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구 토대로 전복류의 Golden Seed를 찾다
기초연구 토대로 전복류의 Golden Seed를 찾다
  • 안수정
  • 승인 2016.05.0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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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전남대학교 수산생명의학과 교수
기초연구란 ‘과학적 지식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기초적, 이론적, 실험 전 연구’로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이해에 초점을 맞춘 연구다. 그렇기에 문제에 관련한 모든 변인들을 확인하고, 그 변인들의 관계에 대한 가설 설정을 가능케 하는 모형과 이론의 정립에 그 의의가 있다. 즉 기초과학은 인간들의 지적인 호기심과 문화적인 활동의 기반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응용의 목적으로 연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응용과학의 씨앗이 되는 분야다. 이에 전남대학교 수산생명의학과 이정식 교수는 국내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조개류에 대해 연구하며 한국 과학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15년간의 지속실험으로 밝혀낸 ‘이매패류의 성전환 연구’로 기존에 알려져 있던 조개류의 자웅이체에 대한 정의를 새로이 내리는 중이다.
 
패류의 성전환과 그 요인을 밝히는 기초연구 진행
이정식 교수는 약 25년간 어류와 패류를 중심으로 한 수서동물들의 생식생태, 기관계 구조, 오염원 등 환경요인에 의한 생물반응 해석을 연구하는 등 해양생물 기초연구를 진행해온 전문가다. 그 중에서도 그가 15년 간 지속해서 연구한 ‘이매패류(껍데기가 2장인 조개류)의 성전환 연구’는 가장 탁월한 연구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까지 과학계에서 어류에 대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었지만 패류, 즉 조개류에 대한 연구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보인 바가 많지 않다. 이 교수는 바지락과 꼬막의 연구를 통해 그동안 학계에서 의문점으로 남아있던 잠입성 이매패류의 성전환과 자웅동체 성을 세계 최초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부분 조개류는 자웅이체라 알려져 있지만, 연구 결과 바지락, 꼬막, 대복, 굴, 맛조개 등 일부 조개류가 성전환을 하는 자웅동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가 밝혀낸 조개류 성전환의 가장 큰 요인은 ‘수온’이라는 결론을 얻고 해당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심층적인 유전자 차원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예전부터 어류에 대해 연구해왔지만 패류에 대한 궁금증은 늘 남아있었습니다. 세계적인 자료들을 읽어봐도 일반적인 수준의 연구결과만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환경과 관련해 일하다보니 인터섹스 현상을 비롯한 다양한 현상들이 많이 발견됐습니다. 그런 관심들이 계기가 되어 지금의 연구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이 교수는 각종 의약·화학물질 등이 환경호르몬(내분비계장애물질) 작용을 하면서 물고기와 패류의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등 생물체를 공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환경오염이 발생하면 더 나은 환경으로 이동할 수 있는 어류와 달리 조개들은 환경 변화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기에, 어류보다 패류가 환경오염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국내외 학술지에 약 180여 편의 논문 게재, 210여건의 학술회의 논문 발표 등 우리나라 수서동물 연구 발전의 중심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쳐온 이 교수.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의 국가기관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GSP(Golden Seed Project)에서 그는 지금까지 수행해 온 기초연구를 발판삼아 응용연구에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GSP 연구로 국내 전복산업 활성화와 글로벌 시장 개척에 기여
이제 우리 종자산업은 엄청난 경쟁 구도 속에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의약, 바이오 에너지, 재료 산업 등 첨단 기술이 융·복합된 창조경제의 핵심 분야로 성장하고 있다. 먹기 위해 뿌리고 거두는 ‘씨앗’을 넘어 고기능성 물질의 생산 역할이 더해진 ‘하이테크’ 상품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정식 교수가 참여하고 있는 GSP는 글로벌 종자시장을 선점, 종자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10년간 진행되는 전략적 종자 개발 R&D 국가 프로젝트로 채소, 원예, 식량, 종축, 수산 5개의 분야로 나눠진다. 
  
이 교수는 ‘GSP 수산종자사업단’ 프로젝트의 ‘교잡육종을 이용한 수출용 전복 신종자 개발 연구’에 연구책임자로 참여 중이다. 그간의 기초연구 결과를 토대로 환경내성 신종자 및 성장 우수형질 보유 신종자 개발, 유전자원 수집·관리 및 종자 대량생산 시스템 개발 등의 세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연구 계획에 1년, 1단계 연구가 4년, 2단계 연구 5년의 총 10년 과제로 설정되어 있는 GSP 연구는 올해로 1단계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전복 기초연구에 중점을 둔 1단계 연구에 이어 2단계부터는 그렇게 만들어진 전복이 얼마나 건강하게 성장하는지 평가하게 된다. 이후 참여 기업에의 기술이전을 통해 사업화하는 것이 연구의 최종 목표다. 이 교수는 첫 단계에서 과제 공모를 통해 연구팀을 선정했듯 2단계 역시 과제 공모를 통해 연구팀이 꾸려질 것이라 설명했다.
  
현재 연구팀은 다양한 성질을 가진 4종의 전복들을 교배해 수온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이 좋은 전복을 만들기 위한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나쁜 형질은 버리고 좋은 형질을 취하며 종의 장점을 발전시키는 형태다. 이 교수는 이렇게 만들어진 교배종은 생식이 불가능하고, 초식성이기에 생태계가 교란되는 역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한국의 전복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책을 집필한 이 교수 연구팀. <한국의 전복1>은 우리나라 전복의 종류와 형태 및 생태적 특성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해당 책에는 가능한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장면을 촬영한 사진들을 함께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현재 집필중인 <한국의 전복2>에서는 우리나라 전복 양식과 질병, 식품영양학적 가치 및 생식생물학적 특징 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전할 계획이라 귀띔했다. 더불어 그는 패류학을 연구하는 후학들이 지침서로 들고 다닐 수 있는 책을 쓰겠다는 또 하나의 목표를 품고 있었다.
  
국내 전복시장은 약 8,000억 내외로 예상된다. 바다사업 중에서 큰 규모의 산업인 셈이다. 이 교수는 연구를 통해 국내에 우수한 품질의 전복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며 전복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물론, 해외 시장 개척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꾸준함과 성실함,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삶
“저는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대학에 자리 잡고, 연구 인프라를 조성하기까지 많은 혜택과 도움을 받았기에 제 힘이 닿는 한 간접적인 봉사를 행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현재의 자리에서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만드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봉사라 생각합니다.”
 
  
그의 연구철학은 학생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되고 있었다. 연구에서 즐거움을 얻고 자신의 자리에서 봉사하다보면 어느새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으리라는 가르침이었다. 그가 후학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꾸준함과 성실함이다. 당장 눈앞의 결과는 아니더라도 인접 학문과 연구들에 도움을 주는 기초연구를 묵묵히 진행해온 이 교수다운 가르침이었다. 토끼처럼 빠르지 않아도 거북이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가면 더 단단하고 뿌리 깊은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그는 최근의 연구 과제 지원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R&D 투자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으나 시간 대비 성과를 내기 위해 그저 ‘찍어내는’ 논문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게 설익은 논문들이 쏟아져 나오기에 정작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논문들은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 교수는 꾸준하고 성실한 연구자들의 자세를 촉구하는 한편 기초연구에 대한 꾸준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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