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희 강원도교육감 - “‘100인 100색 수업 성장’으로 학생 개개인에 맞는 교육 만들어나갈 것”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 “‘100인 100색 수업 성장’으로 학생 개개인에 맞는 교육 만들어나갈 것”
  • 문채영 기자
  • 승인 2021.01.22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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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GWON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문채영 기자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문채영 기자

그가 교육감에 처음 취임할 때 초등학교 1학년이던 학생이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 민 교육감의 변하지 않는 소신은 부모의 손길이 닿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같은 출발선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모두를 위한 교육을 실현하고자 그는 오늘도 불철주야 최선을 다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많은 교육기관이 어려움을 겪었고, 교육계 역시 많은 어려움을 체감하셨을 것 같습니다. 강원도교육청은 코로나 이후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코로나19를 겪으며 안전, 교육 격차, 수업의 질 등 어느 때보다 교육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번에 드러난 것들, 학교에 새롭게 요구된 것들이 정책의 모습으로 현장에 적용될 것입니다.

우선 교육 복지망에 사각지대가 없도록 할 것입니다. 한 아이도 놓치지 않도록 교직원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까지 참여해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꼼꼼히 챙기겠습니다. 예산과 정책 집행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게 될 것입니다. 방역에 필요한 물품이나 인력을 차질 없이 지원하고, 필요하면 교육재난지원금 등 직접 지원도 확대할 것입니다.

학교가 교육 활동에 집중하도록 지원청의 역할을 강화하고 꼭 필요하지 않은 사업들은 덜어내려고 합니다. 굳이 대면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원격으로 돌려 출장도 최소화하고 오롯이 교육 활동에 집중하도록 할 것이고 이를 통해 안전한 환경에서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도록 하겠습니다.

 

2020년은 취임 10주년이었습니다. 취임 10주년인 2020년은 교육감님께 어떤 한 해였는지, 더불어 그간의 소회 말씀과 함께 현재 집중하고 계신 현안들에 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교육감에 처음 취임할 때 초등학교 1학년이던 학생이 올해 고3이 됩니다. 이 학생들은 학령기 전 기간을 저의 정책과 함께 했습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동안 제도 개선과 학교 문화 개선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처음 취임하면서 한 큰 약속이 두 가지인데 하나는 고교평준화이고 또 하나는 돈 안 드는 교육입니다. 고교평준화는 기득권의 반대를 뚫고 2013년에 시작해서 현재 정착 단계에 와 있습니다. 지금은 강원 행복고등학교 사업을 통해 고교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으로 시작한 무상교육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전국에서 최초로 전 학년 무상급식을 하는 등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특히 2020년은 고1 무상교육을 조기 실시하고 중고 신입생에게 교복 지급도 시작해서 명실공히 무상교육을 완성한 해가 되었습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보수적인 국회의원 한 분이 아직 전 학년 무상급식이 안 되는 어떤 교육청을 질타하는 모습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올해 중점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학생이 전인적으로 성장하는 수업을 만드는 것입니다. ‘100100색 수업 성장으로 이름 지었는데요, 원격수업을 하면서 얻은 수업에 대한 개선점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개인별 특성에 맞는 수업을 만들어가자는 것입니다. 올해는 여기에 역점을 두면서 앞으로 10년 강원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찾아 제시할 계획입니다.

 

강원도교육청에서 2021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교육 사업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위에서 간략하게 말씀드렸는데, 수업으로 아이들을 전인적으로 성장시키는 ‘100100색 수업 성장을 추진하는 것이 올해의 중점 과제입니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입니다. 수업은 단순히 지식 전달의 수단이 아닙니다. 인성, 사회성 등 한 사람의 성장 전반에 영향을 줍니다. 그동안 수업 혁신을 위해 큰 노력이 있었음에도 다시 수업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입니다.

작년에는 원격수업을 하면서 수업에 대한 논쟁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습니다. 선생님들에게는 달갑지 않지만, 수업이 공개되면서 교사 간 비교도 이루어졌고, 아이들의 수업 집중, 환경의 차이에 따른 격차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원격수업을 하면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수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제시해 주기도 했습니다. 교사와 학생이 충분히 소통하고 학생 개인의 특성에 바탕을 둔 수업, 그래서 학생을 성장시키는 수업이 좋은 수업이고 지금 필요한 수업이라는 것입니다. ‘100100색 수업 성장은 특별한 정책을 지칭한다기보다 학교가 수업에 집중하도록 하는 모든 사업을 아우르는 말이라고 하겠습니다.

학교는 수업을 비롯한 교육 활동에 전념하고 교육지원청이 학교를 지원하는 전형을 만들기 위해 태백과 정선에서 학교지원시범지구를 운영합니다. 여기서 만들어진 방안을 도 전역으로 확산시켜 나가겠습니다.

 

한글, 영어, 수학 책임교육으로 기초학력 교육을 강조하셨고 에듀버스 운행을 통해 학생들의 등·하교가 더 수월해지기도 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보람찬 사례나 향후 기대되는 부분, 혹은 소개하고 싶으신 성과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한글, 영어, 수학 책임교육 등 기초학력 보장정책은 몇 년째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입니다. 일부에서는 이것을 두고 옛날식 학력 정책이라고 한다는데, 엄청난 오해입니다. 아이가 한글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영어와 수학을 처음 접할 때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기초능력을 쌓지 못하면 다음 단계의 배움을 이어나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취약계층에 속한 아이들이 그런 위험에 놓여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은 교육 불평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입니다. 부모의 손길이 닿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동일한 출발선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능 평균 점수를 두고 학력 저하라고 말들이 많은데 수능이 과연 교육과정을 충실히 평가하는 학력의 잣대가 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듭니다. 학력 향상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학교가 기초학력을 책임지고 학생이 배움에서 즐거움을 찾게 하는 것입니다.

