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와 기후변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검증 바탕으로 정확한 미래기후 예측모델을 추구하는 과학자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검증 바탕으로 정확한 미래기후 예측모델을 추구하는 과학자
  • 김윤혜 기자
  • 승인 2022.06.02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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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안진호 교수

급격한 기후변화를 마주한 인류는 그 주범으로 이산화탄소(CO₂)와 메탄(CH₄), 산화이질소(N₂O)를 지목했다. 이에 전 세계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사명에 공감하며 유의미한 변화를 이루어가고 있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안진호 교수는 이러한 해법에 물음표를 던진다. 온실가스 농도 조절 메커니즘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에 대한 이해가 현재로서는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빙하를 분석해 대기 이산화탄소 변화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며 기후변화에의 대응을 위한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왔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안진호 교수 ⓒ김윤혜 기자 /사진 박성래 기자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안진호 교수 ⓒ김윤혜 기자 /사진 박성래 기자

남극 온도변화에 대한 통념 뒤집은 연구로 정확한 기후모델 개발 및 검증 필요성 주장
지구는 4만년 혹은 10만년 주기로 빙하기-간빙기의 기후변화를 지속해왔다. 해수면 상승을 우려하는 현재와는 대조적으로 최근 최대빙하기(Last Glacial Maximum) 당시에는 북아메리카와 유라시아 북서부, 그린란드, 남극의 빙하가 성장하며 해수면이 약 120m까지 내려갔다. 안진호 교수는 현재 지구는 비교적 따뜻한 간빙기에 있다며,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는 기후변화 시기 동안의 남극 온도변화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참여한 국제연구팀은 남극 빙하를 연구 결과 기존 모델과 다른 값을 도출해냈다. 빙하의 표면 고도 변화로 인해 동남극과 서남극의 온도변화 정도가 상이했던 것이다. 안 교수는 산업혁명 직전인 1750년을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서남극이 약 10도 정도의 온도 하강을 보인 반면 동남극의 온도는 기존에 알려진 약 9도 하강의 절반 수준인 4~7도 하강에 그침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빙하기 동안 서남극의 빙하표면 고도는 크게 상승하였으나, 동남극은 그렇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논문 ‘Antarctic-wide surface temperature and elevation during the Last Glacial Maximum’은 지난해 6월 4일자 사이언스紙에 게재되었다.
“시추공온도측정법과 빙하의 얼음연령-기체연령 차이에 기반한 분석을 토대로 남극의 과거 빙하기 온도를 복원했습니다. 그 결과 보편적으로 알려진 사실과는 다른 결과값을 얻었죠. 이는 정확한 미래기후 예측을 위한 정확한 기후모델의 개발과 기존 기후모델에 대한 검증이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미래기후 예측을 위한 기후모델 개발 및 검증을 위해서는 정확한 과거 기후변화 자료가 필요하다. 빙하의 거동이 기후 뿐 아니라 해수면 상승과 직결되기에 과거 수천 년 동안의 기후변화 및 빙하 거동에 대한 정확한 검토는 기후모델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안 교수는 온실가스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이루어졌지만 실제 거동 과정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며, 온실가스의 거동을 정확하게 밝히지 않는다면 기후예측 또한 부정확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지난 2014년에는 남극 빙하 속 이산화탄소 농도를 복원·분석해 과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 방식을 밝히기도 했다. 남극 사이플돔(Siple Dome) 지역에 있는 빙하코어(빙하에 구멍을 뚫어 추출한 얼음조각)을 활용해서다. 안 교수는 빙하에 공기방울로 갇힌 공기를 추출해 4만 1천년 전부터 2만 2천년까지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고해상도·고정밀도로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 상대적으로 남극 온도가 오랫동안 상승한 기간에는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 또한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내용은 대기중 이산화탄소 및 메탄의 조절기작 이해 및 빙하코어와 기후변화, 생지구화학적 순환 연구를 위한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해당 내용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紙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빙권 연구 이어가며 전세계 빙하연구 분야 리더십 수립
20여 년 간 빙하를 중심으로 이산화탄소의 거동을 연구해온 안진호 교수는 동토(Permafrost) 및 현재 대기 성분 분석 등의 연구로 연구주제를 확장하며 정확한 미래기후 예측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남극 블루아이스 빙하를 이용하여 오래된 연령의 빙하를 찾아 과거의 온실가스와 기후변화를 연구하는데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오래된 빙하이나 돌출되어 빙하 표면 가까이에 노출되어 있는 블루아이스는 오래된 연령의 빙하를 찾기 위한 중요한 단서로 활용된다. 안 교수는 현재 극지연구소와의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이는 선진국 연구수준을 따라잡기 위한 가장 빠르고 경제적인 방법이라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에 구축 중인 빙권과학교육연구센터에서 블루아이스에 대한 본격적 연구를 이어갈 전망이다.
“빙하, 동토 외에 겨울철 내리는 눈과 얼어붙은 강물도 모두 빙권에 들어갑니다. 이러한 빙권이 지구 전체 기후 환경 변화 예측을 위한 중요한 단서로 주목받고 있어요. 빙권에 대한 연구를 서울대학교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자 합니다.”
안 교수는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선택했던 연구주제가 이제는 기후변화 시대의 중요한 키로 주목받고 있다며, 학자이자 교육자로서 관련 연구에 기여하는 동시에 젊은 훌륭한 과학자들을 배출해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제자들이 ‘청출어람 청어람’하여 좋은 연구를 이어가는 과학자로 성장한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다. 더불어 빙하 속 온실가스 농도와 동위원소 측정 기술을 현재 대기 온실가스의 측정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며, 관련 연구와 교육을 통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의 동위원소 측정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할 것이라 전했다. 자신이 은퇴한 이후에도 후배 교수와 제자들이 전 세계에서 빙하 연구와 관련한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한다는 바람과 함께였다.
“온실가스가 계속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온실가스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농도뿐 아니라 동위원소 측정이 중요합니다. 같은 원소라도 질량이 조금씩 다르기에 이를 측정하는 것은 지문을 확보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위원소 측정을 통해 탄소배출의 오염원을 추적할 수 있게 되죠.”
안 교수는 2018년부터 3년간 유엔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6차 보고서 작성 주저자(작업 그룹 1, 2장) 역할을 수행해왔다. IPCC는 정책결정자들에게 과학에 근거한 기후변화 평가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자 1988년 설립되었으며, IPCC 보고서는 파리협약 등의 근거자료로 활용되는 등 전 세계 정책 수립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현재 인류의 안전 및 생태계 보전을 위한 한계선으로 제시되는 ‘지구 온도 1.5도 상승’ 또한 IPCC의 연구에 기반한 내용이다. 이밖에도 안 교수는 대한지질학회와 한국지구과학회, 한국기상학회, 국제빙권과학협회 등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학문적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기후문제는 지질학과 해양학, 대기과학, 화학, 생물학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연구, 이제는 사명감으로
“환경 연구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습니다. 석사 과정까지 지질학과 화학을 전공하다 박사과정을 밟으며 빙하학과 기후변화로 관심을 넓혔죠. 그 과정에서 찾은 것이 탄소 순환 등의 연구주제였습니다. 환경 분야에서 이산화탄소가 화두로 떠오르던 때였죠.”
서울대에서 지질학을 전공한 안진호 교수는 석사 과정에서는 암석을 화학적 방법으로 연구하고, 박사과정은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스크립스해양연구소에서 해양학을 공부하며 빙하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과거 4만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분석한 것이다. 그는 유학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관련 연구가 무르익지 않아 한국으로는 돌아오지 못하겠구나 생각했다며, 유학기간 중 한국의 극지연구가 급성장하며 서울대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안 교수가 연구를 거듭하는 동안 이산화탄소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절박한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호기심에서 시작한 연구는 책임감으로 탈바꿈했다. 그는 탄소배출을 감축해야 한다는 대중의 인식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감축해야만 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제시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논의를 촉진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역할일 것이라 설명했다.
최근에는 고고학과 경제학 교수와 함께 교내 교양과목을 개발하기도 했다. 기후변화가 인간의 발전에 미친 영향을 문화적·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보기 위함이다. 해당 강의에는 각 분야 교수들이 함께 참석해 강의와 토론을 이끌어간다. 또한 빙하조각 속 공기방울을 관찰하거나 얼어붙은 흙과 녹은 흙 속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하는 등 다양한 실험기회를 제공한다. 안 교수는 기후변화 관련한 새로운 교육 방법론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며, 학생들이 과학뿐 아니라 인문학적 측면과 경제학적 측면을 함께 살피며 종합적 사고를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안진호 교수 ⓒ김윤혜 기자 /사진 박성래 기자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안진호 교수 ⓒ김윤혜 기자 /사진 박성래 기자

