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 메커니즘 규명을 통해 지진재해 분야의 난제를 해결해 나가다
지진 발생 메커니즘 규명을 통해 지진재해 분야의 난제를 해결해 나가다
  • 신연진 기자
  • 승인 2020.09.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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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김영희 교수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김영희 교수 ⓒ박소연 기자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김영희 교수 ⓒ신연진 기자

최근 한반도의 유감 지진 빈도가 잦아지면서, 특히 경주와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은 국민들에게 지진 안전지대는 없다는 사실을 재인식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게 되었다. 이처럼 지진대응의 역량 강화가 꼭 필요한 시점에서, 지진 데이터 확보와 연구는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기초 발판이다. 이에 본지는 지진 및 지구 내부 구조 전문가인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김영희 교수를 만나 비상 상황에 대비하고 재해 규모 예측을 위한 지진 발생 메커니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고밀도 지진네트워크 기반의 지진학 연구

김영희 교수는 지진학·지구물리학·지체구조물리학 (Seismology, Geophysics, & Tectonophysics) 연구실을 이끌며 고밀도 지진네트워크 기반의 지진학(seismic-array based seismology)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지진 발생의 메커니즘뿐 아니라 판 충돌대 및 판 내부에서 일어나는 전반적인 지구물리학적 프로세스를 이해하기 위한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간 해외 지진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집중해온 김 교수는 2016년 경주 지진 이후로 우리나라 지진 발생 메커니즘 규명뿐 아니라 향후 동해 심부구조 연구를 위한 발판으로 태평양판의 심부 구조 규명을 위한 해저 지구물리 관측망 구축 및 자료 활용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정확한 지진의 발생 메커니즘을 비롯한 지진 발생 구역의 전반적인 지진학적·지구물리학적 프로세스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밀도 지진네트워크 기반의 연구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지진 관측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던 2016년 경주 지진은 지표 파열구간을 일으키지 않았기에 경주 일대 blind fault의 위험성에 대한 재평가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지표 파열을 수반하지 않는 단층의 정확한 위치, 크기 등을 알기 위해서는 지진파 분석이 가장 효과적이다.

김 교수는 고밀도 이동식 지진관측망 운용 역량을 바탕으로 여진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임시 이동식 지진관측망 자료를 분석했다. 2016년 경주 지진 및 2017년 포항 지진의 발생 메커니즘 및 진원 특성을 연구한 것이다. 본 연구를 위해 그는 국내 타 대학 연구팀과 함께 규모 5.1의 전진과 규모 5.8의 경주 지진(본진)의 발생 직후 여진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임시 이동식 지진관측망을 구축하였다. 지진 발생 후 3일간에 걸쳐 임시 지진관측소를 진앙 주변 지역 반경 20km 이내에 총 27개 설치하여 여진 자료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를 통해 취득된 지진 자료는 진원 요소 결정, 지진과 단층의 상관관계 규명, 단층 구조 규명, 지진으로 인한 주변 응력장 변화와 이에 따른 유발 지진 발생 성향 분석 연구에 활용되었다. 경주 지진 발생 이후 신속하게 전개한 고밀도 임시 지진관측망에 관한 내용은 2016Geosciences Journal(GJ)에 발표되었고, 이 논문은 GJ 편집위원의 하이라이트 논문으로 선정되었다. 지난해 김 교수는 대한지질학회 우수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포항 지진 및 양산단층대와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그다.

