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강동석 예술감독 - “음악을 이해하는 힘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강동석 예술감독 - “음악을 이해하는 힘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
  • 김예진 기자
  • 승인 2021.05.27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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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강동석 예술감독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틀림없이 행복한 5월이었으리라.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 윤보선 고택에서 열린 제16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올 봄, 유수의 클래식 명작들을 무대 위에 올렸기 때문이다. ‘환희의 송가(Ode to Joy)’라는 주제 아래 열린 이번 축제는 베토벤 교향곡 94악장의 가사로 쓰인 동명의 노래만큼 인류애를 찬양하는 메시지로 가득했다. 이 아름다운 선율 한가운데에서 축제의 면면을 진두지휘한 강동석 예술감독을 만나 짙어지는 여름을 찬양하는 멜로디의 여운을 짙게 느끼고 돌아왔다.

 

최근 막 내린 제16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에 대해 소감 부탁드립니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의 여파로 축제 일정이 한차례 연기되어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올해 <환희의 송가>를 주제로 축제를 무탈하게 마친 소회도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작년에 이어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축제를 무사히 마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인 시간들이었습니다. 청중을 50% 축소하여 소규모로 진행된 행사이지만 걱정과 달리 무탈하게 마무리되어 다행입니다. 수용 가능한 관객의 규모는 축소되었어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더불어 방역수칙을 꼼꼼히 신경 쓰면서 긴장 속에서 준비한 축제였습니다. 연주자와 관객 모두에게 도전이 되는 시간이었을 텐데, 실내악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두루 충족하는 축제였기를 바랍니다.

 

매년 봄 서울에서 열리는SSF, 16회를 이어온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대한소개 말씀을 직접 들어보고 싶습니다. 준비기간 가장신경 쓰셨던 부분이 무엇인지도 듣고싶습니다.

국내 최초의 실내악 축제라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낍니다. 이런 규모의 실내악축제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보아도 기존에 없던 행사였지요. 16년 동안 좋아하는 음악을 즐기고 찬양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이미 충분히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오늘날이 오기까지 함께 애써주시고 도움을 주신 분들의 노고가 참 커요. 매년 달라진 점들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고요.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실내악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되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많은 연주자들 역시 실내악 공연을 염두에 두고 연마하고 있고요. 저희뿐만 아니라 소규모 실내악 페스티벌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클래식 음악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고 해야 할지 서울실내악축제가 그 과정에 작은 긍정적인 영향이나마 미쳤다고 생각하면 기쁠 따름입니다.

 

국내 실내악 대중화에 귀감이 되는 활동을 이어오셨습니다. 특히 SSF는 실내악을 바탕으로 한 높은 문화적 접근성과 더불어 세계적 수준의 공연으로 주목받았는데요. 올해의 프로그램 기획과정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좋은 곡이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물론 작년과 올해는 특별한 펜데믹과 같은 시대적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부지런히 준비했던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지난한 과정들이 많았습니다. 급변하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하는 일들이 녹록치 않았는데요. 덕분에 급작스러운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노하우를 많이 얻은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서는 총책임자로서 신예 연주자 발굴에도 힘쓰고 계신것으로 압니다. 그간 감독님과 함께한 각국의 유망한 연주자들에 대한 소개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여건에 맞게, 최대한 우수한 연주자를 섭외하려고 합니다. 유명세만이 섭외 포인트가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실내악은 솔로와 달라서 좋은 연주자를 두루 발굴하는 일에 배로 더 신경을 써야 하지요. 기존의 연주자와 새 연주자의 조화를 맞추는 과정도 중요하겠고요. 기존에 저와 함께 호흡을 맞춘 연주자들과도 꾸준히 무대 위에 서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해외 곳곳을 방문하시며 직접 연주자 섭외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국내외 음악계 선후배들과 많은 소통을 하고 계실 텐데요. 분야 동료이자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평소 전하는 말씀이 있으신지요?

모든 연주자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공유하며 회의하고 있어요. 선후배의 개념보다는 함께 연주하며 배우는 동료처럼 지낸다고 할까요. 수평적인 분위기 속에서 연주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젊은 연주자는 경험 있는 연주자에게 노하우를 배우고, 경험자는 젊은 연주자의 신선함과 새로운 음악적 해석을 느끼고 있습니다. 서로가 하나의 좋은 음악을 만들어가는 데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어요.

