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 기반의 개인 맞춤형 영양의 시대 주도하는 연구자
첨단 기술 기반의 개인 맞춤형 영양의 시대 주도하는 연구자
  • 김윤혜 기자
  • 승인 2023.01.03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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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명숙 교수

10년 전, 고객들의 쇼핑 정보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개인에게 적합한 판촉물을 발송했다는 한 미국 대형마트의 이야기가 있다. 마트는 임신초기라서 임부복을 구입하지 않은 고객들의 출산 시기까지 고려해 쿠폰을 발송했다고 한다. 지난해 김난도 교수는 2023년의 핵심 트렌드로 ‘평균 실종’을 꼽았다. N명의 소비자의 n개의 취향을 반영한 개인 맞춤형 제품의 출시가 전 분야에서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처럼 사용자들의 정보를 모아 정제된 데이터로 만들고 이를 시스템화해 사용자 각자에게 맞는 결과로 돌려주는 일은 꾸준히 요구되어 온 동시에 다양한 영역에서 시도되어왔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바꿀 또 하나의 혁신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개인 맞춤형 건강 증진, 맞춤 영양 산업의 전문성 강화와 선진화를 위해 지난해 11월에 창립한 정밀영양협회의 창립총회에 참석한 성신여자대학교 이명숙 교수는 질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전체기반의 정밀영양 분야를 발전시켜야 함을 강조했다. 치료에서 예방으로 헬스케어의 패러다임 전환과 더불어 식품 보건 영양 분야 융합 연구 성과를 실현해내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 나눠봤다.

성신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명숙 교수 Ⓒ김윤혜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성신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명숙 교수 Ⓒ김윤혜 기자 / 사진 박성래 기자

