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장 - “죽음과 장례문화를 바라보는 시선,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입니다”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장 - “죽음과 장례문화를 바라보는 시선,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입니다”
  • 박금현 기자
  • 승인 2023.01.02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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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바이오헬스 산업의 중심,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대한민국 보건의료산업의 도전

코로나19라는 긴 터널 속에서 사망자의 급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문상, 온라인 송금 부의금 전달, 화장시설 포화 등 우리 사회 모두에게 예상치 못했던 상황을 경험하게 했다. 특히 ‘화장 대란’의 초유의 상황 속에서 공공적 관점에서 장사시설의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장은 장사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더 이상 기피시설이 아닌,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공시설로서 선진 문화적인 인식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웰 엔딩, 죽음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주제다. 우리 인간의 삶이 존재하는 한 지속될 하나의 문화인 장례문화가 발전되도록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고 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장 / 사진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안녕하세요. 원장님, 새해 인사와 함께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23년 새해 월간인물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힘든 세월을 보냈는데, 이제 모든 분야에서 평안한 일상이 되길 희망합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친자연적 장례문화에 대한 홍보, 장사분야의 문제와 미래 방향에 대한 연구, 전국 60개 화장시설 예약시스템인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운영, 장례식장 영업자·종사자에 대한 교육, 장사관련 상담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장례문화 발전을 위해 운영되는 기관입니다. 

