계회복력 기술을 개발하고, 국가 및 지방의 생물다양성계획(ICLEI) 등 환경과 관련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 ICLEI(International Council for Local Environmental Iitiatives)는 환경문제에 대한 국제협력과 효율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세워진 세계 최대의 지방정부 네트워크로, 1990년 유엔(UN)의 후원으로 공식 출범했다. 저탄소, 회복력, 자원순환, 자연기반, 사람 중심의 공정한 발전을 지향하며, 125개국, 2,500여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가입해 활동 중이다. 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2)가 강원도 평창에서 2014년도에 개최되었고, ‘아이치 목표달성을 위한 다양한 지방과 정부 간 협력 강화, 지속가능발전목표로서 생물다양성과 도시의 연계에 대한 발전적 대안 마련이 제시되었다. 또한, 노버트 뮐러 URBIO 회장과 데이비드 캐드먼 ICLEI 회장의 참석하에 이루어진 ‘URBIO 2014 총회500여 명의 국내외 학자들과 함께 인천 송도 포스코컨벤션센터에서 3일간 개최되면서 김 교수 역시 함께하여 물의 보전과 복원, 그리고 생물다양성 증진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ICLEI 총회에서 URBIO 결의안을 발표하였다.

 

건강한 도시생태계를 연구하는 전문가

1980년대부터 환경, 조경 관련 분야에 몸담아온 만큼 김남춘 교수의 연구 성과는 독보적이다. 연구 보고서, 논문, 저서/역서, 학술발표 등을 더하면 몇 백 건에 이를 정도다. 대표적인 활동으로 환경복원기술학회의 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국제도시생물다양성설계(URBIO)의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자연환경의 보전·관리·재생에 관한 동아시아 중심의 공동 컨소시엄인 ICLEE(International Consortium of Landscape and Ecological Engineering)의 회장으로도 활동했다.

최근에는 수원시, 서울대학교 류영렬 교수와 손을 잡고 도시생태계 건강성 증진 기술 개발사업업무를 협약하고, 2022년까지 국비 81억 원을 지원받아 미세먼지, 열섬현상 등 도시환경의 개선을 위한 생태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생태계 기능을 강화하는 기술을 개발해 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번 협약에 따라 서울대학교와 단국대학교는 도시생태계 기능 강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수원시는 대학이 개발한 기술적용을 위해 시험공간과 도시생태 정보를 제공한다. 김 교수는 그중에서도 ‘Bio+City(바이오 플러스시티, 생태도시) 구현을 위한 회복력 향상 패키지 기술을 중심 연구과제로 수행하고 있다. 바이오 플러스시티는 도심의 자투리땅이나 공원에 다람쥐 등 생물이 살 수 있는 생태 비오톱(biotope, 도시개발과정에서 최소한의 자연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물군집 서식지의 공간적 경계)을 조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생물에게 필요한 환경과 생애주기별 맞춤형 서식공간을 조성하며 생태계 회복력을 향상시킨다.

 

단국대학교 생명공학대학 환경원예·조경학부 녹지조경학과 김남춘 교수 ⓒ박소연 기자
단국대학교 생명공학대학 환경원예·조경학부 녹지조경학과 김남춘 교수 ⓒ박소연 기자

시민이 자연을 체감할 수 있는 바이오 플러스시티구현

김남춘 교수가 도시생태계 회복력이 높은 도시, 생태 네트워크가 구축된 도시, 시민이 자연을 체감할 수 있는 도시를 바이오 플러스시티라 명명해 제안한 ‘Bio+City 구현을 위한 회복력 향상 패키지 기술 개발 연구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채택되며 첫 테스트를 수원시에서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 플러스시티를 대표하는 도시가 싱가포르에요. 싱가포르는 바이오필릭시티 국제 연대 도시이면서 사람들이 어디서나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도시입니다.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도시 1위로 꼽기도 하죠. 싱가포르 같은 도시를 참고해 인간과 생물이 함께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3년째 연구를 이어오고 있어요. 수원시를 출발로 전국으로, 해외로도 확장하려고 합니다.”

