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to everything' 수소 생태계 활성화 위한 원천기술 확보 및 상용화에 앞장
‘Power to everything' 수소 생태계 활성화 위한 원천기술 확보 및 상용화에 앞장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2.07.04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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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욱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교수
심욱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교수 ⓒ유지연 기자
심욱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전 세계가 수소경제로의 전환에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수소가 탄소배출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한 수단이자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떠오르며 급부상한 새로운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함이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심욱 교수는 우리나라가 수소경제의 선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심 교수는 보다 친환경적이며 경제적인 그린수소 생산법을 연구하는 데서 나아가 닐사이언스를 이끌며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발화위험성 낮으면서도 높은 에너지밀도 자랑하는 아연공기전지 및 다기능성 산화물 전극 개발

심욱 교수는 에너지 생산 및 전환, 저장을 위한 촉매 개발 연구에 집중해왔다. 일반적으로 촉매는 어떠한 반응 과정에서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반응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지는 물질을 칭한다. 심 교수는 촉매 반응의 정확한 기본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에너지 변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극과 촉매 및 전해질과의 계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수소를 포함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도 초점을 맞췄다. ()전기화학 반응에 의해 생산되는 신재생 에너지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아연공기전지 및 수전해를 포함한 다기능성 산화물 전극 개발 소식을 알리며 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아연공기전지는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밀도가 높고 비교적 저렴하며 발화 위험성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낮은 충·방전 효율과 짧은 수명 등의 한계로 상용화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심 교수가 개발한 다기능성 코발트망간산화물 전극은 아연전지의 양극 소재와 친환경 수소, 산소 생산에 사용되는 수전해 시스템의 음극, 양극 소재에 동시 사용 가능하기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연공기전지는 이미 상용화된 제품입니다. 리튬이온전지 대비 동일 부피에서 약 3배 높은 에너지 밀도로 보청기 전원으로 활용되어 왔죠. 그러나 한 번 사용 시 버려야 하는 1차전지이기에 사용자의 편의성과 폐전지로 인한 환경오염이라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다기능성 코발트망간산화물 전극은 친환경 수전해 기술의 상용화에도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백금, 이리듐 등 수전해 기술에 사용되는 귀금속 촉매를 대체하기 위한 비귀금속 기반 촉매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왔다. 에너지 전환 및 저장용 전극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제작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단일 공정의 다기능성 전극 제작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심 교수는 전이금속 전구체와 요소, 탄소 섬유를 수열 합성법을 이용해 동시에 반응시킴으로써 탄소 섬유 위에 코발트망간산화물를 곧바로 성장시켰다고 설명했다. 손쉬운 방식으로 합성된 촉매는 표면적이 넓은 다각형 형태를 띠기에 별도의 고분자 결합제를 필요치 않는다. 그는 코발트망간산화물의 수수한 전도성을 토대로 산소의 산화/환원 반응 효율을 극대화시킨 것은 물론 500회 이상의 충·방전 테스트에서도 성능이 감소하지 않는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유연성을 갖고 있기에 웨어러블 디바이스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심 교수는 다기능성 코발트망간산화물 전극 개발은 단기능성 촉매 연구보다 상용성이 뛰어난 다기능성 촉매 연구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성과라 평했다.

 

친환경적이며 경제적인 그린수소 생산법 개발로 국가 원천기술 확보에 기여

심욱 교수는 수소의 생산-운송-활용으로 나누어지는 전주기 플랫폼 중에서도 생산 단계에 무게를 싣는다. 수소를 보다 효율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생산하기 위한 촉매 개발이 주 연구 분야다. 심 교수는 수소를 포함한 다양한 에너지 생산, 변환, 저장용 촉매 개발에 집중해왔다고 전했다. 여러 전기화학적 분석을 통해 이들의 성능을 기존 상용 촉매의 성능과 비교하여 우수성을 검증하고, 그 결과물들을 논문 및 특허로 제출해온 그다.

수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커졌지만, 경제성이나 생산법의 친환경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아직까지는 먼일처럼 느껴왔습니다. 그러다 기후위기가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며 그 대안인 그린수소를 활용하는 일이 이제는 미룰 수 없는 시점에 다다랐죠. 가장 깨끗하면서도 경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소 생산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데에는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 생산된 수소를 액화/저장하고, 운송하는 부분에서도 아직까지는 극복해야 할 이슈가 많다. 심 교수는 이는 수소의 경제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라 말했다. 이러한 수소의 활용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액상 암모니아를 수소 저장 물질로 사용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심 박사는 다양한 전기화학적 질소 환원 반응용 촉매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저장·운반하고, 다시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액상유기화합물 및 암모니아 형태로 수소를 저장하는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경제성을 갖춘 액상수소화물을 통한 수소 저장·운송 시스템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가 수소경제 선도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자신 또한 연구실 단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닌 상용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하겠다는 다짐이 이어졌다.

