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산업에 불어오는 친환경 바람...새로운 변화 이끌어갈 역량 갖춘 인재 양성에 초점
해양산업에 불어오는 친환경 바람...새로운 변화 이끌어갈 역량 갖춘 인재 양성에 초점
  • 김윤혜 기자
  • 승인 2022.09.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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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대학교 기관시스템공학부 이상일 교수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며 조선산업은 친환경선박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 친환경 연료 추진선박에는 대부분 저인화점 연료가 사용된다. 이를 연료로 사용하는 데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르기에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직무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운항 인력이 필요하다.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는 친환경선박 도입 추세 속 선박 운항 인력 부족에 대한 경고음이 켜진다. 한국해양대학교 기관시스템공학부 이상일 교수는 친환경선박의 운항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 문제와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한국해양대학교 기관시스템공학부 이상일 교수 Ⓒ김윤혜 기자/ 사진 박성래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기관시스템공학부 이상일 교수 Ⓒ김윤혜 기자/ 사진 박성래 기자

친환경선박 시대에 발맞춘 인력 양성 방안 마련에 머리 맞댄다
지난 7월 (사)해양산업통합클러스터(Mac-Net)가 개최한 ‘2022 Mac-Net 전략세미나-Ⅱ, 친환경 연료 추진선박 우수 운항인력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서 이상일 교수는 친환경 연료 추진선박의 원활한 우수 운항 인력 확보 방안에 대한 주제 발표를 진행했다. 해양계 대학 내부에 지정교육기관 시스템을 이용하여 기초교육 및 직무교육을 개설하고, 학생들이 졸업 전 이수하도록 하자는 주장과 더불어 학교 실습선 건조 시 친환경선박을 건조하여 학생들이 실습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이 교수는 친환경선박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지금 대학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왔다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해운선사와 관련 공무원 등에 알리고자 했다고 전했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기존 운항 인력들이 친환경선박에 승선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에 친환경선박 운항을 위한 적정 역량을 갖춘 인력 양성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화두로 떠올랐죠. 이번 세미나에서 대학이 인력 양성에 일조할 수 있는 방안과 친환경선박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의 방향성, 친환경선박 운항을 위해 바뀌어야 할 법·제도 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 교수는 해기사로서 상선에서 기관장까지 약 15년 간 승선생활과 육상근무를 이어오다 학교 실습선에서의 실무 교육을 위해 교수로 임용되어 상아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용 당시 학위가 없었던 그는 공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우리나라 기관 분야의 법을 정리하고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 하에 법학으로 방향을 틀었다. 선박 엔지니어로써 법학을 전공하는 독특한 이력을 쌓은 셈이다. 그는 기술과 법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나 기술에 대한 우선적인 이해 없이는 이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기술의 발달과 법·제도의 발달이 보조를 맞추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을 함께할 인재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바람과 함께였다. 행정법으로 석사학위를, 해사공법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 교수는 해사공법 분야의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실습선에서는 법학이 아닌 기관사로서 필요한 공학을 강의하며 상선의 최신기술을 학생들에게 전수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기술의 발전 뒷받침하는 법제, 엔지니어와 법률가 이어지는 가교 역할 자처해
과학기술법제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이상일 교수는 연구자로서는 과학기술법제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선박안전법과 해양환경관리법 등 안전과 환경문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과학·기술과 법학 간의 이질감이 상당하지만 과학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해가는 만큼 법·제도 또한 보조를 맞추며 기술의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실제로 선박검사 분야, 자율운항선박 분야의 법제, 선박연료유의 공급 분쟁, 기름기록부의 문제점, 선박연료유 검정인의 지위 등 대부분의 연구들이 기술과 관련되어 있다. 최근에는 해양공간계획제도와 선원법 쪽으로 분야를 확장했다. 학내 선원연구센터 소장을 역임 중인 그는 향후 선원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깊이 있는 연구를 수행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해사공법 분야는 대부분 항해를 전공한 분들이 공부하는 분야입니다. 저로서는 처음 가보는 길이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죠. 동료 교수님들께서 기관 전공자가 법학을 하는 것을 의아해하면서도 많은 격려를 해주셨기에 지치지 않고 연구를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해사법은 해사공법과 해사사법으로 분류된다. 이 교수는 해사공법 분야에 무게를 실어왔다. 임용 당시 100편의 논문을 쓰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왕성한 연구 활동을 지속하며 현재까지 7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 중에서도 시리즈로 연구했던 선박검사 관련 연구와 자율운항선박 관련 법제 분야가 대표적이다. 선박검사에 관한 연구로는 선박검사의 법적책임에 관한 연구, 미국 민간위탁법제상 국가사무의 기능적 유형화와 공인선박검사기관의 지위 일고찰, 주요 국제협약상 정부의 선박검사권의 성질과 공인선박검사기관 위탁제도 일고찰 등이 있다. 자율운항선박과 관련해서는 상업용 무인선박의 법적 쟁점사항에 관한 연구, 무인선박의 선박성에 관한 해석적 고찰, 자율운항선박의 원격운항자의 법적 지위에 관한 소고, 유엔해양법협약상 국가관할권에 따른 자율운항선박의 규범적 쟁점사항 등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저는 엔지니어들에게는 법을 설명하고, 법률가들에게는 기술을 설명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기회가 주어지는 한 열심히 양쪽을 대변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죠.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동료들이 많아질 때 우리나라 해양산업 또한 고른 발전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기술 전문가이자 법학 전문가인 이 교수의 활동 영역도 차츰 확대되고 있다. 최근 대한상사중재원 국내 중재인에 선정된 외에도 한국해사법학회 기획이사, 한국마린엔지니어링학회 홍보이사, 해양산업통합클러스터 법제분야 그룹장, 해양안전심판원의 심판변론인, 국민법제관(사회법제분야), 해기사 필기 및 면접 출제위원, 해양수산부 7급 공무원 시험 출제위원, 감정사 및 검량사 필기 및 면접시험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기관시스템공학부 이상일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기관시스템공학부 이상일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해사산업의 디지털화·표준화 이끌어갈 동료 연구자들 늘어나길 기대
최근 해사산업은 미래형 선박 운항, 지능형 시스템 기술개발 등 디지털화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 정부 또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기술 표준화와 관련 사업 계획 수립을 추진 중이다. 이상일 교수는 해사산업의 디지털화 및 표준화는 국내 산업 발전에 있어 필수적 요소라 강조했다. 특히 국제적으로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국내 표준이 아닌 국제 표준 정립에 힘써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해사산업의 디지털화 및 표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관련 법·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최신 기술에 너무 뒤떨어지지 않도록 법·제도 분야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법안 마련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이는 이 교수다.
