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석 국립재활원장 - “장애인 재활은 마라톤 달리기, 가까이서 환자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응원할 것”
이범석 국립재활원장 - “장애인 재활은 마라톤 달리기, 가까이서 환자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응원할 것”
  • 김영록 기자
  • 승인 2021.05.31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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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미래를 선도하는 건강한 대한민국

‘대한민국에서 제일 행복한 재활의학과 의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범석 국립재활원장. 국립재활원에서 환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장애인들을 위해서 소신껏 일할 수 있었고, 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재활프로그램을 만들고, 우리나라 재활 시스템 개선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정말로 행복하다는 그다. 이 원장은 직원들이 행복한 국립재활원을 만들고, 장애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을 꿈꾸고 있다.

 

이범석 국립재활원 원장 Ⓒ김영록 기자

원장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더불어 국민들께 국립재활원의 역할 및 주요 사업에 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국립재활원 원장인 이범석입니다. 1995년부터 국립재활원에 근무하였고 4년 전 원장에 취임하였습니다. 제가 원장으로 있는 국립재활원은 보건복지부 소속 국립기관이고, 260병상의 재활병원과 재활연구소, 그리고 중앙장애인보건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활병원에는 장애 분야별로 전문화된 13명의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많은 첨단 재활로봇 등을 갖추고 있어서 많은 장애인이 가장 입원하고 싶어 하는 병원입니다. 그리고 중앙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전국의 10개소의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7개소의 권역재활병원을 아우르며 우리나라 장애인 재활의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국립재활원에서는 환자들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립재활원에서는 환자들이 퇴원하여 지역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도록 스포츠 체험, 운전훈련, 가옥구조 개선 상담, 직장 및 학업 복귀 상담, 부부 상담과 성(性)재활 상담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사회 복귀 훈련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립재활원의 ‘스마트 돌봄 스페이스’가 기획재정부가 주관하는 ‘제1호 한국판 뉴딜사업’에 선정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왔는데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판 뉴딜사업은 앞으로 한국의 경제를 일으킬 유망한 사업을 선정하여 시상하는 매우 뜻깊은 상입니다. 지난 3월 국립재활원 연구소가 추진하는 ‘스마트돌봄 스페이스’가 제1회 한국판 뉴딜사업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스마트돌봄 스페이스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분을 돌보아 드리는 공간’을 말하는데요, 스마트돌봄이란, 로봇과 첨단장치를 이용하여 돌봄을 스마트하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휠체어에서 침대로 이동하기, 소·대변 처리하기, 식사를 보조하기 등의 돌봄을 보호자가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을 이용하여 쉽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까지 개발된 최첨단의 돌봄 로봇들을 국립재활원 내에 아파트 형태의 공간에 배치하여 그곳에서 직접 돌봄로봇을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국산 돌봄로봇을 개발하는 연구자들이 이곳에서 보호자가 돌봄로봇을 사용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하면서 더 좋은 로봇을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돌봄 로봇이 아직은 여러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앞으로 더 훌륭한 로봇이 개발되어 장애인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2017년 취임하신 후 국립재활원에서 활동해오시면서 원장님께서 기억하시는 보람찼던 사례가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여러 가지 보람된 일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국립재활원이 2017년에 국내에서 최초이며 유일하게 세계보건기구(WHO)의 ‘재활분야 협력센터’로 지정된 것입니다. 저는 의대생 시절부터 어려운 나라의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국립재활원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 된 것이 매우 기쁩니다.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의 다양한 나라의 의사, 간호사, 치료사들이 국립재활원에 와서 연수를 받고 갔습니다. 그리고 국립재활원에서도 팀을 꾸려서 몽골, 캄보디아 등에 가서 ‘재활전문가 양성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특히 장애인 재활 분야에서 그동안 쌓아온 국립재활원의 좋은 노하우를 여러 나라에 알려주고, 전문인력을 훈련하는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가슴 벅찬 일입니다.

또 2020년 가을에는 아시아척수손상학회(ASCoN)가 서울에서 국립재활원 주관으로 열렸는데, 그동안 잘 준비된 국립재활원 직원들이 훌륭하게 강의도 하고 워크샵도 진행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의 많은 척수손상 전문가들과 참가자들에게 대한민국과 국립재활원을 자랑할 좋은 기회였습니다.

[사진=국립재활원]

 

현재 국립재활원의 알려지지 않아 아쉽거나 소개하고 싶으신 사업이 있으실까요?

여러 가지 많이 있지만 두 가지만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전국 어디나 찾아가는 장애인 운전 교육’입니다. 장애로 인해서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분들이 많은데, 장애 특성에 맞는 운전보조 장치가 장착된 차를 운전할 수 있다면 이동이 매우 편해집니다. 장애인이 전국 어디에서라도 연락을 주시면, 국립재활원의 운전강사가 보조장치가 달린 특수차량을 가지고 지방으로 내려가서 며칠 동안 머물면서 운전교육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무료로 진행되어 교육받는 장애인들이 매우 고마워합니다.

두 번째는 건강검진센터입니다. 올해 가을에 국립재활원 내에 신축된 건강검진센터가 개소합니다. 그동안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일반 건강검진센터에서 검사를 받으면, 서서 촬영해야 하는 검사, 방사선 촬영대 위로 올라가야 하는 검사를 받기 어려워 고생하신 경험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검사받기 편안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건강검진센터 건물을 완공하였습니다. 장애인들에게 특별히 더 필요한 검사인 ‘장애특화 검진’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척수손상환자들은 방광과 신장 검사가 매우 중요한데, 장애특성별로 더 자세히 건강검진을 하는 것입니다.

