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농촌 연결하며 농촌에 새로운 가치 불어넣는 농업회사법인 유한회사 유기지기
도시와 농촌 연결하며 농촌에 새로운 가치 불어넣는 농업회사법인 유한회사 유기지기
  • 문채영 기자
  • 승인 2022.07.06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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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숙 농업회사법인 유한회사 유기지기 대표

지난 5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회사법인 유한회사 유기지기(이하 유기지기)의 심은숙 대표를 농촌 융복합산업인으로 선정했다. 심 대표는 “건강한 식문화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지역의 유기농산물 활용한 유기 가공식품을 제조하고 가공·판매해왔다. 무엇보다 소비 트렌드에 맞춘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개발하고, 예비 귀촌인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 및 교육을 진행하며 우리 농촌의 미래를 열어가는 심은숙 대표를 만나봤다.

 

유기지기 심은숙 대표 / 사진 박성래 기자
유기지기 심은숙 대표 / 사진 박성래 기자

 

몸을 살리고자 찾았던 농촌에서 발견한 가치

심은숙 대표가 농촌에서의 삶에 눈을 뜬 것은 16년 전 우연한 기회에서 시작됐다. 서울에서 의류 유통사업을 하며 연 30억 원의 매출을 올리던 심 대표는 건강 이상으로 휴양 차 찾았던 전라북도 순창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게 되었다. 이는 지인이 유통 노하우가 있는 심 대표에게 학교 급식 납품 업무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해오면서부터다. 약 5개월간 학교 급식을 위해 원재료 공급 관리를 지원하던 그는 멀쩡한 농산물들이 크기나 외관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버려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들판에 뒹굴고 있는 무나 배추를 보며 도시에서는 무말랭이, 무 조청, 우거지 등으로 판매될 수 있는 소중한 농산물들이 그저 부산물 취급받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심 대표는 ‘농촌에 내려와 땅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고 나도 살자’라는 마음으로 유기지기를 설립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농촌 융복합 경영체인 유기지기는 전라북도 지역 내 12개 농가와 계약재배를 하면서 자가 생산 등을 통해 원물 및 다양한 농산물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유기농 단호박을 비롯해 양배추·여주 등 15개 품목에 대해 연간 250여 톤에 달하는 원물을 조달하고, 70여 종의 차와 분말류, 음료류를 생산하는 데서 나아가 온·오프라인 판로를 이용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데다 가족들이 공무원 출신이어서 시골의 삶을 전혀 몰랐어요. 몸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시골에의 정착을 결심했죠. 자연이 주는 혜택만 바라보다 보니 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갈증이 사라지더라고요.”

농산물 수확 후 판로가 없어 막막해하는 농민들을 보며 심 대표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알음알음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잘 자란 농산물들이 마트나 급식 등에서 요구하는 적정 무게와 크기가 아니라는 이유로 모두 버려지는 상황이었다. 심 대표는 농산물은 공산품이 아니기에 500g부터 4kg까지 모양과 크기가 천차만별이라며, 각각의 원물에 대한 수요를 상정한 후 판로를 개척했다고 설명했다.

“슬라이스, 다이스 등 양배추를 사용하는 기관과 업종별로 수요를 예측한 후 관련 원물 가공업체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판로를 열어갔습니다. 저와 인연이 닿은 분들이 소중하게 키운 농산물을 땅에 묻어야 하는 가슴 아픈 일이 없도록 농가들을 하나둘 돕다 보니 그게 직업이 됐죠. 여러 농가를 알아갈수록 이분들이 있기에 우리 농업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과 함께 존경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보리순을 수확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유한회사 유기지기
보리순을 수확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유한회사 유기지기 

 

잉여 농산물에 새 생명 부여하기 위한 고민과 함께 성장한 농촌융복합산업

창업 초기 심은숙 대표는 1차 가공 후에도 남는 원물은 즙이나 환으로 만드는 등 제품 판매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아 나섰다. 간편함과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트렌드에 맞춰 유기농 건조채소나 분말 등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등 다양한 연구 개발을 통해 15년이 흐른 지금은 원물별 최적의 가공법과 레시피를 확보한 상태다. 그는 자신을 찾는 농민이 가져온 원물에 대한 방법을 요리조리 궁리하던 것이 이제는 150여 종의 제품으로 확장되었다고 말했다. 1차 산업인 농업부터 2차 산업인 가공산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6차 산업기업으로 자연스레 성장한 것이다. 향후 유기농산물을 활용한 영유아 간식이나 펫푸드 등을 개발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그는 사업을 위해서는 순발력과 판단력이 필요하다며, 농산물의 특성상 판매가 가능한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때로는 넘쳐나는 원물을 처리하지 못할 때가 있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심 대표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농산물이라는 게 정해진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저희가 처리할 수 있는 능력 이상의 원물들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사업 초기에는 이러한 원물을 거절하지 못해 저는 물론 직원들까지도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원물은 정작 썩혀 버린 적도 많았어요. 정확한 판단이야말로 대표의 몫이라는 생각에 때로는 거절하는 법도 배우고 있습니다.”

