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찾아낸 위암 생존율의 비밀, “환자 개개인의 노력으로 위암 수술 후 5년 생존율 높일 수 있어”
AI가 찾아낸 위암 생존율의 비밀, “환자 개개인의 노력으로 위암 수술 후 5년 생존율 높일 수 있어”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3.05.03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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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섭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이인섭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이인섭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암 치료에 있어 환자별 맞춤 치료 전략을 택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위암은 종양의 병기 외에는 수술 후 5년 생존율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마련되지 않아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설정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그렇기에 서울아산병원 이인섭 교수가 밝혀낸 수술 1년 후 치료 결과 및 건강 상태와 수술 후 5년 생존율 간 상관관계가 갖는 의미가 크다. 위암 수술을 받은 화자라 할지라도 꾸준한 근력 운동과 고단백 식습관 등 스스로의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만으로 장기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며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위암 수술 후 5년 생존율, 개인의 관리와 노력이 중요하다

지난 3월 이인섭 교수가 위암 수술 후 5년 생존율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 개발 소식을 알렸다. 영상의학과 김경원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서다.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아산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 3,220명의 수술 전 건강 정보, 수술·항암·병리 정보뿐 아니라 재발에 대한 추적관찰을 목표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진행하는 혈액 검사 결과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등 총 65개의 대규모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이때 활용한 데이터는 위암 환자들의 수술 1년 후 데이터이다. 이 교수는 수술 후 1년 내 사망은 암의 공격성 때문인 경우가 많은 데다 2·3기 위암은 수술 후 보조화학요법을 6개월에서 1년간 시행하게 된다며, 이에 위암 수술 후 장기 생존 여부를 판단하는데 1년 후 환자 상태가 중요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암과 달리 위암은 종양의 병기 외 수술 후 5년 생존율을 예측하기 위한 요인들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자들이 5년 생존율 예측을 위한 점수표, 계측 도표, 인공지능 등을 연구해왔지만 실제 임상에서의 활용까지는 닿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교수의 이번 연구는 위암 치료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수술 및 항암치료뿐 아니라 위암 수술 1년 후 환자의 체중과 근육량 및 지방량의 변화, 영양 상태 등이 5년 생존율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체중 및 근육량 감소, 지방량 및 영양위험도(NRI) 증가 등 관련 수치가 나빠지면 5년 생존율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통해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가 꾸준한 근력 운동과 고단백 식습관 등 스스로 교정에 힘쓴다면 장기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환자의 생존에 있어 수술 및 항암치료뿐 아니라 개인의 관리와 노력이 중요한 요인임을 객관적으로 입증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 판단됩니다.”

 

이인섭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이인섭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환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답 전하고자 시작한 연구, 개개인의 노력의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한 데 의미 커

그간 위암 환자들의 수술 후 재발 및 종양의 모양과 크기, 위치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 CT 이미지 등 영상자료가 활용되어왔다. 이인섭 교수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고, 재발 여부를 보다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 CT 외에 참고할 수 있는 판단지표를 고민하던 것이 현재의 연구에 다다랐다고 설명했다. 김경원 교수와의 공동연구는 위암 수술 후 5년 생존율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 개발 연구의 속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연구팀은 CT 이미지 속 근육 및 지방량을 평가하기 위한 AI 기반 영상 분석 툴 개발에 집중했다. 이제는 영상 이미지를 드래그 앤 드랍하는 것만으로 10초 내에 체지방량과 근육량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영상을 최대한 빨리 분석하고, 정확한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이 연구 초기의 과제였다면 4~5년 전부터는 인공지능 모델을 활용해 실질적인 결과들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 또한 그간 수행해온 연구들의 단점을 보완한 끝에 얻은 결과다.

수술 후 남은 위가 커야 더 잘 먹을 수 있고, 영양 상태도 좋다는 인식을 가진 환자분들이 많습니다.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물으시는 질문이기도 하죠. 하지만 의사들의 소견은 다릅니다. 부분 절제를 했다면 남은 위의 크기에 따른 차이는 대동소이하다는 의견이죠. 이에 보다 정확한 정보를 드리고자 수술 후 남은 위의 용적에 따른 변화와 영양 척도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이 교수는 수술 후 남은 위의 크기와 환자들의 체지방 및 근육량, 영양 상태 등이 장기 생존과 환자들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위암 수술 후 5년 생존율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 또한 이러한 맥락 속에서 탄생했다. 이 교수는 연구 초기만 해도 재발을 줄일 수 있는 치료법에 초점을 맞추던 시기였다며, 연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돌아보았다. 여전히 환자의 예후를 판단함에 있어 환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병기와 종양의 특성만을 지표 삼는 경우가 많다. 이 교수는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생존율을 올릴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한 의문에서 관련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위암은 같은 병기라도 생존율에는 큰 편차가 있는 암종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환자 스스로 식사와 운동을 통해 생존율을 개선시킬 수 있음을 확인한 이번 연구는 그에게도 큰 의미를 갖는다. 향후 관련 데이터는 환자들이 보다 활용하기 쉬운 플랫폼 형태로 공유할 계획이다.

