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곤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 -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 국정과제에 걸맞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
남기곤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 -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 국정과제에 걸맞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
  • 박금현 기자
  • 승인 2022.06.30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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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거점사업의 혁신성장과 산학연협력 생태계 구축으로 국가균형발전 이끈다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는 대학들이 학생들의 교육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여 우수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대학재정지원 사업들을 관리한다.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일반재정지원 성격으로 지원되고 있는 대학혁신지원 사업, 산학협력 교육의 강화를 통해 산업체에 필요한 인력 양성을 도모하고 있는 LINC 3.0 사업,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위해 대학원에 대한 재정지원을 실시하고 있는 BK21 사업 등 대표적인 대학재정지원 사업들이 있다. 본부에서 집행하는 예산은 올해 2조 6,845억 원이나 된다.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으로서 2년 차 몸을 담아온 남기곤 본부장은 지방대학을 위한 다양한 교육 사업이 진행됨에도 수도권과 지방대학의 불균형과 학령인구의 감소가 점차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새로운 정부가 시작 된 지금, ‘위기가 적기’, ‘발상의 전환’을 통한 대대적인 투자로 국가의 대학 교육 지원책이 바뀌어야 할 때다.

남기곤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 / 사진 박성래 기자
남기곤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 / 사진 박성래 기자

 

안녕하세요. 본부장님. 먼저 본부장님이 일하고 계시는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을 맡고 있는 남기곤입니다.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 계시는 분들이야 저희 한국연구재단에 대해 이미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렇지 않은 일반인분들도 아마 이름에서 저희 재단이 어떠한 일을 하는 곳인지 쉽게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쉽게 말해 연구비를 나누어 주는 곳이지요. 어느 나라 어느 시기에나 연구자들이 수행하는 연구는 공공재적인 성격이 있어서 국가의 재정지원이 필수적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충당되는 이러한 국가의 연구 재원을 어떤 분야에 어떠한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지, 그렇게 지원된 예산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이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을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저희 재단의 핵심적 임무입니다. 올해 저희 재단에서 집행하는 예산이 8조 3,870억 원에 달하는데요. 이 중 이공분야 기초연구 지원 사업에 2조 5,602억 원, 인문사회 분야 학술연구 지원 사업에 2,416억 원, 국책연구 지원 사업에 2조 3,731억 원 등의 예산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액수가 조 단위로 어마어마하지요.
그런데 한국연구재단에서 학술진흥본부가 담당하는 일은 이것과는 약간 결을 달리합니다. 저희 본부에서는 연구자들의 개별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들이 학생들의 교육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여 우수한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대학재정지원 사업들을 관리합니다.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일반재정지원 성격으로 지원되고 있는 대학혁신지원 사업, 산학협력 교육의 강화를 통해 산업체에 필요한 인력양성을 도모하고 있는 LINC 3.0 사업,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위해 대학원에 대한 재정지원을 실시하고 있는 BK21 사업 등이 저희 본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대표적인 대학재정지원 사업들입니다. 저희 본부에서 집행하는 예산도 만만치 않아요. 올해 예산이 2조 6,845억 원이나 됩니다. 

 

아, 그렇군요. 그 많은 예산을 집행하고 관리해야 하니 본부장님의 어깨가 무거우시겠습니다. 본부장님은 외부에서 연구재단에 파견 나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이 일을 맡게 되셨는지요?
현재도 소속은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입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3월부터 연구재단에 파견 나와 있는 중입니다. 원래 저는 노동경제학 전공자이어서 임금이나 고용, 노사관계 등을 연구해 왔었는데요. 교육과 훈련 등으로 연구 주제가 확대되면서 교육경제학 분야도 함께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고교평준화나 실업계 고교, 사교육 문제에서부터 전문대학이나 대학재정지원사업의 효율성 분석까지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교육 분야 연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 자문을 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그러면서 구체적인 교육 정책과 제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요. 또 그러다 어느새 대학재정지원 사업 예산을 배분하고 관리하는 한국연구재단이라는 실제 ‘현장’에서 일 해보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여기 파견 온 지 벌써 2년여의 시간이 흘렀는데요, 그동안 참 많이 배웠습니다. 각종 교육 정책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러한 정책들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일선 교육 현장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그 과정에서 여러 주체들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면서 정책이 변화해 나가는지 등등, 결국 중요한 것은 ‘디테일’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교육 정책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고 이를 위해 예산을 확보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사업들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세부 설계를 잘 만들고 체계적으로 실행해 나가는 것 또한 못지않게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일을 담당하는 한국연구재단의 임무가 막중한 거지요.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교육 전문가이시네요. 또 현재 지방대학 교수이시기도 하시니,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학들이 위기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겠어요.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020년대 들어서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속출하고 있는 지금의 현상은 천재지변이 아닙니다. 지금 대학에 입학하는 연령층이 태어났던 20여 년 전부터 출생아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예고되었던 현상이며, 초등학교와 중학교 입학생이 계속 감소해 오면서 대학에 위기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 왔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 등에 불이 떨어지는 순간까지 제대로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거지요. 자 보세요. 과거 대학에 입학하는 연령대의 경우 한 해 45만 명 정도가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26~27만 명밖에 태어나지 않아요. 앞으로 20여 년 후가 되면 대학 입학생이 지금에 비해서도 반토막이 난다는 이야기예요. 현재의 대학 구조가 지속될 수 있겠어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어차피 바꾸어야 합니다. 어쩌면 위기가 시작된 지금이 적기일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사실 생각해보면, 변화의 큰 방향에 대해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동안 많은 대학들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해 왔고, 한국 사회 발전을 이끄는데 중요한 기여를 해왔어요. 하지만 이제 입학생 수 감소라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학 교육을 담당하는 일에 효율성이 감소하는 거잖아요. 그러니 이들 대학들에게는 사회의 다른 부문에서 더 효율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줄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대학 입학 연령층을 가장 효과적으로 교육시킬 수 있는 적절한 규모의 대학만이 남도록 유도해야 해요. 그리고 이들 대학의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예산 지원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은 공공재잖아요. 그리고 대학 입학생 수가 감소하는 반면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계속 증가할 거고,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는 더욱더 강화될 겁니다. 그러니 국가가 대학 교육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고 봐요.   