2021년 7월에 취임 이후 소회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재난상황 속에 장례분야도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응해야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은 유족에게는 큰 슬픔을, 우리 사회 모두에게 두려움을 주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장례식장을 찾아 문상하는 문화도 변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익숙지 않았던 온라인 송금으로 부의금을 전달하는 것이 이젠 익숙한 문화로 정착되었고, 장례문화도 다소 간소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2022.3~4월 코로나19 사망자 급증에 따라 화장시설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5~6일장을 치르거나 7일장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화장 대란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전국의 화장시설을 최대한 가동하면서 큰 고비를 넘겼습니다. 감염병 위기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향후 지속적인 사망자 증가가 예상(2065년에는 지금보다 2배가 넘는 사망자 75만 명 예상)되어 공공적 관점에서 장사시설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향후에는 님비 현상으로 인해 장사시설 건립이 지연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결국 그 피해는 다시 국민들이 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장사시설이 기피시설이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하는 시설이 되도록 건립부터 품위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도 장사시설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됩니다.
한편,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기관의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또한, 노령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웰 엔딩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웰 엔딩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장례문화의 홍보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웰 엔딩의 바른 인식과 우리나라나 해외 관련 제도와 시설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웰 엔딩은 단순히 삶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우리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준비를 통해 지금의 삶을 더 의미 있게 살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웰 에이징, 웰 엔딩이라 말이 많이 언급되고 있지만, 이를 개인적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큽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사회적 문화적 환경과 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기반 마련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이를 위한 실체적 모습은 아주 미흡한 상황입니다.
은퇴자에게 “나의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체계화된 사회적 교육프로그램도 있어야 합니다. 죽음은 피해야 할 주제가 아니라 항상 대면해야 할 주제입니다. 특히, 죽음에 대한 공부는 필요하며, 학창시절부터 올바로 인식시켜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죽음에 대한 공부는 지금 열심히 살기 위한 동인을 주는 것입니다.
유럽에서는 노후의 삶과 삶의 마무리가 복지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죽음에 대한 교육도 학교 교육과 사회교육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최근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개념으로 살던 지역에서 안심하고 나이 들어갈 수 있도록 ‘주택, 돌봄, 건강관리’ 등을 통해 인생을 잘 마무리하고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는 다양한 실험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그동안 주요 사업성과와 사회공헌 내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죽음과 장례를 부정적으로 보고 회피하는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고자 웰 엔딩과 관련하여 장례문화 국민인식개선 홍보사업을 꾸준히 전개하여 왔습니다. 미리 장례를 준비하자는 취지로 ‘사전장례의향서’인 ‘이별준비노트’를 작성하는 사업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내가 죽었을 때 장례식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매장을 할 것인가, 자연장이나 산분(散粉)을 할 것인가 등 장례에 대한 구체적인 항목을 유언처럼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이 ‘사전장례의향서’입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그동안 매장문화에서 화장문화로 급속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화장 후 유골을 봉안당에 모시는 문화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봉안당에 모신 유골은 또 다른 환경적 문제를 초래합니다. 이에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친자연적 장례문화가 확산되도록 지속적인 홍보사업을 전개하여 왔습니다. 최근 들어 화장한 유골을 수목형, 잔디형, 화초형 등 다양한 형태로 자연장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2022년 9월부터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지원을 위한 ‘별빛버스 사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경제적 상황과 가족관계의 단절 등 복합적 요인에 따라 무연고 사망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6년 1,820명 → 2021년 3,603명) 별다른 추모와 이별의식도 없는 채 단지 시신 처리에 국한되었던 무연고 사망자를 ‘별빛버스’를 통하여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직원이 자원봉사자와 함께 추모예식과 운구, 안치까지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이웃이었던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 길에 최소한의 존엄이 확보될 수 있도록 더 많은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현재의 장사정책과 장례문화 제도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한 정책제언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급격한 산업화와 여러 가지 사회적 갈등과 변혁을 겪으면서 원래 가지고 있던 전통적인 문화를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장례도 지역사회의 마을에서 이루어지던 공동체적인 것에서 이제 상업화되고 거래적인 부조문화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좋은 전통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존엄하고 친환경적인 장례문화를 정착시켜야 하는 과제가 부여된 상황입니다.
매장문화에서 화장문화로도 급속히 바뀌었습니다. 화장 후 65%의 유골이 봉안당에 안치되고, 자연장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년 20만 명의 유골이 봉안당에 안치되고 있으나 이는 환경적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문제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봉안당의 유골을 다시 처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봉안당을 대체할 자연장지의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수목형 자연장지는 일반 시민이 이용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기도 합니다. 일부 자연장지는 또 다른 묘지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기도 합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가까운 곳에 이용할 수 있는 친자연적 공원형 자연장지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많은 산림이 가까이 있으므로 숲을 추모의 공간과 휴식의 공간으로 함께 만드는 적극적 사고의 전환도 필요합니다. 그동안 장사시설을 확충하는 것에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지속되어 왔습니다. 화장시설, 묘지 등 모든 장사시설이 기피시설입니다. 왜 나의 부모, 또 내가 언젠가 죽음에 따라 마지막으로 가야 하는 장소가 기피시설이 되어야 할까요? 우리도 유럽처럼 주거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주 찾아갈 수 있는 장사시설을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가까운 공원형 묘지를 자주 찾으며 계절별 화초를 심고 물을 주며 떠난 자를 추모하는, 삶과 죽음이 함께 하는 장례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좀 더 미래를 내다보면 IT에 기반한 상시적인 추모문화가 대두될 것입니다. 메타버스와 AI 등의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폰에서의 추모가 머지않아 상용화되지 않을까 합니다. 더불어 환경적 측면에서 장례식장에서 1회용품 사용 않기, 공원묘지에서 플라스틱 조화 사용 않기 등도 작지만 개선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원장님께서는 지금의 자리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으셨을 텐데요, 공직자로서 삶의 철학, 꿈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20년 후에 당신은 저지른 일 보다 저지르지 않은 것에 더 실망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밧줄을 풀고 안전한 항구를 벗어나 항해하는 돛에 무역풍을 가득 담고 탐험하고, 꿈꾸며, 발견하라” - 마크 트웨인(Mark Twin) -
항구에 정박하지 않고 돛에 바람을 가득 담고 떠나려 했습니다. 그리고 꿈꾸고 탐험하며 발견하도록 노력하는 삶을 살려고 했습니다. 마크 트웨인의 말이 저의 삶의 경구로 간직해 왔습니다. 그간 오랫동안 근무했던 보건복지부에서 복지정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상황과 문제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에 튼튼한 작은 주춧돌 하나를 놓는다는 자세를 가지려 했습니다. 때론 힘든 일과 어려운 상황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열정을 쏟으면 보람된 성취도 이루기도 했습니다.
공직 퇴직 후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서 근무하면서 1942년 영국의 복지국가 청사진을 담은 비버리지 보고서에 언급된 “요람에서 무덤까지”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회복지를 공부한 저로서는 이런 주어진 업무가 감사한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마지막 직장일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서 저의 삶의 여정의 또 다른 발견을 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앞으로의 비전과 신년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은 우리 인간의 삶이 존재하는 한 지속될 하나의 문화인 장례문화가 발전되도록 선도적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건전하고 품위 있는 친자연적 장례문화 구현”이라는 비전 아래 다양한 친자연적 장례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에 중점을 둘 예정입니다. 또한, 무연고 사망자도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작년도에 시작한 무연고사망자 지원사업인 ‘별빛버스’ 사업이 확산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대해 조금 더 가까워진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들에게 특별히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인생에서 좋은 마무리를 준비하는 것, 즉 웰 엔딩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 웰 엔딩에 대한 준비와 공부는, 한 인간의 삶의 마무리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가까운 관계를 돌아보게 되고, 우리 사회가 경쟁과 비교하는 삶에 매몰되지 않고 좀 더 따스한 사회가 되도록 하지 않을까 합니다.

 

끝으로 못다 한 말씀이나 월간인물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 있으시면 자유롭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사회는 초고령 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점차 노인에 대한 시선은 부담과 짐으로 되고 있습니다. 노인이 살아온 삶의 연륜과 지혜를 풀어낼 수 있는 사회적 배려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가족과 사회에서 죽음이라는 결말이 있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이 슬픔만이 아니라, 기억되고 그의 삶이 이야기되며 전승되도록 좋은 의례가 지속되어 왔습니다. 그것이 장례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이러한 의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러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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