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을 이끌고 새로운 에너지 시장을 주도할 수소에너지
탄소 중립을 이끌고 새로운 에너지 시장을 주도할 수소에너지
  • 김윤혜 기자
  • 승인 2022.07.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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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이영덕 교수

우주 물질의 75%를 차지하는 수소는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분포하는 에너지원으로 오염이 없는 깨끗한 자원인데다가 장시간·대용량 사용도 가능해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는 기후 등 자연환경과 지리적 이점으로 수소 생산에 앞장서고 있고, 일본과 중국도 수소 형태 전환, 수소 산업에 대한 전방위적 투자 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수소에너지의 활용도를 높이는 일이 환경을 넘어 국가 경쟁력으로 작용하며 우리나라도 수소 경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수소 선진국들의 장단점을 분석해 나아갈 방향을 찾고, 탄소배출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다방면에서 수소를 연구하고 있다. 아직은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긍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건 경험과 기술력 그리고 연구에 대한 사명으로 에너지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도 새로운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할 대한민국을 그려볼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이영덕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이영덕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세계 유일의 에너지 특화대학,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올해 3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가 개교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는 한전·정부·지자체가 공동 지원하는 특수법인 대학으로서 에너지 및 융·복합 분야에 특화된 글로벌 대학이다. 에너지공학부 단일 학부 체제로 향후 핵심 에너지 분야로 에너지 신소재, 에너지 인공지능(AI), 차세대 전력 그리드, 수소에너지, 에너지 기후·환경 5개 분야를 선정해 운영한다. 수소에너지 분야를 연구하는 이영덕 교수를 비롯해 5개 분야의 교수들이 긴밀하게 협업하며 연구개발과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실시한 수시모집에서 경쟁률이 20대 1을 넘어설 정도로 수험생들의 관심도 폭발적이다. 학교의 특별한 점은 미국 미네르바대학의 커리큘럼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2014년 문을 연 미네르바대학은 미래 대학의 대안으로 떠오른다. 기업과 사회가 요구하는 기술과 지식을 70여 가지로 구분해 강좌를 마련했고, 이러한 커리큘럼에 따라 학생들은 4년간 기숙사가 있는 도시를 돌며 현지 문화와 산업을 배우는데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이뤄져 카페든 도서관이든 노트북을 켜는 곳이 강의실이 된다. 학생들은 수업 전에 영상 강의를 미리 듣거나 논문이나 책을 읽고 와서 토론식 수업에 참여한다. 미네르바대학의 교육 목표는 학생들이 창조적인 문제 해결, 시대에 참여하는 세계 시민으로서 소양을 갖고 성장하는 것이다. 미네르바대학과 마찬가지로 ‘세상에 없는 대학’을 지향하고 ‘작지만 강한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는 국내 대학 최초로 미네르바대학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네르바 교육과정을 대학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했다. 토론 수업에서 교수가 일방적으로 발언할 수 없도록 경고등을 설치하는 등 교육 전반으로 커리큘럼을 적용해나가고 있으며 실제로 학생들의 호응 역시 긍정적이다.
“새로 개교하는 학교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었지만, 시작을 함께한 만큼 교원 모두가 단합해 학교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행정적인 절차를 줄이고 교육에 자율성을 부여했으며, 연구비도 적극적으로 지원합니다. 올해 대학원이 개원했고, 저 또한 이제 막 부임한 만큼 올해는 교육과 연구의 틀을잘 갖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학문과 인격도야에 정진함으로써 인류 공영을 위한 미래 에너지 개발에 도전하겠다는 입학생들의 포부처럼 한국에너지공과대학은 에너지 특화 강소형 대학으로 에너지 분야 세계 10위권 대학, 전문가 1,000명과 에너지 유니콘기업 배출 등 목표한 바를 차근차근 이뤄나가고자 한다. 학교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에너지 연구로 우리나라를 밝힐 이들의 시작이 반짝이는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이영덕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이영덕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에너지 분야 탈탄소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잉여전력 문제의 해결책
다양한 수소 연구 중에서도 수소를 연료로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생성하는 발전 장치인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시스템이 이영덕 교수의 주요한 연구 분야이다. 연료전지는 자동차, 발전소, 건물 등 전력 공급처가 다양한데, SOFC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갖춘 유망한 미래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 교수도 이 점에 주목했다. 연료전지에는 SOFC를 비롯해 고분자전해질형 연료전지(PEMFC), 인산형 연료전지(PAFC) 등의 유형이 있다. SOFC는 대규모 발전이나 중소사업소 설비, 선박 등 대형 이동체의 전원으로 쓰일 수 있으며 PEMFC, PAFC보다 높은 50~60%의 발전 효율을 보이는 장점이 있다. 경제성과 효율성을 갖춘 만큼 국내외 관련 업체들은 SOFC를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잉여전력 부문 간의 연계인 섹터 커플링도 그의 대표적인 연구 과제이다.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4년까지 25.8%로 확대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증가가 필수적으로 발생한다. 그리고 환경의 영향을 받는 재생에너지의 증가는 전력계통에서 수용성의 한계로 인해 다시 잉여전력을 발생시킨다. Power-to-X(P2X)로도 표현되는 섹터 커플링은 에너지 발전으로 생산된 잉여전력을 다른 에너지로 변환하여 사용·저장한다는 의미를 직관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잉여전력을 활용하는 P2X 기술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으며, 수전해를 이용하여 생산하는 수소는 P2X의 핵심 인자이다. 이 교수는 ‘그린수소 순도에 따른 암모니아 생산공정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1MW 알칼라인 수전해 설비에서 생산된 수소의 순도에 따른 암모니아 생산공정 및 제품의 특성변화를 ASPEN Plus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고, 그린수소의 순도는 수전해 설비의 기액 분리기로 최종 조절이 되기 때문에 수전해 설비에서 최대의 그린수소 순도를 확보한 후 암모니아 생산공정으로 투입되는 것이 암모니아 순도 및 에너지 관점에서 장점이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현재 진행 중인 국책 연구 과제들을 통해서 기업이 활용가능한 수준으로 기술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구체적으로 암모니아를 적용하는 SOFC 기술을 연료전지 기업과 만드는 연구를 6월부터 시작했고, 연료전지와 전력 계통을 연계해 최적화하는 연구도 전력 관련 기업들과 진행하고 있어요. 또, 중요 과제인 섹터 커플링 연구도 다른 연구소와 협업해 진행 중입니다. 에너지의 효과적인 전환을 위해 공정 모델을 만들고, 경제성을 평가하는 연구들이 계속 이어질 것 같아요."
