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찾은 가능성’ 파킨 유전자와 인슐린 분비의 상관관계 밝히며 해조류 내 당뇨 개선물질 발굴에 성공
‘바다에서 찾은 가능성’ 파킨 유전자와 인슐린 분비의 상관관계 밝히며 해조류 내 당뇨 개선물질 발굴에 성공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1.12.02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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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희 한서대학교 해양바이오수산생명의학과 교수
차선희 한서대학교 해양바이오수산생명의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차선희 한서대학교 해양바이오수산생명의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해양수산업은 무역 강국 한국을 먹여 살린 기간산업이다. 해상 운송이 수출입 물동량의 99%를 책임지며 국가 경제와 산업 전반을 떠받치고 있다. 분단국가인 탓에 사실상 섬나라와도 같은 대한민국에게 바다는 생존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최근 세계 각국은 해양생물자원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보전과 이용에 하나둘 뛰어드는 추세다. 한서대학교 해양바이오수산생명의학과 차선희 교수는 이처럼 중요한 자원인 해양에 관한 연구와 더불어 다양한 활동으로 해양 산업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의 80% 차지하는 바다종, 해양바이오약리 분야 왕성한 연구 펼쳐

해양자원에서 당뇨 개선물질을 발굴하고 충남지역 중심의 해양바이오산업 활성화 전략에 대한 학술 활동을 이어온 차선희 교수가 제17회 한국해양바이오학회에서 학술 장려상을 수상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학회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현장에서 방역을 준수하도록 관리하며 학술대회 운영을 지원한 데 대한 격려의 의미라며 겸양을 표했다. 차 교수는 한국해양바이오학회 국제이사, 한국수산과학회 산학협력 간사를 역임하는 외에도 해양바이오학회지와 한국수산과학회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활발한 교류를 이어왔다. 정부 기관과 지역에서도 해양 전문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구의 71%가 바다이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약 80%가 바다종입니다. 그간 육상생물 개발이 활발히 진행된 만큼 이제는 블루오션인 바다생물을 이용한 해양바이오 분야가 주목받으리라 확신합니다. 국내에서도 해양바이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죠.”

해양바이오약리 분야 전문가로 잘 알려진 차 교수는 60여 편의 SIC(E) 논문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연구를 이어왔다. 해양생물(학사)과 해양생물공학(석사), 수산생명의학(박사)을 전공하고, 의대와 약대에서 10여 년간 연구강사와 연구교수로 지내면서 인간 질병이 발생하는 원인인 병인론에 관심을 가졌다는 그의 연구 주제는 질병 발생 원인 유발 물질에 의해 생성되는 인체 독성 예방 혹은 치료 가능한 해양천연물 발굴이라 정의할 수 있다. <제브라피쉬에서 chemical 유도에 의해 발생될 수 있는 질환모델 개발>, <양어 사료 개선제 및 기능성 양어사료 소재 개발>, <줄기세포 분화 촉진 물질 발굴> 등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스마트양 식 실습실을 구축해 수업을 운영하며 한국수산과학회 신진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해양생물에서 미세먼지 방호효과를 가지는 질환 예방물질 및 생체 재생에 도움을 주는 물질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차 교수는 향후 해양 독성 관련 분야나 해양 대기순환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고 특히, 지역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어 지역사회에 환원이 가능한 인재개발을 위해 충남지역 해양환경과 충남지역 주요 수산자원 개발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해양자원에서 당뇨 개선물질을 발굴하며 전 세계 학계로부터 주목받아

차선희 교수는 올해 초 해조류에서 분리한 물질의 인슐린 분비기능 보존을 규명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해조류에서 분리한 물질(5-bromoprotocatechualdehyde)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에서 지방산에 의한 파킨(parkin)단백질의 감소를 예방함으로써 미토콘드리아 손상을 막고,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분비기능을 보존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모든 세포에 존재하는 파킨단백질은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유전자로 지목된다. 특히 세포에 에너지를 주는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유지시켜주는 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파킨 유전자가 당뇨병 유발 주원인인 인슐린 분비 세포에도 직접 관여하는지 여부는 밝혀진 바가 없었다. 차 교수의 연구는 파킨 유전자와 인슐린 분비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것이기에 더욱 뜻깊다. 해당 연구결과는 유명 국제저널 ‘Antioxidants’ 2월호에 게재되었다.

고령화 인구가 증가하면서 당뇨병 및 파킨슨병을 포함한 뇌질환을 앓는 환자들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최근 당뇨병 환자와 뇌질환 환자에게서 공통적으로 플라크(plaque)가 발견되었고, 두 질병이 연관이 있다는 임상적 연계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차 교수는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시작했다. 해조류 유래 물질이 당뇨 유발 원인 중 하나인 지방산에 의해 손상된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를 개선해준다는 가설을 설정한 것이다. 이는 개선 과정에 지방산에 의해 감소되던 파킨단 백질의 양이 해조류 유래 물질을 만난 후에는 줄어들지 않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인슐린 분비를 직접 촉진하는 해양자원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만큼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차 교수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해조류 유래 물질이 직접적으로 인간 줄기세포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로 분화를 촉진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이어 가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 해조류를 육상에서 배양하며 산업적 규모로 활용할 수 있는 규모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차 교수는 관련 내용을 RFP로 준 비 중이라 밝혔다.

“2014년부터 국내에도 해양자원이나 해양바이오 소재가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해양자원이 산업화에 이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절대적 양의 부족이죠.”

