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범 신암중학교 교장 -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를 품는 교육을 실현하다
이경범 신암중학교 교장 - 단 한 명의 낙오자 없이 모두를 품는 교육을 실현하다
  • 박금현
  • 승인 2016.09.30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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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도 물도 없는 척박한 벼랑에서 피어나는 꽃이 있다. 바로 강원도 정선과 평창, 영월의 동간 기슭에만 피어난다는 우리나라 고유의 희귀종인 동강할미꽃이다. 키 작은 이 동강할미꽃은 1990년대 많은 논란을 야기했던 동강댐 건설계획을 무산시킬 정도로 은근한 힘을 자랑한다. 가치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면 아무리 척박한 벼랑이라도 수많은 이들이 찾아오듯이 이경범 교장은 전교생 50여명의 소규모 학교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동강할미꽃처럼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마음을 담은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이경범 교장

마음으로 품는 것이 진정한 교육

성경 속 바울 사도는 ‘일만 스승이 있으되 아비는 많지 않다’는 말을 남겼다. 기자가 만난 이경범 교장은 바울 사도의 말처럼 지식만을 가르치는 스승이 아닌 아비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품는 참스승의 모습이었다. 그는 아이들을 교육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 강조하며 자신에게 맡겨진 아이들을 아비의 심정으로 돌보고 싶다며 말문을 열었다. 1985년 교직생활을 시작해 20여 년 간의 교사 생활을 마치고 장학사로, 교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이 교장은 그간 그의 말만큼이나 따뜻한 행보를 이어왔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말로 그치는 사랑이 아니라 그들을 마음 깊이 품고 그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 아이들은 변합니다.”

이 교장이 지금까지의 교직생활에서 가장 큰 무게중심을 둔 곳은 독서와 예술교육이다. 최근 강조되는 미래 핵심 역량을 갖춘 학생 육성을 위한 열쇠도 그는 독서와 예술교육으로 보았다. 천안교육지원청에 장학사로 근무할 당시 그는 지역 내 독서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교사 20여명을 모아 ‘나무늘보’라는 독서 동아리를 만들었다. 모든 것이 빠르게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독서만큼은 천천히 내면화시켜야 생각에서 붙인 이름이었다. 독서에 대한 그의 열정은 선생님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나무늘보의 활동은 지역 내 학교로 확산되며 학생들과 함께 떠나는 독서캠프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저변 확대에 성공한 것이다. 나무늘보는 지난 3년 연속 충청남도 전체 최우수 동아리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고 동아리 창단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무늘보의 독서토론은 여전히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이 교장은 또한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사설읽기 워크북’을 직접 제작, 배포하기도 했다. 신문의 다양한 기사들을 발췌, 재구성한 자료를 통해 사건에 대한 여러 견해와 서술방법을 익히는 것은 물론 필자의 주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경험을 쌓도록 하는 이 워크북은 충남 지역 각 학교에서 사고력 신장을 위한 수업자료로 활용되고 있고 자녀의 사고력 신장을 도모하는 전국의 학부모에게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모두가 함께’ 이루어낸 성과, 감동을 선물하다

“저는 학생 교육에 있어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결코 완벽하지 못하고 울퉁불퉁할지라도 함께 조화를 이룰 때 교육 본연의 의미를 더 크게 담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암중학교는 최근 예산군에서 주최한 예산군 중・고등학생 음악경연대회 합창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경사를 맞았다. 음악 지도 교사도 없는 소규모 농촌 학교에서 전교생 52명이 모두 참여해 이루어낸 놀라운 성과다. 이 교장이 학교에 부임했을 당시 학생들이 체육에는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었지만 음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가 없었다. 소규모 학교의 특성상 체육교사는 배치되었으나 음악, 미술 등 예능교사가 없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판단한 이 교장은 아이들의 음악적 재능을 계발할 수 있는 한 방법으로 ‘전교생 합창으로 품격 있는 음악인’으로 길러내는 것을 역점사업으로 정하였다. 특수반 아이들까지 모두 참가해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고 금상을 수상하기까지의 과정은 학생들에게 즐거움과 자신감을 선사하였고, 학부모들에게 크나큰 감동을 주었다. 향후 학생들은 인근 요양원, 장애복지관 등 외로운 이웃들에게 ‘합창’을 통한 따뜻한 위로를 전할 계획이다.

이 교장이 집무하는 교장실 벽면에는 52명 전교생의 얼굴과 인생의 목표, 20년 후의 미래가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기부왕으로, 크리에이터로, 랩퍼로, 미래를 정한 아이들은 이 학교에서 동강할미꽃처럼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진로 개척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었다.

“최근 충남교육청에서는 참학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공부만을 잘하도록 요구하지만 공부를 잘하여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독서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받아들이고, 쓰기 활동을 통해 논리정연하게 생각을 정리하는 힘을 기르며, 문화예술교육으로 풍부한 감수성을 지닌 아이들로 자라나 이후에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자기 가치를 높이는 사람으로 우뚝 섰으면 좋겠습니다.”

기자가 만난 이 교장은 집단지성을 강조하면서 지시보다는 섬김을, 일방통행보다는 교사들과 더불어 고민하고 토론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다져가는데 힘을 쏟고 있었다.

“최근 학교 교육과 선생님들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가 무너지면 학생들의 미래도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학교는 모두가 주인공이어야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달란트를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납니다. 학교의 역할은 그 달란트를 찾아주는 데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못하는 아이도, 선생님도, 학부모도, 교장도 학교에서는 모두가 주인공이어야 합니다. 사랑은 결코 일방적일 수 없습니다. 선생님들 일부의 잘못을 모두에게 전가시키기보다 내 아이를 가르치는 바로 그 선생님이 내 아이의 미래라고 생각하고 선생님들을 진심으로 존중할 때 내 아이에게 미래의 희망이 있습니다.”

신암중학교 전 교생 합창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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