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Now] ‘자율규제’하겠다는 금융권…‘이사회 중심’ 가능할까
[MonthlyNow] ‘자율규제’하겠다는 금융권…‘이사회 중심’ 가능할까
  • 김예진 기자
  • 승인 2021.09.0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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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1심 법원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 취소 판결 이후 최근 금융권에서 무리한 당국 감독을 비판하며 자율규제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융권 6곳 협회장들이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에 따른 내부통제 문제와 관련해 당국에 제재보다는 자율성 보장을 요구한 것이다.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금융당국이 개별회사 임직원을 직접 제재하면서 부작용이 커지는 만큼 금융사별 이사회를 중심으로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제안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융지주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이사회 중심의 자율규제가 과연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지에 회의적 시선이 감지된다.

 

6곳 금융 협회 회사별 자율성 보장해야

금융권에 따르면 앞서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권 협회장들은 공동으로 금융산업 내부통제제도 발전 방안을 마련해 지난 6일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이들 협회장은 금융사가 내부통제를 하지 못하면 결국 소비자 보호, 건전경영, 시장 질서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내부통제 제도는 외부 규제를 내부화한 것이기 때문에 획일적 규율보다 회사별 이사회 중심의 시스템 구축을 위해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간 금융사들과 금감원은 회사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관련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적용해 최고경영자(CEO)에게 중징계를 내릴 수 있는지를 두고 맞서왔다.

내부통제란 법령 준수와 건전 경영, 주주·소비자 등 이해관계자 보호를 위한 것으로, 금융사 직원이 직무 수행 시 준수해야 할 일련의 통제과정을 의미한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24)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을 둠으로써 금융당국의 금융사·임직원에 대한 제재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러나 내부통제 기준 자체가 불명확한 데다 기준 준수 여부, 관리·점검 등 세부사항과 관련해선 법적 의무나 제재 조항이 없어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먼저 금감원은 내부통제 기준의 부실함을 이유로 CEO 중징계의 정당함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및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 등 사안에서 줄줄이 금융사 CEO 중징계 결정을 내려왔다.

반면 금융회사들은 이미 내부통제 기준을 충분히 마련하고 있으며, 내부통제의 미흡함을 이유로 경영진까지 제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대립해왔다.

이런 가운데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7일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DLF 제재 취소소송 1심에서 사실상 손 회장의 손을 들었다.

당시 재판부는 현행법상 내부통제 기준을 준수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금융사나 임직원을 제재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금융회사의 탐욕을 질타하면서 금융회사지배구조법과 시행령 등의 내용이 불명확하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이에 금감원은 이달 17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감원의 항소 여부는 다른 금융회사 CEO들에 대한 금융위 징계 절차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런 흐름 속에 금융 협회들은 이사회의 자율적인 내부통제 역할 강화(금융회사) 제재 중심인 현행 감독방식의 개선(금융당국) 지배구조법 개정시 내부통제 관리 의무 내용과 제재사유 명확화(국회) 등을 골자로 하는 핵심 방안을 내놨다.

 

 

회장 거수기 노릇 이사회지배구조 개선해야

문제는 금융회사 개별 이사회 중심의 내부통제가 실제 어느 정도로 효율적인 것인지 여부를 두고 회의론이 득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일각에선 이번 방안이 자칫 금융회사 준법감시제도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선 먼저 경영진이 사내·외 이사 선임 과정에 큰 영향력을 보이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사회의 내부통제가 실효성을 갖추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만 금융 협회들은 이같은 우려를 고려해 내부통제 관련 이사회 활동 내용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등을 통해 공시하는 등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도 자율규제 관련 비판적 관점의 의견이 제기된다. 금융정의연대·주빌리은행·참여연대·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등은 논평에서 () 회장 인사로 구성된 금융기관 이사회가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금융 협회들의) 내부통제 방안에서 제안된 내용을 살펴보면 금융기관들이 지난 사모펀드 피해 사태를 반성하고 스스로 규율을 강화할 의지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금융기관들은 자율적으로 내부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하면서 지배구조법상 기준 규정과 관련해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내부통제 실패의 주요 요인인 지배구조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 수년간 금융지주회사 이사회 안건 처리 결과만 봐도 금융지주회사 이사회가 사실상 거수기 역할에 불과했던 사실이 확인된다금융기관 지배구조상 회장의 장기집권 제한과 함께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독립성 등이 담보되지 않으면 이사회에 명목상 권한을 부여한들 실질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금융 협회들의 제안은 준법감시제 등 금융권 규제 자체를 무력화하는 조치란 지적이 나온다. 궁극적으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준법감시 등 금융권 규제 법안은 자율준수기준, 모범규준 형태로 도입돼 법적 의무 조치로 강제됐다. 그럼에도 다시 자율에 맡겨달라는 주장은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시대착오적 판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시간적 흐름에 비춰보면 부쩍 높아진 집단 내부통제에 대한 기대치로 금융권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실패한 사례가 속출한 만큼 금융사 내부적 관리는 그대로 이어가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외부 통제 시스템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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