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르네상스] 액체에서 유리로 변하는 입자의 움직임을 밝혀내다
[R&D 르네상스] 액체에서 유리로 변하는 입자의 움직임을 밝혀내다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1.01.07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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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과학연구원(IBS), 유리 입자끼리 뭉치는'케이지 형성' 처음 관찰
- 네이처(Nature)에 논문 발표, 유리 이해와 응용성 확대에 기여
박소연 기자 psy@monthlypeople.com
박소연 기자 psy@monthlypeople.com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스티브 그래닉 단장(UNIST 화학과 특훈교수)과 보 리 선임연구원은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와 함께, 액체가 단단한 유리로 변하는 임계점에서 유리 입자의 움직임을 처음으로 규명하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아주 미세한 도구를 사용해 유리 입자 하나를 튕길 수는 없을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다고 전했다. 유리는 광섬유, 렌즈, 비행기, 반도체 등 산업에서 수많은 용처에 쓰이고 있다. 원자가 규칙적인 배열을 이루고 있는 결정형 고체와 달리, 유리는 비결정형 고체라 유리를 이루는 입자들이 불규칙한 배열을 이루고 있다. 액체가 어는 점 아래로 온도가 내려가면 결정 혹은 유리가 된다. 유리 입자의 불규칙한 배열은 액체 상태와 비슷한데, 배열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유리가 단단함을 가지는 이유는 이웃한 입자들에게 둘러싸이는 케이지 형성때문이다.

케이지 형성이 시작되는 임계온도(onset point)는 점성이 높아지기 시작하고, 입자들의 움직임이 불균일해지는 등 유리의 여러 물리적인 특성이 나타나는 지점이다. 이 지표들은 모두 전체 입자의 통계적이고 평균적인 움직임으로, 개별 입자들의 역학 관계에 대해서는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다. 임계온도에서는 움직임이 느린 유리 상태와 움직임이 빠른 액체 상태가 공존하기 때문에 매우 복잡한 역학을 가지는데, 국소적으로 입자 단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분석된 적이 없었다.

유리는 금속, 폴리머, 세라믹과는 완전히 다른 매우 특이한 물질이며 광범위한 응용처와 다양한 성질을 갖고 있는데, 유리의 성질은 물질 조성에 의해 결정된다. 이 중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형성제(former)’가 유리의 가장 핵심이 된다. 유리를 구성하는 물질들은 형성제, 수정제(modifier), 중간체(intermediates) 세 가지로 나뉘고, 이 분자들이 결합하며 유리 내부의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결정의 경우 액체가 결정화되는 과정은 완전히 밝혀졌지만, 액체가 유리가 되는 유리 상전이는 아직까지 베일에 싸여 있다. 일반적인 상전이는 열역학적 변수나 특성들이 불연속적으로 변화하는데, 유리 전이는 이 특성들이 연속적으로 변화한다. 유리 전이에 관한 이론은 매우 다양한데, 이 중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직 없다.

 

평면의 유리 입자들을 레이저로 자극하는 모식도 [사진=과기부]
평면의 유리 입자들을 레이저로 자극하는 모식도 [사진=과기부]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2~3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콜로이드 유리 입자로 이루어진 콜로이드 유리를 사용했다. 이 시스템은 실제 유리에서 유리형성자의 원자가 나타내는 많은 성질을 모방하고 있다. 연구진은 개별 입자를 자극하여, 임계점에서 입자의 이동성 증가와 집합적인 움직임을 처음으로 밝혀내었고, 실험 결과 임계점에서 입자 이동성이 가장 증가하며, 케이지 형성의 특징인 집합적 움직임을 나타냄을 발견했다. 이처럼 임계점에서 입자들이 가장 많이, 멀리 이동함을 관찰하면서 임계점에서 입자들이 움직이기 쉬운, 즉 변형되기 쉬운 상태임을 처음 규명한 것이다. 또한, 연속적이고 개별적으로 움직이던 입자들이, 임계점에서는 군대처럼 집합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관찰했다. 이는 연속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유리 입자가 케이지 구조를 만들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본 연구를 통해 유리 전이가 서서히 일어난다는 기존 관념을 뒤집고, 임계점에서 입자가 움직이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함을 밝혔으며, 유리를 근본적인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어, 향후 유리에 새로운 성질을 부여하는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유리입자의 움직임을 규명함에 따라 유리의 다양하고 매혹적인 성질에 기여하는 근본 현상을 밝힘으로써 유리 연구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연구에서 사용한 레이저 기술은 다른 하위 분야 즉, 콜로이드나 과립 시스템 연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연구는 2차원 콜로이드 유리에서 실험을 진행했는데, 연구진은 이를 3차원으로 확장하는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임계점에서 나타나는 케이지 형성 외에도 유리에는 흥미로운 현상들이 매우 많은데, 다른 현상들도 탐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임계점에서 집합적으로 움직이는 유리 입자 [사진=과기부]
임계점에서 집합적으로 움직이는 유리 입자 [사진=과기부]

1 저자인 보 리 선임연구원은 첨단 산업에 중요한 물질인 유리의 케이지 형성 원리는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았다레이저를 이용해서 유리 시스템 속 입자 하나를 튕길 수 있었고, 유리 입자의 움직임 변화를 포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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