바닷속에서 서식하는 해양자원은 시기나 해역에 따라 지표 성분에 변화가 있다. 이 또한 산업화를 가로막는 장벽 중 하나다. 생산량과 수율의 예측이 어려운 까닭이다. 차 교수는 해양자원의 산업적 활용을 위해서는 산업적으로 응용이 가능한 만큼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양식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서도 산업계의 러브콜이 쏟아졌지만, 현실적 장벽에 가로막힐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어려움은 해양자원 관련 규정의 부재이다. 식용으로 활용하는 어패류 등에는 조업에 관한 법이 있지만, 해조류에는 관련 규정 자체가 없다. 차 교수가 이번 연구에서 찾아낸 해조류의 경우 식용으로 등록조차 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그는 육상에서 충분히 배양되어 산업화 가능한 수준에 다다르면 현실성 있게 산업화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 전했다.

특정 질환을 조절해주는 세포가 극단적으로 망가지면 어떤 약도 듣지 않는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극단으로 가기 전에 재생 효과를 보이는 해양물질 등을 섭취함으로써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거죠. 산업화에 이르는 다양한 장애물을 뛰어넘으며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보고 싶습니다.”

 

차선희 한서대학교 해양바이오수산생명의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차선희 한서대학교 해양바이오수산생명의학과 교수 ⓒ유지연 기자

나날이 중요성 커지는 해양바이오산업 육성에 힘 쏟아부을 때

현재 해양수산분야는 시스템이 이원화되어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는 담수와 해수의 차이로 해양수산부에서 내수면어업에 대해 관장하고 있지만, 제도나 규정은 따로 관리되는 실정이다. 차선희 교수는 농축산식품부를 예로 들며 수산물이 식품임에도 식품부의 관리를 벗어난 상태라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은 사실 오래전부터 있었다. 2010년 당시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수산부 등 3개 부처가 해양환경 분야를 다루다 보니 효율적 관리에 어려움이 크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1955년 해무청 설립부터 2013년 해양수산부 부활에 이르기까지 바다 행정을 총괄하는 해양행정조직은 정권이 바뀌거나 정부조직을 손질할 때마다 개편되며 해양경제 발전을 저해했다. 차 교수는 기회가 된다면 수산해양분야 운영 시스템을 일원화하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현재 국무조정실 식품안전 정책위원회 전문위원(수산물 분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해양바이오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충남 내 수면발전위원회 위원, 충남 인공어초관리위원회 위원, 충남 해양바이오 산학연협의회 위원, 전남 수산종자 위원회 위원 등으로 봉사한다.

또한, 차 교수는 초··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해양바이오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인재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까닭이다. 그는 모든 산업이 망해도 절대 망할 수 없는 유망한 산업이 먹거리라며 해양자원에도 관심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차 교수가 몸담고 있는 해양바이오수 산생명의학과 또한 신설학과인데다 낯선 분야이기에 자리 잡기까지 어려움이 따랐다. 그는 초대 교수로서 학과에 애정을 갖고 역량 있는 인재들을 배출해낼 것이라 다짐했다. 특히 탄소중립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탄소중립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해양환경의 활용이 필수적인 만큼 해양과 환경의 연계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후학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생소한 학과명에 해양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도 부모님의 만류나 분야에 대한 낯설음으로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사회적 수요가 커질 것임이 분명하기에 학과가 신설되었다는 점입니다. 스스로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판단해서 자신의 미래를 개척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구와 교육에 집중하며 해양 분야 발전에 기여할 것

교육자로서 인성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는 차선희 교수는 학생들에게 질적인 역량과 함께 성실한 태도를 갖출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그의 교과목 평가에도 태도 점수가 상당한 비율을 차지한다. 또한, 차 교수는 반면교사를 늘 염두에 둔다. 일례로 여러 단체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을 떠올리며 후임들이 그러한 불편을 겪지 않도록 먼저 배려하는 것이다. 그는 상식의 범위 내에서 적정한 선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 한 학생이 저를 만난 것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 말해주더라고요. 조용한 학생이었는데, 학회 초청발표에 관심을 가지기에 몇 번 데려갔더니 연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연구의 재미에 빠져가는 것 같아요. 그 학생이 저를 만나고서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았다고 말해줄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차 교수는 대학 시절 해조류 추출물 뱅크를 시작한 지도교수의 영향으로 해조류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해양수산분야에 여성연구자는 드물었기에 힘든 순간도 있었다. 그리고 2018년 신설된 해양바이오수산생명의학과에 차츰 여학생들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단다. 그러나 해양수산분야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탓에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학과가 자리를 잡기까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차 교수는 신설학과의 초대 교수로서 학과를 발전시키겠다는 일념과 자부심으로 교단에 서고 있다고 말했다.

성인이 된 후에는 단 하루도 쉰 적이 없다는 차 교수의 뿌리는 꾸준함과 책임감에 있었다. 최근에는 공명심도 더했다. 해양과학대학에 진학하며 해양 분야에 발을 디뎠지만 유망함과 중요성을 알게 된 만큼 분야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는 각오다. 쉼 없이 연구와 교육에 매진해온 차 교수에게 혹자는 워커홀릭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는 눈앞에 있는 일들을 해결하는데 몰두했던 것 같다며, 내년에는 일과 삶의 균형을 찾겠다고 답했다. 그의 말 속에서 기존의 열정적이고 치열한 순간이 있었기에 현재의 자리에 다다를 수 있었다는 자부심이 엿보였다. 이러한 차 교수의 바다에 대한 열정과 헌신은 해양강국으로 뻗어갈 대한민국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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