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닥뜨린 기후변화, 새로운 대안을 논의할 시점

홍석진 ㈜트레스 웍스 대표·공학박사

2024-06-18     월간인물
홍석진

여느 환경문제와 달리 기후변화 문제는 통시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수백만 년 전부터 축적되어 온 과거의 산물(화석에너지 등)을 현재의 우리가 사용하여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그에 따른 피해는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세대에 전가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왜곡된 상황을 롭 닉슨(Rob Nixon) 교수는 ‘느린 폭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다만, 최근 기후문제의 심각성을 보면 ‘미래세대’가 ‘현재의 우리’일지도 모른다는 암울한 생각이 든다. 기상과 관련된 기록적인 경신이 연일 이어지고, ‘위기’라는 경고·예방적 관점에서 ‘열탕’이라는 현실적 인식으로 이미 넘어왔다. 붕괴학이라는 학술분야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정치·경제·사회 시스템 붕괴를 상정해 놓고,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니, 미래세대가 누구인지는 다시 판단해 봐야 할 것이다.

지난 30여년간 우리는, 과학적으로 기후문제를 확인하였고, 획기적 탄소저감·제거 기술개발을 기대하면서 또 다른 성장논리에 기반한 전환정책을 추진해 왔다. 또한, 완화, 감축, 적응, 중립 등 상황적 문제인식에 맞춰 유동적인 대책으로 대처해 왔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주목할 만한 탄소배출 감소는 소련의 붕괴(‘92년), 세계금융위기(’08년), COVID-19 팬더믹(‘20년)만을 꼽을 수 있으니, 그간의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방식이 유효한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새로운 방법을 고민해야될 때가 아닌가 한다.

수많은 기술, 투자, 정책으로도 탄소배출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성장과 에너지·물질이 서로 묶여 동조화되어 있기에, 성장하는 만큼 더 많은 에너지·물질이 필요하고 이의 증대량이 저감활동의 감소량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애초에 에너지, 자원 등 지구의 유한성을 반영하지 못하기에 문제의 해법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생태경제학, 정상상태 경제, 탈성장 등 비주류 대안경제학에서는 이 점을 지적하면서 생태(생물)·에너지 관점의 원리로 경제체제를 바라보며,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인 번영’을 꾀하고 있으며, ‘풍요’가 아닌 ‘만족’으로 ‘개인’에서 ‘공동체’로, 부(富)의 ‘창출’이 아닌 ‘나누기(분배)’로, 또 다른 방식의 해법을 찾고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대안이 급진적인 사고일 수 있고 모두가 공감하는 방안도 아닐 것이다. 또한, 우리가 찾는 올바른 방향인지도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현재의 기후변화 문제를 인류의 존망에 대한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골든타임이 불과 얼마 남아 있지 않음을 공감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접근방법을 검토하고 시도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들은 우리가 문제를 만들었을 때와 동일한 사고방식으로는 풀리지 않는다’라는 아인슈타인의 조언을 빌어, 지금의 기후문제는 기술우선주의, 자본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정치·사회·인문 영역에서 또는 대안경제 방식으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