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일상에서 궁극적인 쾌(快)를 느끼는 조화와 공존을 추구
개인 일상에서 궁극적인 쾌(快)를 느끼는 조화와 공존을 추구
  • 정이레 기자
  • 승인 2018.12.11 08:4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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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대학교 이주영 교수

대한민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기득권과 비 기득권층, 남성과 여성,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갈등에서 지역감정까지. 좁은 땅덩이를 가진 우리나라가 사분오열로 쪼개지고 있다. 서로의 주장이 맞고 자신이 입은 피해가 더 크다고 강조한다. 너와 나의 다름은 정당한 것인가. 잠시 숨을 고르고 생각해보자. ‘다르다는 말조차 진실인지 말이다. 일상이 주는 쾌()가 주는 안정감을 찾겠다는 본질적인 명목이 주객전도된 이 세상에 항변하는 작품을 소개한다.

 

동아대학교 이주영 교수
동아대학교 이주영 교수

 

최고조에 달한 극한 갈등, 그 끝은 무엇인가

예술은 그 시대의 상황을 반영한다. 예술가의 창의력은 그 사회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분법적인 갈등이다. 다른 이들을 분리 또는 제거해야 같은 이들이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집착. 동아대학교 이주영 교수는 이 틀을 깨기 위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초기 작품부터 지금까지 이주영 교수의 작품은 하나의 노선을 따랐고 그 노선이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저의 초창기 작품을 보면 타자(他者)에 대한 경계, 분리, 반목 등을 고민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화면의 분할과 색의 대비를 사용하고 당초문양이 그 경계를 넘나드는 과정을 한단계 발전시켜 스토리텔링으로 표현하면서 공존을 향한 첫걸음인 경계에 대한 인식, ‘광야라는 공간으로 대변되는 비움의 과정에 대한 성찰, 그리고 통과의례를 거친 모든 존재 들이 더불어 누리는 ()’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작품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이 교수가 가장 애착을 보이는 작품인 광야에서(Bemid\-bar)’는 그 동안의 화두를 구체적으로 발전시킨 조화와 공존이라는 주제가 잘 녹아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현대 사회 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하나이면서 극한 한계상황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분법적인 상황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우리가 할 수 있는, 아니해야 하는 것은 무엇 일까. 그는 삶은 살아내는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나의 영역이 깨지고 파괴될 것 같아 다름과 타자가 두렵다. 혼란 속에 내던져진 삶은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다. 소모적인 긴장감과 싸움에 속절없이 흐르는 무의미한 시간. 그 안에 인간 본연의 감정이 존재한다. 광야 한가운데 선 우리는 정말 소중한 것을 채우기 위해 비움의 과정을 마주한다. 광야가 없다면 역경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감정과 소중함. 광야에 내던져진 우리는 감사할 수밖에 없다.

 

흔재한 기법으로 조화와 공존의 가치를 재발견한 개인전

광야에서(Bemidbar), 116.8cm×91cm, mixed media, 2018
광야에서(Bemidbar), 116.8cm×91cm, mixed media, 2018

그는 올해 29번째 개최하는 개인전의 주제를 크로스 더 보더 (Cross the Boarder) 경계를 넘다로 정했다. 작품 기조를 조화와 공존으로 유지하면서 현시대를 정밀히 들여다보기 위한 의지가 담겨 있다. 국경으로 선을 그은 강대국과 약소국들 사이에서 우리나라는 표류하고 있다. 이방인을 난민, 혐오, 배척 등 다양한 이름으로 규정하며 정치 논리, 경제 논리, 혹은 그 보다 더 크고 작은 개인적인 논리로 외면한다.

지금 느끼는 복잡함은 사람의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그어진 것입니다. 태초에 천지는 하나였지만 문명이 발달할수록 역설적으로 실체가 없는 실체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그어진 경계가 개인의 일상에 깊이 침투했어요. 이 역설적인 상황에서 일상의 평안을 유지하려면 깊은 우울의 늪에 빠지지 않아야 합니다.”

