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르네상스 시대를 위한 미래국방과 방위산업
K-방산 르네상스 시대를 위한 미래국방과 방위산업
  • 김윤혜 기자
  • 승인 2022.08.01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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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일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 교수·한국방위산업연구소장

산업연구원의 조사로는 2006년 방위사업청 개청부터 2021년까지 15년간 방산 수출은 2.5억 달러에서 72.5억 달러로 무려 29배 증가했다. 국내 경제를 견인하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 산업처럼 방위산업이 촉망받는 국가 수출산업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최근 5년 기준, 세계 25대 방산 수출국 중 수출증가율 177%로 부동의 1위를 기록하며 세계 8위 방산 수출 강국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여전히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분야는 물론 방위산업과 연관성이 높은 철강, 기계, 조선 산업과 비교해도 방위산업의 생산과 매출은 크게 뒤처지고 있다. 새 정부가 제시한 미래 먹거리 신산업으로 방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국내수요와 수출을 포함해 생산액의 실질적인 증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저력이 전 세계 무기거래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한 중요한 기로에 선 지금, 방위산업 분야의 독보적인 전문가 최기일 교수와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미래에 이야기를 나눴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 교수·한국방위산업연구소장
최기일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 교수·한국방위산업연구소장

정계와 학계를 아우르는 경험을 방위산업 전반에 환원해나갈 것
상지대학교 국가안보학부 최기일 교수는 최근까지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보융합비서관실, 사이버정보비서관실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신흥안보 위협에 대비한 신기술·사이버 분야와 대북정보 및 국제정세 업무 등을 담당해왔다. 이후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 교수, 건국대학교 산업대학원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 미국 미드웨스트대학교 겸임교수 등을 거치며 국내외에서 방위산업 관련 전문역량을 인정받았다. 특히, 방위산업 분야 정책을 제언하는 수십 편의 정책 및 연구논문을 발표했는데, 2018년 10월에 발표한 방산비리의 실체를 밝히는 논문은 방산업계에 경종을 울리며 주목을 받았다. 방위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 덕분에 제21대 총선에서는 방산 전문가로서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에 인재로 영입되기도 했다. 그가 우리나라 최초로 방위사업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데다가 해당 영입은 헌정 역사상 최초로 방위산업 전문가를 영입한 사례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현재 그는 민간 사립대학인 상지대학교 전임교수이자 학자로서 인생 제2막을 보내고 있다. 정치가, 교수, 학자 그리고 방위산업은 물론 외교, 안보, 국방을 아우르는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6월에는 고향인 충청남도 천안시에 비영리 전문 학술 연구단체인 한국방위산업연구소를 개소했다.
“저는 ‘정치(Politics)’와 교수(Professor)’의 합성어인 폴리페서(Polifessor)’로 저를 소개합니다. 직역하면 ‘정치하는 교수’라는 뜻이지만 ‘사회에 봉사하는 교수’로 이해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은 교수의 책무라고 생각하는데요. 정의로운 마음가짐으로 학계와 정계를 활발하게 오가며 정치를 통해 사회를 밝게 만드는 일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방산 관련 소송이 날로 복잡해지고 소송 건수도 급증하는 가운데 한국방위산업연구소는 법률 지식과 법적 대응에 취약한 방산 중소기업들을 돕기 위해 최근 법무법인 함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방산 관련 소송은 정부를 상대로 하는 행정소송으로부터 사인 간에 발생하는 각종 민사 또는 형사 등의 사건 이외에도 국내외 상사중재에 이르기까지 쟁점과 형태 모두 다양하다. 법률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국내 방산 중소기업들의 고충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최 교수가 실질적인 도움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 이번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기업들은 소송 이전에 전문적인 법률 상담 및 자문을 무료로 받을 수 있고, 소송의 장기화와 소송비용 부담 등에 따른 기업과 개인의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연구소와 법무법인에 위촉 구성된 교수·박사급 전문가 그룹에서 사전 상담 및 자문을 진행하는 한편, 전문 변호사를 통해 법적 송사로 돌입하기 이전에 갈등 조정과 화해를 중재하는 등 맞춤형 법률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도 강점이다. 소송 외에도 연구소는 대한민국 첨단 방위산업 분야 최고의 민간 싱크탱크 연구소로서 국내외 방위산업 관련 학술 및 정책 중점연구를 통해 미래국방을 책임지고 K-방산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나갈 예정이다.