연구와 소통으로 탄소중립의 시급함과 필요성 알려갈 것
안진호 교수는 한 번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수백, 수천 년 동안 대기에 머무른다며, 지금 당장 탄소중립을 이룬다 하더라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긴 시간에 걸쳐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산업혁명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리기까지는 수십만 년에 달하는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그다. 이러한 위기감은 소통에 대한 고민을 더하고 있었다. 안 교수는 기후변화에 대한 내용을 보다 알기 쉽게 설명하는 유튜브와 SNS 채널을 운영하며 대중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관련 저서도 계획 중이다. 그는 한 분야를 파고들다보면 자꾸만 자기 언어로만 생각하게 된다며, 일반 대중이나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기후 변화를 연구해온 만큼 기후변화가 사람들의 인식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습니다. 한 번 방출된 온실가스는 쉽게 사라지지 않거든요. 당장 오늘 탄소중립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해수면은 수백 년 간 상승하게 됩니다. 저는 지금의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표현하곤 합니다. 탄소중립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질 때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안 교수는 기후변화 문제를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했다. 물의 온도가 서서히 높아지는 동안 개구리는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서서히 죽어간다. 자연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급격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그는 이미 미래는 결정되어 있다며, 그 피해 규모를 어느 정도까지 줄일 수 있느냐는 현 인류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세대 간 윤리의 문제로도 연결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 시계를 앞당겨야 합니다.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하루빨리 탄소배출을 줄여야죠. 저는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생산해내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야말로 저에게 주어진 책임이자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안 교수는 국민의 인식변화가 결국 기업과 국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러한 인식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결국 과학자의 몫이라는 사명감과 함께였다.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수립된 정확한 미래기후 예측모델이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중요한 단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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