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순 교수 부산외국어대학교 - 21세기 여성 융·복합통섭 전문가, 그가 말하는 꿈의 도시
김귀순 교수 부산외국어대학교 - 21세기 여성 융·복합통섭 전문가, 그가 말하는 꿈의 도시
  • 박금현
  • 승인 2016.08.1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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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가 한 분야의 전문가가 인정받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융합과 통섭을 앞세운 전문가들의 아이디어가 사회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김귀순 교수는 도시와 환경, 여성과 지방 분권 등 다분야 통합적 연구로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부산녹색 연합 창립을 시작으로 그린스포츠 전문가, 여성가족위원회 수석전문위원,(사)아시아 환경정의연구원 원장 등을 비롯해 진취적 여성의 롤 모델로 불릴 만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귀순 교수 부산외국어대학교

다분야 섭렵으로 융·복합통섭 전문가로 등장

대학에서 영어교육학을 전공하고 서른이라는 이른 나이에 교수가 된 부산외국어대학교 김귀순 교수는 우연히 민주화교수협의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전공과는 전혀 다른 사회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다. 김 교수는 환경과 도시 등 관련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바탕으로 진취적인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는 1997년 부산녹색연합을 창립, 환경과 도시계획을 접목하는 서울대 환경생태계획 연구실 비상근 연구원으로 하남과 울산 등의 생태도시 프로젝트에 다양하게 참여했다. 그 후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환경과 스포츠를 접목시킨 그린스포츠 전문가로서 친환경 스포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 2007년 과테말라에서 열린 IOC총회에 참석하기도 한 김 교수는 평창동계올림픽이 단기적인 흑자올림픽만을 염두해 국내 경제를 주름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우려했다. 올림픽용 1회성 다운힐(활강)경기장은 환경 파괴가 심하고 시설비는 물론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폐막 후 지속적인 지역 재정 적자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나가노 올림픽도 흑자 올림픽이라 평가되지만 다운 힐경기장 때문에 여전히 만성적인 지역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속가능한 올림픽이 되기 위해서는 개도국일 경우 인접국 경기장을 하나 정도는 이용해도 되도록 IOC에 건의해 보는 것도 한 방안일 것이다.

 

최근 통과된 인천-속초 간 동서고속철도는 상주인구와 유동인구가 적어 올림픽만을 위해 설치하기에는 만성적인 철도 적자가 누적될 위험이 크다. 상주인구와 유동인구가 많은 남해안 동서고속철(광주-부산 간)보다 경제성이 더 낮은데 먼저 설치하는 것은 국가예산의 형평성 문제에 맞지 않고 올림픽 후 국가 경제 위기가 오는 사례가 많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의 관심은 친환경 스포츠 분야에 그치지 않았다. 2006년에는 지방민주주의, 젠더민주주의, 지구민주주의라는 ‘지방삼민주의’ 실현을 내걸고 전국여성지방분권네트워크를 설립했다. 이를 계기로 여성이 참여하는 지방분권운동에 앞장서던 김 교수는 2009년 국회여성가족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발탁돼 여성과 가족, 청소년 관련 입법 및 정책 검토에 앞장서며 진취적 여성으로 부상했다.

 

환경과 도시 계획의 연관성을 중시한 그는 “지금까지 환경과 도시재생에 관 심을 두면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얻은 삶의 경험과 도시에 대한 연구들이 사회와 국가에 일익이 되는데 삶의 가치를 두었습니다. 또한 여성의 섬세함과 생태와 환경을 고려한 도시재생전문가로서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제 역할을 다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대외적 활동뿐 아니라 자신의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기후 친화도시의 꿈> 등의 환경 분야와 <여성, 도시에게 말을 걸다> 시리즈 등 여성 분야의 전문 서적을 집필하는 등 자신의 역량을 많은 독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로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했던 사태도 그의 <아시아환경정의연구원, 시리즈>(2012) 내용 안에 ‘국내 최초 환경 소송으로 당시 이슈 됐던 소소한 일상의 큰 위험들’이란 주제로 미리 문제를 다뤘던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자전거 활용 등 부산 발전을 위한 다양한 계획

부산녹색연합창립을 계기로 환경운동에 뛰어 들면서 부산이 지속 가능한 해양 도시로서 성장하려면 대기오염 해소와 연안 쓰레기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김귀순 교수는 도시를 재생시키고, 환경과 교통 등의 문제에서 부산 지역이 자유롭게 발전하려면 어떤 시도를 해야 하는지 몇 가지 분명한 의견을 제시했다.

