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설산업 발전을 위한 도전과 응전은 계속 된다
인류가 이 땅에 뿌리내릴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건축은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라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해왔다. 사회가 고도화되어 갈수록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해온 건설은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숨은 역군이다. 고도성장을 위한 발 빠른 개발에서 안전설계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이때, 그간 한국 건축물의 안전을 책임져온 구조기술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하는 구조기술 전문가
최근 서울시는 ‘제2회 서울시 건설상’ 최우수상의 주인공으로 (사)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정광량 회장을 낙점했다. ‘건설상’은 서울시 기반시설 건설과 기술 발전에 공로가 큰 개인 및 단체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지금까지 정 회장이 서울시 초고층 건축물 구조설계 분야 기술향상을 위해 수행해온 활동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았다. 국내에서만 총 500여 건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그는 ‘2015 엔지니어링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간 서울시의 안전점검 및 기술 심사위원 등으로 안전한 건축물을 만들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건축물이 지어진 후 수명을 다해 철거될 때까지 구조안전에 관련된 문제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항입니다. 이번 수상이 개인적인 영광을 넘어 구조기술을 보다 정확하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안전에 관하여 국가로부터 부여 받은 소명에 대해 무거운 사명감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기술을 습득하고 적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구조기술사들이 ‘국민안전의 파수꾼’이라는 자부심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명실상부 우리나라의 대표 구조기술 전문가로 손꼽히는 정 회장은 고려대학교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겸임교수,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전임회장, 세계초고층학회(CTBUH) 한국대표 등으로 활동했다. 이밖에도 대한건축학회, 한국콘크리트학회, 한국강구조학회, 한국지진공학회 등의 이사직을 수행하며 전문가로서 폭넓은 행보를 보여 온 그는 특히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의 지진 및 구조기술 관련 심의위원 활동 및 정부, 지자체의 각종 기술심의위원직을 겸임하는 등 각종 자문역할을 통해 대한민국 건축물 안전을 담보해온 인물이다.
그간 빠른 속도로 성장을 거듭해온 우리나라는 삼풍백화점 붕괴부터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등 다양한 사고를 겪으며 건축물 안전으로 시선을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지진은 건축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촉매제가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구조엔지니어, 즉 구조기술사이다. 안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구조기술사에 대한 관심 역시 커지고 있는 요즈음, 정 회장은 건물의 작은 문제가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건물의 구조설계업무를 담당하는 구조기술사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1983년 현대건설을 통해 건축업계에 첫 발을 디딘 이후 30여 년간 ㈜동양구조안전기술을 이끌어온 그 역시 지금까지도 안전을 최우선에 두며 업무에 임하고 있다.
산업발전의 견인해온 건설, 그 중요성 재조명해야 할 때
도전(challenge·挑戰)이란 단어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새로운 것, 어려운 것에 첫 발을 떼놓기 시작한다는 ‘용기’의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응전(應戰)이 불가피한 ‘두려움’의 측면이다. 겨뤄보기까지는 누구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성공을 꽃피우는 씨앗은 ‘도전’이라는 것이다. 삶에서 ‘도전’과 ‘응전’을 거듭하고 있는 정광량 회장. 그는 국내에 본격적인 초고층 건물의 시대를 연 서울시 목동 현대하이페리온과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구조설계업무를 담당한 인물이다. 이 건물들의 완공과 함께 초고층 교육에 나서며 그는 ‘국내 최고의 초고층 전문가’라는 이름을 얻었다. 나아가 세계초고층학회 한국 대표, 한국초고층학회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외에서 초고층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그는 현재까지도 부산 엘시티, 서울 현대차그룹 신사옥, 청라국제도시 시티타워, 여의도 파크원 등 국내 유수의 초고층건물 구조 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초고층 전문가로 두각을 드러낸 그는 김해공항과 제주공항 및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구조 설계 등 국내 공항시설 건설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펼치고 있다. 특히 공항은 외부의 방문객이 가장 먼저 만나는 장소인 만큼 정 회장이 가진 자부심 또한 컸다. 이밖에도 인천 아시안게임 경기장, 평창올림픽 경기장 등 초고층 외에도 대공간 시설 및 체육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건설은 해당 건축물이 세워지는 지역마다 모두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의 환경과 사회, 문화와의 싸움이기 때문이죠. 그간 건설자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뿌리를 내리며 다른 산업들의 근간을 만들어왔습니다. 모든 산업은 건설이라는 탄탄한 뿌리가 있을 때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반도체와 LCD 분야의 발전에 있어서도 건설은 혁혁한 공을 세워왔다. 해당 기술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이를 구현하는 생산시설 역시 빠르고 정확하게 건설되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르지 못한 작업환경에서 발생하는 미진동 등의 변수는 제품불량으로 직결되는 만큼 무엇보다 정교한 공사가 중요하다. 실제로 경쟁우위를 점하는데 변화속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반도체와 LCD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유일무이한 위치를 선점한 데에는 국내 건설 기술력의 공이 컸다. 정 회장은 20만 평 규모에 달하는 디스플레이 공장을 1년 반 만에 완공해야 기술의 흐름을 좇아갈 수 있다며, 전자 분야의 발전은 건설 기술이 함께 했기에 가능한 일이라 강조했다. 건설인은 국가 상비군과도 같다는 그의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건설 산업이라는 토대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산업발전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거라 말하는 정 회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구조기술사 권익확보 위한 노력 이어갈 것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의 속담이 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씩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이 격언은 우리의 미래를 위한 조언이다. (사)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장으로 취임한 이래 정광량 회장은 무엇보다 구조기술사들의 역할과 그 중요성이 합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 건설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써왔다. ‘함께 멀리’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구조기술사들의 역할 재정립과 건축물의 안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쥐기 위한 시간이었다.
