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과 실험실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업
연구원과 실험실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업
  • 박금현 기자
  • 승인 2020.11.29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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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애치씨랩 차형철 대표
<br>㈜씨애치씨랩 차형철 대표 Ⓒ김예진 기자<br><br> ㈜씨애치씨랩 차형철 대표 Ⓒ김예진 기
㈜씨애치씨랩 차형철 대표 Ⓒ박금현 기자

씨애치씨랩은 실험실의 안전을 최우선의 목표이자 사명으로 둔다. 생소한 영역이었던 실험대 후드 개발에서 2005년에는 본격적으로 바이오 실험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만들지 못해 전량을 수입하는 구조를 바꿔보고자 했는데, 1년을 예상한 일이 5년이 걸렸다. 정부 지원도 없었다. 고된 과정 끝에 결국에는 2009년 개발을 완료했고, 국내에서 유일한 업체가 되었다. 씨애치씨랩의 방향은 명확하다. 할 수 있는 하나의 분야에서 세계 1등에 도전해보자는 것. 이를 두고 누구는 무모하다고 하고, 누구는 답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차형철 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하나를 제대로 만드는 곳이 살아남는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것을 증명해 보였다. 영리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안전에 대한 집념으로 오랜 시간 일궈온 기술력과 품질로 회사는 지금까지 그랬듯 변화와 혁신을 일궈내는 모든 연구가 안전하게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조력자가 될 것이다.

 

실험에 몰두할 수 있도록 당신의 안전을 연구합니다

씨애치씨랩은 실험대, 배기기, 바이오 장비의 제조 및 유통부터 전문컨설팅을 통한 연구실 설계와 설치 시공,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실험실과 관련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컨설팅 전문기업 ‘CHC LEM’에서는 신규 실험실 구축 및 리모델링과 배기, 공조, 시스템 등 레이아웃 구성과 디자인 솔루션도 제공한다. 1996, 문을 닫은 작은 공장을 인수해 실험실을 안전하게 만들겠다는 사명으로 끊임없이 기술개발과 혁신의 정도 경영을 추구하여 현재는 명실상부 국내 실험실 기초설비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성장했다.

“1991년에 초중고 과학실 기자재 납품업으로 시작했다가 97년도에 이화학 실험장비 제조로 업종을 전환했는데, 1년 만에 IMF가 터졌어요. 생존을 위해 업계를 냉정히 들여다보니 한 가지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실험대와 흄후드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두 제품의 부품이 크다 보니 임대료, 부지 비용 등이 낮은 지방의 장점이 명확했고, 서울 위주의 산업생태계와 경쟁을 피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 당시에 연구실험 후드 기술개발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시도하고 싶은 의지도 있었고요. 납품하다 보니 연구실 환경이 열악하고 안전개념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선진 기구 사례를 적용하여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기본에 충실한 설계와 더불어 컨설팅까지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회사는 ‘CHC LAB’을 통해 실험실 기초장비인 실험대, 흄후드, 약품장을 개발 및 제조하여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생물 안전 작업대, 클린 벤치와 같은 바이오 기초장비는 ‘Bioall’에서 제공하고 있다. 실험실이 완성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연구원과 실험실의 안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

씨애치씨랩은 높은 품질의 제품과 컨설팅을 통해 창립 후 불과 2년 만에 쌓은 성과로 신탄진에 200평의 자가공장을 신설했고, 3년 뒤에는 500평 부지로 이전했다. 다시 5년 후에는 테크노밸리에서 1,200평 부지를 분양받아 1호 입주 기업이 되었다. 꾸준한 해외 전시회 참여와 글로벌 스탠다드를 공략하는 등의 전략을 통해 2004년에는 비로소 업계 1위로 올라섰다. 2005년부터는 바이오의 미래 성장성을 예견하고 BSC(Biological Safety Cabinet) 개발을 본격화했다.

