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근 경찰청 교통국장 - “이제 교통정책의 패러다임을 차량 소통 위주에서보행자 보호 강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때, 우리 모두가 안전지킴이가 되어야 합니다”
정용근 경찰청 교통국장 - “이제 교통정책의 패러다임을 차량 소통 위주에서보행자 보호 강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때, 우리 모두가 안전지킴이가 되어야 합니다”
  • 박금현 기자
  • 승인 2022.08.30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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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교통문화의 정착, 미래 교통안전신기술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다

대한민국은 경제·문화·군사적 수준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지만, 교통안전 분야는 여전히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기준 교통사고 10만 명당 사망자 순위는 OECD 36개국 중 27위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지금의 우리가 안주할 수 없음을 분명히 얘기해 주고 있는 것이다. 급속한 경제성장과 산업화로 1990년대 후반까지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교통안전에 대한 투자는 부족하였음을 반성하고, 보행자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되고 있다. 새 정부에서도 ‘교통사고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국정과제의 하나로 선정하였으며, 이에 경찰청에서는 2027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50% 감축 및 OECD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보행자 등 교통약자의 안전확보, 음주운전 등 중요 교통법규 위반행위 근절 등 교통안전 정책을 짜임새 있게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경찰청 교통국 정용근 국장을 통해 교통안전의 올바른 정책 방향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용근 경찰청 교통국장 / 사진 박성래 기자
정용근 경찰청 교통국장 / 사진 박성래 기자

 

국장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경찰청 교통국장 정용근입니다. 저는 충북 충주시에서 태어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및 사회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라는 경찰의 숭고한 임무에 매력을 느껴 경찰대학(3기)에 입학하였고, 졸업 후 1987년에 경찰관으로 입직하여 36년째 치안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간 정보와 경비, 생활안전 등 우리 경찰의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충북 음성과 경기 시흥, 서울 혜화 경찰서에서 경찰서장의 임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경무관 시절에는 영국에서 1년간 유학을 하면서 성숙한 선진 교통문화와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인본주의 사상을 뼈속 깊이 경험하였고, 치안감으로 승진한 후 경찰청 생활안전국장과 충북경찰청장을 거쳐 지난 6월부터 경찰청 교통국장으로 부임해 근무하고 있습니다.

 

경찰청 교통국은 어떤 부서인가요?
경찰청 교통국은 교통기획과, 교통안전과, 교통운영과 등 총 3개 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도로교통법의 주관 부서로서 안전한 교통문화를 조성하고 도로에서의 원활한 소통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필요한 규제와 도로 이용자의 주의의무를 정함과 동시에 교통사고 예방 및 사후 처리 등 도로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담당하는 전국 1만여 명의 교통경찰관들이 충실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 및 제도적인 측면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부서입니다. 또한, 운전자에 대한 교통안전교육과 운전면허 발급·관리, 도로교통 분야 전문 연구 등 업무를 수행하는 도로교통공단을 산하 공공기관으로 두고 있으며, 2.5만 모범운전자회와 70만 녹색어머니회 등 교통 봉사단체와 협조하여 다양한 교통안전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곳이 바로 경찰청 교통국이라고 소개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교통문화의 정착을 위한 제도 및 정책제언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5명으로 노르웨이 0.2명, 독일 0.5명, 호주 0.6명, 일본 1.1명 등 교통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1명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높고, 특히 교통약자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한 수준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1980년대를 지나 1991년에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1만3429명을 기록한 이후 여러 교통 관련 부처와 학계 등의 노력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다만,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35~40%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어 보행자를 중심으로 하는 교통안전 정책이 최우선 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하 그래프들은 2019년도 OECD회원국 교통사고 비교 기준임, http://stats.oecd.org)

< 14세 이하 어린이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사망자 수 >
<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사망자 수 >
<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 중 사망자 수’ 구성비 >

 