2016년 경주 지진 발생 직후, 김 교수는 수능 지진 대응 매뉴얼 구축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진 발생 후 경주 일대에 여진이 지속되어 수능을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 학교 관계자들의 우려가 높은 가운데 지진 발생 대처 가이드라인 및 행동요령을 구축 후 배포하고, 경주 지역 8개 수능 시험장에 각 층마다 2개씩 지진가속도계를 설치한 것이다. 더불어 수능 시험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비상 상황에 즉시 대처하고자 지진 분석팀으로 이루어진 상황실을 운영한 바 있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김영희 교수 ⓒ박소연 기자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김영희 교수 ⓒ신연진 기자

판 경계부, 해양판 심부구조 규명 등 연구 수행하며 지진 분야 전문 연구자로 주목

우리나라 지진 발생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 외에도 김영희 교수는 판 경계부의 지진학적 특성 규명 연구를 수행 중이다. 우선 판 경계부 특성에 관한 연구와 관련해 김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다양한 지진파 분석법을 활용하여 판 경계부 단층대의 지진파 속도 구조를 산출하고, 이에 기반한 지진학적 특성에 관한 논문을 다수 발표해왔다. 그는 지진파 분석을 통해 두 판이 충돌하는 환경에서 지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지질구조(단층)와 지진 발생 메커니즘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진학적 분석 결과를 지질학적·지구물리학적 연구결과와 결합한다면 판 충돌대에서 일어나는 지구동역학적 현상에 대한 설명도 가능해진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거대 지진은 해구에서 해양판이 대륙판 밑으로 섭입하면서, 장시간 수백 km의 넓은 단층면에 응축된 에너지가 단층의 탄성 한계를 넘어가면, 급격한 파괴와 함께 일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대규모 해저 지진과 더불어 판 경계부 단층에서 발생하는 지진 현상으로는 비교적 장기적으로 일어나는 보기 드문 느린 지진(slow earthquake)’현상이 있습니다. 이러한 지진은 심부의 일시적인 진동(deep episodic tremor), 낮은 진동수의 지진(low-frequency earthquake), 그리고 느린 단층 현상(slow slip event)을 동반합니다. 특히 느린 단층 현상은 단층면을 중심으로 판이 서서히 움직이는 현상으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면 그 주변부 단층에 응력이 가중되어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대규모 해저지진의 발생 시기를 앞당기는, 즉 지진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대규모 해저지진의 발생 전에는 이러한 느린 지진현상이 있었다는 보고가 있어 최근 지진학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주제죠. 저 또한 여기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단층면을 통과하고 기록된 지진파형 분석을 통해 단층면에서 지진파 전파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러한 단층면의 특성과 느린 지진발생 간 연관성을 도출하고, 단층이 느리게붕괴되는 기작 및 응력의 축적과 발산 과정을 연구해왔습니다.”

김 교수는 지진파 분석을 통한 지구 내부 마그마 프로세스 연구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화성활동으로 인해 생성된 해양 섬 및 화산의 내부 구조를 유추하기 위해 그간 지구화학적·광물학적 분석 방법이 활용되어왔으나, 최근에는 지진파를 이용한 지구 내부 영상화가 새로운 접근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그는 지난 10년간 멕시코, 알래스카, 페루, 옐로스톤 등 마그마 활동이 활발한 지역뿐 아니라 제주도와 같은 화산섬을 통과하고 기록된 지진파 분석 결과를 토대로 연구지역 하부 구조와 마그마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이밖에도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된 해양판의 심부구조 규명을 위한 해저 지구물리 관측망 구축 연구 등 활발한 연구를 수행해온 김 교수는 2013년 젊은 지질학자 상(대한지질학회), 2014년 유망 신진 연구자(서울대학교), 2016년 창의선도 신진 연구자(서울대학교), 2016년 한국을 빛낼 젊은 과학자 30(동아일보·포스텍 공동 기획), 2020년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연구상 수상 및 선정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미국지구물리연합(American Geophysical Union) 정회원, 미국지진학회(Seismological Society of America) 정회원, ‘Bulletin of the Seismological Society of America’ 부편집위원장, ‘Exploration Geophysics’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 국제학술지 부편집위원장, 한국지진공학회 여성위원회 위원장(2014~2016) 등 다양한 국내·외 학회 활동을 통한 학문적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기술 접목하며 지진 연구의 효율 극대화 이루어나가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만 특정 지진이 발생했을 때 기간별, 규모별 여진의 수와 더 큰 지진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정도죠.”

