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산업혁신을 위한 유럽의 전략, Safe and Sustainable by design
홍석진 ㈜트레스 웍스 대표·공학박사
SSbD 가이드라인 공개
지난 5월, 유럽집행위를 통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설계를 통한 화학물질과 소재(Safe and Sustainable by Design chemicals and materials ; SSbD)’방법론 가이드라인의 초안이 공개됐다. 이 가이드라인은 유럽 그린딜 정책의 ‘독성 없는 환경을 위한 무오염’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지속가능성을 위한 화학물질 전략(Chemical Strategy for Sustainability; CCS)’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유럽집행위는 현재, 초안 공개 이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가이드라인 개정을 마무리하여 내년까지는 방법론적 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화학물질 안전관리에서 대체물질 확보로 전환을 의미
유럽은 이미 新화학물질관리제도(REACH)와 화학물질 분류·표지·포장제도(CLP) 등을 통해 가장 포괄적이고 엄격한 화학물질 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들 규제가 성공적임에도 불구하고 녹색화학으로의 산업전환 속도는 여전히 더디며, 기업들은 기술·경제적 문제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CCS가 수립되었다.
CCS는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일관되고 강화된 화학물질 규제과 함께 새로운 대체물질의 개발촉진, 이를 통한 산업적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전략적 우선순위를 ‘혁신’에 두고 있기에, 그 첫 번째 전략으로 ‘유럽 화학물질의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의 혁신’을 설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CCS는 화학물질과 관련된 지금의 국제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유럽의 산업혁신 전략인 것이다.
‘유럽 화학물질의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의 혁신’에서는 투자, 디지털화, 무독성 물질순환, 에너지 효율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공급망 관리를 혁신의 요소로 언급하고 있으며, 이의 총체적 분석·평가를 위한 방법으로 SSbD를 제안하고 있다.
물질·제품 전과정에서 안전성과 탄소발자국의 병합
화학적 위해성 평가(Risk Assessment)는 화학물질의 전통적인 안전성평가 기법이다. 물질 자체가 갖고 있는 유해성을 분석하고, 작업장 및 제품사용에서의 노출을 고려해 위해성을 평가하여 안전한 화학물질을 설계해 왔다.
여기서 SSbD는 전과정 환경영향, 전과정비용과 사회적 요소까지를 포괄한다. 첫째 화학물질과 그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제품 설계단계에서부터 생산된 물질 자체의 유해성과 가공·사용환경에서 작업자와 사용자의 위해성을 검토한다. 둘째, 제품 환경발자국(PEF)을 통해 제품의 전과정(전후방 공급망)에서 기후변화, 인체·생체 독성 등과 같은 환경영향을 파악한다. 셋째, 전과정 비용평가와 사회성 평가를 통해 개발물질(제품) 경제적 이득과 핵심원자재·인권·노동·공정 등에 대한 긍·부정적 사안을 다루게 된다. 참고로 세 번째 단계는 방법론이 성숙 되지 못해 권고사항으로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이들 분석결과는 스코어링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평가한다. 이로써 화학물질(제품) 관련 기업에서는 현재 사용되는 물질의 안전과 환경·경제·사회적 요인을 고려하여 적절한 대체물질의 선정·개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SSbD가 가져올 변화의 이해와 선제적인 준비필요
현재, SSbD는 초안으로, 여전히 불확실한 부분이 많지만 그 목표는 분명하다. 화학물질의 관리에 있어서 안전성과 지속가능성 간의 최적 균형을 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앞으로 화학물질은 저·무독성의 물질로, 탄소배출이 적고 자원순환이 용이하며, 사회적으로 문제없는 공급망에서 충분한 경제성을 갖춰 생산하고 사용되어야 한다.
다른 한편, 유럽은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대체물질을 확보해 나갈 것이며, 앞선 기술력과 시장력을 활용하여 대외적 장벽을 높일 것이다. 이와 동시에 非유럽국가와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명목으로 무역에서 화학물질과 관련된 새로운 제도 또한 고민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전략을 명확히 인식하고, 화학산업의 안전과 지속가능성 리스크를 관리해야 된다. 또한 이 문제가 특정 산업부문의 단기적 이슈가 아님을 명심하고 산업전반의 SSbD와 같은 새로운 관리체계를 보다 견고히 구축해 나가야할 시점이다.