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부르는 축산폐기물, 친환경 원료로 재탄생시키며 녹색성장 이끌어
환경오염 부르는 축산폐기물, 친환경 원료로 재탄생시키며 녹색성장 이끌어
  • 김영록 기자
  • 승인 2021.03.09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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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자 형제유지 대표
이애자 형제유지 대표 ⓒ문채영 기자
이애자 형제유지 대표 ⓒ김영록 기자

코로나19로 가정에서 식사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한우와 돼지고기의 소비량도 폭증했다. 자연히 비식용동물자원의 발생량 또한 증가했다. 이에 경기도는 폐사축과 도축폐기물을 처리하는 동물자원순환센터를 건립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러한 가운데 도축과 육가공시 발생하는 동물성 잔재물을 재가공해 동물성 혼합유지를 생산‧공급하는 폐기물 종합 재활용 업체가 눈에 띈다. 형제유지는 환경오염 방지와 자원 재활용에 앞장서며 녹색성장에 기여해왔다. 

 

동물성 잔재물 수집‧재가공하며 자원 순환 앞장

소, 돼지고기를 먹기 위해 이루어지는 도축과 육가공시 발생하는 동물성 잔재물은 연간 30만 톤에 달한다. 육류 소비가 증가하며 잔재물 배출량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형제유지는 이때 발생한 동물성 잔재물을 재가공, 사료화 처리하며 사료업체에 동물성 혼합유지를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재활용 처리는 기업뿐 아니라 양축농가 발전에도 도움을 준다. 동물성 혼합유지의 품질을 지속해서 개선해나가며 보다 우수한 사료 제조에 기여하는 것이다. 미래 산업으로 손꼽히는 자원 재활용 측면에서도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 최근 재활용 및 폐기물 등 자원순환 부분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았던 요소에 대한 구체적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국회 또한 ‘그린뉴딜 자원순환사회’라는 비전하에 친환경적인 재활용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형제유지는 동물성 잔재물을 재활용해 동물성 혼합유지를 생산‧공급하는 업체다. 친환경적이면서도 우수한 품질의 혼합유지를 생산한다. 특히 축산폐기물인 동물성 잔재물을 100% 재활용하며 자원 순환을 이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형제유지의 시작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단돈 13만 원을 들고 천안으로 온 이애자 대표는 우연히 알게 된 유지사업에 마음을 빼앗겼다. 생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서도 앞으로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이후 그는 20만 원짜리 1톤 트럭으로 지역을 돌아다녔다. 2시간도 채 잠들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1998년 IMF 당시만 해도 유지 사업이 폐지 줍는 일과 비슷하게 인식되었습니다. 지금에야 장비나 인력 등에 투자해야 하는 산업으로 발전했지만 그때는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기름을 걷는 분들이 많았죠. 경쟁이 치열해서 처음에는 기름을 걷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도 환경에 도움이 되는 사업이니 꼭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30kg의 동물성 기름을 걷던 게 두어 달이 지난 후에는 500kg으로 늘어났다. 수거량은 점차 늘어갔다. 6개월이 되던 시점에 1톤을 거두어들였을 때 이 대표는 유지사업의 가능성을 확신했다. 그렇게 목표량을 늘려가며 열심히 일했다. 그런 그에게 막내아들은 ‘엄마는 사람이 아니라 철인’이라 말했다. 이 대표는 매일 2시간씩 잠을 자며 3년을 일하자 하루 10톤의 물량을 취급하게 되었다며, 이후 충남 1등을 꿈꾸며 열심히 일해왔다고 전했다. 현재 형제유지는 하루 170~200톤의 동물성 기름을 처리하며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3년 공장을 건립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이애자 형제유지 대표 ⓒ문채영 기자
이애자 형제유지 대표 ⓒ김영록 기자

형제유지를 이끌어온 두 가치 철칙, 신용과 신뢰

형제유지를 이끌어옴에 있어 어려움도 많았다. 피부가 검게 변할 정도로 일에 몰두했던 이애자 대표는 그간의 세월을 돌아보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특히 공장 건립 당시 동종 업계로부터 받은 견제와 압박은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다. 20년 가까이 거래하며 탄탄한 신뢰를 쌓아왔음에도 경쟁 앞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 대표는 주변의 도움으로 위기를 이겨낼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형제유지가 꾸준히 성장한 데에는 신용과 신뢰를 철저히 지키는 이 대표의 철칙이 유효했다. 그는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을 수밖에 없다며, 거짓말만큼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간 직원들의 월급날은 단 하루도 어겨본 적이 없을 만큼 금전이나 시간 약속을 철저히 지켜온 이 대표다. 몇 해 전 사료업계가 어려워지며 형제유지에도 위기가 찾아왔을 때 이 대표를 비롯한 특수 관계인들은 기꺼이 급여를 반납했다. 거래처와 직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는 어떠한 경우에도 신용을 잃지 않고자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신용과 신뢰는 형제유지의 사훈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거래처나 직원들과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왔다며, 이는 사업을 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 힘주어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의 손자인 박태관 팀장은 사업을 위해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헌신하면 이는 신뢰로 돌아옴을 배웠다며, 늘 겸손과 책임감, 신용, 신뢰를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과 신뢰를 강조하는 만큼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또한 컸다. 직원들을 가족이라 여겨 평소 손수 담근 장으로 식사를 제공할 만큼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다. 회식을 할 때면 직원들의 가족까지 모여 식사를 나눈다. 이 대표는 직원들의 가족 또한 자신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라 말했다. 이러한 책임감은 그가 가족을 잃은 아픔을 겪고도 새벽 일찍 회사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 원동력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무너지면 사업과 직원들 역시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일념 하나로 사업을 이끌어왔다며 잠시 말을 멈췄다. 지난날을 떠올리는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환경을 위해서라도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사업이었기에 손주와 후세대를 위해 아픔을 딛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킨 그다.

