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의료 기술의 선제적 도입으로 기술적 한계에 극복해온 의사, 다학제 골반저질환센터로 환자의 고통 덜고파
첨단 의료 기술의 선제적 도입으로 기술적 한계에 극복해온 의사, 다학제 골반저질환센터로 환자의 고통 덜고파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3.05.03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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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림 아인병원 대장항문외과 과장
한승림 아인병원 대장항문외과 과장 ⓒ유지연 기자
한승림 아인병원 대장항문외과 과장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은 새로운 질환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탈장 또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질환 중 하나다. 노화가 진행되며 약해진 복벽을 통해 소장이나 대장이 빠져나올 수 있어서다. 비만이나 변비, 과도한 복부운동 등도 탈장을 유발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탈장이 의심된다면 빠르게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치유가 어려울뿐더러 통증이 시작되었다면 장 폐색이나 괴사로 이어질 위험성이 커지는 까닭이다. 아인병원 대장항문외과 한승림 과장은 최근 기술적으로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복벽 측면에 발생한 탈장을 로봇 수술 치료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로 이루어진 성공이라는 점에서 이번 수술이 갖는 의미가 더욱 크다.

 

 

복벽 측면에 발생한 탈장에 대한 로봇 수술, 세계 최초로 쓴 성공

아인병원 대장항문외과 한승림 과장은 지난 4월 아인병원에 부임했다. 이로써 소아, 성인 탈장에 대한 보다 정교한 수술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된다. 한 과장은 성인·소아 탈장을 비롯해 로봇 복강 수술, 대장·직장암, 탈장, 대장내시경, 골반장기탈출증, 양성 항문질환(치핵, 치루), 변실금 분야를 전문으로 치료하고 있다.

10년 이상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을 만나온 한 과장은 기술적으로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진 복벽 측면에 발생한 탈장에 대한 로봇 수술을 세계 최초로 시행했던 인물이다.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인경 교수와 함께 고난도 수술법인 단일공 로봇 가로근절개술을 적용해 환자의 복부를 3cm 절개하고 단일 포트를 삽입하는 로봇 수술로 복막 외 공간에 접근, 치료에 성공한 것이다.

복벽이란 복부를 둘러싼 근육, 근막, 피부를 칭하며, 장기들이 약해진 복벽을 통해 빠져나오거나 밀려 나오는 증상이 복벽탈장이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며 복벽탈장을 겪는 환자의 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비만이나 동맥류, 지속적인 기침과 과도한 복부운동, 변비 또한 복벽탈장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졌다. 한 과장은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당뇨, 비만 등 기저질환자가 고형 장기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으면 주변 부위가 약해지며 복벽탈장의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탈장은 저절로 교정되지 않고 방치하면 점점 커지기에 초기에 수술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결손의 크기가 작을지라도 잦은 통증이 이어진다면 장 폐색이나 괴사로 이어질 수 있기에 빠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인 탈장은 몸 가운데에서 발생한다. 복벽에 힘을 가장 많이 지지해주는 근막이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기에 복벽 결손 부위 수술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복벽 측면에 발생한 탈장은 주위에 단단한 근막이 없는 데다 복벽에 힘을 받기가 어려워 표준화된 수술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자연치유나 약물치료를 기대할 수도 없어 수술 치료가 유일한 방법이지만 고난이도 수술이기에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 중 하나였다. 성공적인 수술을 위해서는 복벽의 3개의 근육층 중에서도 가장 안쪽에 자리한 가로근을 절개해 측면 복벽의 복막 외 공간으로 들어가야 하지만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고 현재까지 이를 위해서는 반대쪽 복벽에 여러 개 구멍을 뚫어서 접근하는 방법만이 유일했다. 이에 한 과장은 단일공으로 접근하여 시행한 다수의 서혜부 탈장과 복벽 탈장 수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전 수술로 인해 발생한 측면복벽의 구멍을 단일공 로봇을 이용해 복막 외 공간으로 들어가 가로근을 절개하고 탈장 구멍을 꿰매고 그 주위를 인공망으로 덮어 고정한 뒤, 측면 복벽탈장을 치료했다. 환자는 수술 후 2일 만에 불편감이나 합병증 없이 퇴원했으며, 해당 연구 결과는 아시아 수술 저널1월호에 소개되었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철승 교수와 함께 4세대 다빈치 단일공 로봇을 활용해 속옷 라인 아래 2.7cm 절개를 통해 탈장 수술을 시행했다. 기존의 복강 내 접근이 아닌 복막 바깥 부위로의 접근을 택한 것이다. 단일공 로봇 수술을 이용해 복막 바깥 부위로 접근해 복벽탈장 부위 교정에 성공한 것은 세계 최초다.