 

7세의 나이에 연주회를 하는 음악 천재로 불리며, 유학길을 거쳐 음악 공부에 매진하며 세계적인 음악가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대단한 이력을 만들어내셨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자신을 스스로 어떻게 표현하실지 궁금합니다.

쉽지 않은 질문입니다(웃음). 지금까지의 저는 말하자면 순수한 예술을 지향하고자 애썼습니다. 그러나 예술가로서의 갈 길은 아직도 멀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어떤 면에선 만족하지만 어떤 면에선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세상이 많이 바뀐 만큼 젊었을 때의 커리어와 요즘 세대들이 원하는 커리어의 차이가 느껴지기도 하고요. 음악가로서 순수한 열정을 잃지 않고 계속 나아가고 싶습니다. 연주는 하면 할수록 음악에 대한 소양을 갈망하게 되는 것 같아요. 배울 것이 아직도 많고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또 제가 이 일을 정말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매순간 느낍니다.

 

연세대학교 재직 당시 교육자로의 시간 또한 감독님께 귀중한 기억일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서는 과거 다른 인터뷰에서 음악은 작은 것부터 고민하고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라며 음악을 대하는 자세를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음악의 길을 꿈꾸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음악을 배우고 성숙해지는 과정은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요즘은 무엇이든 빨리 두각을 나타내고 성공을 해야만 미덕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요. 내용을 성실히 수행하고 이해하면서 깊이 파고드는 인내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그 과정을 조급해 하지 않고 여유롭게 지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시대이지만, 결과물을 향한 욕심보다는 진중함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조금씩 더해지면 좋겠습니다.

 

20211분기를 지나 여름을 맞이하며 감독님의 향후계획이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계신 꿈이나 목표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무언가 좋아하는 일에 계속 도전하기란 쉽지만은 않습니다. 중간에 포기하거나 다른 길로 새는 분들도 많고요. 중요한 건 자신이 진심으로 음악을 좋아하는지, 자기 인생에서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진지하게 점검하고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야 오래 갈 수 있겠지요. 남다른 마음가짐이 없으면 사실 힘든 길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랑하는 일을 꾸준히 즐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 때문에, 좌절과 실망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구력을 갖추고 계속해서 현장에 남고 싶은 바람입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강동석 예술감독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감독님의 원동력이 있으셨는지요? 그간 바삐 활동해오시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 지도 궁금합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도 처음에는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결국 한국 음악계에 필요한 일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미래 시대의 젊은 음악가를 상상하며 나름대로 사명감을 갖고 시작했던 일이고요. 지금의 자리까지 이끌어온 것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과 뿌듯함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저는 간염퇴치 운동과 같은 각종 캠페인에 음악을 더해 음악적으로 사회적 봉사를 하고 있어요. 세상에 음악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앞으로 제 일을 즐거이 해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각계에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계 역시 응원과 독려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음원이나 영상을 통한 음악이 아닌, 현장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실제 공연에 목말라하는 관객들도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시는 말씀, 응원이나 격려의 좋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요즘은 계획을 세우기가 참 불투명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정상적인 루틴이 완전히 망가지기도 했고요. 다행히 한국에서는 음악 공연을 열 기회가 조금씩이나마 있기 때문에 미래가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상황이 완전히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주변 상황에 굴하지 않고 평소보다 멀리 바라보며 유연하게 음악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현장 공연을 대체하는 비대면 무대가 많아지고 있지만, 그래도 음악은 역시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감각이 제일이지요. 그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하고 귀한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철저한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더 많은 관객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싶어요.

 

끝으로 강동석 감독은 실내악에 대한 소박한 매력을 고취시켰다.

사실 실내악에 대해 잘 모르거나 막연히 즐기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즐겁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다양한 악기 연주자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다채롭고 풍성한 공연이라고 여겨주시면 좋겠어요. 실내악은 아늑하고 다정한 멋과 정취가 있는 장르입니다. 직접 현장에서 들어보시면 아마 오랜시간 기분 좋은 경험으로 새겨지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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