치료에서 예방으로, 현실성 갖추는 개인 맞춤 영양 시대
일반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때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약물을 만들기 위해 평균값을 적용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러나 정밀의료의 등장은 유전자, 환경, 생활습관 등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진 개인을 고려한 약물의 선택 및 용량과 용법 등을 최적화한 치료가 가능해진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은 폐암, 간암, 유방암 등 발병 부위에 따라 치료제를 선택했다면 이제는 개인의 특정 유전체의 변이에 따른 발병 특성에 따라 치료제 및 방법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아직 초기 단계인 현재의 정밀의료는 중증질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다양한 경험과 데이터가 쌓이면 치매와 같은 난치성 질환이나 희귀질환, 감기나 무좀 같은 경질환도 예방과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지난해 11월, 국내 정밀영양 산업의 토대 강화와 올바른 성장을 목적으로 출범한 정밀영양협회(Precision Nutrition Association)가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임상의료, 영양학, 유전학,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 전문가와 다양한 기업이 참여한 협회의 목표는 개인의 특정 유전체, 대사체, 마이크로바이옴, 식습관, 생활습관, 임상 정보 등의 빅데이터와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접목해 개인 맞춤형 건강증진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요약하면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 중심의 헬스케어 선도 모델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협회는 빅데이터 구축부터 영양지표 및 표준화, 정밀영양 연구 및 파트너십 지원, 정밀영양 발전을 위한 학술세미나 및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정밀영양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축적할 계획이다. 또, 정밀영양이 생소한 국민들을 위해 대국민 교육과 홍보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국내외 학술대회를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도 나설 예정이다.
“질병 치료에서 예방으로 의료 패러다임이 변했어요. ‘예방’의 패러다임은 비용 절감 효과가 막대해 국가에도 이로운 방향입니다. 예방은 다시 말해 건강한 삶이에요. 운동과 영양은 건강한 삶에 필수 조건이고요. 개인 맞춤 영양 즉, 정밀영양이 정밀의료의 핵심인 이유죠. 개인에게 맞는 영양과 식단 역시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중요한 방법으로 부각된 겁니다.”
의료 AI가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술로 전문가들은 단연 정밀의료를 꼽는다. 정밀의료와 정밀영양은 미국 국립보건원에 공식 등재된 카테고리로 전 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활동과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2025년에는 세계 디지털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약 10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증가하는 필요에 반해 과학적·전문적 식품영양 DB 검증 및 관리 시스템이 미비하고, 솔루션의 연계 또한 부족한 것은 개선해야 할 점이다. 헬스, 피트니스, 영양, 뷰티, 수면, 멘탈 등 웰니스 산업의 빠른 성장을 전문적인 정보와 지식이 따라가지 못하니 소비자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국립보건원 역시 정밀영양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한편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혼란스러운 환자들과 이러한 상황을 악용해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는 등의 사례에 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밀영양이 질병 퇴치를 위한 정밀의료와 함께 꼭 필요한 영역인 만큼 기초연구와 최적의 건강을 위한 식이 패턴 및 행동 역학 조사, 임상 환경에서 질병 부담 감소 등 전략적 목표를 수립하고 함께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성신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명숙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성신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명숙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체중조절 맞춤형 균형식단 추천 방법 및 장치 특허, 진정한 정밀영양의 패러다임 열어가
이명숙 교수가 박사학위를 할 당시만 해도 정밀영양이라는 용어는 등장하기 전이었지만, 이후 핵심기술의 혁신적인 발달과 함께 정밀영양과 정밀의료의 역할이 분명해졌다. 특히, 빅데이터, AI, IoT, Robot 등 4차 혁명 기술이 접목된다면 혁신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정밀영양 분야에서만 30년의 경험을 지닌 이 교수는 그중에서도 유전체를 기반으로 한 정밀영양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 질환을 빅데이터화하여 후보 유전자를 발굴해 유전체 기반의 정밀영양 분야를 발전시킬 필요를 설파하고 있다.
“저에게 유전체 영양은 단순한 연구주제를 넘어 끊임없이 학문의 길을 가도록 한 호기심의 대상이며, 이를 해결하는 연속적인 과정이기도 합니다. 박사학위 과정에서 인체 중재시험을 진행했던 기억도 나는데요. 6개월 동안 대상자들에게 매일 두 끼의 식사를 제공하고, 기타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와 양 그리고 식생활 습관 등을 조사했습니다. 1990년대였음에도 인체 중재시험을 위한 연구비가 국가를 비롯해 산업체에서도 지원되었고요. 가능성과 어려움을 고루 경험한 것이 지금 제 연구의 토대가 된 것이지요.”
그간 식품산업기술은 자급자족에서 기능성 식품개발, 개인맞춤형 식품개발의 발달 단계를 거쳐 왔다. 이제 질병을 예방하는 식품의 개발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는 시점이다. 동시에 우리나라는 데이터 질병 모니터링 및 활용 기술, 빅데이터, AI 기반 서비스 기술과 관련 플랫폼 구축 등에 관한 기술은 부족하다. 정밀영양 전문가로 불리는 이 교수는 유전체 기반 정밀영양·의료 산업 플랫폼 구축과정 및 가이드라인을 소개하며, 개선해야 할 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왔다.
‘체중조절 개인 맞춤형 균형식단 추천 방법 및 장치’는 그동안 이 교수가 진행한 정밀영양 연구 중 첨단 기술을 융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해당 과제는 농촌진흥청 지원을 받아 이 교수 연구팀이 3년에 걸쳐 개발한 빅데이터 기반 건강 식단 추천 시스템 연구로 특허 등록을 완료하였다. 해당 연구는 특히 국내 최초로 한식 기반의 표준 균형식단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1차년도에는 다양한 부처와 기관에서 생성한 음식, 식품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고 표준화해 알고리즘에 활용할 One-step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완료했고, 2차년도에는 비만 예방을 위한 빅데이터 기반 정형·비정형 위험인자 콘텐츠를 개발했으며, 지난해 3차년도에는 비로소 축적해온 정형·비정형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한식 기반 표준 균형식단’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완성했다. 연구의 결과를 얻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고, 연구비 또한 부족해 개발을 완료하고 관련 특허를 등록하기까지 어려움도 있었으나 연구팀은 몇 가지 단계를 설정해 연구를 진행했다. 첫째로 생애주기별로 하루에 필요한 열량과 영양소를 기반으로 5대 부족 영양소를 고려하되 이들을 6대 식품군의 하루 권장 횟수로 맞출 수 있는 알고리즘을 기획했다. 두 번째 단계는 필수적인 식품과 음식의 데이터베이스를 수집하는 과정으로 다수 정부 기관에서 생성한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고 알고리즘에 적절하도록 표준화하는 작업에만 1년 이상의 시간을 소비했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적으로 건강식단이라고 인정받는 한식을 대표적인 균형식단으로 추천하고자 AI 기술을 활용한 알고리즘을 만들어냈다.
"완전히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하기까지 쉽지않은 과정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균형식단을 정의할 때 ‘균형’의 의미를 규정하고 알고리즘에 적용할 기준을 정하는 것부터 난관이에요. 우리나라는 미국 농무부처럼 모든 데이터를 목적에 따라 활용하고 공유 및 관리하는 국가 DB 컨트롤 센터가 부재하기에 데이터베이스 수집·통합·표준화도 쉽지 않았어요. 그러나 동시에 지중해 식단과 비교해 한식의 우수성을 알려야겠다는 목표가 있었고, 6대 식품군으로 균형을 맞추는 방법으로 건강식단을 추천하면 특정 영양소의 과잉 또는 결핍을 막을 수 있다는 사명으로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이번 특허에는 정밀영양의 핵심인 유전체가 반영되지 않았지만, 표준 균형식단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한 것인 만큼 특정 유전체의 결함이 인체의 영양 대사로 증명된 근거에 한해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하다. 더불어 헬스케어 플랫폼, 소비자의뢰유전자검사(DTC), 유전체 기반 정밀영양, 기능성 식품 개발 등 다양한 산업체로 기술을 이전하면 비만 당뇨 대사증후군, 고혈압 등을 예방할 수 있어 그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교수는 나트륨 섭취가 많은 한국인의 생활습관 등으로 야기되는 질병예방을 대상으로 유전체 기반 정밀영양 연구를 진행해나가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2025년 한국인 4명 중 1명이 65세가 넘는 초고령 사회를 앞둔 지금, 더 이상 연구를 지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연구에 투자하거나 연구를 공유할 산업체를 찾아 연구 결과물을 산업 전반으로 확장해나갈 계획도 세우고 있다.

