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 “함께 한 30년, 함께 여는 30년”
최교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 “함께 한 30년, 함께 여는 30년”
  • 김예진 기자
  • 승인 2021.03.04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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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특집

2021년은 지방교육자치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최교진 회장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을 실현하고 교육자치를 위한 정책추진 기반을 마련할 것입니다. 학생 인권의 보장, 보편적이며 통합적인 교육복지의 제공, 사회적으로 통합된 돌봄의 제공, 건강과 안녕, 문화와 예술의 향유 등 우리 학생들을 민주적 공동체의 책임 있는 주체로 키울 수 있도록 끊임없이 챙기겠습니다라고 전했다. 뿌리 깊은 나무 가뭄 타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교육자치는 우리 교육의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는 최 회장을 월간인물에서 만났다.

 

최교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박금현 기자
최교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김예진 기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교사와 학생이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은 매우 섬세합니다. 과거에는 국가가 교육부를 통해서 학교현장을 통제했습니다. 교육의 내용과 방법 등 모든 것을 중앙정부가 장악하고, 강제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교사는 수단이 되고, 학생은 대상으로 전락합니다. 원래 교육부와 교육청은 선생님과 학생이 배우고 가르치는 것을 돕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학교현장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교육 주체들이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많은 권한을 주어야 합니다.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도 민주적인 학교가 학교 상황에 맞도록 방역과 교육에 모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합니다. 교육감은 중앙정부와 학교현장의 사이에 있습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이 모여서 학교현장의 상황에 근거하여 중앙정부와 국가교육정책을 조율하고 협의하는 기구입니다. 아울러 중앙정부의 교육정책을 학교현장에 맞도록 수정, 보완하여 적용하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코로나 19로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 참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지난 7월 취임 이후 소회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지금 교육계의 최대 과제는 코로나 상황에서 방역과 교육 모두를 실현해내는 것입니다. 원격수업자료를 만들고, 대면 수업도 준비해야 하는 선생님들, 가정에서 원격수업을 지원해야 하는 학부모, 그리고 대면수업과 원격수업을 번갈아 참여해야 하는 학생 모두 매우 힘든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매일 매일 전쟁을 치르는 상황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교육부에 학교현장의 상황을 전달하고 현장에 맞는 방역과 수업방안에 대한 논의를 해왔습니다. 아울러 직업 세계의 변화, 학생 수 감소 등 학교 안팎의 환경이 급변하면서 교육 체제, 교사의 양성과 수급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교육재정이 대폭 감소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투자하는 것은 낭비가 아닙니다. 교육감협의회는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에 대한 대응이 미래를 좌우하게 될 텐데 현재 학교 교육 현장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한 미래 교육 체제의 전환을 위해 역점을 둬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교수학습은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입니다. 원격수업으로 채울 수 없었습니다. 일부 상위권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의 학습 지체 현상이 심각했습니다. 원격교육 전환 이후 많은 학생들이 생활 리듬이 무너지고 제대로 된 식사를 챙기지 못하는 등 생활과 건강을 위협받았습니다.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학교폭력이나 학생비행 등이 급증했습니다. 취약한 가정의 아이들이 고립과 소외가 심각해지고, 그것이 폭력과 비행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미 학교의 보살핌을 전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가정의 교육적 기능의 많은 부분이 가정 밖으로 이양되어 있고, 상당 부분은 학교로, 학교가 채우지 못하는 부분은 사교육으로 이양되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공교육이 향후 감당해야 하는 교육적 기능의 확대가 필요함을 절감하였습니다. 교육적 기능이란 단순히 지식전달이 아닌 보살핌을 의미합니다. 학교가 갖는 돌봄과 생활교육의 측면을 그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에듀테크를 이야기하는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전자기기로 채우지 못하는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의 교류가 우리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학교는 우리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에서, 또 각 가정생활의 안정성에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체제로서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올해 협의회에서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요?