  “법 분야라고 하면 민법, 형법, 헌법 등 전통적인 법 분야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이론적 법 분야에 대한 연구도 물론 중요하지만 실용적인 법 분야 또한 발전을 이어가야 합니다. 과학기술 관련법은 법체계도 아직 불확실할 정도로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마흔 무렵에 학자로서의 생활을 시작했던 이 교수는 교수로 임용된 후 승선생활과 직장생활에서 느낄 수 없었던 신선한 변화를 체감했다. 주어진 업무를 제외하고는 연구 분야에 자유로이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점, 이러한 실적이 학교의 실적이 아닌 교수 개인의 실적으로 남는다는 점, 젊은 학생들과 호흡하며 새로운 트렌드는 읽을 수 있는 점 등이다. 그는 혼자서 생각하고 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외롭다기보다는 행복한 시간이라 말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연구 성과들은 그에게 큰 보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 교수는 친구와 같은 제자들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며 한 편의 논문을 완성했을 때 충만함을 느꼈다며, 더 많은 제자들을 배출해 학문적 동지로서 학문의 발전을 이끌어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연구실에서 연구하고, 책을 읽으며 제자들과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인간의 근원적인 부분인 철학과 종교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한국해양대학교 기관시스템공학부 이상일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한국해양대학교 기관시스템공학부 이상일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느리더라도 함께...겸손한 마음으로 더불어 사는 사회 만드는데 기여하고파
이상일 교수는 우리 사회가 행복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국가의 발전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음지를 돌아보며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나아갈 때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 또한 상승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다. 이러한 이 교수의 생각은 제자들에게도 전해지고 있었다. 늘 위보다는 아래를 볼 것을 조언하곤 한다.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는 앞을 보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항상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보듬지 않는다면 사회는 고통의 신음소리로 가득 찰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강의 또한 팀제로 운영하며, 팀원 중 조금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면 앞서가는 사람이 이끌어줄 것을 강조한다. 이 교수는 아무리 성공하더라도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지 않는 사람의 성공의 가치는 현격히 줄어든다고 말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 만큼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거머쥔 것이 아닌 주어진 것도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늘 겸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태어날 때 모든 사람이 같은 조건으로 태어났다면 뒤를 돌아보는 일이 필요치 않을지도 몰라요. 소위 엘리트라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현재의 자리에 이르렀다고 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 노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고난 환경과 지능 등 좋은 조건이 뒷받침된 결과라 생각합니다. 가난한 환경, 시골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거든요. 저는 그러한 부분이 안타까워요. 이러한 차원에서 조금 더 가진 사람이 조금 덜 가진 사람을 좀 더 보듬어줄 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갈등도 줄어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교수는 현재 집중하고 있는 해사공법 분야에서 선박안전법해설, 해사법령, 국제해사협약에 관한 책을 저술하여 후학들이 해당 분야를 공부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임용 당시 세웠던 100편의 논문 발표 계획이 수년 내 가시화될 것이라 기대되는 만큼 해당 논문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낼 전망이다. 또한 한국해양대학교가 친환경선박의 일종인 IGF Code 적용 선박에 대한 해수부의 지정교육기관으로 지정되고, 이를 위한 기초 교육과 직무 교육 등과 관련한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장비를 구축하는 등 일정한 시스템 마련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끝으로 이 교수는 지방대학의 위기에 대한 견해를 전했다. 지방대학의 학생 부족이 지방대학의 경쟁력 부족으로 인한 것이 아닌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인해 발생한 2차적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방대의 소멸은 지방의 소멸로, 지방의 소멸은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진다는 인식 하에 관련 정책이 펼쳐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기술과 법제의 융합에 앞장서왔다. 그는 해양산업은 물론 원자력, 환경 등 국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 많은 분야들에 과학기술과 법이 결부되어 있다며, 기술의 빠른 발달 속 인류가 마주한 여러 문제들의 해법을 찾아나갈 인재들이 보다 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보다 전문화·체계화된 대안 속에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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