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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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1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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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김현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김현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수학하면 누구나 한 번쯤 가졌던 의문 중 하나는 “내가 이 어렵고 어디에 사용되는지도 모르는 학문을 왜 공부해야 하지?”일 것이다. 단지 원하는 대학에 합격 또는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해 수학을 공부해야 한다고 하면 너무 궁색한 변명이지 않을까? 또한, 논리적 사고와 창의성 고취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면 이건 너무 추상적이지 않을까? 수학을 왜 해야 하는지 정답을 찾는 것은 우리 모두가 더 고민하여야 할 어려운 숙제다. 2022년에 있었던 우리나라의 수학계에서 일어난 사건을 살펴보고 이 고민의 해답에 한 발짝 더 다가가 보자.

한국의 수학계에서 2022년은 정말 특별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2월에 우리나라는 국제수학연맹(IMU)으로부터 국가 등급을 4그룹에서 최고 등급인 5그룹으로 승격을 확정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것으로 우리나라는 1981년 1그룹 국가로 국제수학연맹에 가입한 이후 최단기간에 5그룹으로 승급한 국가가 된 것이다. 5그룹에는 독일, 러시아, 미국, 브라질, 영국,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중국, 캐나다, 프랑스가 함께하고 있는데 누구나 생각하는 선진국들이 해당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바로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하게 수학 분야에서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다는 것을 국제 사회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7월 초에는 현재 대한수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금종해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님이 2023부터 시작하여 4년간 임기로 국제수학연맹 집행위원으로 선출되었다. 국제수학연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며 세계에서 11명만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희소식이 며칠 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들려왔다. 전 세계 수학 영재들이 실력을 겨루는 63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우리나라 대표단이 2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학생 6명이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받았으며 종합점수 208점을 받아 104개국 중 종합 2위를 차지하였다. 소위 수학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몇 개가 받은 것이 아니라 전 세계 2위를 차치한 대단한 사건이다. (사실 우리는 1위를 한 적도 있다.)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는 바로 한국계 수학자 프린스턴대학교 허준이 교수님이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것이다. 허준이 교수님의 필즈상 수상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수학 관련 기사가 뉴스의 일면을 장식한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허준이 교수님과 그의 업적에 관해서는 이미 많은 언론에서 다루었으니 더 언급할 필요는 없겠지만, 하나의 학문 분야에서 이런 겹경사가 나왔으니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는 꼭 한번 짚고 싶다. 대한민국의 수학계가 우리 국민에게 박수받을 만한 업적을 이룬 한 해라고 자부하고 싶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수학은 여전히 어두운 면도 가지고 있다. 학교를 다녀봤다면 수학 수업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텐데도,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이고 ‘수포자’라는 단어가 일상용어가 될 만큼 힘든 문제다. 항상 동전의 양면처럼 모든 일에는 명암이 존재한다. 2022년에 수학계에 일어났던 일들이 우리나라 수학계의 긍정적인 면이라면 우리가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는 이 산적한 문제들은 우리나라 수학의 부정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쩌면 수학의 부정적인 면은 수학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교육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이 허준이 교수님의 필즈상 수상에서 수학 공부를 하는 새로운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면 그 또한 흥미롭지 않을까? 그 첫 번째 의미로 이제 수학에서의 중요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융합이 필수라는 것이다. 조합론의 미해결 문제를 대수기하의 이론으로 해결한 업적을 인정받으신 것이다. 두 번째는 수학의 문제도 어려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여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학은 혼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깨는 반례이다. 즉 우리나라의 입시를 위해 줄 세우기식 교육에서는 어쩔 수 없이 정해진 시간에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여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허준이 교수님의 놀라운 업적 대부분은 다른 수학자와 협력하여 얻은 공동연구에서 나왔다고 한다. 바로 협력이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바로 허준이 교수님의 필즈상 수상에서 보듯이 수학에서도 융합하고 협력하여야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으니 우리에게 주어진 수많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융합과 상호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허준이 교수님의 필즈상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선물은 문과, 이과 구분은 의미가 없으며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함께 나누어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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