 

4000명 이상의 대규모 환자 데이터 기반한 연구로 실제 임상에의 적용 앞당겨

연구팀이 직접 개발한 AI 기반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분석 프로그램으로 환자들의 복부 근육과 피하지방, 내장 지방량을 분석해 결론을 도출해낸 이번 연구는 4000명 이상의 대규모 환자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의 치료 결과 예측 모델이 외부 환자군 데이터를 토대로 하는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4000명이 넘는 내부 데이터와 600여 명의 외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하며 연구 신뢰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805명의 환자 데이터로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내부 유효성을 평가한 결과 위암 수술 후 5년 생존율 예측의 정확도는 약 76%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위암 수술을 받은 590명의 환자 데이터로 확인한 결과 정확도는 약 81%까지 올라갔다. 해당 연구 성과는 노인의학분야 국제학술지 중 하나인 악액질, 근감소증과 근육 저널(Journal of Cachexia Sarcopenia and Muscle, 피인용지수 12.063)’에 게재되었다.

수술에 관련한 데이터들은 임상심의위원회 등의 승인을 받고 레지스트리 DB에 구축됩니다. 병원에서는 이러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생존 및 사망에 관한 데이터를 쌓아가죠. 다행히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관련 레지스트리가 구축되어 있었기에 연구에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AI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 전이던 2017년경 관련 연구에 뛰어들었던 이인섭 교수는 서울아산병원과 아주대병원의 도움으로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병원마다 치료 지침이나 특성이 다르기에 관련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까닭이다. 위암 수술 후 5년 생존율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의 토대가 된 4000명의 내부 환자 데이터는 서울아산병원에서, 600명의 외부 데이터는 아주대병원을 통해 활용할 수 있었다. 이 교수는 타 병원과의 협업을 통해 빅데이터와 외부 검증을 동시에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뜻깊은 연구였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많은 전향적 연구들이 다기관 연구 위주로 재편되며 다양성과 신뢰도를 확보해가는 추세다.

 

이인섭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이인섭 서울아산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유지연 기자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환자의 곁을 지키는 의사

이인섭 교수는 자신은 외과 의사인 동시에 종양을 치료하는 의사이자 수술 후 장기 생존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라며, 최선을 다해 환자의 곁을 지키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수술 전이라면 환자가 받아야 하는 수술과 필요성에 대해 잘 설명해주고, 치료와 회복에 이르는 과정을 함께 걸어가는 의사로, 치료적 측면에서는 합병증 발생의 위험과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함께 이겨내며 싸우는 동반자로, 수술 후라면 식사의 제한이나 운동 등 환자들이 건강관리를 위해 나아갈 길을 잘 가이드 해줄 수 있는 동료 같은 의사로 함께하고자 한다는 그다.

같은 초기 위암이라 할지라도 어떤 분은 내시경 절제가, 어떤 분은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림프절 전이가 없다면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거든요. 하지만 현재의 진단기법은 정확도가 너무 떨어집니다. 종양의 특성 외에도 세분화된 여러 조건을 참고해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면 위 절제보다는 위를 보존할 수 있는 치료법을 적용받을 수 있는 환자들이 늘어날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 교수가 수행해온 모든 연구의 목적은 환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답을 전하는 데 있었다. 그렇기에 임상 환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해왔다. 이 교수는 환자의 생존을 결정짓는 데에는 종양의 특성뿐 아니라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유전학적 요소나 환자 개개인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다며,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기 위한 근거와 기반 마련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수행해왔다고 말했다. 수술 불가능한 위암에 대한 위암 항암제 효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발견, 림프절 전이 가능성 계산 척도 개발 등의 성과가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도 가장 치료가 어려운 케이스인 복막 전이를 빠르게 진단하는 것을 목표로 혈액이나 조직에 기반한 바이오마커를 개발하는 등 연구의 성과를 환자들에게 되돌려주거나 맞춤형 치료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 성과의 실질적 효과를 검증하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외부 검증은 물론 빅데이터, AI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간다.

이 교수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 필수의료 공백에 대한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윤리를 강하게 믿는 의사들이지만 수술 등 침습적 치료를 행했을 때 합병증이나 사망의 위험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기에 최선의 진료를 행했을 때의 책임을 의사 개개인에게 지우기보다 국가적으로 보장을 하는 등 시스템 개편을 통해 필수 진료과를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의 시스템 속에서는 환자 사망 시 의료분쟁위원회에 회부되거나 법적·절차적 문제들이 발생하기에 치료에 있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부분이 많은 까닭이다. 그는 의사들이 귀중한 생명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하는 과정 자체를 존중해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의료 시스템을 지탱하고 있는 세대가 은퇴한 후에는 필수의료가 위험해질 수 있는 만큼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실질적 대책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는 당부의 말이 이어졌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환자에게 더 나은 대답을 들려주기 위한 이 교수의 연구는 삶의 분기점 위에 선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사하고 있었다. 개개인의 특성과 의지가 병의 예후에도 분명한 차이점을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해낸 이 교수의 연구가 움 틔운 희망 속에서 꾸려갈 수많은 환자들의 건강한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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