 

한승림 아인병원 대장항문외과 과장 ⓒ유지연 기자
한승림 아인병원 대장항문외과 과장 ⓒ유지연 기자

장점 뚜렷한 로봇 수술, 장점 뒷받침할 근거 마련하며 환자들의 선택 도울 것

단일공 로봇이 출시된 지 8년이 흘렀으나 여전히 활용도는 낮은 상황입니다. 특히 정교한 수술 실력을 자랑하는 한국 내에서의 로봇 활용은 더욱 더디죠. 미국의 경우 로봇 수술이 광범위하게 시행되는 것은 물론 상당한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서울성모병원 재직 당시 단일공 로봇이 도입되며 이를 의료에 적용하기 위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복막 외 접근 방식을 활용한 복벽 탈장 수술은 현재까지 보고된 수술방법 중 재발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단일공 로봇을 활용한 수술은 수술 후 통증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수술 부위 상처가 속옷에 가려진다는 장점이 있다. 수술 다음 날 퇴원이 가능하기에 환자의 선호도가 높다. 한 과장은 얇은 복막은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찢어져 버리고 만다며, 정교함과 선명한 비전이 특징인 로봇 수술기를 활용해 수술의 성공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탈장 중 가장 많은 빈도를 차지하는 서혜부(사타구니) 탈장을 단일공 로봇으로 복막 외 접근을 통한 수술한 사례가 로얄 호주 외과수술 저널에 게재되기도 했다. 한 과장은 복벽 및 서혜부 탈장에 로봇 수술기를 접목한 수술법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고자 수술 성공 노하우 자체를 논문으로 공개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보다 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의료기술의 혜택이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탈장이 발생하더라도 수술 여부는 환자의 생활패턴이나 활동량을 감안해 결정하게 됩니다. 일례로 대부분 누워계시거나 가정 내에서 활동하시는 어르신들의 경우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수술까지는 권유하지 않습니다. 다만 통증이 발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때는 빨리 병원에 찾아가 치료를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탈장 치료에는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 로봇 수술이라는 선택지가 놓인다. 최근에는 가장 기본적인 수술법이라면 복강경 수술을 꼽을 수 있다. 다만 한 과장은 어떤 수술법을 택하면 좋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로봇 수술을 추천한다. 로봇 수술기가 갖는 장점이 워낙 뚜렷한 까닭이다. 한 과장은 우리나라 서전들의 수술 실력은 아트라 표현될 정도로 우수한 수준이라 말하면서도 그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로봇 수술이라 강조했다. 그 또한 로봇 수술의 효과를 반신반의하며 임상에 적용하기 시작했으나 이제는 로봇 수술이 훨씬 뛰어난 결과를 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선명한 비전이 수술자에게 주는 안정감과 카메라를 직접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 보다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한 과장은 수술자가 느끼는 신뢰와 안정감은 로봇 수술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졌다며, 환자들에게도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다면 로봇 수술을 택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임상적 비교를 통해 이러한 확신을 뒷받침할 이론적 근거를 마련해갈 계획이다. 또한, 탈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복부 압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복부 압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변비를 예방하고, 무거운 물건을 드는 행위나 과도한 복부운동은 피해야 한다.