“제가 어렵게 살아왔으니 저의 자손들이나 직원들은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했어요. 제 목숨이 붙어있는 한 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늘 되새기고 있습니다.”

[사진=형제유지 제공]
[사진=형제유지 제공]

 

지역사회의 어려움 돌보는 상생 이루어가

이애자 대표는 어려운 이웃과의 동행에도 마음을 쏟고 있었다. 사업을 시작한 직후부터 면사무소에 10만 원씩 기탁하며 어려운 이웃들에게 십시일반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다. 이 대표는 여유가 있건 없건 조금씩이라도 나눠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명절이면 이웃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살뜰히 챙기는 그다.

지난 1월에는 지역 내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위한 한우사골곰국 600팩을 천안시복지재단에 기부했다. 이 대표는 취약계층 어르신들과 따뜻한 식사 한 끼를 나누고 싶었다며, 추운 겨울 한우사골곰국과 함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앞으로도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돕고자 해요.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죠.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 대표가 형제유지를 이끌어온 원동력은 가족과 직원, 나아가 지역사회의 행복이었다. 처음에는 생계를 위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일을 할수록 환경과 지역사회에 대한 생각이 커졌다. 그는 처음에는 자식부터 잘살게 해주고 싶었고, 이후에는 일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형제유지는 현재 국내 동물성 잔재물 수집 및 가공 업체 중 최대 규모로 성장했다. 이제는 공장화까지도 이룬 만큼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이 대표는 원료를 담당하는 근간 사업에 종사한다는 자부심으로 사업을 이끌어왔다고 전했다.

 

‘안된다’라는 생각보다 ‘할 수 있다’라는 도전정신 갖길

남자들도 혀를 내두르는 유지사업에 도전해 현재의 위치에 이르기까지 이애자 대표는 무엇보다 도전정신을 강조해왔다. 현대그룹 故 정주영 회장을 존경한다는 그는 세상에 안 되는 일은 없다며, 사람은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어떤 일이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함을 늘 새기고 있는 그다.

“‘안된다’라는 생각 자체를 갖지 않아야 합니다. 늘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도전해야죠. 이런 마음이 없었으면 형제유지가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안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어떤 일이든 시도해보고, 도전정신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다보면 안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이 대표는 폐기물 종합 재활용 산업의 전망을 밝게 보면서도 젊은 층의 유입이 적다는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코로나19 시국에도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기반을 가진 사업임에도 생소하다는 이유로 기피산업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이미지를 바꾸는데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폐기물을 다루는 회사지만 그만큼 지역사회에의 공헌과 고용창출 등 다방면에서 기여하며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이어가겠다는 다짐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지역사회와 형제유지가 서로에 대한 감사를 나누며 발전해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폐기물 종합 재활용 산업은 단시간 내 없어질 사업이 아닙니다. 인류가 존재하고 육류소비가 이어지는 한 꾸준히 이어지겠죠. 그럼에도 산업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충분히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열심히 한다면 더 확장할 수 있는 산업인 만큼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며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겠습니다.”

박태관 팀장 ⓒ문채영 기자
박태관 팀장 ⓒ김영록 기자

 

형제유지를 일궈온 20여 년, 이 대표는 국가 친환경 시스템 구축에 역할을 했다는 뿌듯함을 안고 있었다. 생계를 잇고자 시작한 일이지만, 그 너머에는 환경보호에 일조하겠다는 의지가 있었음이다. 형제유지는 지속가능한 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사명감으로 청년층의 유입을 위해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고, 충분한 급여를 지급하며 젊은 피 수혈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실제로 형제유지는 동종 업계에 비해 낮은 평균연령을 유지하고 있다. 박태관 팀장은 젊은 나이지만 조모의 가르침 아래 사업을 배우고 있다며, 젊은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폐기물 종합 재활용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육성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 내다봤다.

“우리 직원들이나 거래처 분들, 지역 주민들이 형제유지 덕에 잘 지내고 있다고 여길 정도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자하는 꿈이 있습니다. 어려운 시절 주변의 도움으로 가족들을 건사하고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던 만큼 저 또한 다른 이들과 나누며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환경보호에 이바지하며 성장해가겠습니다.”

뚝심과 도전정신으로 지내온 세월, 이 대표는 신뢰 위에 더욱 단단하게 성장했다. 남에게 절대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마음과 후손들에게 소중한 환경을 물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그를 이끌었다. 이러한 의지는 또 하나의 유산이 되어 그의 손주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자원 재활용을 통한 환경 보호와 지역사회와의 상생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가슴 깊이 새기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거목(巨木) 이 대표. 그의 철학과 신념이 미래를 향해 뻗어갈 형제유지의 항해를 돕는 밝은 별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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