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 한국원자력의학원장 - 국가 과학기술의 역량을 결집해 첨단 진료가 구현되는, 과학기술 특성화병원으로 구체화해 나갈 것
김미숙 한국원자력의학원장 - 국가 과학기술의 역량을 결집해 첨단 진료가 구현되는, 과학기술 특성화병원으로 구체화해 나갈 것
  • 남윤실 기자
  • 승인 2020.11.23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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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안전 및 진흥의 날
김미숙 한국원자력의학원장 ⓒ박소연 기자
김미숙 한국원자력의학원장 Ⓒ남윤실 기자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라돈 사태 등이 이어지면서 방사능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생활 방사선에 관한 표준화된 진료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과학기술을 활용한 국가와 사회의 새로운 문제 해결 및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한 과학기술특성화병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미숙 원장은 한국은 천연자원이 부족한 땅 위에서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어 냈습니다. 의학원 역시 어려웠던 의료 환경에서 첨단 과학을 의학에 접목시키며 의료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앞장서 왔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암 극복이라는 미션을 뛰어넘어 국가와 사회의 새로운 문제 해결 및 국민 편익 향상을 위한 공공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첨단 의생명 R&D를 선도하는 과학기술특성화병원 육성, 지속적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생활방사선 연구 및 진단기능 강화, 국내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의 보급·연구·활용 증진을 위한 국가방사성의약품센터 구축 및 성과 창출을 통해 방사선의학의 새 지평을 열어갈 것입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처음 인사드립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개원 이래 56년 만의 첫 여성 원장님으로 취임 후 지난 2018년부터 한국원자력의학원을 이끌어가시는 원장님과 한국원자력의학원에 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의학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출연연구소로서, 일반 국민에게 잘 알려진 원자력병원과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를 비롯하여 방사선의학연구소, 국가RI신약센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960년대 후반에는 체계적인 진료 프로세스를 구축한 암 치료 전문병원으로는 원자력병원이 유일하다시피 했습니다. 전국의 암 환자들로부터 서울 광화문에 가면 암을 원자력으로 고치는 병원이 있다는 입소문과 우리에게 희망이 되는 암 병원이라는 찬사가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원자력병원은 실제로 암 검진을 위한 차량으로 전국을 누비며 1970년대 국가 부인암 조기 진단 사업을 주도했고, ‘코발트 스쿨이라는 연수 과정을 개설해 전국 27개 종합병원에 방사선 암 치료 기술을 전파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암 진료의 황무지 시기에 의학원의 전신인 원자력병원은 암 진료를 위한 기초 작업과 함께 국가 암 검진사업, 교육 등을 시행하며 공공성을 실현했습니다. 하지만 의료 선진화가 빠르게 진행되어왔고 민간 영역에서 대형 암센터들이 다수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방향성은 과거와는 다르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오늘날, 그리고 미래의 의학원은 의과학 플랫폼으로서의 역할 수행과 과학기술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에 집중하며 공익 실현을 위한 노력에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특히 첨단 연구성과들을 실제로 의료 현장에 접목시키고 암 완치율 향상이라는 직접적인 결과로 이끌어내는, 이른바 의과학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발굴하고 수행하고자 역량을 모으고 있습니다.

 

[사진=한국원자력의학원]
[사진=한국원자력의학원]

 

먼저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 최근 주목하고 있는 주요 이슈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잠시 주춤한 듯 보였다가도 다시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는 코로나19 확산세는 올 초부터 시작됐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출연연구소 중 유일하게 진료 기능을 지닌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현재까지 의료진을 비롯한 전 직원이 합심하여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암 전문병원인 원자력병원에서는 특히 외부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하여 병원 출입구를 일원화하고 전 직원이 24시간 순환 교대근무를 하며 현관통제소의 감염감시 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 등 내원객 전원과 직원들 모두를 감염관리 대상자로 두는 방침도 고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의학원은 지난 2002년 구축한 방사선 비상 진료시스템을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감염병 선제 대응 시스템으로 빠르게 전환했습니다. 방사능 위기 대응을 위해 구축된 국가적 인프라를 감염병 위기 대응에 효과적으로 활용한 것입니다. 예컨대 방사선 의료 대응의 3대 원칙은 시간, 거리, 차폐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피폭 시간을 최소화하고 방사선원으로부터 거리를 확보하며 납이나 콘크리트 등 장벽으로 방사선 관통을 막는 것을 의미합니다. 방역,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코로나19 방역의 기본 원칙 역시 근본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때문에 방사능 재난에 대비한 기존 시설과 장비, 꾸준한 훈련으로 숙련된 의료진과 의료지원 인력들은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매우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최근 의학원은 코로나19 치료제 발굴에도 박차를 가해 정부출연연구소, 민간연구소 등과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약물 재창출 연구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존 승인 약물 중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약물을 우선적으로 스크리닝하여 약물효능 검사 데이터 등을 감염병 관련 학회 등에 제공하는 중개역할을 수행하며, 제약회사 및 민간연구소와 함께 코로나19에 탁월한 항바이러스 효능이 확인된 기존 혈액항응고제 및 급성췌장염 치료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 2상 시험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 임상시험은 의학원이 자체 개발한 임상 프로토콜을 활용하며, 코로나19로 폐렴 확진을 받은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또한,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노하우 및 기술 역량을 해외에 전수하는 데에도 의학원이 앞장설 계획입니다. 서울 동북권 코로나 대응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의학원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공동으로 개도국의 의료진 및 보건정책 공무원을 대상으로 병원출입통제, 안심진료소, 선별진료소 운영방안 등 코로나19 대응 노하우를 초청 또는 파견 형태로 교육할 예정입니다.