사람은 생명이라서 존중하고 애정을 가져야 하지만 우리는 이방인이나 타자,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선을 긋는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와 손익 구조를 따져 복잡하게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예술로 볼 수 있는가. 예술을 보는자에게 스며드는 것이 진짜 예술 아니던가. 그의 작품은 원대한 목표나 혁명적 이슈를 외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말을 걸고 의문을 제기하며 사유를 유도한다. 그는 일상을 작고 세밀하게 울리는 행위가 예술이다. 작품이 곧 저 자신이기 때문이다라며 작품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듣고 사유하는 과정은 곧 저와 대화하는 과정이다. 경계를 인식하며 스토리텔링을 시작하는 작품의 전개에 관객이 공감하길 바란다.” 라고 전했다. 전시회의 출품작을 보면 그의 예술적 가치관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경계의 익숙함은 익숙하고 편안한 화병, , 나비가 연상된다. 밝음과 어두움의 조화, 배경과 사물의 색상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경계가 익숙하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 혐오와 매혹’, ‘비움과 채움’, ‘소멸과 생성’, ‘쾌와 불쾌등 대립되는 개념을 제목으로 채택한 작품들도 역설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이분법적인 사고는 특수하고 유의미한 공간인 광야에서 조화롭고 가치있게 공존한다. 불쾌함이나 부정적 의미가 다름을 이해하며 인정하고 존중하는 단계를 거치면 경계가 허물어지고 궁극적인 기쁨인 쾌()를 누릴 수 있다는 주제를 담았다. 그의 작품은 서두르거나 강렬한 메시지에 집착하지 않는다. ‘경계를 넘다는 다양한 색의 물성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표현해 천천히 이동하는 운동감을 나타냈다. 굳이 인위적인 속도감을 주지 않고 색이 흘러내리며 서로 섞여 스며든다. 수채화의 번지는 기법으로 경계는 자연스럽게 무너진다. 그는 이 작품에서 타자(他者)를 수용하고 이해하면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이 뚜렷하게 확보되고 쾌락, 쾌변, 쾌속, 쾌재 등 완전하고 궁극적인 긍정적 심리상태에 도달한다는 주제를 표현했다.

 

 

경계의 익숙함(Familiarity with boundaries)162.2cm×130.3cm, mixed media, 2018
경계의 익숙함(Familiarity with boundaries)162.2cm×130.3cm, mixed media, 2018

 

 

부산시민에게 다가가는 추상 미술

그의 작품 주제는 일관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그의 창의력은 개인의 삶과 일상에서 출발한다. 단체나 조직처럼 추상적인 대상에 주목하지 않는다. 그는 개인의 작은 울림들을 모두 존중한다. 그는 개인의 작은 울림들이 모여 조화와 공존의 화두로 귀결되길 소망한다.

제 작품은 그 자체가 저의 삶이며 저 자신입니다. 소소한 일상을 작품에 옮기는 과정에서 저는 행복, 고난, , 불쾌, 두려움, 기쁨, 안락, 등의 감정을 찾아 감사로 귀결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한 사람의 일상에 존재하는 작은 울림을 소중하게 생각하기에 침해하거나 반목하는 것, 빼앗아 축적하는 것과 같은 모든 객체에 대한 폭력성을 거부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경계의 의미와 실체를 고민하게 되었고 수용을 추구하고 있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개인이 최선을 다해 주체적인 선택을 하며 순간의 소중함을 자각하면 쾌()라는 감정을 느낀다. 이 감정을 수용하면 필연적으로 감사가 따라온다. 그가 말하는 수용은 체념과는 엄격하게 다른 의미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을 건드리면서 개인을 귀한 존재로 바라보고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분리되려는 현대인의 타성과 습성을 끌어안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그의 진심은 오랫동안 예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수상 이력을 보면 공존과 연관된 직품들이다. 그가 박사학위 논문의 콘텐츠로 인용한 작품 모두 부산예술대상 젊은예술가상’ ‘대한민국 현대 여성 미술대전 우수상’, ‘대한민국 현대조형 미술대전 우수상과 관련이 있는 작품이다. 주제와 동일한 이름을 가진 작품 공존(共存, coexistence)에서 그는 탁월한 안목을 발휘했다. 분할한 화면으로 타자(他者)를 포용하지 못하는 위험성을 비판했으며 그 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당초문양은 조화와 공존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일관된 자세로 공존을 이야기하며 다채로운 대외활동을 해왔다. 부산미술협회, 해운대작가회 그룹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그는 부산 지역에 현대 미술을 소개하면서 추상 미술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혁동인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혁동인 소속으로 활약하며 29회의 개인전과 국내, 해외 아트페어 28 여회(화랑미술제, SOAF, KIAF, AIAF, AHAF, Pink Art Fair, BFAA, 뉴욕 햄튼아트페어, 부산국제아트페어, 인사오픈아트 페어, 상해아트페어, LA 아트쇼, 부산 아트쇼 등)에 참여해 좋은 성과를 올렸다. 국내 외 그룹 및 단체전도 250여회 진행하면서 주목을 받은 그의 작품은 방송국에 진출하며 예상치 못한 명성도 얻었다. 그는 MBC, SBS, tvN 등에 방송된 드라마에 작품을 협찬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올렸다.