남기곤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 / 사진 박성래 기자
남기곤 한국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장 / 사진 박성래 기자

 

본부장님은 그러한 과정에서 지방대학에 대한 교육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고 보세요?
글쎄요. 제가 지방대학 교수라서 그런 말씀을 드리는 게 다소 어색하긴 합니다만, 우리나라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토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고,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처럼 좋은 대학 가기 위해 학생들이 서울로 모여드는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대학에 다니면 비용도 적게 들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학습 효과도 높아지지 않겠어요. 우수한 인재가 지역 대학을 졸업하고 그 지역 산업체에 취업하는 경향이 강화되면 지역 경제도 더 활성화될 거고요. 
물론 본인이 전공하고 싶은 분야가 특별히 발전되어 있는 대학이 있어서 거기에 가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거야 좋아요. 문제는 우수하다고 알려진 거의 모든 대학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그렇게 소문이 나다 보니 전국의 우수한 학생과 교수들이 서울로 모여들어 갈수록 서울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거예요. 모든 주체들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사회 전체적으로는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고 있는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각해 보세요. 대부분의 경우 중고등학교는 서울로 안가잖아요. 왜 그럴까요? 서울이나 지방이나 교육 수준이 비슷하거든요. 물론 서울에 가면 유명 사설 학원들이 많아 성적 올리는 데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서울로 이주하는 데 따르는 비용을 감안하면 굳이 서울로 이사를 가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것이 효율적인 선택이 아닌 겁니다. 대학은 그렇지 않아요. 소위 SKY를 비롯한 서울에 있는 유명 대학들과 지방대학들은 학생 1인당 교육비에서부터 차이가 크게 나요. 교수진도 더 좋고, 우수한 학생들이 집결하니 학습 분위기도 좋을 거고요. 졸업 이후 사회적 네트워크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겠죠. 서울로 대학을 가는 것이 성과가 더 좋으니 비용이 들고 불편하지만 서울로 모이는 겁니다.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방에서 대학을 나올 때 얻을 수 있는 기대이익을 높이는 수밖에 없어요. 지방대학에 대한 교육 투자를 늘리고, 우수 교수를 초빙하고, 취업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카이스트나 지방대학 의대, 교대들 보세요. 지방에 있어도 우수한 인재들이 입학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잖아요. 대학을 우수하게 만들면 학생들이 굳이 서울로 올라가지 않도록 만들 수 있어요. 

 

맞는 말씀인 것 같네요. 그래서 그동안 정부에서도 지방대학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해 오지 않았나요? 본부장님이 일하시는 연구재단 학술진흥본부에서도 그런 사업들을 관리하신 거고요?
그렇지요. 올해 2,440억 원이 투자되는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혁혁신(RIS) 사업, 410억원 규모의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사업, 1,500억원 규모의 국립대학육성 사업 등 지방 소재 대학만을 대상으로 한 사업들이 수행되고 있어요. 또 LINC라 불리는 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 사업이나 BK21과 같은 대학원 육성 사업 등에서도 지방대학에 대한 배려가 존재해요.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방대학 문제가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 심각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국 이 정도만으로 불충분하다는 거지요. 지방대학에 몇천억 원 정도가 더 투자된다고 하더라도 전체 학생 수로 나누면 학생 1인당 교육비를 겨우 몇십만 원 증가시키는 데 불과합니다.
현재 서울과 지방 소재 대학 간 현격한 격차를 해소해서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서울이 아닌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대학에 진학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질 만큼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해요. 지금처럼 찔끔찔끔 이런 사업 저런 사업 맛보기 식 투자로는 큰 흐름을 돌려세우는데 도움이 되지 못할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학에 대해 투자하는 방식에서도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대학은 중고등학교 교육과는 다릅니다.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학생들에게 잘 가르친다고 해서 좋은 대학이 되는 게 아니에요. 무엇보다도 연구 기능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SKY 대학이 우수하고 사람들이 선망하는 이유는 이 대학 교수들이 강의를 잘하거나 혹은 학생들 취업을 잘 시켜서 그런 게 아니잖아요. 연구 능력이 우수한 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이 집결해 있고, 이에 기반하여 우수한 능력의 인력이 배출되고, 기업과의 기술혁신형 산학협력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지 않겠어요.
적어도 SKY 대학 수준의 연구 중심대학을 지방 곳곳에 만들어야 해요. 이를 중심으로 다른 대학들은 공유 협력하면서 지방에 있는 모든 대학들에서 질 높은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체계가 만들어져야 해요.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한 투자는 이러 저러한 사업들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대학 만들기 프로젝트로 집중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본부장님, 마지막으로 국가균형발전과 관련하여 새 정부에 바라는 말씀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국가균형발전은 시대적 소명입니다. 경제 사회의 자원을 각 지역에 고르게 배분하는 것은 국가의 장기적 발전과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원동력이 될 거예요. 사람들이 서울로 모여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소위 명문 대학들이 서울에 밀집해 있다는 것 또한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입니다. 이번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라는 주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며 희망적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비춰보면 지방대학 관련 사업 몇 개 늘린다고 지방대학 시대가 열리지 않을 것은 확실합니다. ‘발상의 전환’, 이를 통한 큰 변화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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