 

원장님께서는 지난해 3,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술협력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어 현재까지 방사선의학 분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신데요, 원장님의 활동과 더불어 한국원자력의학원이 국제원자력기구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먼저, 의학원은 국내 최초로 사이버나이프(CyberKnife)라는 첨단방사선치료기를 설치해, 당초 두경부암 치료를 위해 개발된 기기를 이용해 체부(體部) 종양까지 치료하는 기법을 개발하여 국내외에 보급하였습니다. 증례수로 아시아 지역 1, 세계 2위를 기록했고,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12년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 아태지역 정위신체방사선치료기술(SBRT) 보급사업의 총괄 책임기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위체부방사선치료기술을 이용한 간암 치료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전 세계 선진 연구기관들과 함께 간암 방사선치료 프로토콜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IAEA 연구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IAEA와 개도국 암퇴치(PACT) 협력협정을 체결하고 몽골, 스리랑카, 베트남의 방사선치료기술 발전을 지원하고 있으며, CT 암 진단기술 보급사업, 비전염성질환 진단기술 보급사업을 총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방사선비상진료 분야에서는 2016IAEA로부터 역량개발센터(CBC)로 지정받아 의학원의 선진 기술을 개도국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제가 맡은 기술협력자문의 경우 개도국 암퇴치(PACT) 협력사업 시범 국가인 베트남, 몽골, 스리랑카, 예멘의 전문가를 초청하여 방사선종양학 분야에 대한 기술지도 및 자문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시범 국가별 문제점을 분석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 17년도 이후 총 3차례의 협력사업을 수행했습니다. 19년도에는 몽골, 카타르, 바레인에 방사선종양학 및 방사선비상진료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올해는 해당 사업을 통한 개도국 협력지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남은 임기동안 방사선의학 분야 자문위원으로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국제사회에 한국의 우수성을 알리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 특히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입니다.

 

[사진=한국원자력의학원]
[사진=한국원자력의학원]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는 방사선의 인체 영향 연구뿐 아니라 대국민 상담과 진료도 시행하고 있는데,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상황과 현재에도 상담이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무래도 일본이 우리나라와 인접한 지역이다 보니 사고 당시 국민들의 불안도가 높았습니다. 20113월부터 12월까지 1,800여 건의 상담 전화가 왔었습니다. 주로 일본 거주나 여행이 안전한지, 피폭검사나 오염검사 등의 검사방법은 어떤 것인지, 방호약품은 무엇인지 등이었습니다. 당시에 미역이나 다시마가 방호식품으로 떠올라 품귀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이후 일본과 관련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 다음 날 곧바로 상담전화로 이어지는 현상이 반복되었고, 현재도 일본지역을 여행한 후 귀국하여 검사 문의, 일본산 식품이나 공산품의 안정성 등에 대해 꾸준히 문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전화상담뿐만 아니라 직접 방사선영향클리닉을 방문하여 상담과 검사를 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현장을 방문해 취재한 언론사 기자분들이나, 상사주재원과 출장자들, 119 구급대원들에 대한 방사능 오염 검사와 방사선 피폭검사 상담진료를 실시했습니다. 라돈침대 사건이 벌어진 2018년도에도 매트리스 관련된 상담뿐 아니라 생활밀착형 제품들, 특히 국내외에서 구매한 라텍스 관련 문의와 최근 언론 보도된 여성위생용품 등에서 검출되는 생활방사선에 대한 문의가 많았습니다. 자가 측정이 많아지면서 그 측정값의 해석에 대한 문의를 해오시기도 하며, 내가 얼마나 많은 라돈에 노출되었는지 검사를 해달라는 문의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라돈은 반감기가 짧고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왔다 하더라도 체내 흡수가 거의 되지 않아 혈액 혹은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이 없거나 극미량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제는 많은 국민들이 상담을 통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아 현재로서는 위와 같은 문의가 많이 줄어든 상태입니다. 그러나 방사선과 관련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질 때마다 1522-2300 상담문의는 폭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미숙 한국원자력의학원장 ⓒ박소연 기자
김미숙 한국원자력의학원장 ⓒ남윤실 기자

 

어느덧 2020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와 있는데요, 새롭게 맞이하는 해에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연구사업이나 방향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정부출연연구소들은 연구 역량과 인프라가 집적돼 있어 외부 기업의 R&D 수요와 연계를 통해 연구개발 성과물이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는 R&D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문을 연 국가RI신약센터는 방사성의약품 분야에서 R&D 플랫폼을 구축하여 최첨단 시설과 장비를 활용하는 신약개발 전문기업들이 입주하고 있으며, 신약개발 과정 중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검증기술을 적용하여 의약품의 합성·영상평가·독성평가 및 전임상 시험, 임상연구까지 연계한 원스톱 지원 체계를 신약개발 기관에 제공하여 신약개발 기간 단축 및 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가RI신약센터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약동력학평가, 바이오이미징 등에 특화된 국내 유일의 비임상기관입니다. 현재 가속질량분석기(AMS)를 비롯한 최첨단 시설과 장비 구축이 완료되었고, 방사성동위원소(C-14)를 이용한 신약개발 지원이 가능해 국내 신약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 초, 센터 내 구축된 국내 최대 규모 방사성의약품 제조시설이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을 획득해 본격 가동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의 국내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임상시험용 방사성의약품을 임상연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방위적 지원 체계를 마련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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