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면역세포 ‘호중구’ 연구하는 젊은 의학자
선천성 면역세포 ‘호중구’ 연구하는 젊은 의학자
  • 정이레 기자
  • 승인 2020.04.24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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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홍장원 교수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홍장원 교수 Ⓒ정이레 기자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홍장원 교수 Ⓒ정이레 기자

호중구는 백혈구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선천성면역세포이다. 박테리아와 같은 병원체가 우리 몸에 침입했을 때 가장 먼저 이들을 제거한다. 19세기 후반 메치니코프(Élie Metchnikoff)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진 이래 초기 면역학 분야에서 주로 연구되던 호중구 연구는 2004년 지클린스키 박사의 호중구 세포외 덫(neutrophil extracellular trap)’ 연구로 새로운 지평을 맞이했다.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홍장원 교수는 호중구와 관련한 기초연구에서 나아가 관련 질환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호중구 세포외 덫기반으로 한 연구 수행

19세기 후반 메치니코프(Élie Metchnikoff)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진 호중구는 세포주성(chemotaxis), 탐식작용(phagocytosis), 살균작용(bactericidal activity), 활성산소생성(reactive oxygen species) 등이 밝혀지면서 초기 면역학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왔다. 그러다 적응성면역체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호중구에 대한 연구에 대한 연구 비중은 차츰 줄어들고 있었다. 2004년 막스프랑크 연구소에 근무하던 지클린스키(Arturo Zychilinsky) 박사의 연구는 호중구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호중구가 유전물질로만 알려져 있던 DNA를 세포 밖으로 분출하고, 이를 마치 그물과 같이 사용하여서 병원체를 못 움직이게 붙든 뒤, 단백질분해효소(protease)를 분비해 세포 밖에서 살균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호중구 세포외 덫(neutrophil extracellular trap)으로 불리는 호중구의 특이한 현상이 보고된 이후, 다시금 많은 과학자들이 호중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많은 질환에서 호중구에 대한 연구가 다시금 활발하게 진행되게 되고 있다.

한림대학교 의과대학을 갓 졸업하고 기초의학의 길을 걷게 된 저에게 교수님이 처음으로 읽어보라며 주셨던 논문이 바로 지클린스키의 논문이었습니다. 이후 호중구의 살균작용에 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해왔죠.”

홍 교수는 국군의학연구소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당시 화학무기 중 하나인 수포작용제에 의한 호중구의 기능변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며 첫 교신저자 논문을 게재(Toxicol Appl Pharm, 258(1), 82-88)했다. 모교로 돌아와 연구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대통령 Post-doc.펠로우쉽의 지원을 받으며 독립연구자로서 첫 발을 내딛었다. 당시 홍 교수는 종양면역환경에서 호중구에 대한 연구(Oncoimmunol 5(1), e1067744)와 패혈증에서 호중구의 기능에 대한 연구(Am J Respir Crit Care Med, 196(5), 577-589)를 수행한 바 있다.

 

 

당뇨환경에서의 호중구 대사변화 등 질병 관련 연구 이어가

홍 교수 연구실은 호중구에 대한 기초연구와 더불어 호중구와 연관된 질환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홍 교수는 호중구와 관련한 다양한 질환을 하나하나 연구해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주로 종양면역환경에서의 호중구의 기능을 탐색하고, angiotensin 신호전달체계가 호중구의 염증형 표현형을 유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을 밝혀냈다. 이후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패혈증 환자의 생존과 사망에서 호중구의 세포외 덫 형성이 중요하게 작용하며, 자가포식(autophagy)이 세포외 덫 형성에서 중요하게 작용함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두 가지 종류의 상이한 소포체를 생성하며, 이들이 각기 염증유발, 항염증 효과를 일으킴을 연구해온 그다.

현재 저희 실험실에서 재미있게 연구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는 당뇨 환경에서 호중구의 대사변화에 관련한 것입니다. 대사학이 발전을 하면서, 다양한 면역환경에서 면역세포들의 기능 변화 과정에서 대사변화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칠곡 경북대학교병원 전재한 교수와의 협업을 통해 당뇨 환경에서 호중구가 세포외 덫 형성에 대해 감작(priming)되고,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대사변화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해당 연구는 당뇨병성 족부질환(diabetic foot)으로 대표되는 당뇨 환자의 염증성 합병증을 제어하는데 새로운 타겟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또한 홍 교수는 면역세포와 미생물간 대사물질(metabolites)을 통해 서로 신호를 전달한다는 가설을 입증하고자 경북대학교 미생물학교실 신민상 교수와의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다. 그는 본 연구에 성공한다면 선천성면역세포인 호중구가 적응성면역체계에 간접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규명해내며 학문적으로 새로운 발견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이밖에도 홍 교수 연구실은 담즙산에 의한 호중구 세포외 덫 형성, 구강 환경에서 호중구 세포외 덫 형성에 관련된 연구 및 호중구의 항염표현형 분화 과정에서 지질대사에 관한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홍 교수는 전 세계 유일의 호중구 전문 학회인 The Neutrophil 학회에서 학문적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Society for Leukocyte Biology의 분과학회인 the neutrophil 학회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매우 알찬 프로그램을 자랑한다며, 호중구에 관심이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전했다.

