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적으로 활용 가능한 데이터 분석 기술 연구와 개발을 이어나갈 것
이기용 숙명여자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 교수
2020년 1월, 국회는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데이터 3법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데이터 경제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이 가능해짐에 따라 기업들도 데이터 3법 통과를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개인정보의 유출이라는 중요한 문제도 떠오른다. 이기용 교수는 개인정보의 유출과 데이터 유통 활성화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양쪽에게 이득을 주는 법과 제도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처음의 취지에 맞게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면서 데이터 활용 활성화를 통해 관련 산업의 발전을 조화롭게 모색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 교수가 개발중인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각자의 개인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개념 아래에서 개인 정보의 히스토리 즉, 유통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이다.
데이터 3법 시행을 위한 기술적인 준비 수행
이기용 교수가 주력하고 있는 최근의 연구 프로젝트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서 지원하는 사회문제해결형 R&D 과제의 수행이다. 이는 ‘개인정보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빅데이터 처리하는 방법’에 대한 과제로서 그는 그중에서도 ‘개인정보 이력 관리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전에는 기업이 수집한 데이터를 주인의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정해진 기준을 통해 익명화나 가공을 거치면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동시에 자신의 정보가 자신도 모르게 흘러 다니게 되면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라는 이슈도 핵심으로 떠올랐죠. 저희가 개발한 시스템은 내 개인정보의 유통이력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는 이공학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 중 기본연구지원사업 과제인 ‘배열 데이터에 최적화 및 특화된 데이터 마이닝 기술의 개발’이다. 이 과제는 과학 및 공학 분야에서 실험 또는 시뮬레이션 결과로 많이 발생하는 배열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 마이닝 기술을 연구하는 것으로 특히 이상 패턴 탐지 및 빈발패턴 탐색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엑셀의 표처럼 테이블 형태였던 데이터가 최근에는 정형화된 모습이 아닌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예컨대 큐브 같은 모양으로 셀 안에 데이터가 있는, 다차원 배열의 모습이에요. 이러한 배열 형태의 데이터가 쏟아지면서 이 안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찾아내는 요구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차원 배열의 데이터가 들어오면 결과를 내기 위해 수많은 작업이 수행되어야 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죠. 쉽게 말해 엔터키를 치고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속도’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이전에 하던 작업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데이터 분석과 관련한 모든 연구 과정에서 최신 딥러닝 기법을 적용하여 성능을 크게 향상하는 방법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딥러닝 기법을 적용하여 데이터 스트림에서 빈발패턴을 탐색하고, 배열 데이터에서 유사 배열 데이터를 탐색하며 시퀀스 데이터에서 이상 시퀀스를 탐지하는 등의 기술이다. 이러한 연구는 전통적인 데이터 마이닝 기법들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한편,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도 목표를 두고 있다. 이 외에 IoT 데이터에 대한 분석 기술개발 역시 진행 중이다. IoT 데이터는 각 디바이스가 측정하거나 생성한 데이터가 축적되어 만들어지므로 생성된 시간과 위치가 표시되는 대규모 시공간(Spatio-Temporal) 데이터로 볼 수 있다. 이 교수가 개발하는 건 시간 및 공간의 특징을 모두 활용하는 분석 기술이다. 2019년에는 여러 디바이스가 생성한 IoT 데이터 중 시간과 공간이 일치하는 데이터를 빠르게 탐색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성과를 이뤘고, 누적된 대규모 IoT 데이터에서 주어진 시간과 공간 내에 속하는 데이터의 집계값을 효율적으로 얻는 기술도 개발하였다.
“데이터 연구에 있어 궁극적인 목표는 특수한 문제에만 국한되는 해결책보다는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의 개발입니다. 과학, 공학, 비즈니스 등 여러 분야에서 공통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형태의 데이터에 대한 분석 기술을 연구함으로써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원천 기술의 개발에 연구와 프로젝트의 초점을 두고 진행해 나갈 계획입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학인재들을 키워낼 것
숙명여자대학교의 소프트웨어학부는 1982년 전산학과로 시작되어 개설된 지 30년이 훌쩍 넘은 역사가 깊은 학부이다. 교육부에서 시행하는 프라임 사업에 선정되면서 2015년 공과대학이 설립되었고, 학부도 이과대학에서 공과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대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공대를 설립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사회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SW 및 공학 인재 양성을 위한 공대 설립은 결과적으로 사회와 학교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 올 것으로 보인다.
“숙명여자대학교는 그동안 프라임 사업 등 많은 프로그램들을 통해 SW 인재 양성에 매우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왔습니다. 더욱이 최근 설립된 공과대학은 SW 인재 양성에 매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숙명여자대학교 공과대학은 설립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SW, 화공, 전자, 기계, 물리 등 여러 분야가 모여 공동 연구와 융합 연구 등 활발한 연구 시너지를 내고 있어요. 저를 포함한 교수진들은 학생들을 충분히 잘 키워낼 준비가 이미 되어있으며, 학생들 역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교육에 있어서 학생들과 진행하는 모든 연구 및 프로젝트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교수와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학생들에게는 소중한 시절임과 동시에 중요한 배움의 시간인 만큼 학생들의 지식과 경험에 가치를 더하기를 바란다고.
“숙명여대의 학생들이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끈기와 성실함입니다. 자신의 분야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끈기와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는 성실함을 갖춘다면 시간이 흘렀을 때 누구보다 잘할 수 있고, 걸어온 길에 대해 후회 없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