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 측정표준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로 10년, 100년 후가 기대되는 기관으로 발돋움해 나갈 것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 측정표준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로 10년, 100년 후가 기대되는 기관으로 발돋움해 나갈 것
  • 남윤실 기자
  • 승인 2020.12.2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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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R&D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남윤실 기자

[월간인물 남윤실 기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표준연)은 1975년 설립된 국가측정표준 대표기관으로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는 유일하게 헌법에 임무가 명시되어 있다. 또한, 표준연은 물리연구소라고 칭해도 무방할 만큼 물리 분야 연구와 매우 관련이 많은 기관으로 올해는 굉장히 의미 있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1960년대 이론으로만 소개됐던 왼손 방향으로 회전하는 스핀파를 세계최초로 증명한 것이다. 스핀트로닉스를 실현하려면 스핀을 결정하는 물리적 원인과 제어 방법, 스핀의 회전 방향 분석 등 복합적이고 난도 높은 연구가 필요하다. 표준연 양자기술연구소에서 60년만에 밝혀낸 이번 성과는 스핀을 이용한 차세대 소자개발인 스핀트로닉스에 새로운 지평선을 열어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월간인물은 신년 1월호 BEST R&D 기획을 맞이해 모든 연구개발의 성과를 오롯이 국민에게 환원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는 박현민 원장을 만나보았다.

 

원장님 국민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월간인물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박현민입니다. 올해는 전 세계로 퍼진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국내외 행사는 물론, 대면 회의가 취소되고 사랑하는 가족들도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건강, 그리고 안전한 삶에 더욱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도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밤낮없이 코로나 19 관련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표준연에 주어진 국가측정표준 확립이라는 가장 중요한 임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모든 연구원이 일치단결하여 코로나19 예방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15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직에 취임하신 지 300여 일을 맞이하고 계십니다. 그간의 소회와 중요 현안들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10, 100년 후가 기대되는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지난 10개월간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조직 내 화합을 최우선으로 제 임기 동안 수월성 있는 연구소’, ‘명확한 성과 창출’, ‘원칙과 신뢰 기반의 결정세 가지를 경영철학으로 삼아 연구원을 이끌어 갈 생각입니다.

먼저, 도전과 혁신을 위해 정부출연연구소 최초로 팀제라는 새로운 조직 구성을 단행했습니다. 적게는 1, 많게는 5명 이상으로 이뤄진 팀을 구성해 각 팀이 연구하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수월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한 소규모의 팀들이 상호 협동을 통해 더 높은 수월성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팀제 출범 후 세계에서 두 번째(품질로서는 세계 최고)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표준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번 성과는 올해 팀 단위 중심의 조직개편 이후 두 팀(미생물분석표준팀, 바이오 의약품분석표준팀)의 전문성이 만나 이뤄낸 첫 구체적 성과입니다. 앞으로도 팀 연구의 전문성이 발휘된다면, 뛰어난 많은 연구 성과가 창출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의 지속적인 확산에 따라 비대면·원격 연구환경 조성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연구방법론으로서 우리 연구원의 팀과 비슷한 연구를 하거나 상호 의존적인 연구를 하는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버추얼 랩장으로 임명하여, 개방형 연구조직 형태의 버추얼랩(Virtual Lab)’ 을 구성했습니다. ‘버추얼랩이라는 비대면 연구그룹은 가상이라는 뜻의 ‘Virtual’과 연구실을 의미하는 ‘Lab’의 합성어로 클라우드 등의 자료 공유시스템을 활용한 플랫폼 기반 연구그룹입니다. 시공간적 제약이 없어 세미나, 회의, 분석 등의 협업이 상시 가능합니다. 우리 연구원의 중점 연구 분야인 안 전, 소재, 장비, 반도체, 양자, 바이오, SI 단위 재정의 분야를 대상으로 9팀을 선정했으며, 지속적인 연구 지원을 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연구소 팀의 역량은 국내 최고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입니다.

표준연이 가진 양자측정기술 분야를 확대하여 양자컴퓨팅 기술개발 관련 연구 지원을 할 생각입니다. 이 분야는 현재 국가적인 중요 기술로 세계 선진국들이 뛰어들고 있는 매우 경쟁적인 분야입니다. 우리 연구원의 양자기술연구소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양자컴퓨팅 연구그룹으로 만들겠습니다. 더불어 이와 관련 있는 AI 데이터 신뢰성 측정기술 연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합니다.

7월에 우리 연구원은 연구사업계획서(6)와 기관 운영 계획서(3)를 수립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원의 주요한 이슈를 원칙과 신뢰를 기반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직원들과의 소통창구를 다양화하여 연구원 내 직원 간 그리고 직원과 경영진 간 소통이 자유롭게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원들이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꼭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핵심 기능 및 주요사업은 무엇인가요

우리 연구원은 설립 이래 국가과학기술 발전의 토대를 제공하였으며 중화학공업, 반도체, 조선, 항공,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주력산업 제품의 품질을 국제적 수준으로 향상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교정시험서비스의 제공, 중소기업 기술 지원을 통하여 우리나라 산업의 국가측정표준 품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 국가산업경쟁력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원은 측정표준 분야의 핵심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국제적 동등성을 확보해 경제성장 및 산업화 수요를 확보하는 것을 주요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달성할 주요사업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측정표준의 국제협력을 통한 국제동등성 확보 및 선도적 측정기술 개발, 경제성장, 산업화 수요와 함께 국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측정표준·과학기술 개발 강화, 4차 산업 고도화 대응 및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미래유망측정기술 투자 확대에 노력하고자 합니다.