건물과 도로에 의해 현재 도시의 생태계 시스템은 단절되었고, 생태계 구조가 단순화되어 생물의 다양성이 저하되었으며,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도시 내 녹지공간의 부족, 미세먼지, 열섬현상 등 기후변화의 대응이 약화되었다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이에 김 교수는 연구, 기술개발, 정책 파트로 역할을 구분해 도시생태계의 요구기능 분석 및 회복력 연구, 맞춤형 모듈 및 패키지화 기술개발, 시민 체감형 제도 및 정책 제안으로 단계를 수립해 세부적인 과제들을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여기에는 도시 내 서식이 가능한 생물들을 위한 생물다양성 숲으로 연계된 녹지축을 만들고, 가로 및 녹지공간 LID, 공기정화 시스템, IoT 모니터링, 옥상, 벽면, 지하 공간의 녹화 등 건축물과 구조물에 입체 녹화 및 서식지를 조성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 기업인 우영, 다인, 장안, 한국그린인프라, 한설그린이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기초연구와 시작품 개발 및 연구 단계를 거쳐 테스트베드 단계를 진행 중입니다. 이를 통해 도시 생태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요인별 회복력을 향상시키고, 생물다양성 숲 테스트베드의 조성과 생물종 생애주기 맞춤형 모듈화 시작품의 현장 검증도 실시할 계획입니다. 모니터링을 통한 도시생태계의 변화양상을 파악해 데이터를 구축한 이후, 시제품을 출시하고 바이오 플러스시티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구축하려고 합니다.”

진행 중인 바이오 플러스시티프로젝트를 통해 기존 도시생태계의 질적, 양적 향상 및 개선 효과를 도출하는 것을 가까운 목표로 하며, 이를 통해 필()환경시대에 생태계 교육의 장으로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환경변화에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해지고, 도시환경문제의 솔루션 또한 제공하면서 나아가 생태계 환경의 가치를 상승시켜 환경, 조경, 복원, 건축 등의 분야에서 인력 시장 확대, 국가 예산 절감, 해외시장으로의 진출도 꿈꾸고 있다.

 

단국대학교 생명공학대학 환경원예·조경학부 녹지조경학과 김남춘 교수 ⓒ박소연 기자
단국대학교 생명공학대학 환경원예·조경학부 녹지조경학과 김남춘 교수 ⓒ박소연 기자

인류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기회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본회의에서 195개 당사국은 새로운 기후협약인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채택했다. 이 협정은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의 평균온도가 2도 이상, 더 나아가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연합 국가를 비롯한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은 이를 위해 탄소중립을 앞 다퉈 선언하고 있다. 앞으로 탄소중립이 기후위기 문제를 넘어 글로벌 경제와 외교, 통상 등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탄소중립이란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숲과 훼손지 복원 등으로 온실가스 흡수량을 증가시키거나 에너지, 산업, 수송, 건물, 폐기물, 농축수산 등의 분야별로 더욱 향상된 기술을 활용해 온실가스를 제거하며, 이를 위한 국가 전반의 혁신적인 제도 기반을 마련해 실질적인 배출량이 ‘0’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지난해 10, 우리 정부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탄소중립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김남춘 교수는 국가와 도시 생물다양성을 위한 충실한 계획과 입체 녹화, LID, 생물다양성 숲과 서식처를 제공하는 도시생태계 회복력 향상 기술의 적용과 확대 의견을 내놓는다. 국내 화력발전소와 같은 대규모 사업장은 자연 청정기술을 적용하여 생태계 회복과 미세먼지 저감, 이산화탄소 흡수량 증가에 도움을 주는 ESG 경영 체제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건설로 발생하는 훼손비탈면의 친환경적 복원기술의 개발과 적용 확대를 위한 도로비탈면 설계 및 시공지침(2009, 국토교통부)’의 개정도 바라고 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회복력 향상 패키지 기술이 많이 확대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입체 녹화나 사업장에 자연 청정기술을 적용하는 등 친환경건축물에 이점을 주는 것 같은 정책도 필요할 것 같아요. 생태면적률 등 정책과 제도의 개선도 필요합니다. 생태면적률은 전체 개발 면적 중에 생태적 기능 및 자연순환 기능이 있는 토양 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도시생태계 회복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생태환경요소들이 무시되고, 독일에서 정한 기준이 우리나라 기후 등과 맞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제도적인 모순을 고찰하고, 현실적인 새로운 기준을 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과 같은 도시 건설이 계속되면 삭막한 도시가 될 거예요. 사람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자연과 단절되지 않는, 가까운 곳에 자연을 둔 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환경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사업에 도시생태계 회복력 향상 기술은 필수적으로 반영되어야 합니다.”

국제과학 공동협의체인 글로벌 카본 프로젝트(GCP)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연간 6112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세계 9위의 배출국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지구온난화 1.5특별보고서의 목표를 이행하려면 2030년까지 CO배출량을 31128만 톤으로 감축해야 한다. 앞으로 최소한 10년간 전년도보다 매년 5.95% 이상 감축이라는 강행군이 불가피한 실정이지만,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자연과 에너지가 공존하는 생태 도시를 구축할 수 있도록 개인과 국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기후변화 대응은 생태복원으로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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