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척추센터 교수 - 환자의 삶의 기둥은 ‘건강’, 척추로 바로 세운다
조대진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척추센터 교수 - 환자의 삶의 기둥은 ‘건강’, 척추로 바로 세운다
  • 안수정
  • 승인 2016.07.0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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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아픈 배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주문 같은 문장을 외우던 어머니. 노랫말에 맞추어 온기 가득한 어머니의 손이 배에 닿으면 이내 아이의 아픔도 거짓말처럼 가신다. 아마도 진심을 담은 마음이 전해져서 일 것이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조대진 교수도 수술을 마친 고령의 환자들에게 눈을 맞추고 이마를 정성스럽게 짚은 뒤 ‘괜찮으실 거예요’라는 인사를 건넨다. 진심이 담긴 마음만큼 좋은 치료는 없다. ‘척추를 설계하는 사람이 아닌, 환자의 삶의 기둥을 바로 세워주는 사람.’ 이것이 고난도의 수술인 척추변형 및 재수술 영역에서 손꼽히는 조대진 교수가 내린 척추질환 의사에 대한 정의다.

 

강동경희대병원 척추센터 조대진 교수

‘척추체간 케이지’ 개발 및 특허 기증

임상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되는 수술법과 기술개발 및 적용에 앞장서 온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척추센터 신경외과 조대진 교수.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술실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난 그는 머릿속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스케치 했다. 단 3분 만에 조 교수의 손끝에서 그려졌지만, 그 과정은 찰나의 발견이 아닌 시간의 축적 속에서 마련되는 작은 역사임이 분명하다.

‘2-gather’라는 이름으로 국내 특허와 실용신안을 출원을 마친 그의 ‘척추체간 케이지’는 전면용, 측면용, 사면용 등으로 구별돼 사용되었던 기존 척추체간 케이지를 하나로 통합한 형태다. 척추수술 시 각 방향에서 자유롭게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의료소모품 및 비용적인 면에서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연구의 독창성과 임상 적용 시 효과를 인정받은 그는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한 ‘2015년 보건의료기술진흥 유공자 정부포상’에서 의료기술 우수개발 부문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환자를 대하는 조 교수의 진심은 개인 자격으로 취득한 척추체간 케이지 특허를 경희대학교 산학협력단에 기부, 소유권을 이전하겠다고 밝힌 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척추체간 케이지는 추체간 유합술에 사용되는데, 추체간 유합술이란 퇴행성 척추질환으로 수술이 필요한 경우, 디스크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케이지와 같은 인공 디스크를 삽입해 뼈가 붙도록 돕는 수술을 말한다. 특히 추체간 유합술은 일반적으로 노화와 퇴행성에 따른 척추변형 질환을 치료하는 목적의 수술법이기 때문에 인구 고령화에 따라 수술 횟수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현실적으로 다가온 요즘, 추체간 유합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제가 개발한 케이지의 활용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비용절감이 가능하기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베트남 등의 제3국의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도 유용할 것입니다. 대학에 특허권을 기부함으로써 앞으로 더 많은 환자들이 보다 높은 의료서비스를 경험하고 만족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조 교수는 현재 미국과 중국에 특허 출원을 신청, 심사 중이라고 밝혀 앞으로 더 많은 나라에서 척추체간 케이지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의료 특허가 까다로운 미국에서 조차 그의 척추체간 케이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특허 출원이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처음으로 케이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 놓았을 당시, 관련 지인들은 가려운 부분을 명확히 긁어준 발상이라며 감탄을 자아냈다. 그로부터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조 교수는 여전히 수술을 집도하면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용화시키기 위해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환자의 사진을 살펴보며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은 의미 있는 씨앗이 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보다 깊은 의료적 사유로 조 교수의 가슴과 집도하는 손에 뿌리를 내린다. 여기에다가 건축가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상화고 구체화시키는 능력까지 더해져 다양한 연구 활동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이런 집요하고도 특별한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리 없다. 현재 조 교수는 대한신경외과학회 및 대한척추변형연구회 학술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다수의 연구 논문을 국제학술지(SCI & SCIE)에 발표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중이다.