내수 중심의 한계를 극복하고 적극적인 수출을 타진할 시점
1970년에 태동한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반세기 만에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최기일 교수는 ‘한강의 기적’에 일조한 것도 국가 방위산업 육성이라고 평가한다. 1970년대부터 자주국방에 대한 정부의 집중 투자와 지원을 통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고, 이러한 성장이 기계, 화학, 조선, 자동차, 반도체 산업으로 이어지며 국내 제조업 분야 발전과 경제의 고도성장을 견인했다. 이후 방위산업은 1980년대까지 기본 병기 생산능력 확보에 중점을 두고 기반을 조성하는 시기를 거쳐 1990년대 이후부터는 연구개발 우선 정책과 첨단 무기체계 개발로 확대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최근에는 미국 세계군사력 평가기관인 GFP(Global Fire Power)가 대한민국을 전 세계 6위의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로 평가하는 등 K-컬처를 넘어 K-방산에도 가까워지고 있다. 2020년대에도 ‘K-방산 르네상스 시대’라고 불릴 만큼 건국 이래 최고 호황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이어진다. 그런 한편 최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미래를 준비해야 할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고 강조한다. 방위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70년으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이 앞으로의 100년을 결정할 수 있다.
현재 국내 방위산업은 군 내수 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감소 등으로 가동률 저하와 수출경쟁력 약화라는 이중고 이른바 ‘더블딥(Double Dip)’에 처해 있다. 최 교수는 더블딥의 해결 방안으로 방산 수출을 제시한다. 해외 방산시장에서 명품무기로 인정받는 국내 방위산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무기로는 전 세계 자주포 시장에서 48%를 점유하며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가 있다. 올해 초, 이집트에 K-9 자주포 및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의 공급을 약속하는 2조 원 규모의 ‘K-9 패키지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호주 육군과도 K-9 자주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출 활로를 찾고 있다. 미래형 보병전투장갑차인 AS-21 레드백 도입 등도 검토 중이다.
새 정부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각국 주요 정상들과의 양자 회담을 통해 ‘세일즈외교’에 주력하는 등 방산 수출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 정부가 한국산 무기 구매에 대해 적극적인 구매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폴란드로의 방산 수출 규모는 FA-50 경공격기와 K-2 흑표 전차 수출만 합치더라도 최소 5조 원대에 이르고, 이외에 K-9 자주포, AS-21 레드백 장갑차 등 수출품목이 최종 확정되면 약 9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폴란드와의 수출 계약은 유럽 국가를 넘어 미국 등 전 세계 무기 시장에서 한국산 무기체계의 기술과 성능의 우수성, 가격 경쟁력을 입증받는 계기가 될 것이기에 그 의미는 단순한 수출 수주를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부 간의 대규모 무기거래는 최고위급에서의 결정에 따라 좌우되므로 양국 정상 간 교감과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특성이 있는데다가, 방산 수출 계약이 성사되기 이전에는 일반에 공개를 유예하는 ‘엠바고’를 선호하는데, 이미 양국 정상과 정부 측에서 주요한 무기의 기종과 수량 등을 공개한 상황입니다. 이는 쌍방이 적극적으로 물꼬를 트기 위한 단계가 아닌 이미 계약을 진행하기 위한 구체적 협상 단계까지 착수해 진행 중인 것으로 분석되며,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방위산업 생산 30조 원 벽을 돌파하여 타 주력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국내 군 수요에 한정된 내수 중심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출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를 이뤄가야 할 것입니다.”
다가올 제4차 산업혁명 시대는 ‘초연결(Hyper Connected)’을 중심으로 한 민군협력이 대세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국내 방위산업이 대형화 및 통합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뛰어넘어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고, 내수와 수출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뉴 노멀(New Normal)’ 시대에 있어서 안보와 경제, 기술이 융합된 ’뉴 디펜스(New Defense)'와 ‘뉴 스페이스(New Space)’에 걸맞은 기민한 대응과 섬세한 접근도 필요한 때이다.

글로벌 방산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걸음들
최기일 교수는 방위산업은 그야말로 하이테크(Hi-Tech) 기술이며 미래전장 환경에 대비하여 최첨단 무기체계 개발, 도입을 위해 ‘밀리테크(mili TECH) 4.0’ 개념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곧 다가올 미래에는 인구 감소에 따른 군 병력 감소가 필연적이므로 병역제도 개편과 함께 부족한 군 병력을 대체할 무인화 무기체계 도입을 추진하고, 스마트화된 무인 로봇과 드론 등을 전장에서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또, 인공지능 기반의 유무인(MUM-T, Manned UnManned Teaming) 및 무무인(UMUM-T, UnManned UnManned Teaming) 복합체계 관련 전력도 고도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민군 간 기술협력 확대가 시급하고 이와 함께 한미 ‘상호국방조달협정(RDP MOU, Reciprocal Defense Procurement Memorandum of Understanding)’ 체결을 통해서 한미 간 방산동맹과 협력 관계를 강화함과 동시에 신흥안보 위협에 대비한 글로벌 공급망(Global Value Chain)도 확대해야 한다. 
이에 최 교수는 미래전장 환경에 대비하여 최근 한국법제연구원으로부터 최신 외국법제연구를 의뢰받아 ‘미국산우선구매법(BAA, Buy America Act)’ 관련 연구와 방위산업 분야에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상호국방조달협정(RDP MOU)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상호국방조달협정은 쉽게 말해 한국과 미국 간의 국방시장을 개방하는 거예요. 소위 방산의 FTA라고도 이야기합니다. 국방시장 내에서 미국과의 공정한 경쟁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지만, 얻는 게 분명해요. 미국 국방조달 시장은 470조 규모의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거대한 시장이에요. 미국 시장에서 인정을 받으면 글로벌시장을 장악하는 건 시간문제에 가깝죠. 미국 국방조달 시장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에요. 유불리를 따지기보다는 미국을 경쟁 상대로 보고 준비하는 게 우리에게도 이득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미국의 기업들과 비교해 절대 뒤처지지 않아요.”
2020년 기준 미국 국방조달 시장은 4,394억 불(약 527조 원) 규모에 이른다. 상호국방조달협정(RDP MOU) 체결은 방위산업을 포함해 무인 이동체, 우주, 사이버,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분야의 공동개발 및 생산, 공동마케팅 이외에도 미국 정부가 28개 협정 체결국들과 진행 중인 반도체, 5G, 배터리, 극초음속 유도무기 등의 공급망 재편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 선결되어야 할 최우선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한 이번 과제를 중심에서 이끌며 연구를 지속해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눈을 빛내며 미래 방위산업을 이야기하는 최 교수. 앞으로 그가 이어갈 행보가 대한민국 방산 경쟁력에 미칠 영향력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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