최근 수소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수소산업 생태계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심 교수는 우리나라 수소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언을 전했다. 보다 안전하고 경제적인 대용량 수소의 장거리 운송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를 위한 국내외 수소공급망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는 일본은 20년 이상 수소저장 및 추출기술 개발을 추진해왔으며,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해외에서 생산된 그린수소를 일본으로 장거리 운송하기 위한 그린수소 공급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라 말했다. 우리나라 또한 수소에너지의 경제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액상 형태의 고밀도 수소 운반체를 연구하는 것은 물론 이를 활용한 대용량 수소저장 및 운송 원천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더불어 명확한 그린수소 생산 로드맵 설정과 함께 촉매와 분리막, 모듈 설계 등 각 분야의 전문가그룹이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수전해 각 부품의 최고 성능 및 비용 절감을 이루어낼 수 있는 연구기반을 마련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 원천기술 확보를 목표로 수소 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탤 것이라 전했다.

 

심욱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유지연 기자
심욱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유지연 기자

실험실 넘어 산업현장으로… ㈜닐사이언스 설립하며 상용화에 도전장 내밀어

그린수소의 활용을 앞당길 수소 생산법을 연구하던 심욱 교수는 산업 현장에서의 촉매의 효능에 대한 의구심을 품었다. 연구를 통해 새로이 개발한 촉매가 실제 산업 필드에 나갔을 때 기존 상용 촉매마다 얼마나 우수한 성능을 보일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 것이다. 수소 생산 효율을 가늠하기 위해 수소 1 kg, 혹은 1 N생산에 투입되는 시간당 전력량(kWh)이 일반적 지표로 활용되고 있으나 학계에서는 이보다는 물질의 구조, 성분, 물리화학 및 전기적 특성 부분이 논의되기에 실제 상용화와는 약간의 거리감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심 교수 연구실은 촉매를 탑재한 전극을 기본으로 막전극집합체(membrane electrode assembly), 쌍전극판(bipolar plate), 종판(end plate) 등 수전해 스택 부품 전체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이제는 시간당 수소 및 산소 발생량, 수소 생산 효율, 수소 1 kg에 드는 시간당 전력량까지 계산하며 촉매에서 모듈까지 연구 영역을 확장하는 등 상용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학계의 연구가 실용화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국내에 이를 위한 밸류체인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라 판단됩니다.”

촉매 제조기술과 스택 부품 설계 기술을 연구해온 심 교수는 자신의 노하우를 토대로 닐사이언스를 설립했다. 그는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며 주력제품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고엔트로피 합금 촉매를 탑재한 수전해 스택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닐사이언스는 수전해용 비귀금속 기반 고엔트로피 합금촉매를 선보인 바 있다. 심 교수는 고엔트로피 합금 촉매를 5종 이상의 원소를 포함하는 단상 결정질 합금이라며, 다양한 활성점을 갖는 고효율 촉매라 설명했다. 5개의 주요 원소의 장점을 모두 갖춘 고엔트로피 합금촉매는 현재 상용화된 Pt/C와 성능을 비교할 때도 우위를 차지한다.

앞으로 그린수소 시장이 확대되면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GW급 수전해 설비가 운용될 것입니다. 투입되는 촉매의 양도 많아질 수밖에 없죠. 저희가 개발한 고엔트로피 촉매는 귀금속을 미량 사용했기에 기존 백금 촉매 대비 88% 수준으로 가격을 절감했습니다. 향후 대규모 수전해 설비에의 적용을 목표로 제품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닐사이언스는 단기 사업화 모델로 수전해/연료전지용 촉매를, 중장기 사업화 모델로 수소 발생 전해 장비 생산을 설정했다. 현재 수전해 실증사업에의 참여를 통한 활용 계획을 바탕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심 교수는 수전해 보급화는 물론 수소 경제 확장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기여하고, 국내 우수인재 양성 및 일자리 창출에도 힘을 보탤 것이라 전했다.

 

노력과 성실 바탕으로 가능성 확인하기 위한 도전 이어가

'봄의 기쁨그것을 아는 이는 겨울의 괴로움을 아는 사람뿐이다. 스위스 철학자 힐티의 말이다. 심욱 교수는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노고기쁨을 떠올렸다. 지금의 고생이 결국 빛을 발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우직하게 연구를 수행해온 그다. 그는 연구를 위해 필요한 일이면 두 마리 토끼뿐 아니라 백 마리, 천 마리 토끼를 쫓으며 맡은 일들을 수행해갈 것이라 전했다. 에너지 특화 대학교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로 자리를 옮긴 만큼 향후 수소경제 실현에 보다 집중하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과 함께였다.

이러한 신념은 교육에도 적용된다. 심 교수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기에 앞서 용기 있게 도전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그는 학생 모두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가진 가능성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역할이라는 신념에서다. 연구에 있어서도 상하관계가 아닌 동등한 입장의 연구자로서 토론하며 학생들이 학위 기간 동안 최고의 실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엇보다 노력과 성실은 당해낼 수 없음을 강조하곤 한다.

연료전지 기술도 수십 년 전에는 우주 분야에만 쓰이는 기술이었지만 이제는 자동차에 탑재되어 도로 위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소 또한 아직까지는 초기단계이지만 수소의 방향성이 ‘Power to Everything'을 가리키고 있기에 머지않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리라 판단됩니다. 거창한 꿈보다는 제가 하고 있는 연구가 인류와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길 바랍니다. 더 큰 비전으로 수소경제에 이바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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