“건축물의 안전을 책임지는 건축구조는 ‘구조 설계’라는 단어조차 없을 만큼 현재까지 등한시 되어온 분야입니다. 하지만 건축구조 없이는 결코 안전한 건물이 될 수 없습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원인을 찾고 책임을 규명하여 관련자를 처벌하는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에 앞서서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이전까지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는 건축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실제로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건축사 아래 구조기술사, 설비기술사 등 최소 5개 분야의 엔지니어의 협업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는 각 분야 엔지니어들의 역할이 평가 절하되어 왔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건축공학과 내에서 구조기술과 설계를 함께 배우던 환경은 현재까지도 업역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회장을 이를 해결하고자 설계과정과 건설현장에 점검기능을 도입했다. 국가 및 지자체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해당 제도가 도입되기 전 모든 신축건축물은 건축심의 통과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구조안전심의라는 평가 항목이 도입되면서 안전에 실리는 무게가 대폭 늘어났다. 건설에 관련한 모든 항목을 제3자가 검토하게 됨에 따라 보다 철저한 점검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건설 현장 내 안전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자연스레 구조기술사의 역할 역시 부각되고 있다. 그는 해외의 경우 이미 이러한 심의 방식이 자리 잡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며, 리체크의 기회를 가능한 많이 마련해 건축물의 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건축물이 기술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갈 것이라 설명했다.
“건축구조기술사회는 변화하는 건설시장의 중심에 서게 될 것입니다. 건축구조에 관련한 기술수준은 선진국과 견주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건축물의 핵심은 구조입니다. 지금이라도 건축구조가 산업의 한 분야로 재정립되어야 합니다.”
시공사와 구조기술사는 공생관계를 이룬다. 건설에 있어 구조기술자가 함께할 때 미연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정 회장은 현장에서의 협업에서 나아가 설비‧전기‧소방 등 다양한 분야 기술자들과의 교류 역시 중요함을 피력했다. 분야 간 이해를 바탕으로 현장을 이끌어 갈 때 비로소 하나의 건물이 완성된다는 신념에서다.
한편 그는 건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부정적 시각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모든 산업의 기본으로서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온 건설이지만 부정적 인식과 함께 산업을 이끌어갈 다음 세대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내에서도 구인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 회장은 청년들의 실업난이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인력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러한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건축인 및 기술자들의 역할이 재조명되어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또한 건축인들 역시 건설 산업에 대한 홍보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당부를 전했다.
이토록 매력적인 구조기술사, 자부심이 되다
30년이 넘는 세월 정광량 회장이 한 길을 걷게 한 건축의 매력에 대해 묻자 그는 자신의 노력이 담긴 일을 오랫동안 눈으로 볼 수 있어서라 답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식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이 세상에 없더라도 누군가는 자신이 일군 성과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물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구조기술사라는 직업은 여전히 그에게 큰 자부심이다.
흔히 ‘정년이 없다’라고 말하는 구조기술사의 긴 수명 역시 그가 말하는 해당 직업의 매력 중 하나다.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다보면 시간이 쌓일수록 엔지니어로서 인정받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는 70대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기술사들이 많다. 정 회장은 많은 경험과 변수들을 조합하며 구조기술사는 시간과 깊이가 더할수록 더 많은 인정을 받게 되는 직업이라 소개했다.
“최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지식의 형태 역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점이 안타까워요.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만큼 지식의 깊이가 얕아진 것은 물론 잘못된 지식이 통용되는 경우도 빈번합니다. 특히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오랫동안 평가받아야하는 건축물에는 얕은 지식이 아닌 깊이 있는 지식으로 무장한 건축인들이 그 건축물의 설계와 시공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래야 건축물이 ‘시대적 아이콘’이 될 수 있습니다.”
정 회장은 건축인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낼 수 있는 인내와 깊이 있는 사고가 중요함을 역설했다. 특히 주변국들의 근대사 등 역사에 대한 지식은 환경과 사회, 문화를 담아내는 건축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더불어 일반 국민이 건축구조를 이해하고 구조 안전사고와 관련될 수 있는 위험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건축구조 및 안전산업의 대중화를 위해 적극 힘쓸 계획을 밝혔다. 그 일환으로 정 회장은 자신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담아 건축과 구조기술사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저서를 집필하고 있다. 각국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건물들이 탄생하게 된 시대적 배경부터 이후까지, 건축가 소개와 함께 구조설계를 다루며 건설인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까지 한걸음 가까이 다가선다는 계획이다. 지난 30여 년간 전문가로서 현장에서부터 학회, 자문위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데 이어 집필을 통해 보다 능동적으로 구조기술사를 알리는 데에는 건축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자신의 직업에 대한 애정이 짙게 깔려있다.
인류가 살아온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구조기술자로서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다지고 있는 정 회장의 노력은 대한민국 산업발전의 초석인 건축의 위상을 빛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