그렇다면 최근 보행자 안전을 위하여 도입된 정책이나 도로교통법 개정 등 변경된 내용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심각한 보행자 교통사망사고 감소를 위해 경찰청에서는 도시부 안전속도 5030 등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여 추진 중이며, 보행자의 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도로교통법」을 아래와 같이 개정하였습니다.
첫째, 주택가 이면도로 등 중앙선이 없으면서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도로에서는 보행자가 차에 우선합니다. 이러한 장소에서 보행자는 도로의 전 부분으로 통행할 수 있으며,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가 있는 경우 서행하거나 일시정지하여 보행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단, 보행자는 고의로 차의 통행을 방해할 수는 없습니다.(’22. 4. 20. 시행)
둘째, 보행자 우선도로가 신설되었습니다. ‘먹자골목’ 등 보행자의 통행이 많은 곳을 보행자우선도로로 지정, 차의 속도를 20km/h 이내로 제한할 수 있고, 운전자에게는 보행자 보호의무가 부여됩니다.(’22. 7. 12. 시행) 
셋째, ‘도로 외의 곳’을 통행하는 운전자에게도 보행자 보호의무가 부여되었습니다. 「도로교통법」은 원칙적으로 ‘도로’에서 적용되는 법이지만, 아파트 단지나 대학교 구내 도로 등 공개된 ‘도로’가 아닌 곳에서도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예외적인 운전자의 주의의무를 추가로 부여한 것입니다.(’22. 7. 12. 시행)
넷째,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에 대한 보호가 확대되었습니다. 운전자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보행자 뿐만 아니라 건너려고 하는 보행자가 있는 경우에도 일시정지해야 하며, 특히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없더라도 일시정지 해야 합니다.(’22. 7. 12. 시행)

 

향후 보행자가 안전한 교통 환경을 위해 어떤 정책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유럽 선진국들의 경우 일찍이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을 보행자 안전중심으로 전환하였는데, 네덜란드는 1970년대에 이미 우리나라의 ‘보행자 우선도로’와 유사한 ‘본엘프(Woonerf) 도로’를 도입하였고, 유럽의회는 1980년대 ‘보행자 권리 헌장’을 통해 보행권을 명문화하였으며, 1990년대부터 유럽 주요 국가들은 교통사고 중상자와 사망자 제로화(Vision Zero)를 목표로 보행자 중심의 교통안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늦었지만 2016년 경찰청에서 안전속도 5030 등 정책이 반영된 ‘교통인프라 구축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본격적으로 교통정책 패러다임을 자동차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하였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교통안전 정책 등을 추진한 결과 2021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2천명대로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습니다만, 여전히 OECD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낙제점을 받고 있는 실정임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 >

 

이에 정부는 안전한 교통환경이야 말로 모든 국민이 보편적으로 누려야 할 가장 기본이 되는 복지 서비스임을 인식하고, 모든 관련 부처의 노력과 재원을 집중하여 교통선진국들과의 격차를 메워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운전자는 보행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보행자와 운전자가 서로 양보하는 상호 존중의 선진 교통문화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찰공무원으로서 업무철학과 소신이 무엇인지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우리 경찰은 치안 현장에서 다루는 하나하나의 모든 일들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로, 경찰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사명과 역할은 ‘국민안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치안 정책을 결정할 때에는 사소한 것일지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일이라는 자세로 신중한 검토와 깊은 논의가 필요하며, 정책 결정에 앞서 반드시 동료 직원들과의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정책 결정의 경우에도 항상 국민을 중심에 두고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여러 가지 각도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하거나, 정책 검토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 언제든지 이를 바로잡기 위한 의견을 스스럼없이 제기하는 직장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장이 시키는 데로 업무를 추진하기보다는 국장의 지시에 전문적인 의견을 가지고 반대하는 직원을 나는 더 신뢰하고 좋아한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 경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안전”이고, 이러한 국민안전을 달성하기 위해 추진되는 치안 행정은 항상 최대 수요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결정되어야 하며, 정책 결정은 국민 생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결정 이전에 치열하게 논의하고 수정·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도로교통의 발전은 쉽고 빠른 이동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누군가의 가족임이 분명한 2,000명이 넘는 소중한 생명을 교통사고라는 이름으로 앗아가고 있습니다. 교통사고는 끔찍한 테러와도 같습니다. 학교에 간다고 가방을 메고 나간 아이가, 장을 보러 시장에 간 엄마가, 마을 경로당으로 향하시던 우리의 부모님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고를 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교통안전 정책에 따르는 불편함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성숙한 교통안전 문화 의식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원하는 장소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인식하고, 생각의 무게 중심을 옮겨놓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정용근 경찰청 교통국장 / 사진 박성래 기자
정용근 경찰청 교통국장 / 사진 박성래 기자

 

"보행자가 아닌 운전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는 순간 보행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나와 사랑하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사람이 보이면 일단 멈춤!!!’을 실천하며 독자 여러분 모두 도로 위 안전 지킴이가 되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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