성신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명숙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성신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이명숙 교수 / 사진 박성래 기자

식품영양 융합 연구 지속, 인류의 건강한 삶에 기여할 것
이명숙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영양 생화학 기반의 정밀영양 분야의 박사학위를 마친 이후, 29년간 성신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30년의 시간 동안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호기심을 학생들이 가질 수 있도록 교육과정에서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생각해보도록 한다. 호기심을 증명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과학적 지식을 사용하도록 해 과정의 오류나 거짓은 없도록 교육하고 있다. 빠른 고령화에 따라 영양사의 직무는 개인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하는 정밀영양의 범위로 고도화되고 있다. 성신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는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예방의학적 교육과정을 통해 식품영양학 연구의 발전과 창의적 식생활 실천에 초점을 둔 식생활 리더를 키워내는 곳이다. 학생들은 식품과 영양소의 역할, 기능, 안전 전반에 대해 학습하고 습득한 지식을 토대로 공공기관과 사설기관의 영상사 및 위생사에서 나아가 병원이나 보건소의 임상영양사, 학교의 영양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식품영양 전문가로써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한편, 성신여대 식품영양학과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 중 최초로 ‘2019 영양사교육과정 평가·인증’에서 인증을 획득하는 등 영양사 교육프로그램의 우수성을 대외적으로 입증받기도 했다. 영양사교육과정 평가·인증은 현장에서 요구하는 영양사로서의 역량을 갖춘 학생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학교가 지속적인 교육과정 개선을 통해 영양사 양성 교육의 질을 관리하고 지원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성신여대는 비전 및 운영 체계, 교육과정, 학생, 교수, 시설 및 자원, 교육 성과 등 총 6개의 평가 영역에서 모두 ‘우수’ 판정을 얻었다. 이를 기반으로 2021년부터 바이오헬스융합학부로 확장하여 첨단 기술인 빅데이터,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융합 교육함으로써 미래 먹거리 산업 분야의 현장밀착형 인재 양성을 준비하고 있다.
팬데믹과 급속한 인구 고령화 등이 맞물려 보건의료 패러다임의 변화에 속도가 붙었다. 하나둘 현실성을 갖추기 시작하는 선진 기술이 모든 이들에게 닿기를 꿈꾸는 이 교수는 기술 융합 건강식단 추천 알고리즘을 활용한 또 한 번의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엄격한 과정을 지나 연구적 성과를 이끌었을 때의 쾌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며 미소 짓는 이 교수. 보다 나은 방향의 산업 발전에 목소리를 내며, 사회를 이롭게 할 기술을 선보일 그가 만들어낼 다음의 무언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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