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다시 일어서는 전통시장, 살아나는 지역 경제!
[월간인물] ‘한 나라의 과거를 알려면 박물관, 현재를 알려면 시장, 미래를 알려면 도서관에 가보라’는 말이 있다. 시장은 경제 상황뿐만 아니라 지역의 활력과 생명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삶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울산 중구는 전형적인 구도심으로 대규모 공장이나 제조업체 하나 없지만 대신 크고 작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가 무려 23개나 있다. 경기침체 및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인해 전통시장은 갈수록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중구는 울산에서 가장 많은 23개의 전통시장을 경쟁력으로 삼아 지역경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먹거리 볼거리 가득 ‘울산큰애기 청년야시장’ 개장…원도심 일대 ‘북적’
지난 5월 26일 울산 중구 원도심 중앙전통시장 내 ‘울산큰애기 청년야시장’이 문을 열었다. 사전 현장 품평회를 통해 선정한 특색 있는 먹거리 및 지역 예술인의 거리음악 공연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개장한지 3개월 만에 무려 33만여 명이 다녀갔다. 중구는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9월 초에는 울산큰애기 청년야시장 운영 요일을 기존 목~일요일에서 화~일요일로 늘리고, 판매대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나아가 인근에 조성될 신중앙시장(센프럴프라자) 건물 내 활어회센터 및 나이트클럽과 울산큰애기 청년야시장을 연계해 운영하며 동반 상승(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MZ 세대부터 중장년층 세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발길을 원도심과 중앙전통시장으로 이끌 생각이다.
◇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박차…다시 찾고 싶은 전통시장 조성
전통시장은 대부분 중심지에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노후화된 시설을 방치할 경우 자칫 도시 슬럼화를 촉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중구는 전통시장의 노후된 시설을 개선해 안전하고 편리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자 다양한 전통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구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시설현대화사업으로 사업비 6억 4,500만 원을 들여 태화종합시장에 상인 교육장·고객 휴게실을 건립했다. 현재 2층은 상인 교육 및 상담 장소, 1층은 시장 방문객을 위한 공용화장실로 활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내년 7월쯤 준공을 목표로 사업비 13억 2,000만 원을 들여 태화종합시장 내 기존 비가림 시설(2020년 준공)을 연결하는 아케이드를 추가 조성하고 있다. 이 밖에도 △웰컴시티 노후전선 개선사업 및 화재 수신기 교체사업 △신중앙시장 및 학성새벽시장 화장실 개선사업 등 다양한 시설 현대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각 시장별 고유 특성 살린 사업 추진…차별화 도모
전통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 시장별 고유의 특성을 살려 다른 전통시장과의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 및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주관하는 ‘2023년도 특성화시장 육성사업’ 공모 결과 ‘문화관광형시장’ 지원 사업에 태화종합시장, ‘디지털전통시장’ 지원 사업에 학성새벽시장이 선정됐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두 가지 사업에 총 12억 3,000만 원이 투입된다.
우선 ‘문화관광형시장’은 전통시장과 지역의 문화·관광 자원을 연계해 시장 고유의 특성과 장점을 집중 육성하는 사업이다. 태화종합시장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2023년 말쯤 태화강국가정원, 태화루와 연계한 ‘올빼미야시장’을 운영할 예정이다. 현재 대나무를 상징하는 ‘히죽이’ 캐릭터를 개발하고, 판매대 운영자를 모집하는 등 분주히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차난 해소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2023년 전통시장 주차환경개선사업’ 공모에 도전, 최종 선정돼 주차장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5년까지 태화동 35-1번지 일원에 3층 4단, 162면 규모의 공영주차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디지털전통시장’은 전통시장의 온라인 진출 역량 향상을 위한 상품 발굴 및 마케팅 등을 종합 지원하는 사업이다. 중구의 유일한 도매시장인 학성새벽시장은 울산농수산물시장이 울주군으로 이전하는 것을 기회로 삼아 새벽시장의 강점인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자 온라인 판매망을 구축하고, 협동조합 자체브랜드 상품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와 함께 원도심의 중심에 위치한 젊음의거리 상점가도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골목경제회복 지원사업’에 선정돼,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골목경제 회복 지원사업’은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 휴·폐업으로 인한 빈 점포 증가 등 골목상권의 문제를 지자체와 상인, 지역 주민 등이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젊음의거리 상점가는 지난 6월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제 맥주 양조 아카데미를 운영한데 이어, 8월 18일과 19일 ‘성남 비어 나잇’ 수제 맥주 축제를 열었다. 신나는 음악과 수제 맥주를 함께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즐기고자 이틀 동안 9,000여 명이 호프거리를 찾았다. 중구는 이러한 노력들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올 하반기에는 젊음의거리 상점가 상인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교육을 실시하고, 호프거리에 설치돼 있는 조명과 음향을 활용해 DJ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 상인회 역량 강화 지원…지역 상권 자생력 확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전통시장의 시설과 환경을 개선해도 상인들이 소비자의 욕구와 관심사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전통시장 활성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결국 상인들 스스로 단합해 역량을 키워야 한다.
중구는 이를 위해 앞서 지난 7월 중구 전통시장상인연합회 공동연수(워크샵)를 열었다. 지역 내 19개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 35명은 다른 지역의 우수 시장을 방문해 성공 비결 등을 살펴보고, 우리 지역의 전통시장에 접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모색했다. 나아가 중구는 전통시장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청년들을 찾고 있다. 가업 승계를 장려하고, 청년 상인의 온라인 마켓 진출 및 마케팅 교육 등을 지원하며 전통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방침이다.
전통시장은 삶의 터전이지만 놀이터이자 관광지, 문화 예술의 장이 될 수 있는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지역경제의 기반이자 경쟁력인 전통시장이 다시 일어서면 지역경제도 살아나 사람이 모여드는,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를 향한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