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는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매우 강력한 빛(X선)을 활용하는 분석 장비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의 모든 연구 활동은 각 빔라인 끝단의 ‘엔드스테이션(실험분석장치)’에서 일어나고, 이들의 대부분은 모두 X선을 활용해 다양한 물질의 구조를 분석하거나 이미지화하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개발에 필요한 소재 분석부터 신약 개발을 위한 단백질 구조 분석 등 산업 이곳저곳에 유용하게 쓰이는 장비이다.
기존에 운영 중인 포항 방사광가속기에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기초(연)]이 구축한 35번째 빔라인 ‘대기압 광전자 분광학’라인이 있다. 이 빔라인은 원래 진공상태에서 이뤄지는 실험을 대기압 환경에서도 가능하게 만든 실험 장치로 관련한 실험의 난이도는 매우 높다 따라서 여러 차례 예비실험을 수행해야만 효과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현재 포항방사광가속기의 빔라인은 포화상태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빔타임을 배정받기가 매우 치열하다.
이에 충청북도 오창에 차세대 방사광가속기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 2008년부터 기초(연)은 차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도입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안해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중부권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타당성 조사(충청북도)’ 통과를 비롯한 2028년 준공의 결실을 끌어낸 것이다. 이는 향후 빔타임 배분 문제뿐만이 아니라 차세대 방사광가속기와 가까운 거리 대전에 위치한 기초(연)에서 다양한 예비실험을 통해 빔라인 활용에 대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분석 영역이 서로 다른 장비를 연계하여 방사광가속기로는 분석할 수 없는 영역을 분석하거나, 기초(연)의 연구 장비로 대략적인 선행분석을 마친 후 방사광가속기로 세부 분석함으로써 배정된 빔타임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연구자들의 편의성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은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하루빨리 차세대 방사광가속기와 기초(연)의 많은 연구 장비를 연계 활용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연구자들이 힘든 과정을 통해 얻어낸 소중한 빔타임을 기초분석과 예비실험에 할애하지 않고 많은 분석결과를 얻어내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