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옥 한국연구재단 대학교육실장 -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으로 지역혁신을 통해 상생의 길 찾다
강병옥 한국연구재단 대학교육실장 -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으로 지역혁신을 통해 상생의 길 찾다
  • 박금현
  • 승인 2022.05.31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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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혁신, 지역의 혁신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이끄는 지역혁신플랫폼(RIS)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플랫폼사업(RIS)은 지역이 강점을 갖는 분야를 핵심분야로 지정하고, 핵심분야와 연계한 교육과정을 개선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이러한 인재는 지역사회에 정주하여 지역사회발전을 이끄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충북, 광주·전남, 울산·경남, 대전·세종·충남 지역 플랫폼이 사업을 수행 중이며, 강원과 대구·경북이 최근에 선정되어 총 6개 지역플랫폼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다. RIS사업 첫 단계부터 현재까지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연구재단 강병옥 대학교육실장을 통해 RIS사업의 진정한 의미와 바람직한 발전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병옥 한국연구재단 대학교육실장 ⓒ박금현 기자
강병옥 한국연구재단 대학교육실장 ⓒ박금현 기자

 

안녕하세요. 먼저 한국연구재단의 대학교육실과 실장님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우선 우리 재단과 대학교육실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은 한국연구재단법에 근거하여 설립되었고, “창의적 연구와 인재양성 지원으로 지식의 진보와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1년 한국연구재단의 예산은 7조 6,358억 원인데, 이는 국가 R&D의 27.9%에 해당하는 상당한 예산으로, 우리나라의 연구와 인재양성지원에서 한국연구재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은 R&D뿐만이 아니라 인재양성과 대학지원을 위해서도 많은 일을 하고 있는데, 제가 맡고 있는 대학교육실은 대학지원팀, 지역대학지원팀, 전문대학지원팀의 3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고, 2021년 대학교육실의 예산은 1조 5310억입니다. 대학교육실의 주요사업에 대해 말씀드리면, 대학이 자율적 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반재정지원사업인 대학혁신지원사업과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이 가장 큰 규모로 추진하는 사업이고, 대학의 혁신을 통해 지역의 혁신을 도모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 국립대학의 공공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국립대학육성사업, 고숙련 전문기술인재 육성을 지원하는 마이스터대학 시범운영사업, 기초지자체와 전문대학이 협력하여 지역의 평생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지역 특화 인재를 양성하는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사업(HiVE) 등이 있습니다.  
저는 재단에서 인문학단 PO, 감사팀장, 학술기반진흥팀장 등을 지냈고, 2019년에는 대학지원2팀장으로 발령받아 당시 진행 중이던 RIS사업 기획에 참여하였고, 2020년 RIS사업 원년에 처음으로 3개 지역혁신 플랫폼 선정할 때까지 담당 팀장으로 업무를 수행하였습니다. 이후에는 대학교육실장의 직을 맡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RIS 사업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데요, RIS사업 첫 단계부터 현재까지 담당하고 있어 애정을 갖게 되는 측면이 있고, 저도 지역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지역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이 시기에 지역혁신을 도모하는 사업을 담당하고 있어 그렇기도 합니다.   


최근 지역혁신 플랫폼이 4개에서 6개로 확대 도입되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는 상황인데요, RIS사업이 지역혁신에 어떤 의미를 갖는 사업인지, 어떻게 지역혁신을 이루고자 하는지 사업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네, RIS사업은 기존 지역혁신관련 사업들이 갖고 있던 한계에 대한 교훈에서 출발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RIS사업에 대해 말씀드리기에 앞서 기존 지역대학관련 사업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수도권 집중화와 지역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오래된 현상이고,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복합적 원인을 갖는 문제이죠. 지역혁신을 위한 정책들이 이전에도 있었습니다만, 가장 주목할 만한 시기는 참여정부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워 행정수도건설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였습니다. 2004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이 법에 근거하여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설치하였습니다. 지역대학을 대상으로 한 재정지원사업도 이 시기에 크게 확대되었는데,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NURI)이 대표적 예입니다. NURI사업은 지역대학을 대상으로 5년간 총 1조 2400억 원을 투자한 사업으로 기존의 지방대학육성사업에 비해 획기적으로 확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NURI사업의 기본적 특징은 대학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했다는 것입니다. NURI사업도 지자체와 산업체의 참여를 필수사항으로 설정하였고, 지자체에게 대응자금 10%를 투자하도록 요구하였습니다만, 사업추진과정에서 지자체가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참여정부 이후 추진되었던 다른 지역대학관련 사업 역시 대학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되었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그간의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이 대학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것이 한계라고 한다면, 타부처는 타부처대로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학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못해왔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자체 또는 지역의 산업체를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정부부처별 분절적 형태로 지역사업이 추진되어 왔던 것이지요. 
RIS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사업명에 드러나 있는 것처럼, “지자체-대학 협력”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지역이 강점을 갖는 분야를 핵심분야로 지정하고, 핵심분야와 연계하여 교육과정을 개선하여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이러한 인재는 지역사회에 정주하여 지역사회발전을 이끄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됩니다. 이처럼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으로 대학혁신을 통해 지역혁신까지 이루고자 하는 것이 RIS사업의 기본 방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RIS사업은 단일형 플랫폼에는 국고 약 300억원, 복수형 플랫폼에는 약 480억원의 국고를 지원하고 있고, 30% 이상의 지방비를 부담하도록 되어 있어, 한 지역에 지원되는 단위가 상당히 큰 사업입니다. 현재는 충북, 광주·전남, 울산·경남, 대전·세종·충남 지역 플랫폼이 사업을 수행중이고, 강원과 대구·경북이 최근에 선정되어 총 6개 지역플랫폼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RIS사업의 추진하는 데 있어서 한국연구재단의 주요 역할에 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은 연구사업관리 전문기관으로서 각 지역의 플랫폼 선정과 사업추진과정에서 각 지역의 플랫폼이 당초의 목적대로 운영되어 지역혁신 성과를 도출해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선정평가의 경우에는 RIS사업이 각 지역에서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이기에 무엇보다도 공정하고 전문적인 평가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연구재단은 이해관계자를 배제한 전문가로 평가단을 구성하고, 보다 면밀히 지역현황을 살필 수 있도록 현장방문평가를 실시합니다. 플랫폼 선정 후에는 사업계획보완 컨설팅, 맞춤형 컨설팅, 행·재정 컨설팅을 실시하여 사업추진 방향과 사업관리에 대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년 연차평가를 실시하여 플랫폼별 사업추진 성과를 점검하고, 수시로 간담회 등의 의견수렴을 통해 현장의 의견을 파악하여 사업을 개선하고 사업 품질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RIS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 실장님께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신지,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위한 정책제언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RIS사업을 전체 비수도권 지역으로 확대하여 지원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지역의 위기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고, 비수도권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것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간, 예산의 한계 때문에 모든 지역을 지원하지 못하고 특정 지역을 선정해서 지원하였는데, 앞으로는 전체 비수도권 지역으로 RIS사업을 확대한다고 하니 아주 반가웠습니다.  
저는 RIS사업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관련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RIS사업에서 운영해온 각 지역의 플랫폼의 기능과 역할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각 지역 플랫폼에서는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을 치열하게 고민하여 실현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겠지만, 그 경험도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각 부처의 지역관련 사업이 지역을 중심으로 추진되게 된다면, 각 지역의 플랫폼이 RIS사업의 경험을 살려서 여러 중앙부처의 지역관련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확대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재 총괄대학 안에 위치하고 있는 총괄운영센터를 별도 법인으로까지 성장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지역 내 이미 존재하는 법인과의 역할분담 문제는 당연히 검토 후에 추진해야 할 것이고요.