“2009년부터 인증획득, 연구개발, 인력투자와 함께 해외시장개척에 나섰습니다. 저희 제품은 연구소 설립 시 대규모 납품이 이루어지는 특성상 2~3, 길게는 3~4년의 프로젝트 영업이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의 해외 영업에 한계를 느끼고 해외 전문인력 스카우트 및 거점도시에 해외 지사를 설립했습니다. 현재는 마드리드, 두바이에 지사를 두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바이오 분야의 전문성 강화 및 독립성 확보를 위해 바이오 실험장비 사업법인인 바이올로 분리 독립하여 투자와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씨애치씨랩은 시장에서는 물론, 내부 직원들에게도 대한민국 실험실의 문화를 바꿨다고 평가받는다. 연구의 질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열악한 실험실 환경을 쾌적하게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열린 해외전시회를 다니며 봤던 안목으로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바꿨고, 철제 조립형의 보급으로 물류비의 혁신도 꾀했다. 당시 연구실에서는 사무용 가구는 제일 좋은 걸 사용했지만 실험대는 비교적 저렴한 것을 사용했다고 한다. 오랜 시간 연구에 집중해야 하는 환경임에도 정작 실험대는 뒷전으로 밀렸던 상황을 캐치한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부분을 정확하게 비집고 들어간 차 대표의 선택이 씨애치씨랩만의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된 전환점이 되었다.

내년 1월에는 카이스트 디자인 팀과 함께 개발한 디자인을 갖춘, 풀체인지 신모델도 출시할 예정이다. 차 대표 본인 역시 세계 탑 클래스라고 자부하는 신제품에 업계를 비롯한 내외부의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이 기업의 미래를 결정할 것

씨애치씨랩이 글로벌 시장에 문을 두드린 건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외 전시회에 제품을 싸 들고 나가는 무모한 방식이었고, 역시나 제품은 전혀 팔리지 않았다. 실험장비는 미국, 일본, 독일 세 나라가 선점한 상태였고, 신뢰가 중요한 제품인 탓에 생소한 한국의 제품은 주목받지 못했던 것. 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전시회에 참여했다. 팔리지도 않는 제품을 끈질기게 들고나오는 탓에 돈이 많냐는 우스갯소리도 들었지만, 노력은 15년 만에 결실을 내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5~600만 불의 계약을 성사했고, 올해 예상하는 계약도 천만 불에 이른다.

확신이 있었어요. 이렇게 망하나 저렇게 망하나 남들이 뭐라 하든 끝까지 투자하겠다고 결심했죠. 매년 해외 전시회에 나간 비용만 6~70억 될 거예요. 비록 적자이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이 과정이 씨애치씨랩의 미래를 결정지을 거라고 확신하니까요.”

차형철 대표는 해외 진출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이해를 강조한다. 국내 시장은 작고, 분명한 한계가 있기에 국내 기업들은 힘을 비축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더불어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과 규제의 완화 등 정책적인 부분도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험장비 분야는 시장개척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장비개발에서 시간을 단축한다고 해도 제품을 시장에서 판매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이 장비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못 만들어서 망한 기업보다 못 팔아서 망한 기업이 많다는 말이 농담처럼 통하는 이유다. 판매, 해외 인증, 해외 시장개척 등 세부적인 영역들에 맞는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나라의 실험장비 문화가 한층 성장하지 않을까.

개발비를 줄이려고만 하지 말고, 개발에서 판로 확보까지 긴 시간에 어떤 투자를 해줄 건지 고민해주었으면 해요. 안전과 직결된 사업인만큼 실험실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요. 사고 예방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R&D는 세상에 없는 걸 개발하는 거잖아요. 외국 사람들은 세상에 없는 걸 만들려면 사고가 나는 게 당연하다고 인식하기도 해요. 저는 연구원들이 마음 놓고 연구해서 우리에게 부족한 기초과학, 신물질을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합니다. 사고는 어떻게 보면 필연적인 것 같아요. 신물질의 반응을 예측할 수도 없고요. 규제를 늘리기보다는 R&D를 진행하는 전문연구소에 자율성을 주었으면 합니다.”