취임 당시 과감한 투자와 집중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변화해야 할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셨습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제조업 중심 사회에서 필요한 기반기술을 제공하는 일을 매우 잘 수행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가표준연구소로서의 새로운 임무를 정립하고, 향후 50년을 이끌 표준 주도성장의 미래정책을 수립하겠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데이터 기반 사회에서 우리 연구원이 제공해야 할 기반기술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우리 연구원은 현재의 실험데이터, 3차원 데이터, 나아가서 동영상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을 평가하는 기술을 확립하고, 인공지능 신뢰성 및 유효성 검증을 위한 방법론,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불확도정량화기술 개발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언택트 환경에 대응하여 원격 교정 기술, 양자컴퓨터를 위한 기술개발을 통한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성장시키는데 한 축을 담당하고자 합니다.

올해 과학기술 분야의 주요 화두였던 소부장 문제는 현재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문제입니다.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다양한 가스의 세계 최고 수준 순도 측정기술을 개발하여 반도체 관련 기업에 제공하겠습니다. 우리 연구원은 지난 2018년 최초로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를 측정, 중국으로부터의 영향을 실제로 밝혀냈습니다. 앞으로는 더 나아가 실제 미세먼지의 주요 성분 분석을 통해 미세먼지의 형성과정을 규명하는 연구를 실행할 것입니다. 내년부터 과기정통부의 예산을 지원받아 국민의 삶과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2020년 온라인 APMP 총회 참석하였습니다.

매년 11월경 개최되는 APMP 총회는 올해 태국 방콕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되었습니다. 유례없는 전 세계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표준연과 같은 국가측정표준기관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40여 명의 기관장이 심도 있게 논의했던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특히, 코로나19를 판단하는 진단키트의 정확성과 진단 효율성, 신뢰성과 관련하여 그 어느 때보다 측정과학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이 시점에, 지난 7월 표준 연이 개발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표준물질 소식을 많은 나라와 공유하며 한국 측정과학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 릴 수 있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은 단순히 한 국가 이상의 역할과 책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관련된 국제공동연구와 국제협력, 특히 개발도상국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측정과학을 통해 국제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관으로 발돋움하고자 합니다.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정이레 기자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남윤실 기자

원장님께서 그리고 계신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목표와 비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두 가지 이슈는 소재·부품·장비 관련 일본의 수입규제와 코로나 19입니다. 이에 더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데이터 댐, 네트워크, 인공지능 등 새롭게 부상하는 분야 기술의 국가적인 대 비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방사선·플라스틱·에너지·이산화탄소 등 인류의 지속 가능성의 시험대인 문제들의 해결도 절실합니다. 현재진행형인 이들 과제를 푸는 열쇠는 결국 과학기술이 쥐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모든 출연연이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정하고 국가적 임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연구원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인식의 변화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역시 이에 부응해 측정과학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이뤄내는 연구원이 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 연구원은 지난 4월 안전측정연구소를 신설했습니다. 국가 차원의 대형 재난·재해 대응, 안전하고 건강한 삶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해법 제시를 하기 위함입니다. 측정기술을 활용해 국민 체감효과가 큰 사회 이슈 해결형 사업 추진하고 있습니다. 터널/교량/철도 등 대형 구조물 안전, 의료안전, 수소안전, 나노물질 안전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겠습니다.

또한, 표준연은 융합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 이를 해결하는 연구를 지향하고, 연구 결과를 국민과 사회에 환원하는 연구소가 돼 국가가 필요한 기술을 선제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원 사이의 벽, 본부 사이의 벽, 직원 사이 소통의 벽을 제거하여 연구원들의 연구 몰입도를 높이고, 직원끼리 자발적으로 상호 존중하고, 신뢰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팀제도를 잘 운영하여 개인주의적인 연구를 지양하고, 팀 기반의 연구를 통해 수월성 있는 연구 결과를 창출하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국민께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국민이 참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어려움이 단기간에 극복되면 좋겠지만,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앞으로는 코로나19를 일상에서 경험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참 전에 이뤄져야 했던 개혁 (재택근무, 비대면 교육시스템 등)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사회 전 분야에서 이러한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우리가 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꼭 해야 할 개혁이 차근차근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새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 게 되길 희망합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출연연구기관이므로 수행되는 모든 연구개발의 모든 성과가 국민에게 환원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표준연 이 세계 최고의 역량을 가진 연구원, 신뢰와 책임을 지는 연 구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3포세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들이 등장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지만, 결국 우리의 희망은 청년 세대이고, 청년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상황입니다만, 지금의 위기가 지나고 나면 더 좋은 상황으로 반전될 수 있기에 희망을 잃지 않는 마음, 그리고 꾸준함과 자신감을 무기로 이 고비를 함께 헤쳐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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