한글 책임교육은 수치상으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고 이제는 해득 차원을 넘어 읽기 유창성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영어와 수학도 지속적으로 교사 연수를 하고, 수학 보조 교재를 개발하여 보급하는 등 차근히 접근하고 있습니다.

에듀버스도 무상교육과 마찬가지로, 환경의 차이와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교육이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 주자는 철학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반대가 많았지만, 이제는 당연하게들 여깁니다. 이렇게 인식과 문화를 바꾼 것 자체가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이외에도 강원도교육청 및 교육계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부분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모두 코로나에 맞서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데 집중해왔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얻은 중요한 경험 중 하나가 학교 안에서 교사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생소한 원격수업을 준비하고, 수업 외에 방역도 책임지다 보니 자연스레 협력하게 된 것인데, 이것을 확산시켜야 합니다. 교사 개개인은 모두 훌륭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데 이것이 하나로 모여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사들이 경험과 능력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특별한 날에만 이루어지는 연수가 아닌, 생활 속 연수를 늘리고자 합니다. 퇴근길에 모여서 하는 연수, 교내에서 구성하는 연수 등 부담 없이 다가가는 연수로 즐겁게 소통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겠습니다.

 

대학과의 교류협력도 활발히 하실 텐데요. 알려지지 않아 아쉽거나 소개하고 싶으신 학과 관련 사업이 있으실까요?

우리 교육청은 지역의 강원대학교, 춘천교육대학교와 정기적으로 소통하면서 교육 현안에 대해 공동 대응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아이들이 지역의 대학에서 지역을 위한 인재로 성장하는 기회를 넓히는 것이 주된 관심사입니다. 지역 소멸이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은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 교육청과 대학의 협력은 확대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구체적 진로 지도를 위한 협력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의학을 비롯한 진로 캠프를 대학과 공동으로 마련하여 학생들의 진로 개척을 돕고 있습니다.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필요한 개선점이 있을지요?

개선해야 할 교육여건은 많지요. 중앙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것도 있고, 지자체나 교육청이 나서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와 학급 규모를 줄이는 것입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과밀학교의 문제가 두드러지고 반면에 작은 학교에 눈길이 쏠렸습니다. 단순히 방역의 이점뿐만 아니라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는 교육을 위해서는 거대학교, 과밀학급으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내로 제한하자는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려면 교사는 늘리고 교실도 확충해야 합니다.

문제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니 당연하게 교사도 투자도 줄여야 한다는 정부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눈앞이 아니라 더 멀리 봐야 할 때입니다. 학급 당 학생 수는 줄이고 교원 수는 늘려 개별화 교육이 가능하게 하고, 작은 학교를 살리는 것은 교육 차원을 넘어 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이고 확실한 이득을 보장하는 투자입니다. 지금은 정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교육청 차원에서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꾸준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5년간 5,300억 원을 투입해 낡은 교실을 스마트 교실로 바꾸는 사업을 시작합니다. 수업 개선을 위해 교내 무선망을 구축하고 모든 교사에게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는 일은 이미 마쳤습니다.

 

유례없던 온라인수업 및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업 준비 등으로 교직원분들이 특히나 힘든 1년을 보내셨을 것 같습니다. 신년을 맞아 도내 교직원분들께 전하고픈 덕담이나 조언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교직원 여러분께 감사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지난해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배움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교직원분들의 헌신과 열정 덕분입니다. 처음 가보는 길인만큼 정책 결정에 어려움도 많았고, 지침도 자주 바뀌어 현장에서 힘들었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우리 교직원들은 학교에서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고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극복해 왔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학교가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학교에서의 만남이 왜 중요한지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올해는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온전한 만남 속에 배우고 성장하도록 해야 합니다. 더는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보낼 수는 없습니다. 조금 더 힘을 내고 지혜를 모아 주십시오. 또 수업에 대하여 분출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거름 삼아 더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교실을 만들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교육청은 여러분을 위한 지원에 온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전 국민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힘든 시간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희망을 담아 메시지를 전해주시면 긍정적인 영향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2020년 혼란을 겪었을 학생들에게 진심을 담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어두운 길을 걸었음에도 여러분은 길을 만들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힘들었지만 선생님, 친구들과 손잡고 함께 이겨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습니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우리는 이 고난에서 배워야 합니다. 코로나는 우리에게 환경과 생명을 파괴하는 탐욕을 경계할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세상 누구도 혼자만 잘살 수는 없다는 것을, 개인과 공동체는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공부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부분은 온전한 만남과 교류를 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 세상에서는 공존, 협력, 배려, 생태 같은 것들이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이런 가치들을 움켜쥐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당당한 주체입니다.

교육청은 안전한 배움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제 희망이 보이는 만큼 학생들도 조금만 더 인내하고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교육청은 여러분이 안전한 학교에서 친구와 손잡고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언제나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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