정부는 2050년 탄소 중립으로 나아가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4년까지 25.8%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히트펌프 등으로 전기를 열로 변환·사용하는 냉난방 전력화기술인 P2H·P2C, 전기차로 대표되는 운송 부문 전력화기술 P2M, 전기를 수소·암모니아 같은 가스·액화연료로 생산·저장해 타 부문에서 원료로 사용하게 해주는 P2G·P2L 등 최적의 섹터 커플링 기술이 분산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이뤄진다면 2050년에 계획한 탄소 중립 구현이라는 미래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이 교수는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이영덕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이영덕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세상을 나아지고 나아가게 하는 연구를 할 것
이영덕 교수가 기계연구원에서 15년이 넘는 연구 생활을 하다가 한국에너지공과대학으로 부임한 것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재미와 보람을 느꼈기 때문이다. 교수라는 역할도 처음이고 대학도 올해 개교하며 이제 막 여정을 시작했지만, 이 교수는 명확한 비전을 바탕으로 의미 있는 유(有)를 만들어가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학부전공으로 기계공학을 선택했던 이유는 눈으로 확인하며 결과를 바꿔나가는 일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었어요. 새로운 두 가지를 결합하거나 구조를 바꾸며 성능이 개선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교수라는 일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학생들을 교육함으로써 각자의 연구역량을 개발하고, 어엿한 연구자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이 교수에게 대학은 새로운 연구의 즐거움도 알려주었다. 학교에 부임한 이후,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시에 큰 즐거움을 느끼게 된 형태의 연구는 협업이다. 그는 다른 분야에 있는 연구자들과의 협업이 언제나 뜻밖의 결과물을 도출한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하며 깨닫고 있다.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연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깊어졌음을 느끼며, 동시에 국내의 에너지 연구가 상용화는 물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로 나아가길 바라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융합연구는 이 교수가 한국에너지공과대학에 오게 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연구 분야끼리의 결합은 중요한 요소예요. 자동차나 항공기 엔진처럼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재료공학/화학공학을 전공하신 분들과 협업함으로써 연료전지 기술을 한걸음 더 발전시키고 있거든요. 같이 연구했던 학생연구원들과의 협업도 생경한 즐거움을 줍니다. 지도 교수로 가르쳤던 친구가 졸업한 후 연구소의 책임연구원이 되고, 저에게 연구 과제를 제안하기도 하고요. 연구 협업에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연구자들 간의 관계를 잘 형성하며 함께 성장하고 함께 보람을 느끼고 싶어요. 물론 실력과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야겠지요.”
지금 대한민국은 에너지 체계 구축이라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 교수가 강조하는 핵심은 큰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수소의 경우, 단순한 활용뿐만 아니라 생산, 저장, 이송 등 전 과정이 고려되어야 하지만 전 과정을 운영하는 기업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때문에 정부에서 큰 틀의 로드맵을 구성하고, 계획에 맞춰 기업들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 기술 개발이 실질적인 사례로 다양한 곳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연결고리 역할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이 교수는 자신과 동료 연구자들의 기술이 대학과 연구소, 대기업을 비롯해 작은 기업까지도 동등하게 적용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기업들에도 외국 기술보다는 국내의 기술을 활용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을 우선으로 생각해주길 당부한다.
“단순한 라이센싱 사업이 아니라 기술을 함께 개발함으로써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도 힘을 써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제표준의 중요성에도 입을 모은다. 현재는 수소나 연료전지 분야의 국제표준 활동은 일본이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일본 제품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에는 표준화 활동이나 국제 활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비교적 많지 않고, 몇몇 교수나 연구원들이 공부를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이유는 있다. 국제표준의 중요성과는 별개로 표준을 만드는 일이 노력에 준하는 결과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수학 공식처럼 과정과 결과 사이에 부등호를 넣지 않는다. 연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며 다른 연구자들 또한 그러길 바란다. 그의 말처럼 언제나 사명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연구하지만, 모든 기술이 선택받지는 못한다. 다만 언젠가 자신의 연구로 세상이 조금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그의 연구 목표가 막대한 수익이나 세계적인 명성이 아닌 2~30년 후라도 누군가의 연구에 나아가 세상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는 걸 알기에 어느 때보다 더 그가 꿈꾸는 연구의 환경이, 연구 목표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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