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상기억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삽입형 의료디바이스의 실용화·상용화에 도전하다
형상기억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삽입형 의료디바이스의 실용화·상용화에 도전하다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1.06.01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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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학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공학교실 교수
성학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공학교실 교수
성학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공학교실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일정한 온도 등 특정 자극이 주어졌을 때 가해진 일시적 변형으로부터 처음 상태로 되돌아오는 고분자인 형상기억 고분자는 우수한 형상복원력과 낮은 생산비용, 생체적합성 등의 장점으로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발히 연구 및 활용되어왔다. 그러나 바이오 및 의료산업에 적용해 상용화까지 성공한 사례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기 힘들다. 이는 형상기억 고분자를 활용한 의료기기 개발에 성공한 티엠디랩이 주목받는 이유다.

 

 

플랫폼 기술 통한 연구기반 공유라는 사명감

미국 조지아공대, 에모리의대에서 의공학을 전공한 후 벤더빌트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2018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공학교실로 자리를 옮긴 성학준 교수는 의료소재 및 재생의공학 분야 융합연구를 수행해왔다. 형상기억 인체삽입형 의료소재 및 디바이스, 솜사탕 기반 인체삽입형 생체칩, 세포 유래 나노전달 기술, 세포 맞춤형 배양 시스템 등 4가지 플랫폼 기술을 연구기반으로 응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삽입형 의료기기 고분자 소재를 활용한 연구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년 전 학위과정부터 한 가지 의료용 고분자 소재에 관심이 있었다며, 이를 세포 배양, 조직공학 스캐폴드, 주입형 약물/세포 전달체 등에 활용해왔다고 설명했다. 2008년부터는 고분자에 형상기억능을 부여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집중하여 성질 조절이 가능한 라이브러리 형식의 의료고분자 소재를 5세대에 거쳐 업그레이드해왔다.

형상기억 소재는 최소 침투적(minimally invasive)으로 인체 내 삽입이 가능하며, 시술자가 원하는 온도에 반응하여 형체를 복원한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인체 기능의 복원 또는 수복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성 소재로 쓰인다. 미국의 공인 연구비 100억 원 이상을 수주해 기초개발을 완성한 성 교수는 과학자상, 혁신기술 이전 대상, 혁신창업 대상 등을 받으며 해당 연구의 질적, 실용화적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한국에 들어오면서는 3세대 형상기억 고분자 라이브러리를 만들고, 소재 및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한 의미 있는 논문을 연속 발표하며 이목을 끌었다. 성 교수는 대표적 융합연구로 손꼽히는 의공학인만큼 플랫폼 기술을 통해 연구기반을 공유하겠다는 의무적 철학을 바탕으로 소재 중심 연구를 통해 형상기억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삽입형 의료디바이스를 실용화 및 상용화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21 KCA 우수 전문인 어위즈올해의 교수 부문에 선정되기도 했다.

의공학은 융합학문이자 실용학문입니다. 실제로 사용되며 사람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기술과 의료기기들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죠. 실용화 및 사업화에 초점을 맞추고 보다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R&D 특화기업 티엠디랩, 첨단기술 적용한 제품 상용화 이어가

성학준 교수는 2018년 국내에 복귀하며 연구개발 기업인 티엠디랩(Transformative Medical Device LAB)을 설립했다. 연구재단 캠퍼스 내 창업과제를 통해 연세대 의료원에 설립되었으며, 형상기억 소재 및 인체삽입형 의료기기를 주 아이템으로 한다. 회사 인력의 50% 이상이 연구에 집중된 R&D 특화기업으로서 형상기억 고분자 소재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와 이러한 소재를 응용한 인체삽입형 의료기기의 최대 다양성 확보를 목표로 한다. 성 교수는 대부분 인체삽입형 디바이스에 쓰이는 실리콘 소재의 고질적 문제점인 미생물 감염에 의한 바이오 필름 형성을 현저히 저지하며, 실리콘 소재의 보강 또는 대체가 가능한 용도 맞춤형 형상기억능 조절, 물성 및 디자인 최적화 등의 첨단기술을 적용해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되는 소재와 삽입형 의료 디바이스들은 전 세계 의료기기 회사에 기술 이전되고 있으며, 지역 판권 점유 회사들과의 공동 사업화 모델구축을 진행 중이다. 더불어 혈관 적용 디바이스, 성형 보형물, 안과 시술 디바이스, 비혈관계 스텐트, 약물전달체, 척추보조 디바이스, 치과 치료 디바이스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한국과 미국 식약처 허가에 매진하고 있다.

“R&D 특화 전략은 소재와 디바이스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고 다양한 기능성을 보강할 수 있다는 티엠디랩만의 강점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는 치열한 지식재산권 분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음을 의미하죠. 또한, 보다 효율적인 사업화 모델에 접근하는 바탕이 되어줄 것입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던 당시 성 교수는 미국 연구재단(NSF)에서 기술사업화의 가능성에 대한 제안을 받아 미국 정부 주도 혁신 기술사업화(I-Corp) 코호트에 참여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FDA와 미국 대형 바이오 기업에서 온 전문가들에게서 교육 및 사업화 컨설팅을 받으며 사업화 가능성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는 원천기술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국 의료기기 산업 분야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티엠디랩을 창업했다는 설명이다.