 

한승림 아인병원 대장항문외과 과장 ⓒ유지연 기자
한승림 아인병원 대장항문외과 과장 ⓒ유지연 기자

고령화와 함께 늘어가는 골반저질환 환자, 다학제 골반저질환센터 운영으로 의료 수준 높이고파

대학병원에만 있다가 2차 병원급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어 아직은 조금 낯설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제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진료와 연구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한승림 과장이 아인병원을 택한 데에는 ‘4세대 다빈치 Xi(로봇수술기)’를 도입하는 등 첨단 의료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의료 수준을 높여왔다는 이유가 컸다. 이는 그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골반저질환과도 연관이 있다. 임신과 출산 등 여러 원인에 의해 골반을 지지하는 근육이 느슨해 자궁이나 직장 등 골반 장기가 아래로 내려오는 질환인 골반저질환은 요실금, 자궁탈출증, 방광류, 직장류, 골반통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 골발저질환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여성에게서 발생하며, 고령화와 함께 이러한 질환을 앓는 환자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이때 수술 치료를 통해 골반 내 장기의 구조를 정상적으로 되돌림으로써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한 과장은 골반저질환에 관한 연구회에 참석하고 있다며, 관련 논의를 이어가며 골반저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관한 기술적·학문적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 내다봤다.

한 과장은 골반저질환 중에서도 가장 수술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증상이 골반장기탈출증이라 말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며 골반을 지지해주는 인대와 조직이 느슨해져 골반 내의 장기들이 밑으로 쳐지면서 발생하게 된다. 그는 오랫동안 탈장을 치료하고 연구해온 자신의 장점과 로봇이라는 장점을 합친다면 지역의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인병원이 골반 질환의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여러 장비들을 갖추어가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전국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였다.

아인병원의 로봇 수술기를 적극 활용해 수술법을 고도화해갈 계획입니다. 기존에 시행해오던 방식 외에도 포트를 줄이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고 있죠.”

아인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후 한 과장은 초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는 그에게 찾아온 커다란 변화 중 하나다. 한 과장은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환자들을 대하고 있다며, 다만 환자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해 드리고 수술의 질을 높이고자 더욱 노력 중이라 말했다. 골반저질환센터라는 청사진을 그리기도 했다. 암에 대한 다학제간 진료가 이루어지듯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골반저질환센터를 꾸려 골반저질환자 치료법을 다각적으로 고민해가고 있다. 한 과장은 향후 여러 과의 전문의들과 함께 다학제간 골반저질환센터를 운영하며 환자들에게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 말했다.

저의 장점이 있다면 여러 대학병원을 거치는 동안 저명하신 교수님들 아래에서 수련할 기회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의사로서의 자세와 연구에 대한 열정, 최신 지견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 등을 두루 배울 수 있었죠. 주니어였음에도 로봇 수술의 경험을 주셨기에 현재에 이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늘 저를 믿고 지지해주는 지도교수님들과 부모님, 아내와 딸이 있었기에 지치지 않고 환자들을 위한 고민을 이어올 수 있었다는 점에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한 과장은 향후 양성 항문질환과 탈장, 골반장기탈출증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이미 진행이 많이 되어 수술이 어려운 복벽 탈장도 최신지견에 따라 성공한 경험을 토대로 환자에 대한 치료법을 고민하는 등 의료 수준을 높여간다는 포부다. 그는 골반저질환을 앓는 환자 중에서도 여전히 숨은 환자가 많다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많은 환자들에게 지역에서 골반저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있음을 알리며 환자들의 고통을 더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신기술을 의료현장에 접목하고자 고민해온 한 과장의 노력은 빠른 속도로 발전해가는 의료기술과 환자들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의 연구와 치료를 통해 더 많은 환자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일상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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