현재 미국 USGS에서는 특정 규모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여진의 발생 빈도를 설명하는 다양한 모델들을 통한 통계학적 방법에 기반한 예보를 제공한다. 김영희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규모 8.0 이상의 지진이 발생 가능한 곳은 주로 판 경계부 지역으로 대부분 예상 가능한 곳이라 말했다. 해당 지역에는 이미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으며, 해저면 지진계 및 육상 지진계, GPS 등 다양한 측정 장비가 설치되어 판의 미세한 움직임, 지진 발생 양상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히 느린 지진의 발생은 대규모 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시하기에 사전에 안전을 확보하고 재해 규모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데이터 측정을 통한 정확하고 방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지진의 발생은 사전 예측이 어려운 만큼 재해 발생 규모가 대형화될 수 있습니다. 재난 대응에 필요한 신속한 정보 제공이 필수적이죠. 이에 기상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연구기관에서 지진계의 수를 점진적으로 늘리고 있습니다.”

기존의 지진관측망 자료에 기반한 지진 조기 경보 발표 시간은 지진 관측 후 15~25초 정도가 소요되었다. 그러나 지진관측망의 조밀도를 높인다면 7~25초 수준으로 경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김 교수는 신속 정확한 지진 감시 및 분석을 위해 대량의 지진 자료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자료의 품질 이상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국내 지진계 증폭률 문제를 파악하여 지진 자료의 품질수준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지진 자료의 활용을 확대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과 관련한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연 지진과 인공 지진을 구별하고, 잡음 신호를 보다 효과적으로 파악하는 등 새로운 기술들을 접목해 지진 연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김 교수는 향후 5~10년 내 진행하고자 하는 연구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우선 2018년과 2019년에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해저 지구물리 관측망 구축을 위한 탐사를 시작으로 향후 점진적으로 관측망을 확대하며 그간 불충분했던 해저지진 자료를 지진 커뮤니티에 제공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해양판의 심부 구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해양판의 생성·발달·변형·소멸 등에 관한 지구물리학 연구의 폭과 깊이를 확대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또한, 국내에 광대역 지진계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초고밀도 지오폰 관측망을 국내 다양한 지역에 구축 후, 취득한 지진 자료를 바탕으로 지진 발생 메커니즘과 하부구조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김영희 교수 ⓒ박소연 기자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김영희 교수 ⓒ신연진 기자

지진재해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독립적인 연구자 육성에 힘쓸 것

지진재해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김영희 교수는 무엇보다 독립적인 연구자를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학업 기간 동안 다양한 지진 자료 처리 능력뿐 아니라 지진 분야 난제 해결을 위한 능력이 증진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까지도 지진연구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의 수가 턱없이 적지만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인재들을 양성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0년 후에는 제자들이 분야를 이끌 것이라 내다보며 함께 연구의 지평을 넓혀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그다. 자신 또한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대학원생들에게는 지도교수보다 연구를 더 잘하는 연구자가 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도교수가 연구해온 틀 안에 갇히지 않아야 하죠. 지도교수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되 자신이 매력을 느끼는 분야에 기꺼이 도전하고, 그러한 도전을 주도적으로 완성해갈 수 있는 연구자를 키우고자 합니다.”

지난 2017년부터는 화산과 지진교양 강좌에서 온라인으로 선행학습한 후 온·오프라인에서 토론식 강의를 진행하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및 온·오프라인 병행의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언택트) 기반의 교육활동이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을 것이라 내다봤다. 디지털 공간에서 연결된 집단 지성을 잘 활용하여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자신의 교육에 투영하며 실천에 옮기는 그다.

“2017년부터 온라인을 적극 활용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갑작스런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온라인상에서의 수업만을 통해, 수강생들에게 흥미를 잃지 않고 동기부여가 되게 하는 수업을 진행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교육자로서 기본적인 지식 전달 외에도 다양한 지구과학 분야에서 선도하는 연구 및 결과를 소개하며 학생들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하고, 더 나아가 주도적으로 주제 탐구를 할 수 있는 교육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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