티엠디랩은 범부처 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이 주관하는 4차 산업혁명 및 미래의료환경 선도사업의 의료기기 맞춤형 소재 및 소자 분야의 신규 국책과제로 선정, 장기이식 수술, 유방 재건 수술 등 외과 수술 시 혈관 내부의 협착을 방지하는 인체삽입형 고분자 의료기기 개발 및 제품화에 나섰다. 성 교수는 티엠디랩이 보유하고 있는 고분자 합성 기술을 기반으로 강도가 현저히 개선된 5세대 형상기억고분자 소재를 개발하고, 캐리마의 3D프린팅 기술을 통해 의료기기 제작 공정을 확립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장기이식술, 조직 재건술, 관상동맥우회로술, 동정맥루술 등 다양한 외과 수술 시 소구경 혈관을 문합하는 혈관 미세 수술이 필수적으로 동반되는데, 이 과정에서 혈관 외벽에서 혈류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도해 혈관 협착을 방지하고 궁극적으로는 외과 이식술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혈관 문합부 보조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과제에는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외과 전문의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외과 이식술 동물 모델을 개발하고, 유효성 및 안정성 평가를 진행하는 등 임상현장의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한다. 성 교수는 실용화가 가능한 융합연구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5세대 형상기억고분자 소재 기술을 개발하게 되면 질병의 종류, 유치 부위, 시술 방법, 물성 요구치 등이 모두 다른 다양한 의료기기 개발로 확장될 것입니다. 특히 강도가 현저히 개선된 체온 감응형 고분자 소재의 개발로 기존의 혈관, 비혈관, 안과, 성형 등 연조직 위주의 적용 부위에서 정형외과, 치과 등 물리적·기계적 강성이 요구되는 경조직 디바이스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성학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공학교실 교수 ⓒ유지연 기자
성학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공학교실 교수 ⓒ유지연 기자

학문적 교류 및 인재양성으로 의공학 저변확대

성학준 교수는 첨단재생바이오 법 시행과 관련한 심의위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생명보건의료분야 등 정부와 관계한 대외 활동을 이어왔다. 더불어 미국과 한국 의공학 공동학회 (K-Biomedical Engineering Society: KBMES)executive director 역할에서 얻은 경험을 한국바이오칩학회(이사), 대한 심장학회 혈관연구회(의공학 분과위원장) 등 융합연구 학회와 임상학회에 적용하는 활동을 수행 중이다. 교내에서는 올해부터 의학공학교실 주임교수 및 연세의료원 교평위원 역할을 맡았다. 그는 2020년 연세대 의대 우수 연구 업적상을 수상하는 한편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Advanced Materials에서 2021년 메달 수상 강연을 초청받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3건의 특허 기술 이전을 진행했으며, 연내 1~2건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논문 발표도 인상적이다. 최근 임팩트 팩터 10 이상인 논문을 7편 발표한데 이어 올해는 15개로 늘릴 것을 목표로 한다. 성 교수는 이러한 성과의 일환으로 실험실 소속 박사님들이 전임 교수로 채용되는 기쁨을 누렸다며, 더 많은 연구원이 자리를 잡아 사회에 좋은 인재로 기여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성 교수는 무엇보다 전문적인 인재양성에 힘을 쏟고 있었다. 귀국 후 이미 3명의 실험실 구성원들이 회사 대표와 전임 교수직 등으로의 커리어 개발에 성공했다. 젊은 의사들이 실험실에 전속 인원으로 참여하는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그는 이러한 열기는 의공학 분야가 전 세계의 선도 대학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투자하는 분야라는 반증이라 말했다. 나아가 실험실을 통해 다양한 전공자들을 의학의 미충족 요소들을 개발하기 위한 기초 원리를 적용해 첨단공학 기술을 이용하는 의공학 전문 인재로 양성해 더 많은 학교와 산업계 및 해외로 진출시키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다짐했다.

 

기술에 가치를 부여해 혜택을 공유하는 기술플랫폼

실용 융합연구인 의공학자로서 항상 기술에 가치를 부여하여 실용화·상용화하겠다라는 목적을 갖고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특허 확보 및 특허의 기술 가치를 높이고자 상위 1% 저널에 항상 도전하죠. 이는 기술의 가치를 높이고, 기술 진보의 혜택을 세상과 공유함으로써 학계는 물론 산업계에서 인정받기 위한 저만의 전략입니다.”

성학준 교수의 연구는 공유에 방점을 찍는다. 자신의 연구 성과가 의학계에 공유되는 것을 넘어 상용화를 통해 회사가 창립되고 직원들이 채용되어 행복하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술공유라 말하는 그다. 나아가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공유되어 최종 혜택을 전하는 사회적·경제적 플랫폼으로서의 기술 개발을 꿈꾸고 있었다. 이러한 기술플랫폼 구축을 위해 그가 가장 무게를 싣는 것은 융합이었다. 의료원에 자리했다는 접근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순수학문과 첨단공학, 의료계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미국의 경우 20년 전부터 융합학문에 집중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며, 최근 국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만큼 미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국내에 실용 융합연구의 모델을 제시하는데 힘을 쏟아부을 것이라 말했다.

기술사업화를 제가 직접 하지 않더라도 관심이 있는 후학 및 동료들과 함께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도전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강박감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속 성장해가는 모델이 되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성 교수는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모든 보건의료 산업 종사자 및 교육 연구자들의 노력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희망을 갖고 노력하자는 당부의 말과 함께였다. 그는 우리도 모르게 좀 더 교육적, 연구적, 사회적으로 성숙하고 진화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긍정적 생각을 갖고 현실에 보다 충실하다보면 어느새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응원했다.

미국의 제 모교에 가면 가장 현명한 아이디어는 학생들로부터 들어라라는 문구가 새겨진 동상이 있습니다. 현명함이란 학점이나 출신 학교가 아닌 연구에 대한 즐거움을 동반한 열의와 자기 동기화된 노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학파가 아닌 다양성이 인정된 보다 진화된 형태의 연결을 만들고, 뜻을 같이하며 사회에 기여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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