유기지기는 무엇보다 건강한 식문화를 향한 일념으로 지역의 유기농산물 생산 농가들과 작목반을 결성하고, 이곳에서 생산된 농산물들을 제조·가공·판매하고 있다. 특히 유기농산물을 합리적 가격에 공급하기에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심 대표는 최신 위생 설비와 현대화 시설을 도입하여 생산기술의 표준화를 도모하고, 위생적이면서도 균일한 품질의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버려지던 잉여 농산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으며 탄소중립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품고 있는 그다. 심 대표는 재생산이라는 관점에서 자원순환이나 환경문제에 농업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늘 신명 나게 일하는 모습이다.

“규격을 벗어난 원물을 공급하는 만큼 의류 관련 사업을 했던 경험에 비추어 제품의 단점을 부각한 마케팅을 펼쳤어요. 만약 ‘콩알 감자’라면 콩알보다는 크다는 점을 강조해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손가락 고구마’라면 엄지손가락 같다, 새끼손가락 같다며 삐뚤빼뚤한 모양에 웃을 수 있잖아요. 또 맛있게 먹는 법을 전달하며 소비자들과 소통했습니다. 다행히도 소비자들이 이러한 노력을 알아봐 주셔서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어요.”

 

유기지기 앞산

 

예비 귀촌인에게 기꺼이 도움 제공하며 작은 공동체 꾸려가

농촌에 정착한 후 ‘도시에서는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았을까’ 되돌아보고 있다는 심은숙 대표. 그는 농촌에서의 생계 문제를 염려하여 귀농·귀촌을 고민하는 이들에 대한 응원을 전했다. 느리면서도 빠르고, 시간 제약이 없는 농촌에서는 무궁무진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다는 확신에서 할 수 있는 응원이다. 그는 농촌은 블루오션이라며, 꿈이 있다면 도전해볼 것을 독려했다. 그 또한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예비귀촌인을 대상으로 한 컨설팅, 농산업 창업 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예비 귀촌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서 유기지기를 운영하는 것 외에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 EPIS)에서 진행하는 농산업, 귀농 교육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최근에는 농정원 외에도 지역별 농업기술센터 등 도움을 주는 공간들이 많으니 얼마든지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저희 농장을 거쳐 간 귀촌인들만 500명은 될 거예요. 귀농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오시라며 문을 열었죠.”

심 대표는 예비 귀촌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도시에서 어떠한 삶을 살았던, 농촌에서는 이방인이 되는 까닭이다. 그는 작은 공동체를 중심으로 발달해온 농촌이기에 종종 초기 정착에 어려움 겪는 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 또한 어렵게 찾는 농지가 도로와 맞닿은 부분이 없는 맹지였던 터라 곤란을 겪기도 했다. 5년간 땅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자 직접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현재의 유기지기의 모습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귀촌을 위해 시골을 찾은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맹지를 구매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귀촌을 결심하며 작은 공동체에 몸을 담고 싶다는 꿈을 꿨어요. 하지만 어디에서도 제가 꿈꾸는 공동체를 찾기 어려웠죠. 이에 유기지기를 통해 이러한 공동체를 꾸리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희망이잖아요. 최근 주목받는 공유주방처럼 이곳에도 별도의 공간을 꾸려 귀촌인들의 농촌 정착을 돕고 있습니다. 정착 초기 경제적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함께 살아갈 사람들과 결속을 다질 수 있는 장(場)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유기지기 심은숙 대표 /
사진 박성래 기자

여전한 블루오션 농촌, 농촌의 비전 전하는 전도사 되고파

유지지기를 이끈 15년, 심은숙 대표는 은퇴를 꿈꾸고 있었다. 사업은 2세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일선에서 물러나 애쓴 자신에 대한 보상을 주고 싶다는 그다. 현재 그의 두 자녀가 유기지기에서 축적된 노하우를 배우며 경영체제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세 경영을 준비 중인 CEO 대부분이 초기에는 자녀와의 갈등을 겪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계획대로, 시스템대로 되지 않는 것이 농업이고 자녀와의 관계이니까요. 그렇게 3년 정도가 지나니 자녀들이 존경한다는 말을 들려줬다고 해요. 저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심 대표는 부모 세대와는 다른 관점과 직관력이 또다시 기업을 이끌어갈 것이라며, 이러한 다름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은퇴 전 자녀를 비롯한 직원 모두가 만족하며 근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유기지기에서 인연을 맺은 모두가 서로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과 함께였다.

“계약재배 농가들과도 사업적 관계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여러 고충에 공감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농업이 하늘에 달린 만큼 농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기지기가 6차 산업이라는 농공상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심 대표는 만능 엔터테이너를 자처하며 쉼 없이 달려왔다. 때론 어려움도 있었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기쁨이 그를 이끌어왔다. 심 대표는 머물러 있다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추어 성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는 농촌이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블루오션이며,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 확신합니다. 이러한 농촌의 비전을 전하는 전도사가 되고 싶어요. 저에게 농촌은 도시 생활에서 느끼던 갈증이 해소된 곳이거든요. 유기지기라는 작은 공동체를 통해 많은 사람이 귀촌이라는 꿈을 펼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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