 

“부산은 해수욕장이 5개나 있으며 국내 최고의 항구도시라는 자연적 측면에서는 훌륭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수, 바다 등의 물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타 지역보다 많이 이뤄져야 합니다.” 부산에는 해안선 일대에 고급 아파트촌이 밀집하고 있기 때문에 지하수 보존을 위해 투수층을 늘리고 해수면 상승을 억제하도록 도시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이외에도 수질오염의 원인인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광역교통계획을 재수립하고 자전거 교통수단 등 환경 친화적 교통시설을 입안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초등교육부터 자전거교육을 의무화해 누구나 자전거로 이동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전거 도로계의 본좌로는 네덜란드와 스웨덴이 있다. 이들 나라에는 아예 자전거 전용차로가 모든 차로에 있고 자전거 도로를 사고 위험이 낮게 차선 한 가운데로 만드는 등 전용 신호등 까지 잘 구비돼 있다. 특히 자전거 교통수단의 활성화는 산이 많은 지형적 특징과 선박, 화력발전소 등으로 타 도시 보다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많은 부산에서는 필수 아이템이다. 최근 미세먼지가 호흡기 질환 사망원인 중 하나로 손꼽힐 만큼 심각한 현실을 고려한다면 차량운행을 줄이는 것은 쾌적한 도시를 만드는데 최우선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그는 산복도로 등 고바위가 많지만 전기자전거로 극복할 수 있으므로 자전거 활성화는 부산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현재 부산 시민공원은 자전거전용 도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진입이 통제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은 조속히 해결되어야 할 것이며 자전거를 휴대하기 편하도록 자전거 정류소나 지하철 평일 자전거 휴대 허용 등 관련 편의 시설 확충도 고려돼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가 생각하는 부산 발전 요소로는 교통시설의 편리성이다. 도시 계획을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인 교통시설은 부산뿐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나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그가 주장하는 것은 통합 버스터미널(시외·고속)과 기차역의 인접성 등 시민들이 교통을 이용할 때 최적의 조건 즉, 이동 동선을 줄여 생활의 편리성을 돕는 문제다.

 

“버스터미널에서 자칫 버스를 놓쳤을 경우, 인접한 역으로 원활히 이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노포동 버스터미널은 거리상의 문제뿐 아니라 유동인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린벨트 인접지역 이라는 단점 때문에 지역경제창출효과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그는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터미널과 연계된 사업들을 다양하게 추진, 예를 들어 호텔과 쇼핑시설, 고속 철도역 등을 연계하는 등 문화 시설과 편의 시설 등 지역상권의 회생을 촉구했다. 이는 부산 시민들은 편리뿐 아니라 부산을 찾는 많은 타 지역 사람들의 편의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되므로 도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 부산시가 발표한 노포동역세권 종합개발계획을 보면 해당 구역의 윗부분 전체가 울창한 숲으로 또 다시 그 아래 공원을 만들 필요가 없는데 터미널 인근 산지를 모두 공원으로 구획하고 있다며 김 교수는 이를 지적했다. 도시 내 야산의 나무를 잘 살려 주택을 짓는 버클리힐, 뉴저지 등 외국의 도시들처럼 숲의 원형은 최대한 보존하면서 주거시설을 짓도록 함이 효율적인 도시 계획임을 그는 예를 들었다. 만약 범어사행 도로 아래 야산을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도록 스마트그리드에너지 자족형 숲속 한옥마을을 조성한다면 부산에서도 한국의 전통주거문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장소성을 고려한 지역 차별적 도시계획이 필요함을 김 교수는 강조했다.

한편 그는 2011년 2월 동남권 신공항 유치를 위해 대구경남과 부산이 피를 말리는 여론전을 하고 있을 즈음 김해 공항 확장이 대안이라고 생각해 기고문 ‘동남권 신공항 국책사업 재검토하라’를 낸 적이 있다. 허브공항인 인천공항에서 KTX로 2~3시간 이내이며 미래 기술 하이퍼루프로 16분 거리인 김해, 대구공항 등 국내 공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공항을 가덕도나 밀양에 만드는 것은 불필요한 예산낭비라고 보고 부적합성을 제기했었다. 또한 가덕도는 접근성이나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 신공항입지로도 부적합지임을 덧붙였다. 이번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이 무산되고 김해공항 확장 결과에 대해 김 교수는 부산 지역 경제 발전에 무엇이 실익인지 지자체와 국민이 재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길 바란다고 전했다.