 

세계 최초 ‘외상 후 척추후만증 신 절골술’ 개발

조대진 교수는 연구진들과 함께 소위 ‘곱추병’으로 불리는 외상 후 척추후만증 수술에 대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인물이다. 다량 출혈 등 합병증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 새로운 술식을 개발하게 된 그는 연구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논문에 소개된 절골술 명칭 자체를 새롭게 만들었고, ‘단독 후방경유 신(新) 절골술’에 대한 연구는 세계신경외과학회지에 게재됐다.

조 교수팀은 골다공증을 동반한 외상성 후만증으로 6개월 이상 보존적 치료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 13명에게 단독 후방경유 신 절골술을 시행했다. 그 결과 환자에서 평균 교정각도가 30~40도였고, 기존 치료법과 비교했을 때 합병증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외상성 후만변형의 수술적 치료법으로는 전방경유 추체 제거수술 및 후방나사못 고정수술이 적용되고 있었다. 총 2회에 걸친 수술과 흉곽을 열어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고령 환자에 있어 수술 후 폐합병증 등이 나타날 위험이 상당했다. 이에 단독 후방경유 신 절골술은 부분 뼈 절제술을 시행해 출혈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동시에 추간판까지 제거함으로써 후만변형 교정각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노년층은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져 가벼운 외상으로도 쉽게 골절되는 특성이 있는데, 제때 치료되지 않아 찌그러진 상태로 굳으면 척추후만증 변형으로 이어 지기 쉽다. 주로 등뼈와 허리뼈 사이에서 발생하며, 외상 후 누워서 일어나기, 뒤척이기 등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급성통증이 큰 특징이다. 조 교수는 척추체 압박골절 후 약물 치료나 주사치료, 골시멘트 등 보존치료로 급성통증은 없어지지만, 오래 걷거나, 활동 중 묵직하게 아픈 피로 통증과 함께 후만변형을 초래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척추후만증의 대부분은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을 동반한 중년층 이후에 많이 발생 하지만, 외상의 정도에 따라 젊은 층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미가 남다르다. 실제로 외상성 후만증 환자의 대부부인 중년이후 노인층에서는 통증으로 인한 수술적 치료를 원하는 반면, 젊은층 환자에서는 곱추병의 치료라는 외관의 모습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문헌상에는 환자가 다치기 이전 상태의 곧은 척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절골술 및 전후방교정술이 사용되고 있지만, 단독 후방경유 신 절골술은 아직까지 보고된 바가 없습니다. 해당 술식을 적용하면 환자의 뼈 제거를 최소화시키고 수술시간 및 수술 시 출혈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합병증 발생률을 낮출 수 있는 등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척추질환 치료의 첫걸음, 바로 신뢰”

고난도의 수술인 척추변형 및 재수술은 조대진 교수가 내세우는 전문영역이다. 그를 찾는 재수술 환자 수가 많아지고 수술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다보니 ‘콜럼버스 의사’란 꼬리표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섣부른 척추 수술은 병의 재발 및 감염 등의 부작용을 부르고, 이러한 이유로 재발 후 치료는 처음 수술보다도 더욱 까다롭고 어렵기 때문에 환자나 환자 가족들이 받는 고통이 크다. 자칫하면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기 쉬워 척추 재수술은 경험이 많고 지식이 풍부한 의료진과 재수술의 필요성 및 수술법에 대해 논의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재수술을 꺼리는 의사들도 상당수지만 그는 최선을 다해 이 환자들을 도우려 한다. 조 교수의 주관은 확고했다.