 

경계를 넘다(Cross The Border), 60.6cm×72.7cm, mixed media, 2018년
경계를 넘다(Cross The Border), 60.6cm×72.7cm, mixed media, 2018년

 

따뜻한 시선과 작품을 존중하는 자세가 절실

후학을 양성하는 위치에 있는 그는 지역을 살리는 프로젝트에 투입돼 바삐 움직이고 있다. 시민들의 삶 속에 살아 숨쉬는 예술로 도시를 살리자는 의도로 기획된 프로젝트다. 그가 소속된 동아대학교는 지난해 인근 대학들과 협약을 맺고 원도심 활성화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연구하는 교과 강의 중에는 그가 강연하는 과목인 공공미술과 도시환경강의도 선정됐다. 그는 저의 작업 세계와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점이 제가 추구하는 작가의식과 부합한다.” 라며 무엇보다 지역의 다른 대학과 협력한다는 점이 저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화두인 조화와 공존에 부합하는 활동이라서 더욱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지역의 원도심 재생 콘텐츠가 사람과 예술의 만 남으로 이어져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예술이 마을과 도시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더욱 깊게 연구하는 계기를 맞이했다. 그는 거창한 구호를 외치거나 치장하며 대중에게 나서는 예술을 거부한다. 대신 다양한 만남으로 세상을 읽는 시야를 넓히며 환경과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스스로 지적 호기심을 가지며 진지한 탐색을 멈추지 않고 삶의 훈련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간절한 마음으로 제자들이 바른 의미와 가치를 전달하며 과거를 이해하고 현대를 해석하며 미래를 여는 예술가로 성장하길 바라며 기도하고 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이다. 예술가이자 교육자인 그가 고민 하는 것들에 대한 실천적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기 위한 기초 작업에 착수했다. 앞으로 펼쳐질 그의 작품 세계도 더욱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의 작품을 면밀히 살피면 그가 조화와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경계의 의미를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는 경계를 허무는 과정과 그 후 개인이 삶에서 느끼는 다양하며 긍정적인 감정을 만날 차례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이라는 화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과 삶의 균형은 저의 작가 의식을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 과제가 될 수 있어요. 끊임없이 선택의 순간에 놓이는 현대인은 균형을 얼마나 가질지 신중하고 치열하게 고민합니다. 저는 작가로서 선택과 균형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싶습니다.”

 

혐오와 매혹 (Hatred and Fascination), 116.8cm×82cm, mixed media, 2018
혐오와 매혹 (Hatred and Fascination), 116.8cm×82cm, mixed media, 2018

 

관람객은 개인의 지식과 경험, 환경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한 관점으로 예술을 해석하기 때문에 작품은 형형색색의 다채로운 모습을 띈다. 그는 관람객의 모든 감상과 평가를 존중하며 끌어안는다. 그는 고착화된 개념, 하나의 틀로 접근하는 시도를 접할 때면 안타깝다. 그는 멋을 내거나 밝고 아름답게 포장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는 감상자와 평론가에게는 작가와 작품을 보는 따뜻한 시선을, 작가에게는 다양한 감상과 평가를 기대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건강한 감정으로 수용하는 성숙함을 기대한다. 그 자신도 이와 같은 자질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작은 일에 감사하며 매 순간 나아갈 때 보이는 결점과 나약함을 창작의 새로운 원천으로 활용하는 그는 후학에게 본보기가 되어 추상미술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동아대학교 이주영 교수

학력사항

1994-1998 부산대학교 서양화전공

2001-2004 영남대학교 미술학 석사

2009-2013 동아대학교 미술학 박사

경력사항

2002-2018 개인전 29

2000-2015 부산예술대상 젊은예술가상 수상외 공모전 수상 15

2001-2018 해외,국내 아트페어 및 그룹전 250여회

2014- 현재 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학 조교수

부산미협, 혁동인, 해운대작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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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 2018-12-11 19:00:43
작품이 좋아서 감동을 길게 썼는데 스팸이라고 하면서 날라갔네요 ㅎㅎ 아름다운 작가의식 아름다운 작품 입니다.

미카니 2018-12-11 18:07:23
우리도 지금 Cross the Boarder 하고 있죠, 작품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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