 

여성 친화적 도시, 지속가능한 잠재적 역량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국회 여성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여성과 가족, 청소년 입법 지원 등에 힘써 온 김귀순 교수는 당시, 보건복지부 관할이었던 한부모가정 문제가 여성부 관할이 되도록 입법화를 이끈 숨은 공신이다. 주로 한부모가정은 여성인 경우가 많은데 여성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적합할 것이라 판단한 그였다. 김 교수는 가족업무의 이관에 대해 여성 위원 일부의 반대 장벽을 넘어 2009년 말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자리매김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의 두 번째 성과는 여성친화도시의 확산이다. 여성친화도시란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동등한 참여와 혜택의 분배를 보장함으로써 일상생활에서 성차별이 없는 도시를 의미한다. 또한 여성의 창의적이고 섬세한 에너지를 지역발전의 핵심자원으로 활용, 여성의 능력을 도시정책에 반영하고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서 오는 불편을 개선해 모두가 행복한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말한다. 과거 익산시가 여성친화도시 시발도시로 지정됐으나 구상단계에 불과했다. 여성친화도시에 관한 관심이 많았던 김 교수는 정부와 함께 여성친화도시의 본격적인 확대를 꿈꿨다. 그의 진심어린 노력에 힘입어 임기 만료 당시 여성친화도시가 2011년 현재 익산, 서울 등 30여 개의 시로 늘어나게 됐다.

 

수석전문위원 활동 후에는 여성친화도시 생태편, 문명편 등의 여성친화도시 개념 확대를 위한 도서를 집필하는 등 저술가로서도 쉬지 않았다. 이 밖에도 김 교수는 남성 수석전문 위원이 활동하던 여성가족위원회에 최초의 개방 공모직 여성수석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헌법 개정시 여성입법의 지평확대를 위해 노력하였다. 그는 더불어 여성이 원하는 입법 반영을 위해 여성 NGO 국회간담회 개최 등의 활동이 가장 보람찼다고 회고했다.

 

최근 그는 이러한 정책 견문과 입법 추진력을 바탕으로 부산시 수영구에 4·13 총선에 출사표를 내던졌다. 그는 여성의 강점인 예리한 감수성을 정치 현장에 반영하는 여성성 정치(feminine politics), 즉 “줌마정치”를 내걸었다. 아줌마들이야말로 마을이나 지역을 가장 많이 아는 생활전문가이며 이들이 여성정치의 꽃을 피울 때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그는 미국 최초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 힐러리 클린턴을 예를 들며 여성의 정치 출현을 주목했다. 지구촌에 가장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도전하는 힐러리 클린턴을 비롯해 여성의 다방면의 사회 진출로 지구촌 역사는 새로 쓰일 날이 멀지 않았다.

 

지행합일(知行合一)을 이루는 삶

많은 여성들에게 무한한 희망이 되고 있는 김귀순 교수의 롤 모델은 독일 하이델베르크 여성시장인 ‘베아떼 베버 (Beate Weber)’이다. 베아떼 베버는 산업화로 인해 폐해가 되면서 경쟁력마저 잃은 하이델베르크를 살린 인물로 무려 3번이나 시장에 당선되었던 인물이다. 베버는 시장이 되기 전부터 유럽 의회 의원 역임 등 환경과 생태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하이델베르크를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 김 교수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도시 부산, 그 생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사람이 바로 베아떼 베버이다.

 

“제가 추구하는 인생은 지행합일(知 行合一) 즉, 참된 지식은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다양한 분야에서 갈고닦은 지속가능한 도시발전 전략을 마음껏 펼쳐 보고 싶습니다. 저의 롤 모델이자 독일의 하이델베르크를 지속가능한 도시로 발전시킨 베아떼 베버처럼 말입니다.”

 

김귀순 교수는 현재 아시아의 도시화는 80% 이상 진행되었으며 한국의 도시들이 그 모범이 돼야한다며 자신 역시 그 꿈을 위해 더욱 열심히 전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글로벌 시대에 지구촌 여러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많은 여성이 막강한 우먼파워를 발휘하며 약진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통섭해 새 시대, 새 역사의 장을 열어가고 있는 김귀순 교수를 만나 지속 가능한 아름다운 도시를 함께 꿈꿀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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