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선 작가 - '내밀예찬', 내향적인 직장인이 '나 답게' 사는 법
김지선 작가 - '내밀예찬', 내향적인 직장인이 '나 답게' 사는 법
  • 문채영 기자
  • 승인 2022.08.02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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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작가 [사진=작가 제공]
김지선 작가 [사진=작가 제공]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오랜 거리두기를 통해 각자 개인마다 내밀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오롯이 홀로 즐기는 조용한 사색의 시간은 자아를 한층 더 성숙하게 하며, 한정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하기도 한다. 김지선 작가는 약속이 취소되면 기뻐하는 사람, 주말에는 조용히 혼자 집에서 회복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사람, 식당이나 카페에 가도 가장 구석자리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공감할 만한 내밀한 시간을 보내는 기쁨에 관해 이야기한다. 내향인으로서 느끼는 감정과 상황들을 작가 본인의 입장에서 세밀하게 풀어내며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안녕하세요, 월간인물 독자분들께 작가님에 대한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글을 쓰거나 만지는 일을 하는 김지선입니다. <내밀 예찬>과 <우아한 가난의 시대> 두 권의 산문집을 썼고, 다른 사람이 쓴 글을 편집하여 출판하는 일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하퍼스 바자> <마리끌레르> 등의 잡지 에디터로 10년간 일하였습니다. 주로 글을 매개로 일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생활을 해 왔습니다.

 

잡지 에디터, 출판 편집자, 에세이 작가까지 다양한 활동을 해오셨습니다. 혹 맨 처음 에세이를 쓰게 되신 계기가 있었을지요? 또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는지도 궁금합니다.

첫 에세이는 제가 일하던 잡지에 실었던 칼럼을 읽은 한 편집자님의 제안으로 쓰게 됐어요. 이전에는 에디터로 ‘기사’나 ‘칼럼’의 성격을 띤 글을 주로 써 왔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나’라는 사람을 드러내야 하는 에세이 쓰기가 무척 어색했어요. 사실 지금도 몹시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롯이 나 혼자 존재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내밀한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에세이 쓰기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신간 <내밀 예찬>이 지난 6월 출간이 됐습니다. 작가님 자신의 이야기를 출간하신 만큼 부담도 있으셨을 것 같고, 공도 많이 들이셨을 것 같은데요. <내밀 예찬>은 어떤 책인가요?

학교나 직장을 다닐 때는 남들은 간단히 해내는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는 스스로가 답답했어요. 발표나 미팅을 하기 위해 한참 동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거나, 회식이나 저녁 모임을 힘겨워하는 성향은 자랑스럽기보다는 거추장스러운 쪽이니까요. 그런데 나이를 먹으며 너무 애쓰거나 우스워지지 않는, 나다운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방법을 조금씩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것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오롯이 나로 존재할 수 있는 내밀한 시공간이더라고요.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이 생각이 조금 더 단단해졌어요. 모두가 서로에게 조심스러웠던 펜데믹 기간 동안에 경험한 거리 감각이 우리 사회에 원래부터 필요했던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나라는 존재가 타인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자각이나 그로 인한 배려의 감각, 타인의 사적 공간을 존중해 주는 문화가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밀 예찬>은 이런 생각이 담긴 책이에요.

 

책이 나온 이후의 소감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출간 직후는 부끄러움과 안도감이 공존하는 시간인 것 같아요. 지인들로부터 “책을 읽고 나니 이제야 너랑 조금 더 친해진 느낌이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요. 책이 출간 되니 갑자기 일기장을 공개한 듯한 부끄러움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들이 해 주는 긍정적인 이야기들로 인해 안도감도 느끼고요. ‘아주 이상한 생각은 아닌가 보구나, 적어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욕을 먹지는 않겠구나, 다행이다.’

 

내밀예찬 [사진=한겨레출판사]

 

이번 책이 여러 내향인들의 마음에 와닿고 있는 듯 합니다. 기억에 남는 독자의 반응이 있으셨을까요?

한 독자 분이 자신의 블로그에 “이 책을 읽고 나의 내향성을 조금 더 좋아하게 되었다”는 말을 남겨 주셨어요. 이 말이 왠지 모르게 기뻤어요. 저 역시 에세이를 읽을 때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 저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우물쭈물하고 답답하고 소심한 저의 일상이 어떤 사람에게 긍정적인 방식으로 작동 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해요.

또한, 오래전부터 제 글을 좋아해 준 독자분이 있는데, 그분이 이번 책을 읽고 인스타그램에 ‘거의 오열하듯 큭큭댔다. 개그 욕심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왜 이렇게 웃길까’라고 적어 놓으셨어요. 사실 제가 언변이 좋고 재밌다고 말할 만한 사람은 아니데, ‘낄낄의 중요성’이라는 글에 적어 놓은 것처럼 서로의 이야기를 알아듣고 함께 낄낄댈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낄낄의 공동체’랄까, 소위 말하는 코드가 맞는 거죠. 이런 사람들은 언제나 소중해요. 이분이 자신이 낄낄댈 수 있는 또 다른 작가가 있다며, ‘데이비드 세다리스’라는 작가의 글을 추천해 주었는데, 조만간 읽어보려고 해요.

