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훈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유전체불안정성 제어연구센터 교수
지재훈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유전체불안정성 제어연구센터 교수
  • 박성래
  • 승인 2017.06.3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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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연구기법 활용해 DNA 손상 및 회복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2015년 노벨 화학상은 질병과 노화에 맞서 유전자 스스로 자신의 결함을 치료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며 분자생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세 명의 과학자를 선택했다. 이들이 규명한 ‘유전자 복구’ 메커니즘이 암과 노화 연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한 것이다. 지재훈 교수는 WSTF의 역할 및 타겟 발굴 연구를 통해 ATM/ATR 인산화효소의 표적 단백질 연구에 집중되어 있던 DNA 손상 및 회복에 관한 연구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WS 핵심 조절자 WSTF 연구로 WS 질환 해결책 제시

유전체가 손상을 입었을 때 발생하는 Williams syndrome(이하 WS)는 뇌, 심장, 치아, 얼굴의 기형을 유발하는 발달장애로 심각한 신체 및 정신이상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환자의 사회 부적응을 일으키는 유전적 질병인 WS는 세계적으로 7,500~20,000명 중 한 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재훈 교수는 이 질병의 핵심 조절자인 WSTF(Williams syndrome transcription factor)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WSTF는 전사조절 인자로, WS 환자들은 WSTF의 결손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하지만 그 발병 원인과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관련 연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5년 DNA 손상 및 복구신호 메커니즘을 밝힌 3명의 과학자는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손상된 유전체가 복구되는 현상은 생명체 전체의 현상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입니다. 질환과 질병의 치료 및 예방을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연구죠.”

지금까지 DNA 손상 및 복구에 관한 연구는 ATM/ATR 인산화효소의 표적 단백질 연구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뉴클레오솜(nucleosome)과 크로마틴(chromatin) 구조 변화에 따른 복잡하고 역동적인 현상이 DNA 손상 및 복구 과정에 관여하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들이 발견되며 새로운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 교수는 이러한 증거들은 손상된 유전체의 복구가 인간 유전체의 항상성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가 진행하고 있는 ‘유전체 손상복구 기전에서 WS 조절자인 WSTF의 역할 및 타겟 발굴’ 연구는 DNA 손상 및 복구 과정에서 WSTF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나아가 WSTF에 의해 조절되는 결합단백질 분석을 통해 크로마틴 복합체와 히스톤 수식화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손상된 유전체를 복구함으로써 WS 유전질환의 발병원인과 해결방안을 제시하는데 그 목표가 있다.

 

새로운 연구 기법으로 독창적 결과 제시

지재훈 교수가 수행 중인 크로마틴 복합체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소수의 그룹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경쟁력 있는 최신의 연구기법과 기반이 필요한 연구라며, 현 연구의 기술적 문제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 설명했다. 그런 만큼 이번 연구에 활용되는 연구 기법 역시 눈여겨볼 만 하다.

지 교수 연구진은 국내 최초로 laser micro-irradiation system을 구축하며 DNA 손상 및 복구 신호에 있어 크로마틴 복합체가 수행하는 역할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이 기술을 통해 DNA의 손상과 복구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가시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활용된 또 다른 기술은 Inducible mCherry-LacI-FokI system이다. 이는 세포 내 특정 DNA 위치를 선택적으로 절단해 double-strand break를 만들어 검출하는 기술로, laser micro-irradiation system과 FokI system을 함께 사용할 때 DNA 손상 및 복구 신호에 관여하는 새로운 단백질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검색할 수 있다.

또한 “Inducible transcription regulation system을 이용하면 DNA 손상부위의 특이적 전사조절과 히스톤 수식화의 상호작용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이에 DNA 손상부위 특이적 전사조절 시스템인 Transcriptional silencing regulation을 구축했죠. 본 시스템을 활용해 WSTF가 DNA 손상에 의한 전사억제를 어떻게 조절하는지를 입증했습니다.”

크로마틴 복합체 간의 cross-talk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분야다. 지 교수는 보다 창의적인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이번 연구는 DNA 손상 및 복구 신호에서 WSTF 전사조절 기능 및 뉴클레오솜의 수식화를 검증하고, WSTF 특이적 결합 및 표적 단백질을 발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이번 연구를 통해 WSTF 결손에 따른 WS의 병인 기전을 규명한다면 크로마틴 리모델링 복합체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데 큰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 말했다. WS의 새로운 신약 타겟의 발굴 가능성을 한층 높인 셈이다. 그는 WSTF가 어떻게 DNA 손상 및 복구 신호에 관여하는 단백질들을 조절하는지에 대한 상관관계를 보다 심도 있게 들여다볼 계획이다.

또한 지 교수는 유비퀴틴화 효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간 유전체에는 500여개가 넘는 유비퀴틴화 효소가 존재하지만 현재까지 DNA 손상 및 복구에 관여하는 몇몇의 유비퀴틴화 효소들만이 단백질의 분해 및 신호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었죠. 따라서, 본 시스템을 이용하면 DNA 손상 및 복구신호에서 새로운 기능의 유비퀴틴화 효소들을 빠르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지 교수는 DNA 손상 및 복구에 관여하는 유비퀴틴화 효소의 새로운 기능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이를 활용한 후속 연구를 통해 DNA 손상 및 복구 신호에서의 유비퀴틴화 효소의 기능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부국강과학 이룩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지재훈 교수는 한 사람의 과학자이자 교육자로서 자신이 쌓아온 지식과 노하우를 과학도로서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신념에는 부국강과학(富国強科學)으로 만드는 길이자,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방법이라는 지 교수만의 철학이 밑바탕 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연구실에서 열심히 함께 일한 학생들에게 연구 성과를 돌려주고, 그들 또한 미래의 학생들에게 이를 물려주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때 깨끗하고 정직한 사회로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훌륭한 연구를 위해서는 연구비, 인력, 논문/특허의 3박자가 필요합니다. 아이디어만으로는 훌륭한 연구가 완성될 수 없습니다. 수준 높은 연구로 세계 유수의 과학자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반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지 교수는 독립이 아닌 협력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과학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제언했다. 그는 지금까지 과학은 화학, 물리 생물학 등 각각의 역할 분담을 토대로 획일적인 연구를 해왔다며, 그 결과 세계 과학은 각각의 분야에서 연구 한계점에 도달한 상태라 진단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바로 협력을 통한 과학발전 및 인간복지의 창출이다. 그는 바이오 산업 분야를 예로 들었다. 인간 유전체의 이상에 기인한 암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그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간 협력과 소통을 토대로 새로운 기술 개발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협력과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질 때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실적 위주 평가가 가져온 학문적 절하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함께였다.

학문간 협력과 소통이 수반될 때 지 교수가 이야기하는 부국강과학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후배 연구자들과의 상생을 통해 탄탄한 과학 기반을 다져가는 그의 발걸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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