 

 

기초연구에서 주목받는 젊은 의학자

홍 교수는 폐렴에 의한 패혈증 환자의 호중구 기능에서 자가포식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로 제28회 분쉬의학상 젊은의학자상 기초부문을 수상했다. 그는 감염에 대한 인체의 반응으로 발생하는 질환인 패혈증은 병인발생에 있어 호중구의 과도한 활성화 혹은 조절되지 않는 기능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 추측되어 왔다며,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평소 패혈증에 관심을 갖고 있던 홍 교수는 연구계획 수립 과정에서부터 그 원인을 좁혔다. 패혈증이 여러 원인들에 의해 생기는 증후군인 까닭이다. 그는 이대서울병원 호흡기내과 박소영 교수와 함께 패혈증의 원인을 지역사회 획득 폐렴에 의한 패혈증으로 설정하고, 환자들이 치료를 받기 전 혈액을 채취해 호중구를 분리한 뒤 그 기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홍 교수는 44명의 환자 샘플을 바탕으로 연구한 결과 패혈증 생존자와 사망자에게서 호중구 세포외 덫 형성의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기전을 연구하던 중 자가포식이 호중구 세포의 덫 형성에 중요하게 작용함을 발견했습니다. 패혈증 생존자에서는 호중구의 자가포식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어 세포외 덧 형성을 일으켜 병원균을 제거하는 반면 사망자에게서는 호중구의 자가포식 이상에 의해 세포외 덫 형성이 감소해 병원균을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함을 확인했습니다.”

해당 연구결과는 중환자의학 전문학술지인 American Journal of Respiratory and Critical Care Medicine에 게재되었다. 홍 교수는 현재의 연구가 마무리 되는대로 다시 한 번 패혈증에서 호중구의 기능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자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 교수는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이재만 교수와 패혈증 및 담즙정체 질환에서 담즙산에 의한 호중구 활성화 기전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임용된 교수들과 모임을 갖던 중 사적인 모임만 할 것이 아니라 공동연구를 해보자는 제안으로 현재와 같은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만 교수는 주로 담즙산과 핵수용체에 대해 연구하고, 저는 호중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왔습니다. 이에 담즙산이 호중구에 영향을 살펴보기로 했죠. 재미있게도 담즙산이 호중구의 세포외 덫 형성을 잘 일으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복막염을 통한 패혈증 동물모델에서 담즙산의 투여가 생존율을 굉장히 회복시킴을 규명했습니다.”

홍 교수 실험실에서는 새로운 물질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경우 기본적으로 물질에 의해 호중구의 활성산소 생성, 세포주성, 세포외 덫 형성 등 기본적인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스크리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담즙산이 세포외 덫 형성을 잘 일으킨다는 사실을 발견한 그는 이 교수와의 논의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담즙산 중 호중구 세포외 덫 형성을 일으키는 담즙산을 탐색했다.

음식물 섭취 시 빠르게 분비되어 지방 소화를 돕는 소화효소로 알려진 담즙산은 최근 내분비 호르몬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면역세포에는 염증조절복합체(inflammasome)를 억제함으로서 염증을 조절한다는 점 정도가 보고되고 있지만 연구 결과를 통해 호중구의 세포외 덫 형성을 오히려 증가시킨다는 점에 의문을 품었죠.”

홍 교수는 담즙산에 의한 호중구 세포외 덫 형성은 음식 섭취 시 유입되는 미생물을 막기 위한 1차적인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몸의 정상적인 생리에서 소화효소에 의한 면역세포 기능 조절이라는 점에서 학문적으로도 의미가 큰 발견이다.

 

연구의 재미통해 새로운 성과들 창출해낼 것

현재 홍 교수의 호중구 세포외 소포체와 관련된 2편의 논문이 심사 중이다. 그는 해당 논문의 게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연내에 당뇨병에서 호중구의 대사변화 연구와 담즙산에 의한 호중구 활성화 기전 연구를 마무리 지어서 제출할 계획이다. 하나의 연구를 마무리 짓기까지 결코 녹록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순간순간의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재미있게 연구하고 자신의 연구결과에 만족하는 것이야말로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세라 말하는 그다.

연구를 지속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재미에 있습니다. 새로운 발견은 재미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저 또한 뜻대로 되지 않는 연구에 좌절할 때도 있지만 실시간 형광현미경으로 꼼지락거리는 호중구의 모습을 관찰하는 부분에서 재미를 느끼고 연구에 임하고 있습니다..“

홍 교수는 후학들에게 무엇보다 빠르게 독립연구자가 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독립연구자가 되기 전까지는 아무리 많은 연구를 수행하더라도 결국 그 주체는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연구자로서의 길에 들어섰다면 최대한 빨리 스스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자신의 힘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자신만의 연구를 수행할 때 비로소 좋은 연구자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홍 교수는 자신이 독립연구자로 발을 내딛는 과정에서 대통령Post-doc.펠로우쉽이 굉장히 큰 힘이 되었다며, 향후 우수한 독립연구자들을 탄생시킬 수 있는 지원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연구자들에게 보내는 사회의 관심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될 훌륭한 연구자들을 양성하는 지름길이라 말하는 그다.

국내에서 호중구를 주력으로 연구하는 실험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의과대학을 전공한 후 약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생리학 교수로 재직하며 면역학 연구를 이어가는 홍 교수의 행보 또한 독특하다. 그는 호중구의 매력을 좇아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고 말한다. 면역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호중구 세포외 덫과 면역대사, 패혈증, 염증성질환, 종양면역학 등 호중구와 관련한 그의 연구들이 시대적 고민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그의 연구들이 유의미한 성과들을 창출해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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