강병옥 한국연구재단 대학교육실장 ⓒ박금현 기자
강병옥 한국연구재단 대학교육실장 ⓒ박금현 기자

 

지역대학은 인재양성 이외에도 지역의 현안과 산업발전을 위한 연구와 교육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위기에 직면한 지역대학을 위해서 사회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학의 혁신이 지역의 혁신으로 이어졌던 외국의 사례는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스탠포드 대학과 실리콘 밸리의 경우입니다. 스탠포드 대학이 없었다면 지금의 실리콘 밸리는 없었을 것이다라고 얘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탠포드 대학이 원래부터 훌륭한 대학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던 스탠포드 대학은 실리콘 밸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프레드릭 터먼의 리더쉽과 정부, 기업의 대폭적인 투자로 성장했고, 실리콘 밸리의 탄생에 기여했습니다. 
지역대학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도 우선은 대학에 대한 교육비 확대가 필요합니다. 2021년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고등교육의 경우 11,920달러입니다. OECD 평균이 17,065달러인데 비해 많이 부족하고, 우리나라 초등교육 12,535달러에 비해서도 적은 투자입니다. 외국의 지역혁신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교육비 투자를 확대하고 각고의 노력으로 각 지역 연구중심대학의 수준이 올라가면 이것이 지역혁신으로 연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최근에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었는데요, 권역별로 우수한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는 방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많은 얘기를 하기는 어렵겠지만,관련 논의가 우리 사회에서 좀 더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역대학이 위기를 겪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인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복합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른바, 한계대학에 대해서는 학생과 구성원에 대한 대책방안 수립 후에 학교재단에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불가피할 것 같고, 또, 평생직업교육과 같이 지역과의 관계를 활성화해서 대학과 지역주민이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우리 재단에서는 기초지자체와 전문대학이 협력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사업(HiVE)을 처음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의 핵심과제에 지역사회 평생직업교육 고도화가 포함되어 있는데요, 이 사업을 통해 전문대학과 지역이 상생하는 길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RIS사업을 추진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2022년 RIS사업 선정평가 결과 강원과 대구·경북 두 개 지역의 플랫폼이 선정되었습니다. 강원지역은 빅데이터 기반 정밀의료와 디지털헬스케어를 핵심분야로 지정하여 사업을 신청했었는데요, 현장평가를 위해 강원지역을 방문했을 때 강원지역 관계자 분께서 핵심분야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강원지역은 땅이 넓고 인구가 적기 때문에 의료 빅데이터에 기반한 개인별 최적의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실시하기에 적합한 곳이다”라는 취지의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이 말씀을 들으면서, ‘바로 이것이 RIS사업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원지역은 타지역과 비교해서 산업여건이 열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논의와 고민 끝에 해결 방향을 찾고, 혁신을 이루려고 노력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것은 RIS사업뿐만이 아니라 한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현실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환경이나 남을 탓하며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극복할 방법을 찾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고, 그러면 결국에는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새삼스레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지역혁신플랫폼 기획으로 국민들에게 전하시고 싶은 말씀 자유롭게 부탁드립니다.
전국의 약 12% 밖에 되는 않는 면적의 수도권에 이미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역이 무너지면 수도권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공생의 방법을 찾고 그 길을 함께 가야 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지역혁신에 관심을 갖고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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