 

정보 격차, 소외 등 코로나19가 장애인에게 미친 영향이 많았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따른 국립재활원의 움직임이 궁금합니다.

코로나 19로 전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장애인들이 겪는 고통은 더 심합니다. 작년 코로나 19에 확진되신 근육병 장애인 한 분은 가족과 활동보조인도 자가 격리되어 꼼짝없이 휠체어에 탄 채로 혼자 지내야만 했습니다. 여러 병원을 알아보았지만, 코로나 전담 병원에서도 식사하기, 소·대변 처리하기 등을 도와줄 활동보조 서비스는 어려운 상황이라 입원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안타까운 사연이 저에게도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국립재활원에서는 코로나 19 확진 장애인들이 입원하는 전담병동을 새로 만들었고, 입원시 일상생활을 도와주는 활동보조 서비스도 제공하였습니다. 이제 장애인 확진자들도 마음 편안하게 입원하여 치료도 받고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게 된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 외래진료를 하다 보면, 장애인들의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비장애인보다 훨씬 더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거의 집에만 있고, 몇 개월에 한 번 큰맘 먹고 외래진료를 오는 일이 유일한 외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울해지고 몸도 마음도 약해진다고 호소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립재활원에서는 온라인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습니다. ‘집콕 장애인의 건강 플러스+’라는 교육 동영상을 제작하여 주 1회 국립재활원 유튜브 채널에 올리고 있습니다. 집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운동프로그램,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건강관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사진=국립재활원]

 

일에 대한 책임감과 소신이 남다르실 텐데요. 현재 원장님의 운영철학 혹은 소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제가 원장으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운영철학은 ‘직원이 행복한 국립재활원’을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국립재활원 직원들에게 “국립재활원에서의 삶이 행복하고 자랑스러운가요?”라고 자주 물어봅니다. 직원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국립재활원은 발전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요즘은 코로나로 각종 행사가 주춤하지만, 직원들의 만족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생일을 맞은 직원들을 위해서 매달 ‘보석의 날’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90년대생 젊은 직원 모임인 ‘세.바.나.(세상을 바꾸는 나인티즈, 90년대생) 모임’, 악성 민원인들에게 시달린 직원을 위해서 ‘민.마.고.(민원인 때문에 마음 고생한 사람들) 모임’, 정년을 앞둔 직원들의 ‘졸업여행’ 등 이외에도 자유로운 모임을 진행합니다.

또 그동안 점심시간에 편히 쉬지 못하는 직원들을 위해 ‘대한민국 국립기관 중 최고의 직원휴게실’을 만들자고 제안하여 카페 분위기의 멋진 직원휴게실이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2인 1실로 운영되는 기숙사를 재배치하여 1인 1실에 각방 개별 에어컨을 설치하였고, 세탁기와 건조기도 설치해 기숙사를 이용하는 젊은 직원들이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재활원에는 작은 뒷동산이 있는데 그동안 방치되었던 동산에 코코아 매트가 깔린 둘레길을 만들고 그네 의자를 설치하였습니다. 매년 식목일에 전 직원들이 참여하는 나무기증 및 식목행사를 하고 있고, 직원을 위해 ‘텃밭 상자’와 ‘꽃밭’을 분양하여 직원들 스스로 채소와 꽃을 관리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습니다.

어떤 직원들은 “원장님, 혹시 이벤트 회사 출신이세요? 왜 이렇게 이벤트가 많아요?”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직원들이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행복해집니다.

 

국내 유일의 재활전문 국립중앙기관으로서, 원장님께서 그리고 계신 국립재활원의 목표와 사명은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자주 이렇게 물어봅니다. “대한민국에서 국립재활원이 갑자기 없어진다면 장애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에 국립재활원 존재의 의미(사명)가 있습니다. 만일 국립재활원이 일개 민간 재활병원이나 대학병원 재활의학과의 역할만 하고 있다면, 굳이 국립재활원이 국립기관으로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관을 위해 정부가 많은 예산과 인력을 들여서 운영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립재활원의 사명은 ‘장애인이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입니다. 장애인이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선의 의료서비스와 재활치료를 통해서 장애인이 건강하도록 돕고, 국가의 장애인 재활 시스템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장애인이 행복한 세상이란 장애인과 가족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세상을 말합니다. 단순한 신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장애인과 가족들이 수준이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세상’을 만드는 것이 국립재활원의 사명이요 저의 간절한 꿈입니다.

이범석 국립재활원 원장 Ⓒ김영록 기자

마지막으로 재활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계시는 장애인들 및 가족들에게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새로 입원한 장애인 가족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장애인 재활은 100m 달리기가 아니고 마라톤이다’라는 것입니다. 가족 중에 한 사람이 갑자기 질병이나 사고로 팔다리가 마비되는 어려움을 겪게 되면, 처음에는 가족들이 100m 달리기를 하듯이 모든 힘을 다하여 최선의 치료를 받으려고 합니다. 초기에 너무 정신없이 뛰기만 해서는 가족들은 금방 지치게 되고, 재활치료를 받아도 장애가 계속 남게 되는 것에 대해서 크게 실망하게 됩니다. 재활치료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마라톤을 뛰듯이 긴 호흡으로 천천히 달리면서 장기전을 대비해야 합니다.

장애인이나 가족들 모두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장애 수용’이 꼭 필요합니다. 내가 비록 장애를 입게 되었다고 할지라도 나의 고귀한 영혼까지 망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세상에는 마비된 몸으로도 희망차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용감하게 사회로 다시 돌아가서, 직장생활, 학교생활, 가정생활, 취미활동을 즐기시기를 바랍니다. 장애인과 가족 여러분, 힘내시기를 바랍니다. 국립재활원이 여러분 곁에서 최선을 다해 돕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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