 

독자의 마음에 닿기 위해 작가님은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작성하셨을지요?

사실 독자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못하고 쓴 글이에요. 아직 제 글을 누군가가 읽고 있다는 실감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라, 글을 쓸 때 독자보다는 주로 나에 대해서, 혹은 주위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 좋았지만, 저는 특히 <내밀 예찬> 1부 ‘누락의 말하기’와 ‘낄낄의 중요성’ 부분을 읽고 저와 똑같아서 공감이 갔습니다. 작가님께서는 <내밀 예찬>을 집필하시면서 어느 파트에 가장 공을 들이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책의 구성은 편집의 마지막 단계에 정해졌기에, 글을 쓸 때 특별히 공을 들인 파트는 없었어요. 다만 말씀하신 ‘누락의 말하기’가 수록된 ‘내밀 예찬’이라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었어요. 평소에 제 생각이나 감정을 공유하는 일에 능숙하지 못해서 주위 사람들을 답답하게 하는데, 이 글을 쓰면서 제가 좀처럼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주제는 사실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라는 것을 문득 깨달았어요.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SNS에 대한 생각도 새롭게 하게 됐어요. 현재 우리의 내밀한 시공간을 가장 강력하게 잠식하고 있는 것은 SNS를 필두로 한 디지털 환경이라는 생각이요.

 

이번엔 작가님 개인에 대한 질문도 드리고 싶습니다. 글을 쓰고 편집하는 일에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께서 글쓰는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있나요?

글쓰기는 사실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리게 되는 일이에요. 생계에 큰 도움을 주지 않고, 마냥 쉽거나 즐거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글로 쓰지 않는다면 파고들지 않았을 생각을 붙잡고 정렬하는 일이 괴로울 때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쓰는 이유는 <내밀 예찬>에도 썼듯이, 저에게 부족한 근육을 훈련하고 싶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어렵고 하기 싫고 막막한데, 막상 하고 나면 고양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저에게 글쓰기는 유산소 운동처럼 느껴져요.

 

일을 하시면서 기회를 잡을 수 있어서 감사했던 순간, 혹은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찼던 사례가 있으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주도적으로 일하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 두고 프리랜서가 되었지만, 그 시기가 출산과 육아의 시기와 겹쳤기에 소위 말하는 경력 단절의 상황이 될 수도 있었어요. 그 시기에 감사한 제안을 받게 되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요, 그것이 또 다른 일들로 이어져서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요. 당시에 저의 글을 발견하고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를 들려 주신 편집자님께 감사하게 생각해요.

 

작가이자 편집자로서의 두 가지 자아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작가로서, 또 편집자로서의 시각 차이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작가로서 쓰는 글과 편집자로서 흥미를 느끼는 글이 서로 상반된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이를테면 <내밀 예찬>에서 혼자 있는 시공간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면, 편집자로서는 연결과 연대의 힘에 대해 말하는 글에 매력을 느끼는 식이에요. 전혀 다른 성향의 사람과 가장 친한 친구가 되는 것처럼, 아마도 제가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의 글에서 찾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밀 예찬> 책에서도 <다시 태어나다>, <자기만의 방> 등 다양한 책 이야기가 나옵니다. 혹 작가님과 성향이 비슷한 <월간인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으실까요?

최근에 문보영 시인의 산문집 <일기 시대>를 재미있게 읽었어요.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에 홀로 깨어 있는 사람의 기록이에요. 오롯이 혼자가 될 수 있는 이 내밀한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읽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보영 작가님은 매일 일기를 쓰는데, 그 일기가 시로, 산문으로 자연스레 발전한다고 해요. ‘무엇을 써야 한다’거나 ‘언제까지 끝마쳐야 한다’는 강박 없이, ‘쓰는 행위’나 ‘쓰고 싶은 마음’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창작인 것 같아요. 크든 작든 마감이 있어야 무엇이라도 쓰는 저 같은 사람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이기도 하고요. 이 책을 읽은 후 저 역시 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직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요.

 

그렇다면 이제 막 브런치 혹은 개인 sns에 글을 쓰며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말씀을 가장 해주고 싶으신가요?

브런치나 SNS에 자발적으로 글을 쓰는 분들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무엇을, 언제까지 써야 한다는 강박 없이 쓰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는 분들일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없고, 매일 꾸준히 쓰는 분들의 루틴을 배우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도 갖고 계신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요? 앞으로의 꿈과 비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직업적인 목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꾸준히 하는 것이에요. 특별한 성취를 바라는 것은 아니고, ‘지속 가능성’ 그 자체가 화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들어도 계속해서 읽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쉽게 피로해 하고 귀찮아하는 게으른 사람이라, 노력을 하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될 것 같아요. 그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구 보호’라는 사실을 최근에 깨달았어요. 불 끄고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시간을 줄여 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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