곧 고시될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우리 시도교육청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하여 우리 아이들의 앎과 삶이 일치하는 분권화된 교육과정을 만드는데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며칠 전 라운드테이블에서 논의된 평화, 지속가능성, 세계시민성 또한 총론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감염병으로 학교의 위상이 변화함에 따라, 우리 학생들의 배움과 삶의 질을 동시에 높여야 하는 책무가 우리 교육에 주어졌습니다. 원격교육 개선, 학습격차 완화, 맞춤형 지원 등 교육안전망 확보를 위해 협의회는 주어진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우리 학생들의 삶을 중심에 둔 유초중등교육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지방교육자치법이 1991년에 제정되고 올해는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방교육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경과하여 이를 계기로 그동안의 성과와 한계를 정리함으로써 교육자치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새로운 지방교육자치의 방향에 대한 많은 모색이 있었으나 구체적 실천이 미흡하여 교육자치의 실천적 과제를 도출하고 실질적 효율적 발전을 이룰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에 함께 한 30, 함께 여는 30이라는 슬로건으로 교육자치 3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사무국이 총괄하고 17개 교육청,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등 유관기관과 함께 알림 마당’, ‘나눔 마당’, ‘함께 마당으로 3개의 마당을 단계적으로 설문조사, 교육다큐 방영, 선언식, 백서 발간 등 학생을 비롯한 교직원, 학부모,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함께 공감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공론화와 현장 중심의 새로운 교육과정 거버넌스 구축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교육과정 현장 네트워크'를 구성해 운영합니다. 교육과정 현장 네트워크 운영으로 국가수준 연구자 중심 교육과정에서 학교와 교육청 현장 중심의 지역수준 교육과정 토대를 구축하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중대재해법에 학교장 제외를 말씀하셨는데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우리 교육감들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정 시 적용대상에서 학교장 제외를 명문화하여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이 국회를 통과하였습니다. 노동자의 생명안전은 그 무엇에도 비할 바 없이 중요함에도, 그간 많은 기업들이 이윤 때문에 그들의 안전에 대한 조치를 소홀히 하고 책임을 방기해왔던 점을 생각하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은 오히려 만시지탄입니다. 그러나 법률 해석상 이 법률에 따라 학교장이 처벌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 우려를 감출 수 없습니다. 첫째,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학교장을 적용대상에 포함해서는 안 됩니다. 학교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나 사업장이 아닙니다. 공립학교 학교장은 교육감으로부터, 사립학교 학교장은 학교법인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이미 학교장에 대해서는 교육시설법 등에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서 적용규정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 법률에 따라 책무와 처벌이 규정되어 있음에도 또다시 학교장을 처벌하게 된다면 이는 이중 삼중의 처벌입법이 되고 말 것이며, 이는 학교현장에 엄청난 혼란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합니다. 이에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학교장이 학교에서 흔들림 없이 학생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기를 염원하는 의지를 담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 시 적용대상에서 학교장 제외를 명문화하여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고교학점제 도입의 취지와 앞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코로나 19, 4차 산업혁명, 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 등 교육을 둘러싼 환경 변화는 새로운 인재상과 미래 교육 체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고교학점제는 입시·경쟁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모든 학생들의 개별적 성장을 지원하는 맞춤형 교육 실현을 위해 출발하였습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 선택중심 교육과정 운영, 진로·학업 설계, 최소학업성취보장 등을 핵심으로 하는 제도로, 학교는 학생들의 진로 적성을 고려한 다양한 과목 개설과 교육과정박람회개최 등 학생의 진로성숙도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교사 또한 교수학습전문가로서 심화 전문교과 지도, 다과목 지도 등을 위한 역량 강화를 통해 학생의 실질적 과목 선택권을 확대해주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못다 한 말씀이나 월간인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자유롭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교육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지역의 특색있는 교육과정에 대한 폭넓은 고민과 숙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코로나 19 이후 지속가능한 교육의 일환으로 생태전환교육, 그린과 스마트가 함께하는 미래 학교 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교육정책 수립 및 추진은 교육구성원의 관심과 필요성에서 출발하기에 학교 교육활동을 저해하거나 강제하는 사항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요구됩니다. 교육현장 주체들의 교육자치의 현장 안착을 위한 인식 제고뿐만 아니라, 이의 실현을 위한 역량을 키워야 하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그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준비하고 실천하고 있거나 이루어내고자 하였던 교육자치의 뜻을 모아 이제는 학년별, 과목별, 학교별, 지역별, 주체별, 권역별 등 함께 준비하고 실천하고 이루어내는 연대의 교육자치 단계로 접어들어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하여 여러 현장과 분야에서 교육자치를 향한 많은 발걸음을 내디뎌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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