“재수술은 지도 없이 항해하는 탐험가의 여정에 빗댈 수 있습니다. 의사의 체력은 물론이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습득한 노하우가 겸비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 점에서 제게는 재수술이 막연히 힘든 과정이 아니라,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의 삶의 기둥을 바로 세워줄 수 있는 중요한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조 교수가 척추질환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은 것은 ‘라뽀(Rapport) 형성’ 이다. ‘라뽀’란 의사, 환자간의 신뢰를 말한다. 보통의 척추질환 환자들은 연령대가 높고, 타 병원에서 몸과 마음에 상처를 받고 온 재수술 환자들은 수술을 두려워하기 마련. 그는 성급한 재수술보다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환자가 가장 통증을 호소하는 부분과 자신이 관찰한 내용이 동일할 때, 비로소 수술을 진행한다. 라뽀를 통해 환자가 수술을 이해하고, 의료진과 지향점이 같을 때 치료효과가 극대화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고난도의 재수술이나 새로운 의료기술 개발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신경외과와 정형외과를 모두 섭렵하고 있기 때문이다. 척추변형 수술을 위해 두 가지 분야의 공부를 마친 조 교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연구와 수술을 다양하게 도전할 수 있게 된 동력이라고 전한다. 그는 “스스로 무언가를 배우고 다시 창조적인 파괴를 하는 것이 재미있고 새롭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관찰하고 연구해서 무언가를 깨우치고 난 후에는 모두에게 그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래야 또 다시 새로운 것에 도전하려는 동기가 부여되니까요”라며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직접 찾아가 수술을 시연하면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끊임없는 창조와 도전은 조 교수가 삶을 살아가기 위한 마중물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의학계의 발전을 견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환자는 마음으로 대해야할 존재

조대진 교수는 수술 대상이 아닌 환자들에게까지 마구잡이로 시술을 권하는 척추병원에 대한 회의감을 드러냈다. 특히 최소침습 척추 수술은 아무리 절개 범위가 작더라도 수술이기에 위험성은 기존 수술과 똑같은데 그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이 없으며 실제 환자 부담금 역시 다양한 추가 항목 등으로 올라간다. 이에 그는 “환자 10명 중 8~9명은 애초 수술 불필요한 케이스입니다”라며 비수술 치료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어서 실손보험의 폐해도 개선돼야 함을 언급했다.

“실손보험 등을 통해 비급여 치료가 우선시 되는 기형적인 의료시스템에서 의사들은 객관적으로 입증된 기존 치료 방식으로 환자 치유라는 의료인 고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최소침습 수술과 비수술 치료가 만연하게 된 것은 정부가 실손보험 등을 통해 비급여 치료를 조장했기 때문입니다.”

환자를 고객으로 바라보는 병원들의 시각에도 문제가 있다고 그는 말한다. 환자는 쇼핑몰에 물건을 구매하러 오는 고객이 아니라 아픈 몸을 치료하기 위해서 오는 말 그대로 환자이기에 의료진 역시 이들을 환자로 바라보고 그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최선의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외과의사에게는 ‘사자의 심장, 독사의 눈, 섬세한 여자의 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사자의 심장을 가진 의사는 안하무인이 될 확률이 높고, 독사의 눈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형태죠. 마찬가지로 섬세한 손은 촌각을 다투는 고령의 환자 수술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조 교수가 정의하는 외과의사의 덕목은 기존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는 사자의 강인한 심장과 함께 환자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심장을 겸비하고, 수술 후 경과까지 멀리 내다보는 독수리의 눈 그리고 석공과 목공의 손, 사명감을 가지고 다양한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후배들에게도 늘 마음의 문을 열고 따뜻하게 환자를 어루만질 수 있는 의사가 되기를 강조한다. 자신이 왜 의사가 되었는지, 초심을 잃지 않고 환자를 경제적인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불편한 부분을 해결해주고자 하는 마음을 먼저 갖기를 바라는 것이다.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환자를 먼저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의사의 양심을 저버리는 일은 하지 않는 조 교수. 그는 인터뷰 말미, 해외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과 봉사활동을 실천할 계획을 밝혔다. 척추변형으로 인해 숨조차 편히 쉬지 못하는 이들의 몸의 기둥이자, 삶의 기둥을 바로 세워주는 것이야 말로 그가 꿈꾸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며 살아가는 인생이다.

이탈리아의 콜로세움, 중국의 만리장성, 페루의 마추픽추, 우리나라의 무량수전은 수 백, 수 천 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임에도 여전히 그 위용을 잃지 않고 건재하다. 해당 건축물들이 어떻게 지어졌는지에 대한 가설은 수십 가지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단단하고 견고하게 설계된 기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신체의 기둥은 ‘척추’이며 삶의 기둥이 ‘건강’이라고 했을 때, ‘척추를 설계하는 사람이 아닌, 환자의 삶의 기둥을 바로 세워주는 사람’으로서 꾸준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조대진 교수의 행보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가르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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