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1천조 원을 넘어가고 있다. 한국은행 '자영업자의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 변동 규모' 자료에 따르면, 대출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1인당 238만 원꼴로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 1천 14조 2천억 원을 자영업자 차주 수 309만 6천 명으로 나눈 금액이다.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사업자 대출은 665조 1천억 원에 달하며, 이는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4분기 말(684조 9천억 원)과 비교하면 약 48.1%가 증가한 것이다.
대출액이 눈덩이처럼 커진 상황에서 대출 금리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여 자영업자의 부담 또한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영업이 잘돼 매출이 늘면 그나마 부담을 덜 수 있지만,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으로 대변되는 경제 위기로 둔화된 수익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절망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또한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위험 규모 추정 및 시사점' 분석 결과를 통해 "아직 자영업자 대출의 건전성 지표가 양호한 수준이나 대출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매출 회복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금융 지원정책 효과가 점차 소멸할 경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법원에 접수되는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계속 늘어서 올해 3분기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2만 2,761건으로 전 분기(4~6월)보다 1,402건(6.6%)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 9,692건)과 비교하면 15.6%나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회생 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12.1%나 늘어 연령대별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대법원 회생·파산위원회 또한 경기 침체와 금리·물가 상승으로 경제적 위기에 처한 채무자를 위한 신속한 도산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에 채무자의 고통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니, 개인회생 사건의 소송구조대상을 확대하는 등 신속하게 개인 도산 절차를 이용하는 방안의 마련을 권고한 것이다.
필자가 개인 도산 상담을 진행하며 느낀 점은 개인회생·파산의 제도는 탄탄하나 이 제도를 알지 못하여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아직도 중장년층에서는 회생과 파산의 제도적 구분을 모르고 계시거나, 혹은 어떤 제도를 본인에게 적용하여 진행해야 할지 모르시는 경우가 많기에 만들어진 제도를 널리 알려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최근 소비 위축으로 크게 타격을 입어 생계비마저 대출로 충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개인 사업체 혹은 개인 영업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개인회생이 불가하거나, 혹은 영업장을 폐업하여야 한다고 오해하시는 분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현재 개인 도산 외에도 자영업자를 위한 다양한 채무조정 제도가 존재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지만, 빚이 있는 자영업자들의 심리적·경제적 위축으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선택하기 어렵기에 상담 기회의 보장이 중요하다.
금융권의 유동성에 대한 걱정과 가계 대출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어, 제도 금융권의 대출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만 있다. 은행뿐 아닌 저축은행 등의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을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신용도가 낮은 경제적 취약계층은 대출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들 또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영업자의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는 다중채무 이른바 돌려막기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 다중채무는 초반 대체상환 시 잠시의 착시현상일 뿐 더욱 큰 빚을 몰고 올 뿐이다. 부채의 늪에 빠져 빚을 빚으로 막다 채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경우가 발생할 확률이 높으므로 자신의 채무 상태에 따라 적절한 제도를 선택해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개인 도산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자영업자를 포함한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전용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채무자를 보호할 법안 제정을 예고한 것이다. 일각에선 다양한 채무조정제도와 채무자 보호 법안 제정 등을 놓고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문제를 우려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성실하게 대출금을 갚아온 자영업자들과 공정성에 어긋나고 고의로 연체를 일으켜 빚을 탕감받는 악용사례를 비판한 것이다. 더욱이 부채로 생계가 어려워진 채무자 지원을 위한 제도가 최근 ‘빚투 탕감’이라는 오해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취약계층의 “채무 탕감”에만 집중해 도덕적 해이를 논할 것이 아니라 빚의 늪에 빠져 경제활동을 포기할 때 부담하게 되는 사회적 비용 또한 생각하여, 채무조정을 이용한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 일부라도 채무를 상환하는 일종의 사회보험 차원의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3고 시대에 서민들의 생활고가 깊어지고,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은 더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이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지 않게 사회의 울타리가 그들을 구제하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왜 이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부닥칠 수밖에 없었는지도 함께 생각해 볼 필요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