차 대표는 직원들이 열심히 업무를 하듯이 자신이 보답하는 길은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 믿는다. 이런 결심과 계획에 따라 현지화 채용 등 효과적인 방식을 통해 지속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함으로써 회사의 내실을 다지고, 외형을 키워갈 계획이다.

 

㈜씨애치씨랩 차형철 대표 Ⓒ김예진 기자
㈜씨애치씨랩 차형철 대표 Ⓒ박금현 기자

진심은 진심으로 돌아옵니다

기업의 적극적인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이란, 기업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원들과 사회 공동체, 그리고 주주 등 기업의 이해 당사자들에 대해 스스로 인식한 의무들을 자발적으로 완수하기 위해 실행하는 행동이라 정의한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실천하는 기업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차형철 대표는 일찍이 기업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을 통찰했고, 다양한 활동들을 실천하고 있다. 지역 사회 나눔 활동은 물론, 직원들을 위한 복지제도까지 세심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다.

“1996년에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3가지 꿈이 있었어요. 전 세계 60개국에 우리 제품을 파는 것. 행복한 씨애치씨랩을 만드는 것. 마지막으로 돈을 벌면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런 꿈 때문에 항상 돈은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돈 1원도 없이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사업 초기에 도움을 주셨던 분들에게도 감사하고,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고마워요. 순서는 직원이 먼저입니다. 직원들에게 야박하면서 사회에 기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보육원에 도움을 준 지는 20년이 넘었고요. 연탄 봉사는 먼저 시작한 직원 덕분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어요. 내세우고 싶지는 않지만 자식들에게는 보여주고 싶었어요. 나누며 사는 삶을요.”

2001년에는 당시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던 복지제도를 앞서 시행했다. 중소기업은 형편상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직원들이 많았고, 차 대표 또한 공고 출신인지라 직원들의 자녀에게만큼은 교육을 보장해주고 싶었다고. 당시 파격적으로 직원들 자녀들에게 초중고 교육비를 전액 지원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직원 본인이 대학원이나 박사 학위를 따는 것까지도 회사에서 경비의 70%를 지원한다. 덕분에 직원들은 물론 자녀들도 학비 걱정 없이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게 되었다. 차 대표는 복지제도의 시행을 오늘날의 씨애치씨랩이 존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1999년도에 업종을 바꾸며 20명도 안 되는 직원만이 남았어요. 어떻게 이 직원들을 붙잡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복지를 시행하게 되었죠. , 회사의 상황이 불안했기에 회사가 적자를 보면 중지한다는 조건을 달고 학비를 지원하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적자를 본 적이 없어서 그 이후에 멈추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몇 년 뒤에 직원들이 그러더라고요. 당시에는 별로 상관이 없는 줄 알았는데 회사의 복지 덕분에 아이들이 학업을 마쳤다고요. 봉급쟁이 입장에서 학비는 목돈이잖아요. 회사가 먼저 진심을 전하면 상대방도 열심히 합니다. 그때의 직원들이 지금도 다 남아있어요.”

때때로 그는 자신의 경영 철학에 대해 뒤돌아본다. 그럴 때마다 여지없이 직원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첫 다짐이 떠오른다. 업계 1, 해외시장 진출 등 가파른 성장세 앞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들도, 가장 큰 감사를 전하는 이들도 직원들이다. 어렵고 불안했던 시작에서도 자신만을 믿고 따라와 준 직원들에게 그는 마지막까지 감사의 말을 전한다.

올해는 인재들을 채용하는 해로 정했습니다. 내년에 지을 신규 공장에는 젊은 직원들에게 맞게 회사에 카페도 들여놓고, 반려동물과 함께 출퇴근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어요. 직장이 일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놀러 가는 기분이 드는, 재미있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적어도 먹고 살려고 억지로 나오는 곳은 아니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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